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38화 (138/253)

# 138

제 138장. 결전은 다가오고.(지도첨부)

조조의 지휘소에는 연합군 장수들이 모두 모였다. 장료, 서황, 조인, 하후연, 조순, 주태, 장흠, 관우, 장비가 자리를 잡고 앉자 넓은 지휘소가 비좁게 느껴졌다. 조조는 상좌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전투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곳 평원에서 원매군과 접전을 벌인다면 기병에서 뒤처지는 우리가 불리한 것은 자명하오. 그래서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좋은 의견이 있으면 이야기해보시오.”

조조가 주위를 둘러보자, 장비가 입을 열었다.

“거기장군(조조)! 원매군이 남양군에서 이곳으로 넘어오려면 반드시 대별산자락을 넘어올 터인데, 분명히 계곡으로 난 도로를 이용하여 공격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군량까지 옮겨야 하니, 큰 도로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좋은 목 지점을 선정하여 매복을 펼치는 것은 어떻습니까?”

순간 조조 옆에 앉아있던 곽가의 눈이 반짝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평범한 얼굴로 돌아갔다. 조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매복이라? 매복하려면 담이 크고 출중한 무예를 가진 장수가 가야 하는데, 누가 좋겠소? 원매를 비롯한 문추, 위연등 당대의 영웅들이 모두 총출동하니 어설픈 장수를 보낸다면 되려 격파당할 것이오.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오.”

조조의 말에 서황, 장료, 하후연은 고개를 푹 숙이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조가 서황과 눈을 마주치자, 서황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제가 몸이 안 좋아서 ... ”

서황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냉소가 터져 나왔다. 성질 급한 관우가 나선 것이다.

“저런 것들을 장수라고 데리고 있는 거기장군도 참 한심스럽소. 저런 겁쟁이들은 후방에 있으라고 하시오. 매복은 내가 나서겠소. 위연이든 문추든 모조리 목을 베어버리겠소.”

표정 변화 없이 관우를 바라보는 서황은 탁자 아래에서 두 주먹을 으스러지도록 불끈 말아쥐었다. 장비는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챈 듯 급히 관우를 막아섰다.

“형님! 잠시만 기다리시오.”

하지만, 곽가가 장비의 의도를 모를 리가 없었고, 재빠르게 끊어냈다.

“관장군의 용맹이 천하를 진동한다더니 역시 대단하군요. 여기 있는 서황, 장료등이 늑대라면 관장군은 대호가 아닙니까? 대호 입장에서보면 늑대는 겁쟁이로 보이겠지요. 그래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는 장수들이니, 너무 그들을 탓하지는 마십시오. 참으로 그 패기가 멋집니다.”

조조의 명연기가 이어졌다.

“에이 쓸모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저런 것들을 믿고 천하를 논했다니 참으로 내가 한심하구나. 관장군! 그대의 용맹에 진심으로 경탄합니다. 사실 관장군이 아니면 누가 문추나 위연을 상대하겠소.”

관우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거만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서장군(서황), 장장군(장료)은 그전에 위맹이 대단하지 않았소? 어찌 이리 천하의 겁쟁이가 되셨소?”

서황은 모욕감에 당장이라도 칼을 뽑아 들고 관우와 맞붙고 싶었지만, 조조의 명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참았다. 그는 애써 구차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사실 ... 요즘 다리가 좋지 않소이다. 집에 노모도 계시는데, 어찌나 걱정하시는지 ... ”

관우는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조조에게 청했다.

“이번에 제가 매복을 맡겠습니다. 확실하게 원매군을 격파할 테니, 나중에 강하군을 좌장군(유비)께 돌려주신다는 약조나 잊지 마십시오.”

“물론이지. 내 반드시 약조하겠소.”

장비는 순식간에 매복이 관우로 결정되자, 어안이 벙벙했다. 장료와 서황의 행동에서 석연치 않은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형님. 한 번 더 재고를 해보시오.”

