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
제149장. 서릉성 공방전.
사마의가 주도한 공격은 한시 진(두 시간)동 안 지속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사마의는 병사들에게 단지를 만들어 그 안에 똥을 넣고, 천으로 살짝 감싸서 만들 것을 지시했다. 급하게 단지를 만들다 보니 쏘는 과정에서 내용물이 새는 등 불량이 많았지만, 그래도 열에 여덟은 성공했기에 이 방식을 고집했다.
원매도 멀리 떨어져서 사마의 행동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실용적이야. 때론 저렇게 과감할 필요가 있어.”
“전하. 하지만, 성안의 병사들을 모두 죽이는 것은 과한 처사라 생각합니다.”
서서가 진언을 올리자, 원매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앞을 보면서 강경하게 대답했다.
“물론 과한 처사가 맞소. 솔직히 전투에서 죽는 병사들이 무슨 죄가 있겠소? 힘없이 끌려와서 죽도록 싸우다가 죽는 게 그들의 인생인데, 모두 억울할 것이오. 그러니, 더는 그 부분을 언급하지 마시오.”
원매는 잔인한 눈으로 서서를 바라보았다.
“사실 내가 사마중달의 계책에 찬성한 것은 잘못하면 병이 날 수 있기 때문이오. 이런 공격이 계속 이어지면 틀림없이 성안에는 병이 발생할 테고, 위생이 안 좋으니 급격히 퍼질 것이오. 그 상황에서 일부를 살려두면 우리 군영에 큰 병이 돌 수도 있소이다. 그래서 어렵게 결정을 내렸소이다.”
“알겠습니다. 그런 의도가 있었군요. 그런데, 위생이 안 좋으면 병이 빨리 생기고, 퍼집니까?”
원매는 뭐라 설명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세균을 이야기해도 못 알아들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다친 병사들이 제대로 조치를 하지 못하면 나중에 대부분 죽소. 작은 상처도 치료가 늦어지면 종기가 되고. 나는 이런 부분이 환경이 불결할수록 몸의 상처에 안 좋게 작용한다고 생각하오. 예를 들어 호족들은 깨끗하게 하고 살고, 가난한 농민들은 돈이 없고 매일 일에 치여 사니 더럽게 살고 있소. 호족들이 훨씬 오래 살고, 병치레도 적소. 이는 탕재를 잘 지어 먹기도 하지만, 깨끗하게 살아서 병을 예방한다고 생각하오.”
원매가 이 시대에 맞게 표현하자, 서서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다면 의원 같습니다. 저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전하처럼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불결한 환경과 병을 연결짓는 것은 처음 들었습니다.”
원매는 싱긋 웃고는 입을 닫았다. 그는 전투를 바라보며 문득 쓸데없는 생각에 잠겼다. 만약, 천하를 통일한 후에, 위생을 강조한다면 어찌 될까? 하고 말이다. 평화로운 세상이 유지돼도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는데, 더 늘어난다면 나중에 감당이 될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흔들어 상념을 떨치고는 전방을 주시했다. 앞으로 5일 정도면 토산이 성보다 높아질 것이다. 그때 총공격을 감행할 작정이었다.
사마의가 똥 공격을 강행한 지 3일 후.
서릉성 안은 처참했다. 진동하는 냄새가 좀처럼 빠지지 않았고, 위생상태가 매울 불량해져 시름시름 앓는 이들이 늘어났고, 병사들이 날카로워져 서로 싸우는 경우도 훨씬 늘었다. 조인도 3일이나 지났지만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 냄새에 신경이 곤두서있는 상태였다.
“원매가 내 손에 잡히면 산채로 찢어 죽일 것이다!”
조인은 분통을 터트리며 이를 바드득 갈았다. 바닥에 떨어진 똥은 치웠지만, 지붕과 벽에 떨어져 엉겨 붙은 똥은 치우기도 어려웠고, 다음 날 또 날아왔기에 이제는 거의 포기상태였다.
그는 망루에서 거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바람이 통하는 곳이라 냄새가 그리 지독하지 않았다. 냄새보다 그를 자극하는 것은 토산이었다. 어느새 성벽과 비슷한 높이까지 토산이 솟아 있었다. 2~3일 후면 성벽보다 높아질 것은 뻔했다.
그는 선임 교위 이영을 불러 곧 대규모 수성전이 있을 것을 전파하며, 단단히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대규모 공성전이 시작되기 하루 전.
원매는 서서, 사마의, 장수들을 모두 집합시켰다.
“내일 아침을 기해서 총공격을 가하겠소. 토산에서 활을 쏘고, 돌을 던지면서 적들이 제대로 수성전을 치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것이오. 이는 곽장군(곽독)이 맡으시오.”
“예. 전하.”
