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60화 (160/253)

# 160

제160장. 순욱의 계책.

여강군 거소현.

원매는 여강군으로 진군하면서 거칠 것이 없었다. 심양, 환 두 개현에 이어 거소현까지 손에 넣은 것이다. 거소현에서는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현령은 원매의 대군을 보고는 지체없이 항복했고 조조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거소현에 치소를 차리고, 병사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늦은 저녁 무렵에 장강을 이용하여 배를 타고 전령이 내려왔다. 원매는 이통이 보낸 죽간을 받아들고는 꼼꼼하게 읽고는 환하게 웃으며 사마의에게 넘겼다.

"어떤가? 이도독(이통)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있어. 유장의 지원군을 대파했고, 강주성도 보름 정도면 손에 넣을 수 있다 하는군."

"감축드립니다. 전하. 강주성은 익주의 관문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곳부터는 낮은 산과 평야가 펼쳐져 있다고 장송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러니 강주성에 교두보만 확실하게 확보한다면 익주는 손에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네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참으로 기쁘군. 이도독에게 신중하게 처리하라고 전하게. 아무리 전력이 우세하더라도 자만은 금물이야."

"명을 따르겠습니다. 추가하실 말씀은 없습니까?"

"성주 장임을 가능하면 사로 잡아서 이곳으로 보내라고 하게. 만약에 전투 중에 죽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리하시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무래도 이도독이 의문을 갖지 않도록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장임은 고집이 세고, 유장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 항복을 종용해봐야 소용없어. 그래서 이리로 데려오라는 것이지. 내가 생각이 있으니까. 그리고 양양성에 전령을 보내서 고기와 술을 보내도록."

"명을 따르겠습니다."

사마의는 군례를 올리고는 바로 자리를 물러나 명령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장임처결에 대한 원매의 생각이 궁금하긴 했지만, 더는 묻지 못했다. 원매의 인장을 찍은 후, 조심스럽게 봉하여 전령에게 넘겼다. 전령은 배를 타고 양양에 들려 물품을 배급받은 후 곧바로 강주로 넘어갈 것이다.

원매는 힐끔 사마의를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강주성이야 더는 걱정이 없겠는데, 여강군이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군. 조조가 무슨 꿍꿍이일까?"

"정찰병을 사방으로 보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돌아올 것이니 그때 첩보를 종합하여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럼, 내일까지는 기다려야겠군. 전투가 없으니 오히려 불안해서 못 견디겠어. 조조가 가만히 목을 내놓을 위인이 아닌데 말이야."

원매는 혀를 차고는 자리에 편하게 기대어 앉았다. 사마의는 뒤로 물러나 탁자에 앉아 여강군의 지형을 확인하고, 첩보수집계획을 다시 확인하였다.

이튿날.

오후가 되자 사마의는 정찰병들의 첩보를 종합하여 원매를 찾았다. 그는 지도를 보며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는 강수(장강)를 따라 이동하며 심양, 환, 거소를 점령했습니다. 서쪽으로 더 가면 서현이 나오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우루현이 나옵니다. 얼마전까지 서현에 병력이 주둔했지만, 현재는 우루현일대에 약 3만에 이르는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고 합니다."

"3만이라? 우루현의 지형은 어떤가?"

"평야지대입니다. 중간에 회하의 지류인 관수가 흐르는데, 대별산에 발원한 꽤 큰강입니다. 관수를 건너야 합니다. 아무래도 도하를 하는 데 애를 먹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해 볼 만 하지 않은가? 저 3만만 격파하면 여강군이 넘어올 것 같은 데."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도하를 하는 것은 그곳에 가서 생각하고, 출병하시지요. 병력에서 두 배 이상이니 소극적으로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아. 내일 아침부로 출병하도록 명령을 전달하게. 그동안 잘 쉬었어. 조조 이놈 이번에야 말로 혼을 내줘야겠어."

원매는 기분이 좋았다. 여강군에 주둔한 병력이 생각보다 작았기 때문에, 단번에 격파할 심산이었다. 적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기령이 지휘하는 서주도호부의 병력과 감녕/문빙이 지휘하는 수군이 회하에서 주둔하면서 위협하였기에, 조조가 많은 병력을 여강군으로 빼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할 뿐이었다.

