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
제144장. 생포! 달성! 격파!
관우에게 내침을 받은 조조의 부장은 하얘진 얼굴로 곽가에게 달려갔다. 곽가는 이야기를 다 듣고는 모질게 부장의 뺨을 후려쳤다.
“이런 병신같은 놈!”
부장은 손으로 뺨을 감싸며 곽가의 눈치를 보았다. 곽가는 분통이 터지는지 주위의 물건을 집어 던지고 난리를 쳤다. 부장은 생각했다. 아마도 병신은 자기가 아니라 관우를 지칭한 것이라고.
“다시 돌아가! 그리고 주기적으로 보고해!”
“예? 예.”
부장은 울상이 된 얼굴로 곽가의 막사를 빠져 나왔다. 곽가는 분한 표정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관우를 말릴 계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번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는 관우였고, 극강의 무예에다가 불같은 성정 때문에 상대하는 것이 매우 까다로웠다.
곽가는 낮게 탄식을 터트리고는 조조에게로 향했다. 조조는 곽가에게 상황을 전해 듣고는 ‘허허허-’ 웃고는 말이 없었다. 기가 막히니 웃음만이 나왔으리라. 지금 상황에서 관우가 저리 막무가내로 움직이는데, 제어할 방법이 없었다. 조조가 명령을 내린다고 눈이 뒤집힌 관우가 들을 리도 없었다.
‘이제 후퇴를 할 수밖에 없는가?’
조조는 처연함에 처음으로 뜨거운 눈물이 솟았다.
관우는 1만 5천을 이끌고 장비가 기동한 방향으로 급속행군했다. 긴 수염을 휘날리며 굳은 표정으로 말을 거칠게 몰아가고 있었다. 50 여기의 호위 기병이 그 뒤를 바싹 붙으며 따랐고, 보병들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뛰고 또 뛰었다.
“워- 잠시 멈춰라!”
관우가 손을 들어 정지 명령을 내리자, 신호병이 붉은 깃발을 높게 들어 흔들었고, 보병들은 차츰 속도를 줄여 멈추고는 가쁜 숨을 몰아내고 있었다.
관우는 멀리서 일어나는 먼지구름을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판단을 내린 그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장비를 격파한 원매의 기병이 이쪽으로 몰려오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수천의 기병을 상대할 것을 생각하니 겁보다는 짜증부터 솟구쳤다.
조운은 관우의 부대가 멀리서 급속행군해 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기병 속도를 늦추고는 원매에게 전령을 보냈다. 원매는 전령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명령을 내렸다.
“시간 끌 것 없이 일거에 돌격하여 끝내버린다. 조장군은 정면을 돌파하라! 나는 우회하여 측면과 후방을 급습하겠다.”
“예. 전하!”
전령은 급하게 조운에게 달려가 보고하자, 조운의 얼굴에 가벼운 웃음이 걸렸다.
‘어떤 놈이든 내 앞을 막아서는 놈은 모조리 죽여주마! 장비를 격파한 걸 알 텐데도 저리 무모하게 달려오는 것을 보면 관우 같은데. 차라리 관우라면 좋겠구나. 감히 내게 되지도 않는 충고를 하며 내쫓았겠다? 이 죽일 놈 같으니라고.’
조운은 분노에 잠시 흐트러졌던 마음을 강하게 다잡고는 돌격명령을 내렸다. 조운이 이끄는 3천의 기병 부대는 1천씩 3개의 부대로 나누어져서 돌격을 감행했다. 멀리서 보병부대가 기병 돌격을 눈치채고, 부랴부랴 방패를 땅에 꽂으며 준비를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미련한 놈들 같으니라고.’
보병들이 방어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조운의 기병 돌격은 속도를 늦추지도, 멈추지도 않았다. 오히려 가속도가 붙어서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대오를 맞춰라!”
조운의 명령에 호각소리가 연신 이어지며 기병 조장들은 간격과 대오를 맞추었다. 끊임없이 돌격하는 와중이기 때문에 대오가 흐트러지기 마련이었고, 조운은 돌격의 최대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 지속하여 대오를 맞출 것을 명령하는 것이다.
보병들이 일제히 활을 쏘았다.
선두에서 달리던 일부 기병들이 활을 맞고 고꾸라졌지만, 그것이 대세를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었다.