“장장군(장비)! 관장군은 일구이언(一口二言)하는 비겁한 장수가 아닙니다.”

곽가가 또 여우같이 끼어들어 관우의 오만한 자존심을 건드렸고, 관우는 다시 한번 확실하게 매복을 할 것을 천명했다. 그 후 신속하게 부대배치가 이어졌고, 장비는 관우가 걱정되어, 관우와 가장 가까운 곳을 자원했다.

방어 부대배치.

- 정면 : 조인, 주태, 장흠 – 보병 4만.

- 동쪽 : 장료, 조순 – 보병 2만, 기병 5천.

- 서쪽 : 서황, 하후연 – 보병 2만, 기병 5천.

- 매복 : 관우 보병 2만.

- 매복 후방 지원 : 장비 보병 1만.

- 후방 : 조조 보병 1만.

회의는 관우가 매복을 맡으면서 일사분란하게 정리되었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밖으로 나서는 관우를 장비가 붙들었다.

“형님. 너무 성급하신 것 아니오? 장료나 서황은 당대의 맹장들이오. 그런 자들이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설설 기고 있는데, 이상하지 않소?”

관우는 장비의 말에 불안함이 솟구쳤지만, 절대로 자신이 실수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너도 서황의 못난 말을 들었지 않았느냐? 예전에는 대단했는지 몰라도 오늘 보니 겁쟁이가 따로 없더구나. 설마 이형이 문추나 위연 따위에게 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냐?”

“질 리가 있겠소? 다만, 뭔가 개운치 않단 말이오.”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 걱정하지 마라. 어느 놈이든 이 형이 모조리 도륙을 내주마!”

관우가 큰소리치며 앞장섰고, 장비가 체념한 듯 고개를 흔들며 뒤를 따랐다. 지휘소에는 조조의 장수들만이 남아 있었다.

“크흐흐흑-”

서황은 관우에게 받은 모멸감에 탁자를 쾅- 쾅- 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조인이 다가와서 가만히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잘 참으셨네. 울분은 이 자리에서 다 털어버리시게.”

장료, 하후연, 조순도 모두 분노한 얼굴이었다. 이때 밖으로 나갔던 조조가 다시 들어왔다.

“왜 모두 그런 표정이야? 나도 참고 있는데, 이 정도도 참지 못해서 어찌 대업을 이루겠다고 하는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조조는 다독이기보다는 호통을 치면서 그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원매와의 전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는 만큼 그들의 분발을 끌어내서 반드시 승리할 심산이었다.

조조의 독려에 서황과 장수들은 다시 한번 처진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이번에야말로 원매에게 당했던 것을 모조리 갚아주자는 결기를 다졌다.

다음날 조조 연합군이 수현방향으로 이동하며 병력을 배치하기 시작했고, 원매는 서서의 정찰결과를 토대로 최종적인 명령을 하달하기 위해 장수들을 다시 집합시켰다. 결전의 시간이 다가온 것을 깨달은 장수들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가득했다. 원매가 서서에게 시작하라고 손짓을 하자 서서가 지시봉으로 상황판을 짚어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적들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매복을 하기 위해 일부가 움직였고, 현재 진행방향으로 유추해본다면 나머지 부대는 주위를 둘러쌌다가 우리가 계곡을 빠져나오면 둘러싸고 전투를 벌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거기까지는 예측된 상황이었고, 그냥 단순하게 평원에서 둘러싸고 맹공을 벌일 것으로 추측하는가?”

“그렇게 하리라 추정됩니다. 하지만, 적들이 일부 경보병부대를 따로 편성하여 우리의 후방을 노릴 수 있으므로 그것에 대비하겠습니다.”

원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아냐.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어. 내 한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으니, 최대한 전방으로 병력을 배치하게. 내가 기습을 당하면 호각을 불어 지원을 요청하지.”

“전하! 그럴 수는 없습니다. 만약, 전하의 옥체에 조금의 피해라도 입는다면 저희가 무슨 면목으로 폐하를 뵙겠습니까?”

