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54화 (154/253)

# 154

제154장. 버티는 파재, 난감한 방희.

방희는 양평관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고, 오의와 고패에게 3만을 주어 남정성을 공략하게 했다. 양평관에는 정탁과 5천을 남겨두고, 방희는 중군을 이끌며 오의 뒤를 따랐다.

양평관과 남정성은 하루거리로 가까웠는데, 대군이 이동해서 그런지 이틀이 걸렸다. 오의는 성을 포위하도록 명령을 내리고는 차분하게 성을 살폈는데, 뭔가 이상했다. 남정성은 치소가 있는 성이었는데 매우 조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재빨리 주변의 백성들을 잡아들여 문초했다. 그들은 서슬 퍼런 병사들의 기세에 알고 있는 대로 술술 불었다.

“남정성마저 버리고 도주했단 말인가? 한중군 태수 장부 이놈이 미친놈이로구나. 싸워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도망이나 치다니.”

오의는 곧바로 병사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공성전은 허탈할 정도로 금세 끝이 났다. 노병들과 부녀자, 노인들만 남아있었기에 오의가 공격하자 곧바로 성문을 열고 항복한 것이다.

그는 방희에게 곧바로 남정성에 대한 상황을 보고하고는, 입성하여 백성들을 위로했다. 장부가 급히 떠난 탓에 군량마저 그대로 창고에 방치되어 있었다. 병사들을 단속하여 군량 창고를 단단히 경계하게 하고는 성을 둘러보았다.

얼마 후, 방희가 본대를 이끌고 도착하자, 오의는 급히 달려나가 마중했다.

“오장군. 고생했소.”

“저놈들이 먼저 도망간 탓에 고생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양평관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성고성으로 태수가 도망친 듯합니다. 얼마나 급했던지 군량마저 그대로 두고 도주했습니다.”

“그래? 원매도 참으로 멍청한 놈을 태수로 두었구나. 군량이 생겼다니 참으로 다행이야. 그럼 이곳에서 하루 정도 휴식하고 곧바로 성고성을 공격해야겠어. 이런 멍청한 놈들을 상대로 무슨 작전이 필요하겠는가?”

양평관에 이어 남정성이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손아귀에 들어오자, 방희는 조심성이 사라지고 거만해졌다.

“방장군. 성고성의 파재는 조심해야 합니다. 그는 원매휘하의 백전노장입니다. 장부까지 도망쳤으니 그곳의 군사력은 대략 3만일 텐데, 공성전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소. 내가 파재라면 남정성을 결코 이렇게 쉽게 넘겨주지 않았을 것이오. 하다못해 군량이라도 불살라버렸을 것이오. 그런데 태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주하기 바쁘고, 파재는 수수방관하고 있소이다. 이렇게 정신 못 차릴 때, 빨리 급습해서 끝내야 하오. 우리의 목표는 한중군이 아니라 장안임을 명심하시오.”

방희가 단호하게 나오자 오의도 입을 닫았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본다면 그다지 틀린 이야기도 아니었다. 다만, 오의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고, 방희는 서둘렀을 뿐이었다.

방희는 남정성에 오반과 5천을 남겨두고 한수의 기병 1만과 보병 9만을 거느리고 성고성으로 향했다. 남정성에서 성고성으로 가는 길은 평평한 길이었기에, 무리 없이 진군할 수 있었다. 제법 멀었기에 적어도 4일은 걸릴 것이다.

성고성은 한중평야 동쪽 끝에 있는 성이다. 처음에는 작은 성이었지만, 파재가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증축하면서 이제는 거대한 성으로 변해 있었다.

방희는 4일에 걸친 행군을 통해 성고성에 도착했다. 그들은 엄청난 규모의 성고성에 입을 벌린 채,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치소가 있는 남정성도 별로 볼 게 없는 데, 시골에 이런 거성이 있단 말인가?”

방희의 물음에 오의가 급히 지역 주민들에게 상황을 확인하고는 보고했다.

“이곳이 한중과 서성을 잇는 목 지점이고, 파재가 한중을 실질적으로 다스리면서 매년 성을 증축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가 지금 보는 것처럼 거대한 성이 된 것이지요.”

공성전이 벌어진다면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방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고패가 진언을 올렸다.

“방장군. 항복을 권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한중이 대부분 우리의 손에 들어왔으니, 저자도 명분만 주어진다면 항복할지도 모릅니다.”

“그대가 해보시오.”

방희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허락했다. 고패는 의기양양하게 목소리가 큰 병사를 선발하여 성 아래서 소리쳤다.

“나는 고패다. 한중군이 모두 우리 손안에 떨어졌소이다. 그러니 성안에 있는 파장군도 항복하시오. 그리한다면 직위는 물론이고, 재물을 보장해주겠소이다.”

