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47화 (147/253)

# 147

제147장. 서릉성을 포위하다.

사마의는 방으로 돌아와 짐을 꾸렸다. 옆에서 묵묵하게 도와주던 사마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형님. 큰형님(사마랑)께서 조거기(조조)를 따르고 계신 데, 형님께서 원가를 따른다면 나중에 아버님(사마방)께 호된 꾸지람을 받을 것입니다.”

사마의는 짐을 꾸리던 손을 놓고는 빤히 사마부를 바라보다가 정색을 하고는 충고했다.

“너는 사람의 속을 살살 떠보는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면 필시 낭패를 볼 것이다. 너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나일 것이다. 영특하고 사려 깊어서 일 처리도 빠르지. 하지만, 명심하거라. 그런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의심을 살 수 있다.”

“그거야 형을 닮아서 그런 것이오. 솔직히 형은 워낙 능청스러워서 그게 표시가 나지 않는 것이잖소?”

“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구나. 우리 가족이 절대 남 밑에서 살 사람들은 아니지. 그래서 아버님께서도 이런 부분을 염려해서 이렇게 엄격하게 우리를 훈육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사마의는 다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곧 간단하게 만들어지자, 사마부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아버님께 잘 말씀드리거라.”

“허락받지 않고 가시려는 거요?”

“네 생각엔 허락해주실 것 같으냐?”

사마부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독선적인 사마방이 허락할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사마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마부가 따라 일어서자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가족들을 잘 부탁한다. 이제는 네가 장남이나 마찬가지다. 열심히 노력하거라. 내가 자리를 잡는다면 반드시 너를 부를 것이다.”

“업성으로 갈 것이오?”

“업성이라? 그곳의 노친네들이 내 말을 들으려고나 하겠느냐? 강하군으로 가 볼 생각이다. 평소 능력 위주로 사람을 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건 옛날이야기고, 지금은 황태자가 되어서 사람의 장막에 둘러싸였단 말이오. 이야기는커녕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할 것이오.”

“그건 직접 보고 판단할 작정이다. 진정 그렇다면 다시 돌아와야지. 썩은 눈을 가진 그런 자에게 내 인생을 담보할 수는 없으니까.”

사마의는 젊은 가병 다섯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사마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형님. 부디 성공하시오. 나도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소. 이 사마부란 이름을 반드시 역사서에 남길 것이오.”

강하군 안륙현 원매치소.

원매는 이곳에서 벌써 열흘째 머물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조조가 수춘성으로 돌아갔다는 첩보를 확인했지만, 굳이 서두르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4만의 항병을 확실하게 자신의 병사로 만들어서 강하군을 확보할 생각이었다. 그리하면 조조와 유비의 연결고리는 끊어질 것이고, 그 후에는 각개격파를 하면 되는 것이다.

“전하! 서서입니다.”

“들어오시게.”

“예.”

서서는 조심스럽게 원매의 치소로 들어와 예를 올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제 항병들 재교육 및 재편성이 끝났으니 출병해서 강하군을 마무리하시면 됩니다. 언제 출병하시겠습니까?”

“현재 병력은 어느 정도인가? 군량 보급은 어찌하고 있고?”

“기병은 1만 8천, 보병이 17만입니다. 병사가 많이 죽거나 다쳤지만, 4만의 항병을 받으니 오히려 늘었습니다. 곽준장군이 신야-수현-안륙에 이르는 보급로를 확보해놓아서 군량/건초 보급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역시. 곽중막(곽준)이야. 일단 일을 시켜놓으면 안심이 되거든.”

“전하의 홍복이십니다.”

“그럼. 내일 출병하기로 하지. 목표는 서릉성으로 잡고. 기병을 먼저 보내서 정찰을 강화시키게. 물론 자네가 이미 잘 알아봤겠지만, 그사이에 새롭게 상황이 변화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명을 따르겠습니다.”

서서는 군례를 올린 후, 명령을 전파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이튿날. 총 18만 8천에 이르는 대군이 진격을 개시했다. 마초, 방덕이 이끄는 1만 기병이 앞장섰고, 조운이 이끄는 호위기병 8천이 원매의 곁을 지키며 중군에서 행군했다.