문추의 말에 원매가 재빠르게 제지했다.

“괜찮소. 문장군은 아직 내 방식을 잘 모르는군. 내가 힘껏 싸우다가 불리하면 도망치는 재주가 있는데, 천하에서 따라올 자가 없지. 그러니 걱정은 그만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지.”

문추가 더 간언하려는 것을 원매가 막아버렸고, 서서는 본격적으로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조조군은 수현에서 안륙으로 이어지는 목 지점을 선점하여 매복하고, 좌우 측으로 군대를 배치하여 아군의 공격을 저지하다가 틈을 보아 수현 동쪽으로 형성되어 있는 좁은 개활지를 이용하여 역습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작전은 모른 척하고 동쪽 개활지 통로를 열어주는 것입니다. 적이 분산되면 공격력이 우세한 아군이 반드시 승리하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아까 문장군이 말했던 것처럼 후방에는 전하께서 위치하실 뿐만 아니라, 주요 군수지원물품이 몰려 있소이다. 잘못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작전입니다.”

장수가 논리적으로 반박하자,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서서가 빙긋 웃으며 다시 설명했다.

“방금전에 전하의 허락을 받은 사항입니다. 비록 위험하지만, 안륙 북쪽의 평야지대에서 적을 급습하여 대파한다면 후방으로 역습 기동했던 부대도 자연스레 되돌 아 올 것입니다. 그때 기다렸다가 그 부대까지 격파하면 연합군의 기세는 자연스럽게 꺾일 것입니다. 물론 그로 인해, 수많은 물자가 불에 타는 등 막심한 피해가 예상되긴 합니다. 하지만, 피해가 크더라도 적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만든다면 헛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전하께서는 중군에 위치하실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방덕이 입을 열었다.

“작전이 매우 파격적이긴 하지만,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조조 본군을 격파하고 조조를 잡는다면 다 끝나는 싸움입니다.”

“조조를 잡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니 문제지요. 관도 전투 때도 기가 막히게 도망쳤지 않소이까?”

방덕의 의견을 문추가 반박하면서 사뭇 분위기가 과열될 징조를 보이자, 원매가 손을 들어 막았다.

“이 계획이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거야.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어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좀 과감해서 위험해 보이지만, 시도해 볼 만한 계책이야. 불만이 있더라도 따르도록! 부어사(서서). 부대배치도 설명하게.”

“예. 전하.”

서서는 지시봉으로 상황판을 짚어가며 부대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장수들은 자신의 위치와 진행방향을 머릿속에 넣으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정면 : 문추, 위연. 보병 10만.

-중군 : 원매, 장수, 마초, 방덕. 보병 4만. 기병 2만.

-후방 : 곽독 보병 1만.

문추와 위연이 바람을 확인하고 불을 놓은 후, 뒤에 잔불을 끄면서 진군하고, 중군의 기병 2만은 장수/위연군과 연락을 유지하며 대기하다가 신속하게 기동하여 적을 돌격/섬멸하는 것이 임무였다.

중군의 보병 4만은 문추/위연군을 지원하고, 필요하면 곽독이 지키는 후방을 지원해야 했기에 유기적인 운용을 결정했다.

하루를 꼬박 병력을 점고하고, 출발준비를 하고 나서야 다음 날 아침에 출병할 수 있었다. 문추와 위연이 정찰병을 폭넓게 운용하면서 출발했고, 그 뒤를 중군이 따랐다. 곽독은 군수물자를 책임져야 했기에 단단히 방어하며 버텼다. 중군이 자리를 잡으면 그때 가서 물자를 옮길 계획이었다. 물론 조조군이 후방기습을 강행한다면 물자를 버리고 도주하도록 지침을 받은 상태였다.

원매는 병력이 이동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가만히 흙을 들어 공중에 뿌렸다. 차가운 바람이 흙은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하늘이 돕는구나. 이 정도면 무난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설마 적벽대전처럼 갑자기 남서풍이 불지는 않겠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