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
제150장. 문추 vs 조인.
“장장군!”
“예. 전하. 찾으셨습니까?”
“가만히 대기하고 있으려니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은가?”
“명령을 내려 주시면 적장을 잡아 오겠습니다.”
“지금 문장군, 위장군이 올라갔는데, 자네가 간다고 기회가 오겠는가?”
“앞일을 아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요.”
“좋아. 자네도 나서봐. 서릉성을 지휘하고 있다는 조인이라는 놈의 얼굴을 한번 봤으면 좋겠군.”
“명을 따르겠습니다.”
장비는 깊숙이 허리를 숙여 군례를 올리고는 정예병을 이끌고 서릉성으로 달려갔다. 이미 동쪽 부근은 성벽 위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기에, 수월하게 성벽을 기어 올라갈 수 있었다. 장비가 의욕적으로 성벽을 기어오르는 동안, 문추는 조인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이만 끝내자!”
쐐앵-
문추가 일갈하며 대도를 강하게 내려치자, 조인은 급히 몸을 구르며 급히 피했고, 아슬아슬하게 그의 몸을 피해 대도가 바닥을 때렸다. 그가 한 바퀴 더 굴러 일어나자, 문추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이 쳐죽일 새끼가 다람쥐고기를 먹었나?”
침착하던 문추는 수십 합의 교전에도 조인을 잡지 못하자, 얼굴이 분노가 서렸다. 조인은 힘겹게 막아서다가 역습을 가해 문추를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힘이 빠진 그는 더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문추는 군영에서 푹 쉬다가 밤에 올라와서 전투했고, 조인은 십 여일을 똥 냄새를 맡으며 병사들을 지휘하고 쪽잠을 잤기 때문에, 둘의 체력에는 큰 차이가 났다. 만약 둘의 체력이 비슷했다면 아무리 문추라 하더라도 조인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문추는 다시 힘을 내서 공격했다. 9척(2m 7cm)에 달하는 문추가 대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자, 조인의 얼굴이 시커메졌다.
“이······. 이 괴물 같은 놈!”
다시 죽을 힘을 다하여 문추와 10여 합을 교환한 조인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도주했다. 조인이 도주하자, 문추군은 함성을 지르며 끈질기게 추격했고 조인군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문추가 수백의 조인군을 죽이고 진군해오자, 조인은 각종 장애물을 쌓아 놓고 버티었다.
슈슈슈슉-
무방비 간에 화살이 날아오자 문추군 선두에 섰던 병력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로 인해 병사들이 겁을 집어먹고, 움찔하며 멈춰 서자 문추가 분노를 터트렸다.
“이런 머저리 같은 놈들! 나를 따르라!”
문추는 단단히 갑옷을 조이고는 선두에서 내달렸다. 문추가 달리자, 병사들이 힘을 내어 뒤를 따랐다. 어두운 가운데 달려오는 문추를 정확하게 조준하여 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고, 더군다나 갑옷을 단단히 받쳐 입었기에 빗맞은 화살은 그대로 튕겨 나갔다. 거대한 체격의 문추가 장애물을 끌어 앉고 그 위에 비스듬하게 엎어지자, 날랜 병사들이 그대로 그의 등을 밟고 칼과 몸이 하나가 되어 적진으로 도약했다.
문추를 따라, 하급장교들도 그대로 장애물에 엎드려 발판이 되어주었고, 한 번에 십여 명씩 적진으로 들어갔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조인군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또다시 삼백의 조인군을 몰살시키자, 문추는 병사들에게 잠시 휴식을 부여했다. 체력소모가 극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먼지를 툭툭 털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친 병사들은 밧줄을 이용하여 성벽을 통해 밖으로 내려져 후송되고 있었고, 경부상자들은 간단한 약재를 바르고 묶어주는 게 다였다. 그들은 한군데 모여 있다가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할 것이다. 문추는 그들을 일일이 위로했다.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이만큼 싸울 수 있었다.
일각(15분) 후.
문추는 다시 진격을 명령했다. 그는 3백의 병사들에게 장애물을 이용하여 성벽을 지키도록 명령하고는 계단을 이용하여 성 아래로 향했다. 약 2천의 병사들이 그를 따랐다. 선두에 선 병사들은 방패를 들고 신중하게 진군했다.
문추가 성 아래로 내려갔을 때, 장비가 호위병을 이끌고 성벽 위로 올라왔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병사들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 올라온 병사들이 줄을 계속 내렸고, 올라오는 병사들을 돕자, 채 3각(45분)이 안 되어 1천의 병사들이 올라왔다.
