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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58화 (158/253)

# 158

제158장. 마초의 힘.

방희가 이끄는 유장군의 비참함은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한중에서 강합과 양앙이 후방을 기습한 것은 약과였다. 밤낮으로 괴롭혀댔지만, 정면으로 전투를 벌이지 않아서 큰 피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양평관을 나와서 면죽관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쏴라!”

슈슈슈슈슉-

험로를 힘겹게 행군하던 유장군은 갑자기 쏟아지는 화살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고, 나머지는 방패를 들고 겨우겨우 막았다.

“우하하하하- 쥐새끼 같은 놈들! 방패 뒤에 숨어있는 꼴이 참으로 볼만하구나.”

“반격하라!”

목소리를 통해 적의 위치를 찾은 방희가 반격명령을 내리자, 험로에 의지하여 소리 난 방향으로 활을 쏘았다. 그렇지만, 적들이 화살에 맞고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 죽일 놈들이 엄폐하고 있구나. 방패로 엄호하면서 행군한다!”

방희는 이를 갈면서 명령을 내렸다. 유장군은 방패로 막으면서 험로를 행군하느라 힘을 빼야 했다. 더군다나 중간에 화살이 날아오면 한동안 멈춰 서서 반격하느라 행군은 더더욱 늦어졌다. 중간에 조롱 섞인 욕설까지 들으니 병사들의 사기가 꺾이는 것은 당연했다.

정탁의 표정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이서인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사실을 방희가 안다면 자신을 죽일지도 몰랐기 때문에 불안했다. 돈까지 받아 처먹은 놈이 화살을 쏘아대며 방해하니 정탁도 환장할 노릇이었다.

“황금 5관 잘 받아간다! 우하하하- 이 멍청한 놈들아!”

방희는 뭔 소린가? 하다가 양평관을 지키던 이서란 것을 알아차렸다.

“이 쳐죽일 새끼가 황금은 황금대로 다 받아놓고 이리 뒤통수를 치는구나! 어이구. 분통 터져 죽겠네!”

방희가 욕설을 퍼부으며 화를 내며 정탁을 죽이려고 했지만, 장수들이 급히 만류하면서 다행히 큰 사건으로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방희를 비롯한 장수들의 마음은 납덩이처럼 무거워졌다. 처음부터 이용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유장군이 잔도를 타고 익주로 향하는 동안 장패가 곳곳을 막아서며 화살을 쏘고는 도망쳤다. 산이 워낙 험했기에 숨어서 쏘고 도망가는 장패군을 잡을 수는 없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습 때문에, 면죽관에 도착한 유장군은 처참한 몰골이었다. 8만이 조금 안되던 병력은 어느새 6만으로 줄어들었다. 중상자들은 데려올 방법이 없어서 버리고 왔기 때문에 2만이나 줄었다.

중상자를 버리고 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로 인해 병사들의 사기는 급전직하했다.

방희는 한중을 떠난 지 15일이 되어서야 성도에 도착했다. 비관은 방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마중을 나갔다가 처참한 몰골을 한 그들을 보고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이오?”

“한중은 이미 저놈들이 함정을 파 놓았는데, 네놈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더냐?”

방희가 분통을 터트리며 욕설을 퍼붓더니 비관을 멱살을 움켜쥐었다.

“야 이 죽일 놈아! 도대체 적의 동태는 살피고 작전을 짜는 것이냐? 지금 한중에서 4만의 애꿎은 목숨이 날아갔다. 이걸 어찌할 것이냐?”

“이것이 어찌 내 잘못이란 말이오? 이손 놓으시오.”

비관은 발버둥 치며 방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자 급히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주군께서 빨리 들어오시라고 하셨소. 어서 가보시오.”

“어디 두고 보자. 이 죽일 놈 같으니라고.”

방희는 하급장교들에게 병사들을 휴식시키라고 명령을 내리고는 오의만 데리고 유장의 치소로 향했다. 유장은 방희의 피 묻은 갑옷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아니 방장군. 이제 어찌 된 일이오? 그대까지 피를 흘리면서 싸워야 할 만큼, 힘든 전투였소?”

“그게 아닙니다. 주군.”

방희는 억울한 듯 그간에 당한 수모를 다 풀어냈다. 황금까지 바치고 되려 그놈에게 기습을 당했다는 말에는 유장도 분노를 폭발시켰다.

“정별가(정탁)! 이 멍청한 놈이 모든 걸 망쳤구나! 당장 그놈의 목을 베어라!”

