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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63화 (163/253)

# 163

제163장.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다.

원매는 업성에 전령을 보낸 후, 우루현에서 5일을 머물면서 흩어진 병사들을 다시 모았다. 대부분 중원의 병사들이었던 그들은 죽거나 멀리 도망친 이들을 제외하고는 다시 돌아왔다. 되돌아온 후, 실셈하니 보병 7만 3천, 기병 6천 1백(호위기병포함)이었다. 실로 막심한 피해에 원매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기주의 지원병력이 도착하려면 적어도 한달은 소요될 것이기에, 원매는 여강군의 중심인 서현성으로 철수했다. 이번 전투에서 그래도 성과라면 여강군 남쪽을 점령한 것이지만, 당분간 병사들을 재교육하고 사기를 진작시켜야 했기에 성과라고 하기도 민망했다.

쓸쓸히 치소에 앉아 있던 원매는 홀로 술잔을 기울였다.

'이제껏 승승장구했던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구나. 후퇴를 잘하는 부대가 진정한 정예부대라고 했는데, 내 오늘에야 그말의 뜻을 구구절절히 체감하는구나. 진작에 전태부(전풍)를 불렀어야 했어. 사마의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일천해. 너무 안일하게 접근했어.'

원매는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좀처럼 취기는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막판에 조조군을 몰아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거기서 반격하지 못하고 밀렸다면 완전히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이승상(이유). 어찌 그리 일찍 내 곁을 떠나신 게요? 오늘은 그대가 무척이나 그립소. 그대가 있었다면 결코 이런 패배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이유를 떠올리며 아쉬움을 삼킨 원매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헛된 상념을 떨쳤다.

'이제는 나 홀로 일어서야 한다. 전태부가 지원군을 이끌고 올 동안 구강군, 여강군을 정찰을 확실히 해야 해. 그다음에 조조를 끝장을 내주마.'

그는 종사관을 통해 사마의를 호출했다. 가까운 치소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그는 곧바로 달려왔다.

"전하. 찾으셨습니까?"

"여강군, 구강군일대에 광범위하게 정찰병을 파견하여 조조군의 동태를 낱낱이 파악하시오. 지원군이 오는 대로 계책을 수립하여 조조를 공격하겠소!"

"그렇지 않아도 시행중에 있습니다. 병력을 더 보강하여 철저하게 파악하겠습니다. 또 다른 지시사항 있으십니까?"

"없소. 정찰에 최선을 다해주시오. 이것이 후에 있을 전투승패를 가르리라 생각하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사마의는 군례를 올린 후, 물러났다. 원매는 술상을 물리고는 밖으로 나왔다.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지만, 성루에 올랐다. 성 주위에 넓게 주둔지가 형성되어 있었고, 교육을 받는 병사들의 절도있는 복창소리가 들려왔다. 저녁을 먹고 정신교육을 받는 중일 것이다.

원매는 주먹을 으스러지게 말아쥐며 다짐했다. 이번 기회에 조조를 멸망시켜 버리겠다고.

수춘성 조조치소.

조조는 흐뭇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순욱의 보고를 경청하고 있었다. 그는 순욱의 보고가 끝나자 박수를 치며 그를 격려했다.

"잘했어. 정말 속이 다 시원하군."

"원매군을 완전히 격파하고, 원매를 잡았어야 했는데, 막판에 원매가 그런 돌출행동을 할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제 실책입니다. 용서하십시오."

"아냐. 아냐. 자네가 아니면 누가 이 정도로 계책을 짜겠는가? 사실 그놈이 정말 대단한 놈이야. 새파랗게 어릴 때부터 관중과 서량을 얻더니 지금은 천하를 대부분 수중에 넣었잖아."

"사실 그런 부분이 있어서 이번 작전이 제대로 통했습니다. 계속 승승장구했고, 패배하여 퇴각을 해본적이 없으니 군대를 뒤로 물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은 모르지요. 병사들을 뒤로 돌아 세우고 앞으로 가! 아마도 이렇게 쉽게 생각했겠지요. 아마, 지금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어찌 대처할 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군대를 물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복양현전투가 떠오르는군. 그때 원매에게 역습을 당해서 줄행랑을 치는 데, 참나. 비참하다 비참하다 했지만 그런 비참함은 처음이었지. 참, 원매는 서현성으로 들어갔다고?"