안륙에서 서릉성은 말을 타고 빠르게 가면 이틀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대규모 보병이 움직이다 보니 실제로는 8일이나 걸쳐서 도착했다. 원매는 곧바로 서릉성을 몇 겹으로 포위하고는 주변의 현령들에게 기병을 보냈다. 서릉성 공성전을 장기전으로 보았기에 현령들을 크게 독촉하지 않았다. 오는 대로 다독일 생각이었고, 거부한다면 그때는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서릉성.

조인은 망루에서 새까맣게 성을 포위한 원매군을 음울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엄청난 군세에 지난번에 당한 것까지 떠오르자 분함에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서릉성을 네놈에게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교위들에게 계속해서 방어준비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하고 또 지시했다. 조조가 이곳을 떠나며 남긴 말을 되새기며 마음을 굳게 다졌다.

-내가 수춘성으로 돌아가서 군대를 정비하여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이곳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조금 전의 일처럼 조조의 말은 그의 귀에 생생했다. 그도 조조가 대군을 모아서 되돌아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조의 명령을 어떡하든 수행할 각오였다.

원매는 망루에 올라 서릉성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경계가 삼엄하다. 저 성을 지키는 장수가 독을 품은듯한데,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버려야만 한단 말인가? 어차피 전투하면 많은 병사가 죽는데, 항상 이런 감성적인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구나. 휴-. 저리 강하게 나온다면 싸워줘야지.’

원매는 굳은 얼굴로 망루를 내려와서 지휘소에 장수들을 집합시켰다. 서서를 비롯하여 주요 장수들이 속속 입장하여 자리를 잡았다. 원매의 지시로 서서가 계책을 설명했다.

“이곳 서릉성은 대별산에 발원한 파수를 낀 낮은 언덕 위에 위치합니다. 강하군 치소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성은 크고 견고합니다. 만약 정석적으로 공성전을 벌인다면 단기간에 함락시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피해도 엄청날 것입니다. 하여 이번 공성전에서는 계책을 이용한 전투를 건의 드립니다.”

서서는 지시봉을 들고 상황판으로 이동하여 서릉성을 짚었다.

“이곳을 보면 주위에 낮은 언덕들이 많이 퍼져있는데, 대부분 부드러운 흙과 모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병력들을 대거 동원하여 이곳의 흙과 모래를 이용해 거대한 흙산을 쌓고, 높은 곳에서 활을 쏘고, 발석거를 이용해 돌을 쏘아 공격한다면, 저들은 매우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그 후에 성을 공격한다면 쉽게 성을 함락시킬 수 있습니다.”

서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추가 손을 들어 의문을 표시했다.

“부어사의 말은 잘 들었소. 공성전에서 흙산을 쌓아서 공격하는 것은 상식적인 방법인데, 딱히 계책이라 표현한 이유를 모르겠소이다. 우리가 병력이 많으니 흙산은 만드는 일이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적들이 성벽을 높이면서 대비한다면 크게 효용가치가 떨어집니다.”

문추의 말에 다른 장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 전투경험이 많았기에 공성전에 흙산 정도는 알고 있었다. 서서가 빙그레 웃으며, 추가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지요. 겨우 흙산을 쌓는 것으로 어찌 계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서서는 지시봉으로 서릉성과 연한 파수를 가리켰다.

“파수와 연한 이곳은 낮은 절벽지대로 이곳에서는 보기 드물게 암석지대입니다. 그래서 파수에 가깝게 성을 쌓는 것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곳은 험해서 공격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흙산을 쌓고 저들의 시선을 돌린 연후에, 이곳을 통해 몰래 침투하여 공격한다면 좋은 승부가 되리라 판단합니다.”

“진작 그리 말씀을 하시지 않고요. 좋은 작전이라 생각합니다.”

장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고, 문추, 위연도 동의했다. 원매는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부어사 수고했소. 앉으시오. 자- 이번 전투는 절대로 서두르지 않을 작정이오. 병사를 2만 명씩 분리하여 당장 내일부터 흙산을 만드시오. 준비되면 그 위에 올라가서 활을 쏘고, 발석거를 이용해 돌을 쏘며 최대한 적들을 혼란 시키시오. 그리고 위장군!”

“예. 전하!”

“위장군은 젊고 강한 병사 5천을 선발하여 파수에서 성벽을 기어오를 준비를 하시오. 문장군, 장장군이 흙산을 이용해서 공격하고, 정면에서 공격하면서 적들의 시선을 분산시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전하!”

“그리고, 마장군! 방장군은 기병을 운용하여 주변을 끊임없이 정찰하여 혹시라도 변수가 생긴다면 즉각 보고하시오. 경계를 실패하여 역습을 당한다면 절대로 용서치 않겠소!”