분위기가 워낙 흉흉했던지라 누구도 정탁의 변호를 하지 못했고, 결국 정탁은 어이없이 인생을 마무리했다.

“방장군. 고생했네. 내가 자네가 힘든 것을 잘 알아. 부대를 추려서 강주성으로 가주게. 원매군이 강주성까지 진군해왔어. 그곳이 함락된다면 다 끝이야. 어서 가서 막아주게.”

“알겠습니다. 주군.”

유장이 공을 알아주고 위로해주자, 방희의 얼어붙었던 마음이 조금은 풀어졌다. 그는 정중하게 군례를 올리고는 치소를 나섰다. 유장은 굳은 얼굴로 비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현재 내게 남은 병력이 얼마나 되는가?”

“강주성에 1만, 면죽관에 1만, 성도에 1만 5천, 건위군 한안에 8천, 그리고 방희에게 6만 총합 10만 3천 정도 됩니다.”

“휴- 만약 강주성이 무너지고, 방희가 패배라도 한다면 정말 큰 일이로군.”

“강주성이 워낙 견고한 성이고, 방장군이 갔으니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강주성에서 장임이 버티고, 밖에서 방장군이 도우면서 기각지세를 취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강주성에서 더 들어오는 첩보는 없는가?”

“지금 그곳으로 이르는 길은 모조리 막혀 있어서 상황을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쯤 강주성은 공성전이 한창이라 생각합니다. 견고한 성이니만큼 원매군도 지쳤을 테니, 방장군과 좋은 승부가 되겠지요.”

“그래야지. 더는 밀리면 안 돼.”

유장은 답답한지 밖으로 나섰다.

방희는 6만의 군대를 추슬러서 강주성으로 진군했다. 그는 엄안의 예측대로 광한군-한수-강주성으로 이어지는 편하고 큰길을 택했다. 이 길이 빠른 길이었고, 평야를 지나는 대로여서 방희의 선택은 흠잡을 데 없어 보였다. 다만, 엄안이 항복하여 매복을 준비하는 것을 모른 것은 방희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성도에서 광한현까지는 평지였고, 광한에서 한수를 지나 강주에 이르는 지형이 매우 독특했다. 길게 뻗은 낮은 산맥 줄기가 이어지며 그사이에 평야를 만드는 구조였다. 높지 않았기에 산을 넘는 것은 무리가 없었지만, 이게 이로 인해 체력이 소모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서둘러라!”

방희는 연신 재촉하며 진군을 재촉했다. 물론 정찰병을 선두에 보냈지만, 그간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에 조금은 방심하고 있었다. 광한군을 지나 한수를 건넜지만, 원매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처음으로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산맥을 넘으며 혹시나 긴장했지만, 역시 원매군의 매복은 없었다.

‘이거 쓸데없이 긴장했구나. 하긴 제 놈들이 익주를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세 번째 낮은 산맥 줄기를 넘어섰을 때, 방희가 설마 하며 넘겼던 일이 들이닥쳤다.

“공격하라!”

둥둥둥둥-

사방에서 북소리가 울리며 낮은 산맥 속에 은신해있던 원매군이 일제히 튀어나와 방희군을 에워쌌다. 기병 1만 3천, 보병 8만에 이르는 대군이 기습하며 대형 전투가 벌어졌다. 한수가 이끄는 8천의 기병은 마초, 마대가 이끄는 1만 3천의 대군과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어우러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초의 기병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수적으로도 우세였고, 한중에서 한풀 꺾였기 때문에 한수 기병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초는 온몸을 피로 물들이며 기병들을 처치하다가 멀리서 보이는 염행을 보고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어린 시절에 염행과 대련한 적이 있었는데, 서로의 창이 부러졌기에 끝이 났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염행이 부러진 창을 들고 마초의 목을 찌르는 바람에 1년 이상을 그 후유증으로 고생해야 했다.

‘저 쳐죽일 놈!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죽여버리고 말 것이다.’

마초는 갑옷을 조이고는 대도를 단단히 말아쥐었다.

“나를 따르라!”

마초가 앞장서서 돌격하자, 호위기병이 신속하게 그를 따랐다. 그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자 염행과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염행도 그제야 자신에게 곧장 달려드는 마초를 발견했다. 마초를 알아본 염행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번에야말로 죽여주마!”

염행이 도망치지 않고 맞부딪치자, 마초와 염행사이에는 거대한 반경이 생겼고 그 누구도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지 못했다. 염행도 그간 많이 성장했지만, 마초는 몰라보게 극강의 고수가 되어 있었다. 마초의 무예는 30 여합 만에 염행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 죽일 놈을 보았는가?”