"그렇습니다. 아마도 병사들을 재편성하려는 의도겠지요. 이번에 많이 혼란을 겪었으니 무섭게 다그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예기가 많이 꺾였으니 지원군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매 이 죽일 놈 같으니라고. 도대체 물자가 얼마나 넘쳐나면 또 병력을 동원한단 말인가? 지금 익주로도 십만이 공격하는 중이라면서? 그런 상황에서 지원군이 가능해?"

"가능합니다.북방의 병력을 일부 빼면 충분합니다."

조조는 징글징글하다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일시적으로 원매를 궁지에 몰아 넣었지만, 그가 재정비를 하고 나온다면 더 어려운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또 언제 그놈이 공격해 올지 모르니, 자네가 신경을 쓰게. 장료와 서황은 그곳에 주둔중이지?"

"여강군 북쪽인 안풍에 장료, 육안에 서황을 배치시켰고 하후연의 기병은 수춘성으로 불러 들였습니다. 기병이니 중심부에 주둔시키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주군. 호표기가 2천 5백이 남았는데, 대장을 새로 임명해야합니다."

조조의 표정을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조순의 죽음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그는 휴-하고 한숨을 쉬며 말이 없었다. 순욱도 대답을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

"조문열(조휴)로 하지."

"알겠습니다."

조조가 조순을 회고하며 슬픔에 잠기자, 순욱은 그를 위로하고는 자리를 빠져 나왔다.

"순시중!"

순욱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섰다. 정욱이었다.

"하실 말씀이라도?"

"이번에 원매를 궁지로 몬 것은 참으로 통쾌했습니다. 제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별 말씀을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 듯 합니다만?"

정욱은 험험- 헛기침을 하고는 진중하게 질문했다.

"원매가 여강군에 그대로 머물고 있는 데, 군대를 재정비하여 공격해 온다면 물리칠 수 있습니까? 이를 갈고 나올 터이니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최선을 다해야지요. 정별가께서는 맡은 임무에 충실하시면 됩니다. 더 할 말이 없으시면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제가 업무가 좀 바빠서요."

순욱의 말은 공손했지만,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뒤돌아 서서 치소로 돌아 온 순욱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연주에 모든 재산과 땅을 놓고 왔으니 걱정이 되겠지. 연주의 대호족인 그가 걱정이 없다면 어찌 사람이겠는가? 하지만, 거길 되찾기가 이제는 힘들어졌으니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텐데. 언제까지 거기에 목을 매달고 있을 것인가?'

순욱은 안타까운 듯 탄식했다. 현재 조조의 부하들 대부분이 연주나 예주, 사례출신이었고 그곳에 대농장을 두고 왔기 때문에 매우 불안해 하고 있었다. 언제나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런 걱정만 하는 듯 했다.

순욱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일단은 원매에 집중하자. 거기까지 신경을 쓰기에는 내 할 일이 너무 많아.'

그는 곧바로 원매군에 대한 첩보사항이 적힌 죽간을 꺼내 들어 읽으며 이후 방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익주 파군 강주성 이통치소.

이통이 강주성을 포위하며 고사작전을 구사한 지 벌써 보름이 지나고 있었다. 오의가 진언을 올렸던 대로, 강주성은 군량이 바닥나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많지 않은 군량으로 백성들까지 먹이려니 순식간에 바닥났기 때문이었다.

"요런 쥐새끼 같은 놈들! 강주성안의 상황을 손바닥 보듯이 훤히 꿰뚫어보는구나."

장임은 이를 갈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번에 유장이 보낸 지원군을 이통이 격파했고, 그때 오의등이 항복했다는 것을 알았다. 뻔뻔하게 성 앞에서 항복을 권하더니, 이제는 익주의 모든 상황을 이통에게 털어 놓았다고 생각하자 분노가 머리끝까지 솟아 올랐다.

"빌어먹을! 어쩐단 말인가? 이대로 며칠을 더가면 사람이라도 잡아 먹을 판인데. 이렇게 어이없이 끝내야 한단 말인가?"

장임이 군량 문제로 속을 끓이고 있을 때, 이통은 치소로 주요 장수들을 집합시켰다. 서서와 장수들은 뜬금없는 호출에 서로를 마주보며 이통의 눈치를 봤다.

한동안 침묵하던 이통이 입을 열었다.