날이 밝자, 방덕과 장의가 기병 7천을 이끌고 선발대로 나섰고, 장비, 장수, 위연이 보병 9만을 이끌고 중군을 형성했으며, 곽준이 1만으로 후방에 섰다. 원매는 중군에서 조운이 이끄는 호위대의 호위를 받으며 천천히 진군했다.

3일에 걸쳐서 진군하자, 관수가 앞을 가로 막았다. 관수는 예상보다 컸다. 아무래도 평야지대를 지나다 보니 강폭이 매우 넓었다. 또한, 조조군은 숨지 않고 정체를 드러냈다. 그들은 강 건너편에 길게 늘어서서 원매군의 도하에 대비하고 있었다.

병사들에게 주둔지 편성을 명령하고는 곧바로 사마의를 호출했다.

"저놈들이 무슨 생각일까? 마치 도하를 할 때를 노려서 기습할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생각보다 골치 아파졌습니다. 이곳의 촌노들을 통해 알아보니 강이 깊지는 않다고 합니다. 다만, 폭이 너무 넓습니다. 이 상태로 도하를 강행한다면 많은 피해를 볼 것이 자명합니다. 조금 더 살펴보고 좋은 계책을 찾아내겠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난감한 상황이 닥치자, 사마의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도하를 못하는 게 아니라, 엄청난 병력피해가 걱정되었기에 쉽게 방책을 제시하기 어려웠다. 원매도 그런 사마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더는 채근하지 않았다.

성격이 괄괄한 위연과 장비도 조심스럽게 관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위장군. 자네가 얌전히 있으니 안 어울려. 자네 생각은 어때?"

"글쎄요. 밤을 이용해서 일거에 도하를 한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병력피해가 클 것은 분명합니다. 만약 저들이 함정을 파고, 화살로서 도하를 방해한 후 도주라도 한다면 우리는 피해만 입고 아무 것도 얻지 못 하게 됩니다."

"그렇지. 이거참. 생각보다 난처하군."

"장장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저도 위장군과 같습니다. 부부어사(사마의)가 정찰을 근거로 방책을 수립한다고 했으니 조금만 지켜보시지요. 정 안 되면 그때 피해를 무릅쓰고라도 도하를 하여 저들을 격파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원매는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없이도 도하가 가능한 강이었지만, 오히려 이런 원인으로 원매를 괴롭히고 있었다.

관수 건너편 조조군 진영.

장료는 총대장으로 보병 3만, 기병 6천을 이끌고 원매군의 도하를 저지하고 있었다. 장료외에 만총, 서황이 보병을 이끌었으며, 하후연이 기병을 이끌었다.

의연하게 관수 건너 원매군을 바라보는 장료에게 서황이 다가왔다.

"장장군. 떨리지 않으시오?"

"왜요? 서장군은 겁이 나시는 게요?"

"무슨 소리를."

서황은 손사래를 쳤다. 실제 서황의 얼굴에서도 강한 자신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잠시 말이 끊어졌다가 서황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패배한다면 우리로서는 큰 타격이기에 말을 꺼낸 것 뿐이오."

"반드시 승리할겁니다. 이 계책은 순별가(순욱)가 입안했소이다. 이제껏 한번도 실패를 해본 적이 없으니 믿어봐야지요. 이번에도 반드시 승리를 가져다 주리라고 확신합니다."

"믿어야지요. 과연 저들이 우리의 뜻대로 움직여 줄까요?"

"그럴 겁니다. 지금 저놈들은 관수가 생각보다 넓어서 고민일 게 뻔합니다. 도하를 하자니 피해가 클 것같으니까 저렇게 대기하면서 계책을 짜내려고 노력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는 순별가의 예측대로 움직이고 있으니, 믿음을 가지고 준비하시오. 내일 시작할 것이오."

"알겠소. 그런데, 만총은 어린데, 그가 잘할 수 있겠소? 그게 걱정이 되는군요."

"젊지만 아주 배짱이 좋고, 지략이 뛰어난 자입니다. 충분히 제 몫을 할 것입니다. 이미 열흘 전에 원매군 복장을 챙겨갔으니, 지금쯤 깊숙이 숨어 있을 겁니다. 약조한 신호를 보낸다면 그가 후방에서 호응할 겁니다. 만총은 정말 믿을만하니 걱정마시오."

