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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65화 (165/253)

# 165

제165장. 파군에 이어 건위군을 얻다.

전풍은 안량, 견초와 함께 보병 3만, 기병 7천을 이끌고 업성에서 출발했고, 장패는 보병 2만을 이끌고 장안성에서 출발했다. 장패가 빠질 경우 관중의 방어력이 약해지기는 하겠지만, 서량의 마등과 한중의 파재를 믿고 과감하게 병력을 뺐다.

업성을 지나 연주를 지날 때, 견초가 말을 몰아와 전풍과 말머리를 같이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전태부께서는 이번 전투를 어찌 보십니까?"

"견장군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씀을 하시오?"

"곧 멸망한다고 생각한 조조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서 태자전하를 물리쳤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또한, 다르게 생각해보니 그들이 아직은 만만치않은 전력을 가지고 있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왜요? 또 패배할까봐 걱정이 되시는 게요?"

"패배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다만,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허허허허- 젊은 견장군이 어찌 이리 패기가 없으시오. 이번에 조조와 큰 전투를 벌여서 그의 힘을 꺾어 놓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일단은 조조를 격파하여 항복시키거나 죽이고, 그의 땅을 빼앗는다면 주유, 유비, 유장이 남게 됩니다. 조조에 비하면 한 수 아래의 자들입니다. 그만큼, 천하통일의 기회도 빨라질 것이오."

"생각해 놓은 계책이 있습니까?"

"허허허- 자- 서두르십시다. 갈길이 멉니다."

전풍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앞서 나갔다. 견초는 궁금증이 일었지만, 더는 묻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 보병들을 이끌며 그 뒤를 따랐다. 앞으로 열흘은 가야 하는 먼 길이었다.

전풍과 장패일행이 정예군을 이끌고 여강군으로 이동하고 있을 때, 이통은 강양현에 대군을 이끌고 들어섰다. 강양성은 강수와 한수의 합류지점에 위치한 요충지였다. 이통이 이끄는 십만대군과 수백척의 배가 성을 포위하자, 성을 지키는 양회는 답답한 얼굴로 이통군을 지켜보았다. 성안에 겨우 3천의 병력이 있었기에 대군을 보고는 암담함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멍청한 놈들 같으니라고. 그리 이곳에도 병력보강을 해달라고 했는 데, 강주성의 장임만 믿더니 꼴 좋구나. 빌어먹을!"

양회는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고, 분통을 터트렸지만 가슴 속 깊은 곳의 답답함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성안을 서성이고 있을 때, 성문 가까이에 다가 온 오의가 회유를 시작했다.

"양장군. 나는 오자원이요. 드릴 말씀이 있으니 성문을 열어 주시오."

자신을 회유하려는 수작이 뻔했지만, 양회는 순순히 성문을 열어 오의를 들여 보냈다.

"성도에서 보고 3년만에 이렇게 보는군요. 강녕하셨소이까? 양장군."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보시오."

양회는 냉랭하게 대답하여 거만함을 유지했다. 오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차분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기冀의 태자전하의 명령을 받은 이통도독께서 대군을 이끌고 이 곳까지 오셨소. 이도독은 매우 호인으로 저를 비롯하여 엄안, 오반, 고패등을 모두 장군으로 중용하고 있소이다. 강주성의 장임도 크게 쓰려고 하였으나, 완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처결할 수 밖에 없었소. 양장군. 이제 유목사(유장)의 시대는 끝났소이다. 강주성이 함락된 마당에 익주는 더는 버틸 수 없소이다. 그러니, 성문을 열고 태자전하를 따르시지요."

양회는 말이 없었다. 유장에 대한 충의로움에 때문에 생긴 갈등이 아니라, 하나라도 이익을 챙기려는 얕은 속셈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오의는 품에서 비단주머니를 꺼내서 종사관에게 건네주었다.

양회는 비단주머니를 받아서 열어보고는 얼굴이 환해졌다. 묵직한 감촉부터 느낌이 좋았는데, 상당한 양의 황금임을 눈으로 확인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태자전하께서는 유목사보다 훨씬 배포가 크시구려."

"그렇소이다. 비교를 할 수가 없는 분이지요. 빠르게 결단을 내릴 수록 성 밖에 주둔하고 있는 이도독께서 태자전하께 양장군의 충성심을 높게 평가하여 보고할 것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한적한 시골의 성주로 계실 것이오? 그대라면 충분히 일만을 이끌 수 있는 상장을 맡을 수 있소이다."

일만을 이끄는 상장이라는 말에 양회의 눈이 매섭게 반짝였다. 그간 3~4천의 병사를 거느리고 항상 성을 방어하는 것이 주요 임무였기에, 일군을 이끌고 당당히 전투에 임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었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뿐, 자신 있었다. 그것을 오의가 정확하게 짚고 들어오자, 양회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결국,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 양회가 오의의 제안을 수락했다.