“대군을 이끌고 공성전을 벌이는 것은 장장군(장수)의 책임하에 실행하시오. 전권을 위임할 테니, 힘껏 싸우시오. 문장군도 장장군의 지휘를 받으시오.”
“예. 전하. 믿어주신 은혜에 죽음으로 보답하겠나이다.”
사실상 십만 보병에 대한 지휘권을 넘겨받은 상황이 되자, 장수는 감격한 얼굴로 승리를 다짐했고, 충직한 문추는 크게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연을 바라보았다.
“위장군의 역할이 제일 중요해. 야간을 기해서 적들이 경계가 소홀할 때, 반드시 기습하여 성공해야 해. 그게 실패하면 공성전이 장기화할 수 있어.”
“잘 알고 있습니다. 전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부어사(사마의). 계속된 공격으로 저들에게는 환자가 많이 생겼을 것이오. 성에 들어가면 그전에 보고했던 대로 사정을 봐주지 말고 조치하시오. 그리고, 아군 중에서도 병이 생긴 자는 격리하시오. 그대의 임무가 쉽지 않소. 할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전하. 걱정 끼쳐드리지 않겠습니다.”
“부어사(서서). 자네는 이곳에서 예비대를 지휘하면서 전체를 통괄하게.”
“예. 전하.”
“마장군(마초), 방장군(방덕). 자네들은 기병을 이끌고 대기해. 아마 자네들이 출격할 일은 없을 테지만, 앞일은 모르는 법이니까. 준비하고 기다리게.”
“예. 전하.”
원매는 다시 하나씩 확인하여 재명령을 내리자,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대규모 공성전이 펼쳐질 것이고, 저 견고한 서릉성도 곧 수중에 떨어질 것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조반을 차려 먹은 원매군은 진군을 알리는 북소리에 맞추어 공격을 개시했다. 선공은 토산에서 펼쳐졌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일제히 화살을 쏘아대자, 성에서도 맞서서 쏘았지만, 결국 성벽에서 웅크릴 수밖에 없었다.
“전군 공격하라!”
장수의 명령에 둥둥둥둥- 북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고, 문추가 가운데서 병사들을 독전 했다. 십만의 대군이 3개 조로 나뉘어 일제히 공성전을 벌였다. 치열한 공성전이 벌어졌지만, 조인의 성을 가진 유리함을 좀처럼 이용하지 못했다.
토산에서 곽독이 지휘하는 3천의 궁수들이 성벽에 있는 병사들만 집중적으로 노리며 공격했기 때문에, 그들은 수성전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웠다.
아침부터 시작된 공성전은 문추와 장수가 무자비하게 독전을 하면서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토산에서 지원해준다 하더라도 성벽은 조인군에게 큰 무기가 되었다. 저녁까지 이어진 전투에도 결국 성을 함락하지 못했고, 대규모의 피해를 본 채, 공성전이 끝이 났다.
원매는 다친 병사들을 후방으로 빼고, 예비병으로 빈자리를 충원했으며 장수와 문추를 불러서 격려하고는 술과 고기를 내렸다.
장수와 문추는 다시 하급장교들을 불러모아 술과 고기를 먹으며 강하게 독전 의지를 다졌다.
이튿날.
고깃국까지 먹은 병사들은 힘을 내서 성 공격에 나섰다. 격하게 이어지는 공성전에 조인군은 죽을 맛이었다. 토산에서 쏟아지는 화살도 피해야 했고, 수성전도 수행해야 했다. 이것도 힘들었지만, 똥 냄새는 정말 참기 힘들었다. 또한, 웬일인지 똥 공격 이후로는 시름시름 앓는 이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또 하루를 간신히 버틴 조인군은 일부를 경계로 돌리고, 휴식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냄새에 괴로워하면서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파하 부근 서릉성.
어두운 밤을 이용하여 위연은 수십 척의 배를 이끌고 은밀하게 파하를 거슬러 올라왔다. 그는 성 근처에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예상대로 경계는 매우 소홀했다. 그가 손짓을 보내자, 날랜 병사 5명이 몸에 가느다란 줄을 매고는 성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위연이 가려 뽑고, 포상을 약속한 병사들이었다.
절벽에 지은 성벽이라 매우 가팔랐지만, 병사들은 능숙하게 올라갔다. 그들은 중간에 틈이 있으면 쇠막대를 끼워 넣었다. 반 시진(한 시간)이 지나서 그들은 성벽 거의 끝까지 올라갔고, 4명이 대기를 한 가운데, 한 명이 조심스럽게 성벽을 올랐다. 그는 재빠르게 바닥에 엎드렸다. 그늘로 숨자, 경계병이 나타나 대략 훑어보고는 사라졌다.