단호한 장료의 주장에 서황도 걱정을 덜은 듯 밝아진 얼굴로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황이 군대를 지휘하러 물러서자, 장료는 주먹을 으스러지게 말아쥐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이번에야 말로 원매 네 놈을 박살내주마! 절대 빠져 나오지 못 할 것이다. 절대로!'

원매군영.

사마의가 뾰족한 수를 찾지 못 한 채, 시간이 흘렀고 결국 피해를 보더라도 도하를 강행해야 하는 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조조군영에서 사신을 보냈다. 작은 배에 흰색 깃발을 둘렀고, 군인이 아닌 문사가 세 명의 호위병을 거느린 채 천천히 다가왔다.

사마의가 먼저 그 사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는 생각에 잠겼다가 원매를 찾았다. 궁금한 원매가 곧바로 질문했다.

"무슨 일로 온 것인가?"

"글쎄요. 이걸 어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일단 이야기를 해봐. 그래야 대책을 세우고 그 사신을 만날 게 아닌가?"

"저들이 도하를 해서 이곳에서 정정당당하게 전투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하를 하는 동안 우리가 기습할 것이 두려우니, 삼마장(약 1.2km)을 물러나 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원매도 듣고 보니 황당했다. 원매군이 병력에서 두 배 이상 많은 데, 무슨 생각으로 정면대결을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도하 때문에 골치 아팠는 데,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제안을 했을까?"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제안을 받아들여 일전을 벌이고 싶은 생각입니다. 저들도 정예군일 테지만, 우리도 정예군이도 병력이 두 배나 많으니까요. 정면대결을 한다고 하더라도 방심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승리하리라 확신합니다."

"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야. 문제는 왜 이런 불리한 제안을 저놈들이 하냐는 것이지."

원매는 조조군이 무슨 꿍꿍이인지 몰라 답답했고, 일단 장비, 장수, 위연, 방덕을 불러서 의견을 물었다. 그들은 정면대결에 모두 찬성했다. 조조군이 설령 숨겨진 비책이 있다 하더라도 힘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했다.

장수들을 물리치고 고민하던 원매는 그들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단단히 병사들을 단속하고 싸운다면 야전전투는 자신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마의가 사신을 데려왔다.

"전하. 저는 장료장군의 명을 받들어 온 장간이라고 합니다. 오늘 중으로 군대를 3마장 물려주시면 곧바로 장장군이 병력을 이끌고 도하하여 병력을 정비한 후, 이곳에서 결전을 벌이고 싶다고 제안하셨습니다."

"오늘이라?"

"빠르면 빠를 수록 좋지 않습니까? 서로 군량을 축내며 눈치싸움을 하는 것도 옳은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이기든 간에 빠른 승부를 통해 끝을 내야지요."

"좋아. 그리 하지. 경고하는 데, 잔 술책은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우리도 그 정도는 대비를 하고 있으니까!"

"물론입니다. 장장군께서도 이곳에서 힘대 힘으로 일전을 벌이길 원하셔서 이런 제안을 한 것입니다. 그럼.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장간이 깊숙하게 허리를 숙이고는 물러났다.

조금 근심스러워 보이는 원매에게 사마의가 진언을 올렸다.

"전하. 저들이 4만을 넘지 않습니다. 뭔가 술책을 부린다 할지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전하의 정예강병을 믿으십시오."

"좋아. 그럼 명령을 내리시게."

원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의는 전령을 보내어 장수들에게 작전상 3마장 후퇴한다는 것을 알렸고, 퇴각을 알리는 징을 쳤다. 체계적으로 명령이 하달되어 내려갔지만, 막상 퇴각을 알리는 징소리가 계속 울리고, 실제로 병사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자, 하급장교들과 일반병사들은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장비, 장수, 위연, 방덕, 곽준등은 계속해서 그들을 독려하며 대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주문했다.

원매군이 물러나기 시작하자, 장료는 약속대로 하후연의 기병을 앞세워서 도하를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약속대로 이뤄지며,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듯했다.

원매군의 갑작스런 후퇴로 후방은 혼란스러웠다.

원매군 복장을 착용한 만총과 20여명은 혼란한 그 틈을 타고 원매군으로 합류해 들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