"여강군에 계신 전하께서 전령을 보내 왔소이다. 이번에 전하께서는 조조의 간교한 계략에 휘말리어 우루현 전투에서 크게 패배를 당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 신중하게 전투를 하라는 엄명을 내리셨소이다."

장수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원매의 첫 패배에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이통은 자세하게 전투 상황을 설명했다. 그들은 그런 상황을 들으며 탄식했고, 눈물을 머금기도 했다. 문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도독. 전하께서 치욕스럽게 패배한 내용을 모두에게 알리는 것은 무슨 연유입니까? 전하를 욕되게 하는 것은 신하된 자로서 불충입니다."

이통이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나라고 바보가 아닌 데 어찌 그걸 모르겠소. 여러분들께 알리는 것은 전하의 엄명이었소. 지금 우리도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앞으로 무리해서 전투를 벌이다가 패배를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런 깊은 뜻이 계셨군요."

오의가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도독. 이제는 성안의 군량이 없거나, 바닥나기 직전일 것입니다. 지금부터 다시 회유를 하시지요. 목소리 큰 병사들을 선별하여 선동케하고, 회유하는 글을 적은 죽간을 화살에 매달에 성안으로 쏘아 보내셔야 합니다. 저들은 분명히 흔들릴 것입니다. 배고파 죽는 마당에 예의니 충성이니 이런 것은 없습니다."

"좋소. 오장군이 잘 아시니, 시작하시오. 고장군(고패)이 함께 도와주시오. 즉시 시작하시오!"

"예. 장군."

오의와 고패가 군례를 올리고 밖으로 나서자, 이통은 다른 장수들에게 다시 한번 신중을 강조했고, 병사들에게 단단히 정신교육을 시킬 것을 당부했다. 모두 밖으로 나갔고, 서서만이 남았다.

"서부어사. 난 지금도 전하께서 패배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까짓 시련이 전하의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하여 더욱 강하게 성장하시리라 확신합니다."

"이 사람. 기분좋은 말은 참 잘하는군. 내가 처음에 전하를 뵈었을 땐 말이야......."

이통은 조금 기분이 나아졌는지 처음에 원매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원매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겼고, 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했다.

"그런 비사가 있었군요. 그러고보니 전하께서는 사람 보는 재주가 있습니다. 이도독같은 훌륭한 장수를 얻었지 않습니까?"

"내 얼굴에 금칠을 하는군. 서부어사. 강주성은 어찌됐던 조만간 내 손아귀에 들어올 거야. 문제는 그 다음이지. 생각하고 있는 계책이 있다면 말씀해 보시게."

서서는 이통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고는 실소를 머금었다.

"아니 아까 회상에 잠기시며 처연하던 표정은 어디로 가셨습니까? 이렇게 표정이 확 바뀌셔도 됩니까?"

"그런가? 업무로 돌아오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군. 생각한게 있으면 어서 말해 보게."

"예. 강주성을 점령하면 두갈래 길이 있습니다. 남쪽의 건위군으로 진격하는 길과 북쪽의 광한군으로 진격하는 길이지요. 건위군쪽은 길게 돌아가는 길이긴 하지만, 도독께서 먼저 점령하면 유비에게 넘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첩보에 의하면 유비가 장가군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광한군으로 들어서면 성도까지 가깝습니다. 어쩌면 빠르게 성도까지 진격할 수 있습니다."

이통은 두 가지 계책을 듣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건위군으로 진격하고 싶은 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어째서 입니까?"

"전하께서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하셨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건위군을 점령한 후에 성도를 공략해도 충분할 것같아. 더군다나 그런 좋은 땅을 유비에게 넘겨주지 않는다면 적을 이롭게 하지 않아 좋고 말이야."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장가군, 월수군, 영창군, 익주군 이런 곳은 온통 산이고 남만족, 수족, 강족등 이민족이 사는 곳입니다. 지금 유비가 들어간 장가군도 겨우 17만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가 좋은 곳을 얻고, 유비는 이민족이 득실거리는 쓸데 없는 땅을 얻는 셈이 됩니다. 건위군이 50만이 넘으니 저들에게 넘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좋아. 그리 시행하세."

이통은 활짝 웃으면서 기분좋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익주를 차근차근 손아귀에 넣어서 원매를 기쁘게 하고 싶었다.

'강주성을 함락하고, 건위군, 성도까지 함락한다면 전하께서 참으로 기뻐하실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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