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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56화 (156/253)

# 156

제156장. 엄안嚴顔을 얻다.

“이런 지독한 놈들. 공성탑을 분해해서 숨겨왔단 말인가?”

엄안은 거대한 공성탑이 등장하자 치를 떨었다. 수적으로 열세이고, 전투경험에서 밀리는지라, 성벽의 견고함을 믿고 수성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인데, 공성탑이 등장하면 성의 유리함도 많이 상쇄되기 때문이었다.

“불화살을 쏘아라!”

슈슈슈슉-

엄안의 명령에 불화살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공성탑이 워낙 거대했기에 대부분 명중했지만, 이미 물을 뿌려놓아서 그런지 기대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수많은 말이 동원되어 공성탑을 계속 옮겼고, 병사들은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기어올랐다.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간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성벽의 유리함을 가진 엄안군이 원매군을 퇴치했지만, 죽여도 끝없이 밀려들어 오는 원매군 앞에 엄안군은 공포에 질려버렸다. 최근 몇 년간 전투 공백이 있었는데 그게 치명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듯했다.

“쏘아라!”

슈슈슈슉-

성밖에 포진해있던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았다. 덕분에 성벽에 의지해 막고 있던 엄안군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아침에 시작된 전투는 어느새 해 질 녘까지 이어졌다. 이제 체력은 바닥나고 오로지 악으로 싸우고 있었다.

징- 징-

이통은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징을 쳐서 병사들을 불러들였다. 공성탑은 수많은 말을 이용하여 또다시 옮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엄안군이 부숴버릴 게 틀림없었다.

주둔지는 병사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으로 가득했다. 이통한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하급장교들을 질책했다. 시간이 없었기에 강하게 나가고 있었다. 서서도 이통의 그런 마음을 알았기에 더는 진언을 올리지 않았다.

“이보게. 서부어사. 오늘 성을 함락시킨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저들의 저항이 정말 만만치가 않군.”

“엄안의 용병술이 매우 뛰어난 것 같습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내일은 함락시켜야 해. 늦어도 모레는 꼭 함락해야 해. 더는 시간이 없어.”

“잠시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서서는 답답한지 밖으로 나왔다. 시간은 없는데, 생각지도 못한 복병을 만난 느낌이었다. 그는 조용히 성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특별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 대단한 성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어쩐다? 이 정도 성이라면, 삼일 안에 함락시켜야 한다. 병력도 10배가 넘고, 모든 면에서 우리가 위에 있어. 하지만, 이렇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단 말인가?’

서서는 고심했지만, 뾰족한 계책을 찾아내지 못하자 낮게 탄식을 터트리며 돌아왔다. 어두운 얼굴로 서성이는 서서에게 이엄이 다가왔다.

“걱정이 많아 보이십니다.”

“그렇습니다. 여기서 너무 많은 시간을 끌 수가 없는데, 엄안이 저리 완강히 버티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입니다.”

“지금처럼 정공법으로 나가면 언젠가는 함락될 것입니다. 물론 시간은 길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하여 이렇게 하면 어떻습니까?”

“말씀하시지요. 경청하겠습니다.”

“구어성의 한쪽이 강수에 연해 있습니다. 누각선이 세척인데 꽤 높아서 성벽과 비슷합니다. 내일 공격할 때, 누각선에서 화살과 발석거를 이용한 공격하는 것입니다. 오늘 보니 저들은 힘겹게 막아내고 있더군요. 강수에서 공격하면 매우 당황할 것입니다.”

“흠- 일리가 있습니다. 내일 시도해보지요. 앞으로도 좋은 의견이 있으면 제시해주십시오.”

“그럼, 내일은 제가 수군을 지휘하여 전투에 참여하겠습니다.”

이엄과 서서는 서로 예를 표하고 자리를 파했다. 서서는 이통을 찾아서 이엄과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다. 이통은 반색하며 표정이 환해졌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오. 엄안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는데, 누각선에서 공격한다면 더 흔들릴 것이오. 내일은 사방에서 압박을 가하면서 총공격을 가해야겠어. 어떡하든 짧은 시간 내에 구어성을 함락시켜야 해.”

이튿날.

둥둥둥둥-

아침부터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공성탑이 듣기 거북한 소리를 내며 성벽을 향해 움직였고, 발석거와 궁수들은 요란하게 돌과 화살을 쏘아댔다.

와아아아아-

5만에 이르는 대군이 사다리를 들고 공성전을 벌이며 토해내는 함성은 산천을 흔들었다.