고패가 소리치자, 성안이 시끄러워지더니 파재가 앞으로 나섰다.

“항복은 없다. 어디 해볼 테면 해봐라. 우리는 준비가 되어있다. 이곳을 양평관과 같다고 생각하면 네놈들은 큰 오산을 하는 것이다.”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고패는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파장군. 죄 없는 백성들과 병사들을 생각하시오. 여기에 10만의 대군이 왔소이다. 어찌 당해내려고 그러시오?”

“나는 오로지 전하의 하명을 받을 뿐이니, 객쩍은 소리 그만하고 물러가거라!”

고패가 설득하려고 할수록, 파재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탄식을 터트리며 물러났다. 방희는 예상했다는 듯, 장수들을 불러서 공성전 준비를 명령했다. 이에 수많은 병사가 나무를 잘라 사다리를 만들었다. 공성탑을 만들었다면 좋겠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기에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무려 3일의 시간을 투자하여 천여 개에 이르는 사다리를 만들면서 전투준비가 완료되었다. 그들은 전투가 시작되기 하루 전에 고깃국을 먹이고, 밥을 많이 먹이면서 병사들의 사기를 고취했다.

“공격하라!”

방희가 명령을 내리자, 고패와 냉포가 각각 2만의 군대를 이끌고 공성전을 시작했다. 오의가 후방에서 궁수들을 이끌고 활을 쏘면서 그들을 지원했다. 곧 유장군이 새까맣게 성 밑으로 몰려들어 사다리를 성벽에 걸치고 기어올랐다.

“활을 쏘아라! 돌을 던져라!”

파재의 지휘하에 강합과 양앙이 교위, 사마를 이끌고 강하게 저항했다. 워낙 견고한 성이다 보니 사다리 공격에 한계가 있었고, 이를 악물고 활을 쏘고 돌을 던지며 버티니 성벽을 넘어서는 자가 전무 할 정도였다.

“뜨거운 물을 부어라!”

성 밑에서 끓여진 물이 올라왔고, 그것을 부어 버리자 유장군은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나뒹굴었다. 오의가 이끄는 궁수들의 화살에 맞아 죽는 병사들이 있었지만, 단단한 성벽의 엄호에 죽는 자는 소수였고, 성벽을 기어오르다가 죽음을 맞는 유장군이 훨씬 많았다.

온종일 집요하게 공성전을 벌였지만, 조금의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유장군 주둔지는 병사들의 고통스러운 앓는 소리로 가득 찼고, 살아남은 병사들은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그간 큰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유장군이 최초로 쓰라린 패배를 당하자, 그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방희는 장수들을 불러모아 놓고 호통쳤다.

“병사들을 단단히 단속하시오! 이제 한번 전투를 했을 뿐인데, 이리 흔들린다면 어찌 대업을 이루겠소이까? 내일 아침부터 다시 공성전을 시작하겠소. 단단히 준비하시오!”

“방장군. 잠시 진정하십시오. 우리가 그간 전쟁이 없어서 병사들이 잠시 혼란스러웠을 것이오. 그러니 하루만 휴식을 주면서 정신무장을 하고 공성전을 벌이는 것이 어떻소이까?”

냉포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방희를 쳐다보며 요구했지만, 방희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따로 교육할 게 무엇이 있소이까? 공성전을 벌이다 보면 저놈들도 이곳이 전장이라는 것을 자각할 것이오. 그동안 유하게 봐줬으니, 지금부터라도 강하게 키워야 하오.”

“그걸 누가 모르겠소? 강하게 키우더라도 너무 급하게 하면 탈이 나니 문제지요.”

“그만하시오. 여기 주장은 나요. 벌써 이렇게 의견이 달라서야 어찌 제대로 전투를 치르겠소? 이번에는 내 뜻을 따라주시오!”

방희가 강하게 밀어붙이자, 냉포도 결국 수긍하며 입을 다물었다.

이튿날.

유장군은 무려 6만을 동원하여 일제히 공성전을 벌였다. 방희, 냉포, 고패가 독려하며 강하게 밀어붙였고, 오의는 수없이 화살을 쏘아대며 공성전을 지원했다.

하지만, 상대는 파재였다. 황건적의 난 때부터 수없이 쫓기면서도 살아남았고, 정예병을 이끌고 고생이란 고생을 다한 그였다. 이 정도의 위기에 무너질 리가 없었다.

“기름을 부어라! 불화살을 쏘아라!”

파재가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지르며 병사들을 독려했고, 강합과 양앙도 성벽을 뛰어다니며 독력하고 독려했다. 돌과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고, 기름이 끼얹어지고 불화살이 떨어지자 성벽 밑은 불바다가 되었다.