“예. 전하!”

“지금 당장 시작하시오!”

“예. 전하. 반드시 서릉성을 함락시키겠습니다.”

장수들이 일제히 군례를 올린 후 지휘소를 벗어나자, 원매가 서서를 가까이 불렀다.

“서원직. 파수에서 성벽을 기어 올라가는 것이 괜찮을까? 상당히 험하기도 하도 물때나 물이끼가 있어서 미끄러울 텐데. 아주 악조건이란 말이야.”

“그래서 다른 장수들과 병사들이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 아닙니까? 일단 위장군과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겠지만, 가볍고 억척스러운 병사를 선발하여 줄을 몸에 감고 올려야 합니다. 여러 명이 올라가면서 한 명이라도 성공하면 다른 병사들은 줄을 잡고 올라가면 됩니다. 여기 병사만 17만이 넘는데, 그런 병사가 없겠습니까?”

“그렇군.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봤어. 자네도 계책을 들여다보고 주변을 관찰하면서 혹시라도 바꿔야 한다면 바로 말하게. 미적거리다가 손해를 보느니 한번 내게 쓴소리 듣고 바꾸는 게 나아.”

“명심하겠습니다.”

원매는 서서의 어깨를 두드려 격려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조운과 50의 호위병이 뒤를 따랐음은 물론이다.

말을 타고 일각(15분)을 달려 파수에 도착했다. 파수는 강수(장강)의 지류 하천이었지만, 배를 이용하여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있을 만큼 꽤 컸다. 그는 조금 더 살펴보고 그 자리를 떴다. 그 후, 성 주위를 돌면서 꼼꼼하게 살폈다.

궁금했던 것은 파수였지만, 조인의 의심을 피하고자, 시간을 쏟아부으며 성 주위를 모두 정찰했다. 한시 진(두 시간)에 걸쳐서 정찰한 원매는 처음보다는 밝아진 얼굴이었다. 파수에 연한 절벽과 성벽을 기어오르는 일이 생각했던 것처럼 난공불락은 아니었다.

이튿날.

2만에 달하는 병력이 곡괭이와 삽을 들고 서릉성의 북쪽, 서쪽에서 일제히 흙을 파기 시작했다. 쌓인 흙은 말과 수레를 이용해서 날랐고, 한곳에 쏟아부으면서 인공 흙산을 만들기 시작했다.

2만이 동원되었기에 반나절 만에 제법 큰 규모로 흙이 쌓였다.

조인은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흙산을 이용해서 공격한다면 매우 피곤할 것이다. 그는 교위들에게 흙산에서의 공격에 대비하여 나무판자를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만약 흙산이 높아져서 그곳에서 성안을 넘보고 공격한다면, 성벽에 나무판자를 세워서 막으려는 심산이었다.

3일 후.

이제 흙산은 낮지만 제법 거대한 형태를 갖췄다. 성 반대쪽으로는 길고 완만하게 이어졌고, 성쪽으로는 급격한 경사를 이뤘다. 그들은 방패를 들고 흙을 다지고, 갈대와 나무를 가져다가 섞어 쌓으면서 급격하게 무너지는 것을 방지했다.

원매가 의자를 갖다 놓고 느긋하게 흙산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을 때였다. 조운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무슨 일인가?”

“대호족으로 보이는 자가 전하를 뵙겠다고 합니다. 입고 있는 옷을 보니 매우 화려했고, 눈매나 데려온 가병을 볼 때, 범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흠- 그런데 왜 자네 표정은 그리 어두운 거야?”

“그것이···. 제게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전하를 뵈면 말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내쫓으려고 했지만, 전하께서 능력 있는 인재에 목말라하시는 것을 봐왔기에 이렇게 여쭤보려고 왔습니다.”

“데려와 봐. 어차피 지금은 내가 여유가 있잖아. 만나보고 시원치 않은 놈이면 혼쭐을 내줘야지.”

원매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조운은 그제야 굳은 얼굴을 펴고는 밖에 머물고 있던 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원매는 멀리서 보이는 그자를 보고는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느꼈고, 곧바로 상태창을 떠올렸다.

[사마의(22)] 지력:98, 정치력:93, 통솔력:93.

원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감돌았다. 사마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원매에게 다가와서 예를 올렸다.

“온현에 사는 사마의 전하께 문후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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