엄안은 방심하지 않고, 예비대 1천을 제외한 5천의 군사를 모조리 성벽으로 투입하여 강하게 수성전을 전개했다. 어제처럼 격렬한 전투가 전개되었고, 엄안군은 무너질듯하면서도 버티고 또 버티었다.

슈슈슈슉-

쾅- 쾅-

강수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돌에 엄안군은 삽시간에 혼란에 빠져들었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한 것이다.

“장군. 강수에 있는 누각선에서 활과 돌을 쏘아대고 있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그대로 둔다면 저들이 배를 성벽에 접안하여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빌어먹을! 그렇지 않아도 병력이 부족한 판국이거늘.”

엄안은 빨리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병력을 빼야 하는데, 뺄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예비대로 남아있던 1천의 병사들을 강수 쪽 성벽으로 돌렸다. 다른 방향은 전투하는 중이었기에 도저히 뺄 방법이 없었다.

처참한 공성전이 길어지면서 이통은 부대를 교환하며 차륜전을 펼쳤지만, 엄안은 예비대를 투입했기 때문에 죽든 살든 교체를 해줄 수가 없었다.

오후가 되자, 엄안군이 지쳐서 허덕이기 시작했고, 엄안과 사마들의 명령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이통의 엄청난 물량 공세에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한 것이다.

“뭣들 하느냐? 버텨라! 조금만 버티면 된다!”

엄안과 사마들이 성벽을 돌면서 병사들을 채근하고 독려했지만, 병사들의 움직임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통은 이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예비대 3만을 투입했다. 또한, 성벽과 거리를 유지하여 화살을 쏘며 공성전을 돕던 공성탑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그그긍-

듣기 거북한 소리를 내며 움직인 공성탑은 얼마 후, 성벽과 부딪치며 굉음을 냈다.

쾅- 쾅-

공성탑이 부딪치며 성벽이 일시적으로 흔들렸고, 엄안군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턱- 턱-

공성탑에서 발판이 성으로 내려졌고, 일제히 화살이 쏘아지면서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통은 작심을 하고 호위병을 제외한 모든 병력을 투입했다. 공성탑과 접한 성벽에서는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졌고, 세 개의 공성탑 중 두 곳에서 성벽을 일부 점령하는 쾌거를 올렸다.

“문장군! 호위대를 이끌고 성으로 진입하시오! 오늘은 저 성을 점령하기 전에는 절대 전투를 끝내지 않겠소!”

“명을 따르겠습니다.”

문추라면 이제는 앉아서 지휘해도 되는 위치였지만, 그는 칼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거칠게 상대를 격살하고 물리치면서 쾌감을 느꼈다. 오랫동안 난세가 이어지면서 살육이 이어졌으니, 어쩌면 당연한지도 몰랐다.

문추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강렬한 기운을 감싸 안으며 호위대를 이끌고 공성탑으로 달려갔다. 공성탑으로 오르면서 그는 갑옷을 다시 한번 조였다. 이윽고 맨 꼭대기에 오르자, 목불인견의 참혹한 현장이 드러났다. 성벽은 피로 붉게 물들었고, 수많은 시체가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곳곳에서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백병전을 벌이고 있었다. 문추는 대도를 움켜쥐고 소리쳤다.

“모조리 죽여라!”

문추의 명령에 호위병들이 ‘와아아아-’하고 함성을 지르며 내달렸다. 정예중의 정예 호위대가 투입되자, 상황은 급반전되었다. 팽팽하던 전투는 서서히 원매군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졌다. 문추와 호위대가 확실하게 성벽 일부를 장악하였고, 그 뒤를 이어 원매군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문추는 호위대 1천을 이끌고 성 아래로 내달렸다. 원매군이 그 뒤를 꾸역꾸역 따라왔다. 중간중간 달려드는 엄안군은 몸이 두 개로 분리되며 저세상으로 떠났다. 그는 성문을 향해 달렸고, 이를 눈치챈 엄안이 급히 1백여 명의 호위병을 이끌고 막아섰다.

문추는 엄안을 보자 그대로 달려가 도약하여 대도를 내리쳤다. 무수한 실전경험을 쌓은 문추의 칼 놀림은 화려하고 무자비했다. 엄안이 약한 장수가 아니었지만, 실전경험에서는 문추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20여 합을 교환하던 엄안은 칼날이 힘이 빠지면서 가슴 부위에 빈틈을 보였고, 문추의 거센 발차기에 다섯 걸음이나 밀리다가 주저앉았다.