병사들은 독전이 두려워 두려움에 떨면서도 성벽을 기어오르고 또 올랐다. 하지만, 견고한 성벽을 끼고 저항하는 파재를 넘기는 어려웠다.

그날도 유장군은 결국 성고성을 넘지 못한 채, 무수한 사상자를 남기고 물러났다.

방희는 분에 못이겨 병사들을 다그치며 이후에도 몇 번을 더 공격했지만, 파재는 견고한 성고성을 방패 삼아 버티고 또 버티었다. 성고성 공방전이 장기전으로 흐를 기미를 보이면서 유장군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강군 환현.

원매는 대별산을 넘어 파죽지세로 진군했고, 이곳 환현을 점령했다. 환현은 강수(장강)를 끼고 있는 포구로써 여강군의 중요한 거점 중 한 곳이었다. 그가 환성에서 잠시 머물면서 치소가 있는 서현성을 어찌 공략할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서서가 말을 몰아 이곳으로 달려왔다. 이때가 유장군이 성고성을 막 포위했을 시기였다.

서서를 보자 원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사마의도 따라서 일어섰다.

“유장이 한중으로 들어왔는가?”

“그렇습니다. 양평관으로 들어왔다는 보고를 받았고, 그게 8일 전이니 지금쯤이면 성고성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 이제 내가 익주를 공격할 차례로군.”

원매의 얼굴이 흥분으로 감돌자, 사마의가 급히 진언을 올렸다.

“전하. 익주를 공격하시되, 한중군으로 필요한 병력을 지원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 중달, 원직 자네들은 한중군을 잘 모르지. 내가 장안을 점령하고 그다음에 한중을 얻었지. 그때 파장군을 그곳에 남겨두면서 한중을 단단히 지키라고 했어. 파장군은 요충지인 성고성을 그때부터 증축했고, 군량을 쌓아두었다네. 6개월, 아니 1년이 되어도 절대 함락 못 해. 군량도 풍부한 데다가 병사들도 3만을 넘을 거고, 백성들도 많아. 괜찮아. 고생은 하겠지만, 안심해도 된다고.”

원매는 당연한 표정을 지으며 첨언했다.

“서릉성도 견고했지만, 조인이 그곳을 잘 몰랐고, 겨우 1만 5천이라 무너졌지. 하지만, 성고성은 병사만 3만이 넘고, 파장군이 그곳에서 4년을 노심초사하며 성을 증축하며 견고하게 만들었네. 그만큼 성고성을 잘 아는 사람이 없어. 절대 무너지지 않아.”

그제야 사마의와 서서도 안심이 되는 표정이었다.

“문추, 곽독과 보병 7만, 마초와 기병 8천을 줄 테니, 강릉으로 데려가게. 그곳에 도착하여 곽독에게 2만을 주어 지키게 하고, 이통을 대장으로 삼아 이엄, 마대와 보병 2만, 수군 1만, 기병 5천을 합류시키게. 그러면 보병 9만, 수군 1만, 기병 1만 3천이니 해볼 만할 거야. 자네가 책사로 따라붙게.”

“예. 전하. 반드시 전하의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이엄으로 하여금 수군을 이끌고 강수를 거슬러 올라가게 하고, 이통으로 하여금 보병과 기병을 이끌고 강수를 따라서 파군으로 곧장 진격하겠습니다. 파군의 중심지이자 치소인 강주성을 함락한다면 익주로 들어서는 교두보는 확보됩니다. 그 후에는 유장이 한중군에 있는 병사들을 불러들일 텐데, 파장군이 그들의 꼬리를 잡고 물고 늘어진다면 익주에서 좋은 전과를 올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좋아. 유비는 어찌하고 있는가?”

“그도 여기저기 세작을 보내서 상황을 탐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중의 상황을 알려면 한참은 걸릴 것입니다. 유장이 군대를 한중으로 보낸 정도만 알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가 군대를 이끌고 익주로 들어가면 그걸 보고 익주 남부를 공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익주 남부라? 그렇다면 파군 남쪽과 건위군 일대가 되겠군.”

“그렇습니다. 그 정도만 돼도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어쩌면 장사를 공격당하는 것이 두려워 시도도 못 해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 무능하지는 않을 거야. 대충 눈치챘을 거야. 뭐, 상관없는 일이지.”

원매는 말을 마치고는 죽간을 꺼내어 급히 친서를 작성하고는 인장을 찍어서 서서에게 건넸다. 원매로부터 친필명령서를 받아 들은 서서는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예를 표하고는 밖으로 물러났다.

이후 문추, 곽독, 마초는 보병과 기병을 점고하여 서서와 함께 강릉성으로 달려갔다. 이제 익주에서도 피바람이 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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