성문이 열렸고, 양회가 오의를 따라 나와 이통에게 병부를 바쳤다. 이통은 급히 양회를 일으켜 세우며 격려했다.

"고맙소이다. 정말 잘 선택했소. 양장군의 공을 태자전하께서는 절대 잊지 않으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일만을 이끄는 상장을 제수해 주시는 것은 참입니까?"

"물론이지요. 오장군으로부터 양장군의 능력을 들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태자전하께서도 항상 말씀하시기를, 능력이 있는 자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하라고 하셨습니다."

양회는 익주에서는 들어 본적도 없는 능력지상주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 그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최선을 다해서 충성하겠습니다."

"고맙소."

이통은 한번의 전투도 없이 이곳을 얻게 되자, 매우 기뻤다. 그는 강양성에 교위 한명과 3천의 군사를 남겼고, 양회와 3천의 군사를 합류시켰다. 그후, 곧바로 건위군의 중심지인 한안성으로 진군했다. 양회가 이통에게 진언을 올렸다.

"한안성을 지키고 있는 뇌동은 비관의 신임을 받아 장수반열에 오른 자지만, 용맹이 만만치 않고, 지략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장수입니다. 그곳에는 약 7천의 병사들이 주둔하고 있는 데, 쉽게 항복하지 않을 듯 합니다."

"그렇다면 공성전을 벌여야겠구려."

"그렇습니다. 괜히 회유를 한다면 오히려 시간을 끄는 등 역이용할 인물입니다. 곧바로 공성전을 벌이시지요. 이곳은 후방이고 그간 전투가 없었기 때문에 강하게 몰아 붙인다면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성을 점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설령 뇌동이 항복할 마음이 있다손치더라도 한번은 강한 힘을 보여줘야 다른 현의 현령들이 군말없이 이도독을 따를 것입니다."

"고맙소."

이통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수긍하고는 오의를 돌아보았다. 오의도 양회의 의견을 지지했다. 이통은 곧바로 마초와 마대가 이끄는 기병 1만 6천을 먼저 보내 한안성을 정찰케 하였다.

이통이 본군을 이끌고 한안성에 도착하자, 마초와 호위기병을 이끌고 달려왔다.

"마장군. 상황은 어떻소?"

"양장군의 말대로 뇌동이 완강합니다. 적개심을 크게 가지고 있어서 가까이 접근이라도 하면 곧바로 화살을 날릴 정도입니다."

"흠. 곧바로 공성전을 하는게 좋겠군. 지형의 특이점은 없었소?"

"한수강변을 따라 형성된 평야지대에 위치한 성입니다. 요충지라기 보다는 건위군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강주성은 물론이고 강양성보다도 성벽이 낮고 견고하지 못합니다."

"알겠소. 마장군께서는 계속해서 정찰을 하고, 주변의 현도 상황을 파악해주시오. 특히 성도에서 지원군이 오는지를 확실히 파악하셔야 하오."

"물론입니다. 그럼."

마초가 물러나자, 이통은 장수들에게 공성전 준비를 지시했다. 그들은 배에서 분해된 발석거와 공성탑을 내려서 조립하기 시작했고, 긴 나무를 이용하여 사다리를 만들었다. 이 작업이 족히 3일은 소요되었기에, 고패를 이용하여 항복을 권유했다.

피융-

화살이 정황하게 고패에게 날아오자, 고패는 칼을 들어 쳤다. 뇌동이 크게 소리쳤다.

"주군을 배신한 개돼지 주제에 나불거리지 말거라! 나는 죽어도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뇌동의 당찬 외침에 오히려 고패가 주눅이 들어 물러났다. 이통은 그런 고패를 격려할 뿐, 나무라지 않았다. 다만, 속으로 뇌동을 생각하며 이를 바드득 갈았다.

공성전 준비가 완료되자, 이통은 장수들을 집결시키고는 칼끝 같은 목소리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한안성의 뇌동은 용서할 수가 없소. 강주성의 장임도 회유하는 고장군에게 활을 쏘지는 않았소. 이번에 한안성을 점령하고, 뇌동의 목을 베어 건위군이 태자전하의 땅이 되었음을 익주에 알려야 겠소."

이통은 고개를 돌려 장수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고는 명령을 내렸다.

"문장군은 정면, 엄장군은 동쪽, 양장군은 서쪽, 고장군은 남쪽에서 각각 1만 5천의 군대를 지휘하여 공격하시오. 부대를 둘로 나누어서 차륜전을 전개하시오. 오장군은 2만의 이끌고 예비대로 운영하면서 궁수부대와 발석거부대를 통제해서 공성전을 지원하시오. 시간이 생명이오. 뇌동을 빠른 시간안에 제압해서 건위군을 점령하고 성도로 가는 길을 열어야 겠소!"