얼마 후, 쾅- 소리와 함께 기병들이 방패에 부딪히며 그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었고, 뒤를 따르던 기병은 그대로 넘거나 보병을 가르며 돌파해 들어갔다.
선발대 1천 기가 효과적으로 보병의 방어벽을 무너뜨리자, 조운이 이끄는 2천 기가 차례대로 보병 안으로 난입했다. 이후에 벌어지는 것은 기병의 학살이었다. 관우가 장비보다 무력은 나을지 몰라도 용병술에서는 부족함을 드러냈고, 지나치게 병사들을 위해주었기에, 이처럼 위급한 상황에서는 장비부대처럼 독하게 달라붙지를 못했다. 그래도 워낙 많은 병사를 이용하여 꾸역꾸역 버티고 있었다.
관우는 조운이 이끄는 3천 기병의 돌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병사들을 보며 울화통을 터트렸다. 관우는 계속해서 병력을 밀집시키려고 노력했다. 그게 남은 유일한 대책이었다. 관우 자신은 호위 기병 50을 이끌고 그들과 전투를 벌이면서 기병들의 목을 베었다. 감히 관우의 적수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기병들은 3~4명씩 조를 이루어 대항했다. 정예 기병이 조를 이루어서 대항하자, 관우의 창끝도 점차 무뎌졌다.
관우는 연이은 싸움에 지쳤는지 급히 자리를 물러났고, 보병들이 밀집대형을 이루며 기병들을 상대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에게 호위병이 긴급히 보고했다.
“장군! 후방과 측면에서도 기병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지금 여기 쳐들어온 놈들도 감당이 안 될 정도인데. 또 있다니?”
“사실입니다 ···. 그리고 측면, 후방을 공격하는 기병들이 훨씬 더 강력하다고 합니다. 그곳의 병사들이 제대로 대응을 못 해서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막아! 무조건 막으란 말이다!”
관우의 입에서 거센 고함이 터져 나왔고, 호위병은 움찔하면서 군례를 올리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는 끝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도가 이끄는 기병 2천을 데려왔다면 어땠을까 생각했지만, 다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죽일 놈들 같으니라고. 이 관우가 맥없이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관우는 소리를 지르고, 호각을 불면서 병사들을 연신 독려했다. 불리했지만, 이제는 도망도 못 치고, 오로지 죽든 살든 결판을 내야 했다.
측면에서 공격하던 원매는 일천의 기병을 이끌고 깊숙이 뚫고 들어왔다. 걸리적거리는 병사들의 목을 날리면서 주위를 살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대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의 대규모 부대라면 뛰어난 장수가 지휘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중이었다.
원매가 보병을 들쑤시며 돌아다니기를 반 시진(한 시간).
결국, 관우를 발견했다.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는 장수를 보며 원매는 쾌재를 불렀다.
“나를 따르라!”
원매를 따르는 호위 기병 1천 5백을 그대로 관우를 향해 내달렸다. 앞을 막아서는 자들은 호위 기병들이 내지르는 대도 앞에 그대로 무너졌다. 원매는 힘을 아끼고자 반월도를 꺼내지 않고, 말을 달리는 데 집중했다.
가까이 다가서자 한눈에 관우임을 알아차렸고, 곧바로 능력치가 떠올랐다.
[관우(39)] 무력:99, 지력:77, 정치력:71, 통솔력:93
원매는 관우의 능력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자신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원매(28)] 무력:99, 지력:88, 정치력:60, 통솔력:85
‘좋다. 해볼 만 하구나!’
원매와 관우의 간격이 좁혀지자, 관우도 그제야 알아차리고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원매가 호각을 길게 불자, 기병들이 일제히 관우를 둘러쌓고, 그의 호위 기병들을 순식간에 섬멸시켰다.
“관운장. 참으로 오랜만이로구나.”
원매가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자, 관우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내 동생을 어찌하셨소?”
“그것보다 조독에게 해코지한 놈이 누구냐?”
“내가 죽였소. 어쩔 수가 없었소.”
관우는 포위된 상황에서도 당당했다.
“어쩔 수가 없다고? 내 기병을 빼앗으려고 수작을 부린 게 아니더냐?”
“지금에 와서 뭔 말이 필요하겠소? 내 목을 베겠다면 오시오.”
원매는 이를 갈며 반월도를 뽑아 들었다. 반월도는 마치 쇠몽둥이를 보듯 칼등이 매우 두꺼웠다. 이 당시는 철 제련기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병기를 튼튼하게 만들려면 두껍게 만들어야 했다.