조심스럽게 신호를 보내자 4명이 올라와 자리를 잡았고, 얇은 줄을 묶어서 내렸다. 그들은 얇은 줄을 끌어당기자 굵은 줄이 다시 올라왔고, 그것을 성벽에 감았다. 이제는 경계병이 나타나더라도 피할 수 없다. 무조건 지켜야 한다.
5명이 화살을 장전한 채, 방원진을 펼쳤다. 성 아래서는 줄을 타고 병사들이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를 듣고는 그들은 가만히 화살을 장전하고, 기다렸다.
슈슈슈슉-
일제히 화살이 발사되었고, 경계병 2명이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급히 그들을 치우고 자리를 지킬 때, 드디어 일차로 5명이 올라왔고, 그들은 가지고 온 줄을 급히 내렸다. 병사들이 줄줄이 오르면서 2백이 올라왔을 때, 위연도 같이 올라왔다.
위연은 선발대로 올라온 그들과 일일이 포옹을 하며 격려했다. 이때 멀리서 일군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경계병이 돌아오지 않자, 상당수의 병력이 확인하러 오는 것이 분명했다.
위연은 그들은 치기로 작정하고 칼을 뽑아 들자, 2백의 병사들도 칼을 뽑아 들었다. 소리를 죽이며 길목을 차단한 위연군은 수십 명에 달하는 경계병을 기습하여 모조리 죽여버렸다. 위연이 직접 나서서 정예병을 이끌고 기습을 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버틸 방법은 없었다.
위연은 주변의 물건을 가져다가 엄폐물을 만들었고, 동쪽의 성벽을 대부분 장악했다.
피우우웅-
불화살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자, 원매군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횃불을 손에 들고 공격에 나섰다. 조인군은 한밤중의 공격에 깜짝 놀라 급히 성벽에 병력을 증강했고, 방어에 나섰다.
어두운 얼굴로 방어를 준비하는 조인에게 선임 교위 이영이 반쯤 혼이 나간 얼굴로 달려왔다.
“장군. 크, 큰일 났습니다. 동쪽성벽이 저들에게 점령되었습니다.”
“무슨 소리야? 동쪽이 점령되다니? 그곳을 지키던 놈들은 무엇을 했더란 말이냐?”
“저······. 그곳이 워낙 험했기에 경계병을 적게 배치했습니다. 수성전에 쓸 병력도 부족했으니까요. 그런데, 성벽을 기어 올라와서 경계병을 모조리 죽여버리는 통에 그들이 성벽을 점령한 것을 늦게 알았습니다. 지금 그곳으로 계속해서 병사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조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횃불을 치켜들고 나타난 저놈들은 동쪽으로 침투한 놈들을 지원하는 놈들이었다. 병력을 빼서 그들과 싸워야 하는 데, 이놈들이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야간이어서 성벽을 기어오르긴 힘들었지만, 활을 쏘고 발석거를 이용해서 돌을 쏘아댔다. 공격하는 자나, 막는 자나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조인은 이영에게 수성전을 맡기고는 정예병 5천을 이끌고 동쪽으로 달려갔다. 그가 왔을 때는 벌써 올라온 병력이 3천을 넘었고, 문추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줄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공격하라!”
문추의 명령에 동쪽성벽에 모여있던 병사가 둘러 나뉘어 공격을 개시했다. 문추는 오른쪽으로, 위연은 왼쪽으로 성벽을 따라 공격했다.
조인이 급히 달려가다가 좁은 장소에서 교전이 붙었다. 어두운 밤에 횃불에 의지하여 무지막지한 백병전이 벌어졌고, 가려 뽑은 병사들인 문추군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게 밀어붙였다.
“이런 쳐죽일 놈들!”
조인은 밀리기 시작하자, 분통이 터져서 앞으로 나와 닥치는 대로 문추군을 베기 시작했다. 덕분에 밀리던 전세는 어느 정도 만회되었다.
캉-
무섭게 문추군을 죽이던 조인의 대도가 막혔다. 강한 떨림이 도를 타고 손을 통해 머리까지 전달되자, 조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의 앞에는 한 명의 거인이 버티고 서 있었다. 문추였다.
“제대로 어우러져 보자꾸나.”
문추가 ‘이얍-’하는 함성과 함께 조인의 대도를 밀어 버렸고, 그대로 대도를 휘두르며 조인을 압박했다. 평소 조조군영에서 최강의 무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듣던 조인이었지만, 문추에게 선수를 빼앗기자 좀처럼 전세를 만회하기 어려웠다. 그간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였고, 그게 이번 싸움에서 결정적이었다.
어마어마한 힘으로 찍어누를 때는 대도를 놓치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어야 했다.
‘이놈은 누구란 말인가?’
조인은 자신이 무너지면 모든 게 끝이란 것을 알기에, 불리한 상황에서도 죽을 힘을 다해서 버티고 또 버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