염행은 간신히 마초의 대도를 막아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끝을 보자! 이야얏!”

마초가 전력을 다해 대도를 내리치자, 염행이 그것을 간신히 막다가 휘청였다. 마초는 힘으로 염행을 계속해서 밀어붙이며 우위를 점령했다. 그는 대도로 염행의 말을 후려쳤고, 말이 발버둥 치면서 염행은 땅에 굴러떨어졌다. 충격에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린 염행을 마초는 말로 짓밟아 버렸다.

마초의 명령에 호위기병들이 일제히 달려들었고, 염행은 말발굽에 밟히며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퉷-”

마초가 침을 뱉으며 소리쳤다.

“서량의 최강자는 바로 나다. 이 비겁한 자식아!”

분노가 풀리지 않는지 마초는 몇 번이나 말발굽으로 그를 짓밟았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한수의 기병은 패배가 확정적이었다. 마대가 장기인 용병술을 발휘하여 한수기병을 여러개로 쪼개놓고 하나씩 격파했다.

결국, 한수와 성공영은 각각 남쪽과 북쪽으로 도주했다. 수많은 기병이 항복했으며, 마초는 마대에게 나머지를 맡기고는 한수를 뒤쫓았다. 한수의 기병은 결국 마초 기병에게 따라 잡혔고, 처참하게 학살당했다. 한수는 그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아 2백여 명의 호위대를 거느리고 사라졌다.

“이런 개자식을 보았는가?”

한수를 끝내 잡지 못하자, 마초는 분통을 터트렸다. 그들은 나머지 기병을 항복시켜 데리고 돌아왔다. 성공영이 5백여 기를 이끌고 도망쳤고, 나머지 기병은 죽거나 항복했다. 무려 4천의 기병이 항복하는 대승이었다. 마초, 마대가 이들과 같은 서량출신이었기에 항복은 쉽게 이뤄졌다.

마대에게 항복한 한수기병을 다시 확인하도록 명령을 내린 마초는 기병 7천을 이끌고 보병 전투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밀리던 유장군은 마초가 난입하여 속에서부터 보병진열을 허물어트리자, 순식간에 괴멸당했다.

방희와 냉포가 전투 중에 목숨을 잃었고, 고패와 오의, 오반은 생포됐다. 5만의 보병 중 3만이 항복했으며, 나머지 2만은 죽거나 도주했다.

엄안이 고패, 오의, 오반을 직접 만나 원매를 따르도록 설득했다. 죽기 싫었던 그들은 엄안의 진정 어린 설득에 마음을 열었다.

압도적인 기병과 수적우세를 통한 기습을 통해 대승을 거뒀기에 원매군은 기병 1천 5백, 보병 7천의 피해를 보았을 뿐이었다.

“고맙소. 전하를 모시게 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임을 장담하겠소. 전하는 그대들의 능력에 따라 진급시키고 포상을 주는 분이시니 다른 생각 말고 오로지 공을 세우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이통은 오의, 고패, 오반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그는 그곳에서 2일을 머물면서 전장정리를 마무리하고, 보병 10만 3천, 기병 1만 5천 5백을 이끌고 돌아왔다.

그들은 주둔지에서 휴식을 취한 후, 아침이 되자 성을 에워쌌다. 천 개가 넘는 사다리와 세 개의 공성탑, 100개에 달하는 발석거. 십만에 가까운 병력까지. 공성전 준비를 마친 이통은 강주성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성도에서 지원 나온 방희, 냉포를 죽이고 5만의 대군을 격파했다. 이제 누구도 너희들을 지원해줄 병력은 없다. 항복하여 남은 목숨이라도 보전하거라!”

이통이 크게 소리쳤고, 엄안, 오의 ,오반, 고패가 차례로 나서면서 유장군이 패배했음을 알렸다.

강주성 안의 백성들과 병사들은 심하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동요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하라!”

장임은 교위와 사마들을 불러놓고 단호하게 주의시켰다. 그런데도 그들이 흔들리자, 장임을 칼을 뽑아 들어 탁자를 쪼개 버렸다.

“잘 들어라! 내 말을 듣지 않고, 주군을 배신하려는 자가 있다면 이 탁자처럼 될 것이다. 알겠느냐?”

“예! 장군!”

교위와 사마들은 기겁하며 군례를 올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장임은 부서진 탁자를 집어 던지며 각오를 다졌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결단코 강주성을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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