장비는 교위 한 명을 남겨놓아 병사들을 모으도록 지시하고는 천명을 이끌고 성 아래로 달려내러 갔다.
장비는 주위를 둘러보며 신속하게 진군했다. 일각 정도 진군하자, 커다란 공터에서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장비는 팽팽하게 전개되는 백병전을 보고는 그대로 군대를 이끌고 달려들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던 전투는 장비의 난입으로 조인군의 기세가 완전히 꺾여버렸다.
“모조리 죽여라!”
장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대도를 휘둘렀고, 병사들도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다. 양쪽에서 협공당한 조인군은 대부분 섬멸되었고, 일부는 패주했다. 병사들은 확인 사살하고 있었고, 장비가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위연이 다가왔다.
“장장군이셨구려. 어쩐지 저놈들이 쉽게 무너지더라니. 흐흐흐흐-”
“위장군. 고생이 많으셨소. 내가 없어도 충분할 터인데, 주책없이 끼어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려.”
“무슨 말씀을요. 빨리 이겨서 병사들의 희생을 줄여야지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모조리 보내버려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냉혹한 장비는 위연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장비 못지않게 냉혹한 위연도 싱긋 웃고는 병사들을 독려했다. 빨리 이 전투를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조인은 어디 갔습니까?”
“아마 문장군이 추격하고 있을 겁니다. 행여라도 조인에게 눈독 들이지 마시오. 지금 문장군이 조인을 죽이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쫓고 있소이다. 나는 성문으로 가려고 하는데, 장장군은 어찌하시겠소?”
“같이 갑시다. 성문을 열어서 빨리 끝내버려야지요.”
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아있는 조인군을 몰살한 장비와 위연은 병사들을 이끌고 성문으로 진격했다.
이미 성안은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기에 위연과 장비가 이끄는 정예군은 거침없이 성문까지 밀고 들어갔다. 성문 앞은 온갖 장애물을 쌓아두고 약 1천의 조인군이 버티고 있었다.
장비는 손을 들어 병사들을 정지시킨 후, 위연을 돌아보았다.
“이대로 돌격하면 우리의 희생이 매우 커지겠소.”
“계책이 있소이까?”
“불 질러 버립시다.”
“빨리 성문을 열어야 하는데, 그리하면 매우 늦어집니다.”
“불화살을 쏘고, 짚더미에 불을 붙여 던져서 장애물을 불태웁시다. 그러면 저들도 혼란스러워질 테고, 그때 공격합시다. 이긴 후에 불을 대충 끄고 길만 만들면 되지 않소이까?”
“장장군과는 말이 잘 통하는구려. 그럽시다.”
위연이 선선히 동의하자, 장비는 짚더미와 옷가지, 기름을 모아왔고 위연은 연신 불화살을 쏘아댔다. 장비군은 커다란 방패를 앞세우고 기름 묻은 헝겊에 불을 붙여 가까이 간 후, 집어 던졌다.
장애물이 책상, 탁자등 잘 마른 나무였기에 순식간에 불길이 솟아올랐고, 조인군은 제대로 끄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공격하라!”
위연과 장비가 좌우로 공격하자, 잔혹한 백병전이 벌어졌고, 결국은 수적, 체력우세인 원매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위연이 남아있는 적병을 격살하면서 불을 껐고, 장비가 성문을 열었다.
원매군이 성문을 통해 물밀 듯이 몰려들면서 사실상 서릉성의 전투는 끝이 났다. 조인은 치소까지 후퇴했고, 이곳까지 쫓아오는 문추를 보며 몸서리를 쳤다.
“이 지독한 놈! 어디 끝장을 보자!”
조인은 사방에서 일어나는 함성에 마지막을 실감했다. 그는 대도를 두 손으로 단단히 쥐고는 문추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호위병들도 결연한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모조리 죽여주마! 나를 따르라!”
문추도 굴하지 않고, 대도를 땅에 끌며 달려갔다. 그는 조인이 가까이 다가오자, 대도를 들어 올려 강하게 밀어버렸다. 힘으로 밀어버린 후, 문추는 한수 한수에 온 힘을 기울여 공격했고, 결국 20여 합 만에 조인의 가슴에 대도를 밀어 넣을 수 있었다. 눈을 부릅뜬 조인을 문추가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칼을 뽑았다.