"명을 따르겠습니다."

장수들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고, 양회는 무려 1만 5천을 지휘하여 공성전을 벌이게 되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통이 조금 미안한 얼굴로 문추를 돌아보았다.

"문장군. 이번에도 가장 어려운 정면 공격을 맡겨서 미안하오. 공성탑 세대를 정면으로 투입할 생각이니, 힘을 내주시오."

"걱정마십시오. 사실 정면공격을 주시지 않았다면 자청하려고 했습니다."

"고맙소. 자- 바로 시작합시다."

"예. 이도독!"

장수들이 일제히 군례를 올리며 나갔고, 이통과 서서도 밖으로 나섰다. 곧이어 진군을 알리는 북소리가 힘차게 들려왔다. 장수들의 독려에 병사들이 사다리를 들고 진군했고, 발석거에서 수십개의 돌이 일제히 날아가 성벽을 때렸다.

강주성의 공성전 못지않게 치열한 전투가 개시되었다. 병사들은 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벽을 기어 올라야 했다. 공성전 초반에는 이통군이 많이 당했지만, 수적우세를 바탕으로 강하게 밀어붙였고, 발석거 궁수부대의 도움으로 점차 피해폭을 좁혀나갔다.

그그그극-

기괴한 소리를 내며 공성탑 3대가 성벽에 기대어 졌고, 성벽과 대등한 높이에서 활을 쏘며 새로운 전투가 시작되었다.

한안성의 병력들은 전투경험이 없었지만, 강인한 뇌동의 지휘아래 꿋꿋하게 버티고 버티었다.

"물러서지 마라! 활을 쏘아라!"

뇌동도 큰 전투경험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초장부터 이통군을 향하여 사정없이 화살을 쏘아댔다. 효과적인 방법이었지만, 문제점은 그날 저녁이 되서 드러났다. 하루종일 전투를 하였지만, 성을 점령하지 못하자, 이통이 군대를 뒤로 물렸고, 그제야 뇌동도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장군."

뇌동은 암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교위 강영을 보고는 무슨 일이냐며 가볍게 질문했다. 강교위는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 지나치게 많은 화살을 소모했습니다. 물론 덕분에 저들을 물리치기는 했지만, 이대로 간다면 내일이면 화살을 모두 소모할 것입니다. 비축량이 많지 않습니다."

뇌동은 아차했다. 그는 다시 교위, 사마들을 불러 화살을 자제하고 돌을 던지고, 뜨거운 물을 부어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화살은 필요한 때만 쓰라고 신신당부했다.

이튿날.

이통군이 일제히 공성전을 개시했다. 치열한 공성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통은 어제와 다른 점을 파악했다.

"서부어사. 저놈들이 어제처럼 활을 쏘아대지 않는군."

"이런 후방에 화살의 비축분이 많지 않을 터인 데, 뇌동이 어제 무리를 한 것입니다. 더 강하게 몰아 붙이시지요. 어쩌면 오늘 성을 점령할지도 모릅니다. 경험이 부족한 저들에게 화살을 쏘지 말라고 했으니, 기가 꺾여 있을 것이고, 공포에 찌들어 있을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야."

이통이 손짓을 하자, 독전을 알리는 북소리가 이어졌고, 아군의 희생을 무릎쓰고 발석거도 공격에 가세했다. 돌덩이는 아군에게 떨어져 피해도 입혔지만, 성벽을 때리며 뇌동군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공성탑을 중심으로 오후가 되면서 성벽 일부가 이통군에게 점령되자, 이통은 예비대를 투입했다. 날이 어두워졌지만, 횃불을 들고서 병사들이 공성탑을 통해 성안으로 진입했다.

어둠속에서의 전투는 병사들이 많이 다치기 때문에 그동안 지양했지만, 일부를 점령하여 교두보를 확보했기 때문에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모험을 택했다.

뇌동이 결사적으로 막아서면서 전투가 길어졌지만, 10배의 이르는 병력을 투입하면서 새벽이 되자 성이 완전히 점령되었고, 성문이 열렸다. 뇌동은 끝까지 저항하다가 병사 여러 명의 창에 어지러이 찔리면서 목숨을 잃었다.

이통은 건위군 주요현에 전령을 보내어 강양성, 한안성의 점령을 알렸고, 그간 유장지원군이 오지 않았음을 알리며 항복을 권했다. 끝까지 저항한다면 뇌동처럼 죽을 것임을 알리자, 군내의 현령들이 일제히 항복했다. 군사가 없는 그들이 죽기 싫다면 할 수 있는 길은 항복말고는 없었다. 그렇게 파군에 이어 건위군까지 이통에게 넘어가자, 성도는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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