이미 엄안의 1백 호위대는 몰살을 당한 후였다. 문추가 눈짓을 하자, 부호위대장이 3백을 이끌고 성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성문을 통해 새까맣게 원매군이 밀려들었고, 엄안은 다 끝났다는 생각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엄장군. 일어서시오.”

문추가 손을 내밀자, 그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패장이오. 죽여주시오!”

“전투가 끝이 났소이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장수가 그대의 용병술에 감탄하고 있소이다. 그대의 놀라운 재능을 버린다면 그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오. 전하를 따르시오. 그리하면 그대에게 커다란 보상이 주어질 것입니다.”

“이 사람이 물질에 현혹될 사람으로 보입니까?”

“산사람은 살아야 하니까요. 그대의 가족들은 아무 죄가 없소이다. 왜 그들이 부친과 남편인 그대를 잃어야 하오? 어차피 난세이니 다 함께 사십시다.”

문추의 진정 어린 투항권유에 엄안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의 말에서 멋진 대의명분은 찾을 수 없었지만, 가족의 생각하란 말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따르겠소.”

“잘 생각하셨소이다. 전하께서도 매우 기뻐하실 것입니다.”

문추는 엄안을 일으켜 세우고, 그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통과 서서는 문추를 보자 한걸음에 달려와 격려했다.

“문장군. 참으로 고생했소이다. 항상 이렇게 어려운 일을 맡겨서 미안하오.”

“괜찮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인걸요. 그리고, 엄장군 인사드리시오. 이분은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도독 이통이시고, 이분은 부어사 서서입니다.”

“엄안이라고 합니다. 받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잘 오셨소이다. 그대의 뛰어난 재능을 흠모하고 있었소이다. 앞으로 우리 군에 큰 힘을 보태주시오.”

“예. 도독!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이통은 엄안의 어깨를 두드리며 크게 기뻐했다. 구어성을 얻은 것이 제일 기뻤고, 뛰어난 장수인 엄안을 얻은 것이 그다음이었다.

이통은 구어성에서 하루를 더 머물면서 병력을 재편성했고, 교위 한 명과 2천을 남겨두어 성을 지키게 했다. 또한, 다친 병사들을 이곳에 남겨두어 치료에 전념하게 조치했다.

구어성이 함락되고, 이통의 군대가 강주성으로 진군을 시작했을 때, 엄안이 지원요청하기위해 보낸 전령이 이제야 성도에 도착했다. 그만큼 이통의 공격이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다.

“주군-”

비관이 검붉은 색으로 변한 얼굴로 유장의 치소로 들어왔다. 유장은 그의 얼굴색과 흔들리는 눈빛을 보고는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야? 한중이 잘못되기라도 했어?”

“원매가 강수를 따라 공격해오고 있습니다. 지금 어복성이 함락되었고, 십만으로 추산되는 엄청난 병력이 구어성을 공격하기 위해 진군하고 있습니다. 엄안이 도와달라고 지원요청을 했습니다.”

“뭐라? 십만?”

유장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한참 후 떨리는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구어성에는 몇이나 있는가?”

“6천이 지키고 있습니다.”

유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과연 전투경험이 부족한 6천이 10만의 원매군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원매 이 빌어 처먹을 새끼는 강하를 공격했으면 조조나 유비를 열심히 공격할 것이지. 왜 익주로 군대를 보내고 난리야? 난리가! 이 육시를 할 놈 같으니라고!”

유장이 고래고래 욕설을 퍼부었지만, 지원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설마 원매가 이리로 대군을 보낼 줄은 몰랐잖아?”

“저- 한중의 군대를 빼는 것이······.”

빡-

유장이 던진 벼루에 맞은 비관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유장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노려보며 거칠게 비관을 질책했다.

“지금 익주를 쥐어짜서 십만을 만들어 한중으로 보냈어. 그런데 뭐가 어쩌고 어째? 성고성만 함락시키면 한중을 완전히 장악하는데 그걸 빼자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와?”

“주군. 침착하십시오. 지금 강주성에는 장임이 겨우 1만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만약 그곳이 무너진다면 그때는 걷잡을 수가 없게 됩니다. 강주성은 외부에서 막아주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그곳을 내줄 수는 없습니다.”

“계책을 내! 당장 계책을 내놔!”

유장이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악을 썼다. 이제는 원매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분하고 억울했다.

“계책을 강구해서 저녁때 다시 오겠습니다.”

비관은 지금 유장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는 잠시 물러났다. 그가 찌푸린 눈으로 하늘을 올려보자 새까만 소나기구름이 동쪽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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