창- 창-
원매의 반월도가 예리하게 춤을 추었고, 그때마다 관우는 장창을 이용해서 막기 바빴다. 관우가 나이가 있는 데다가 싸우느라 많은 기력을 상실했고, 원매는 전략적으로 체력을 축적한 상태였기에 애초부터 불합리한 전투였다.
더군다나 반월도를 처음 접한 관우는 그 기괴한 움직임에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30여 초를 지나면서 관우가 매섭게 반격을 이어가며 우세를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무예가 뒤처져서 아니라 체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죽을 힘을 다해 100 합이나 버티던 관우는 원매가 내지른 반월도를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옆구리 갑옷이 부지직-하고 뜯어져 나갔다. 관우가 놀라 손발이 어지러워진 사이에 원매가 몸을 날려 왼손으로 관우의 장창을 잡고는 오른 주먹을 안면에 그대로 적중시켰다.
쾅-
관우와 원매가 서로를 끌어안은 상태에서 땅바닥에 굴러떨어졌다. 원매가 한 바퀴 돌면서 일어서자, 관우가 충격이 큰지 머리를 흔들면서 일어섰다. 틈을 주지 않고, 연속으로 안면에 퍼붓자, 반은 피하고 반은 막으면서 관우가 뒷걸음질 쳤고, 원매는 따라붙으면서 옆구리에 연타를 쑤셔 넣었다.
허억-
허파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며, 손이 아래로 내려오자 원매의 주먹이 안면에 정통으로 작렬했다. 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정타를 맞은 관우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쓰러졌다.
그는 얼굴을 흔들면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일어나질 못했다.
“포박하라! 그리고 관우가 잡혔음을 알리고, 항복시켜라!”
“예. 전하!”
호위 기병들이 급히 말에서 내려 관우를 포박했고, 목소리가 큰 기병이 합창을 이뤄 관우가 잡혔으니 항복할 것을 종용했다. 이미 기병들의 협공으로 혼란에 빠져있던 보병들은 관우가 사로잡혔다는 소식을 듣자 무기를 던지고 바닥에 엎드려 항복했다.
신호병이 곧바로 불화살을 쏘아 올렸고, 붉은색 깃발을 흔들자, 서서가 알아차리고는 5천의 예비대를 다시 투입하였다. 원매는 호위 기병들에게 둘러싸인 채, 잠시 눈을 감았다. 그의 눈앞에 그간 힘들었던 일들이 떠올랐고, 최강의 무예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참으로 모질고 힘든 세월이었다.
이때 상태창이 다시 떠올랐다.
[원매(28)] 무력:100, 지력:88, 정치력:60, 통솔력:85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무력 100으로 올라선 것이다. 기쁨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쏟아져 나왔다. 마초-조운-장비-관우로 이어지는 극강의 무인들과 대결을 하면서 100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올라섰구나.’
원매가 눈을 뜨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자, 1만에 달하는 관우 부대는 엎드려 조용히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병의 협공으로 3천이나 죽었고, 2천에 달하는 병사들은 도주한 상태였다.
서서가 보낸 5천의 보병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조운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몰아와서 군례를 올렸다.
“전하! 경하드립니다. 관우를 잡았군요.”
“고맙네. 운이 좋았지. 자네가 항병들을 관리하는 것을 지휘해주게. 곧 보병이 올 것이니 그때 인수인계해주면 될 것이야.”
“명을 따르겠습니다.”
원매는 장비에 이어 관우 부대를 격파하고, 두 명을 사로잡자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마초와 방덕은 하후연의 기병을 격파하여, 겨우 7백의 기병이 하후연과 함께 도주했고, 위연, 문추가 이끄는 보병도 조인/주태/장흠/서황이 이끄는 기병을 격파했다. 정예병이기도 했지만, 수적으로 5만이나 우세했기에 기병, 보병 모두 우세하게 전투를 끝낼 수 있었다.
조조는 하후연과 7백 기병의 엄호를 받으며 강하군 서릉성으로 도주했고, 그 뒤를 살아남은 보병들이 곳곳에서 합류했다. 또한, 면수를 따라 내려오던 조순의 5천 기병과 장료의 2만 보병은 조조가 대패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남쪽으로 내달려서 서릉성으로 곧장 직진했다.
조조가 후퇴한다면 강하군 치소가 있는 서릉성으로 후퇴할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