“모조리 섬멸하라!”
문추는 냉혹한 명령을 내려 남아있는 조인군을 처참하게 격살하였고, 조인의 목을 베어 작은 주머니에 넣었다.
문추, 위연, 장비가 공을 세우고 병사들을 점고하고 있을 때, 길게 연이어 호각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불화살 3개가 연속으로 두 번이나 솟아올랐다. 문추, 위연, 장비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병사들을 이끌고 퇴각했다.
그들이 빠져나가는 동안 사마의가 1만의 보병을 이끌고 진입했다. 그들 중 2천은 기름통과 섶, 마른 나뭇가지를 짊어지고 뒤를 따랐다.
사마의는 명령을 내려 남아있는 조인군을 잔혹하게 살상했고, 건물에는 기름을 뿌리고 나뭇가지를 쌓아서 불을 질렀다. 불은 순식간에 타올랐고, 강하의 거성인 서릉성은 그렇게 잿더미로 사라져갔다.
문추는 원매에게 조인의 수급을 바쳤다. 아직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있는 조인의 수급을 원매는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았다. 목이 잘린 수급을 본다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확인하고는 뚜껑을 닫았다.
“문장군. 고생했어. 내가 문장군의 공은 잊지 않겠네. 전투가 끝이 나면 반드시 포상할 터이니 그리 알아두게.”
“영광입니다. 전하. 그럼 소장은 물러가겠습니다.”
“그래. 가서 좀 쉬게.”
문추를 돌려보내고는, 곧바로 장비, 위연을 불러 그들의 공을 칭찬했다. 포상을 약속했다. 그들까지 물러가자, 서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전하, 조인의 목은 조조에게 보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조조에게는 조인이 특별한 존재니까 그게 좋을듯하군. 조조가 기함하겠지?”
“서릉성의 상황까지 안다면 좌절할 것입니다. 물론 겉으로는 분노하며 표현하지 않겠지만, 속으로는 분명히 좌절할 것입니다.”
“좋아. 자네가 이 정도로 확언하니 보내야지. 그런데, 어찌 보내면 되겠는가? 이것 때문에 사신을 보내기도 그렇잖은가?”
“하루만 말 타고 가면 여강군입니다. 그곳의 현령에게 전달해주면 알아서 조조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제 놈이 목이 몇 개가 아닐 테니, 제일 우선으로 처리할 것입니다.”
“그리 하도록 하지. 조자룡!”
“예. 전하.”
“들었지? 자네가 이것을 처리해 주겠는가?”
“즉시 다녀오겠습니다. 전하.”
조운은 조인의 목이 담긴 소금상자를 받아들고는 기병 3백을 이끌고 여강군으로 달려갔다. 원매는 밖으로 나와 조운이 달려간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서서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 더 있는가?”
“익주에서 일이 터질 것 같습니다. 장송으로부터 연통이 왔는데, 유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원매는 정색을 하고는 의자에 앉아, 서서에게 계속 보고하라고 손짓했다.
“북쪽의 한중, 장안으로 이어지는 험한 잔도 일대에 사람을 보내 정찰하고 있으며, 광한군일대에 병사들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첩보가 제한적이라 정확하게 알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한중군이나 장안을 노리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흠-”
원매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요즘 들어 그는 책사들의 의견을 무조건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 생각하고 고민하여 그들의 뜻을 뭔지 알아차리려고 노력했다. 얼마 후, 원매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그렇다면 유비와 한수의 움직임을 살펴야겠구려.”
“그렇습니다. 전하. 한수는 법정이 사람을 붙였고, 유장은 장송이 파악하고 있습니다. 유비의 움직임은 제가 파악하고 있으니 곧 첩보를 분석하여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내 생각을 말해볼 테니, 의견을 제시해주시오. 만약에 유장이 군대를 이끌고 한중군으로 들어선다고 가정할 때, 분명히 유비와 한수는 손을 잡고 익주로 들어설 것이오. 왜냐하면, 한중군에서 나와 유장이 치열하게 싸울 테니까, 군대를 돌리기 어렵다고 생각하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확실치 않아서 첩보를 계속 얻는 중입니다.”
“그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에 따른 계책을 강구 해보시오. 사마중달이 영특하니까 그와 의논해서 연구하시오. 내가 볼 때는 요걸 잘 이용하면 좋은 계책이 나올 것 같소이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서서가 웃음을 지으며 물러나자, 원매는 불타는 서릉성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일이 술술 풀려간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