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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37화 (137/253)

# 137

제 137장. 형주에 이는 전운-2.

원매는 치소로 돌아왔다. 그가 업성을 떠나올 때, 이유가 몸이 안 좋은 상태이긴 했지만, 이렇게 급격하게 나빠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끝내 자신을 부르지 않은 이유에게 원망마저 들었고,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앞이 캄캄했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급히 가셨소? 상황이 안 좋으면 전령을 보내라고 그리 말했건만.’

그의 얼굴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원매가 치소에서 나오지 않자, 서서와 장수들은 대책을 고시했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서서가 고민 끝에 근처에 거주 중인 원술을 불렀다. 처음에 원매와 원술은 앙숙같은 관계였지만, 원매가 황태자로 올라서고, 원술은 힘없는 늙은이로 추락하면서 소원한 관계는 풀어졌다. 원매가 그저 가문의 어른 한 명으로 대접하고, 원술도 더는 미련을 접으면서 원만한 관계로 돌아섰다.

원술이 아침 일찍 배를 이용하여 육수를 타고 내려오자, 저녁 늦게 도착할 수 있었다. 원술이 왔다는 소식에 원매는 급히 마중을 나왔다.

“전하! 표정이 어둡습니다.”

“숙부. 어서 오십시오. 못난 조카가 괜한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아닙니다.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제가 그 심정은 잘 압니다. 답답하고 속상하시겠지요. 하지만, 아랫사람의 도리라는 게 있습니다. 대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전하께 어찌 전령을 보내겠습니까? 그런다면 분명 전하께서 업성으로 올라오실 테고, 일은 틀어질 텐데요. 이승상도 그런 것을 생각하고 고뇌를 거듭하다가 내린 결단일 것입니다.”

“휴우- 저도 압니다. 그러니 더 답답한 것이지요. 평생 고생만 하고 사신 분이니 더욱 마음이 아려서 그렇습니다.”

“전하가 이렇게 마음 쓰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입니다. 여기에 있는 장수나 신하들도 모두 전하의 넓은 마음을 존경할 것입니다. 또한,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십시오. 그는 전하께서 하루라도 빨리 천하를 통일하고, 백성들을 다스리는 것을 원할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원술의 위로를 들으면서 원매의 마음속을 무겁게 누르던 돌이 떨어져 나가는 듯 조금은 가벼워졌다.

“좋은 곳으로 가셨겠지요?”

“그럴 것입니다.”

원매는 원술과 함께 치소안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원술이 주로 위로를 하고, 원매가 들으면서 간간이 대꾸하는 형국이었다.

다음날, 원술은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고, 원매는 조금 밝아진 표정으로 배웅했다. 한없이 원술이 타고 가는 배를 응시하던 원매에게 서서가 다가왔다.

“전하. 이제 좀 괜찮아지셨습니까?”

“그러하이. 숙부께서 많이 위로해주셔서 그런지 많이 좋아졌어. 그래도 내가 무책임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군그래.”

“충분히 노력하셨고, 수하들이 모두 보고 느끼고 있습니다.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원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부터 시한부 인생이었던 이유였다. 충분히 보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속에 있던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고요하게 며칠이 지났고, 하비성에서 문추, 방덕이 보병 5만, 기병 1만을 이끌고 나타났다. 이제 이곳에는 보병 15만, 기병 2만의 대군이 모였고, 그들의 사기는 매우 높았다. 황태자 원매가 직접 나서서 고생을 같이 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지휘소 안에는 원매가 상좌에 앉은 가운데, 장수들로 가득 찼다. 서서가 원매에게 예를 표하고는 상황설명을 시작했다.

“현재 이곳에서 대별산을 넘어 가려면 장릉현 – 수현을 거쳐야 합니다. 대별산 줄기라고는 하지만 끝부분이라 산이 그리 험하지 않고, 계곡을 따라 길이 잘 발달 되어 있습니다. 수현을 지나면 강하군입니다. 그곳부터는 넓은 평야가 이어지는데, 중심지는 안륙현입니다. 평야에서 대결을 펼치는 것은 조조가 부담스러워 할 테니, 아마도 수현일대의 대별산자락에서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옳은 말이야. 기병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으니 그것은 불안하겠지. 계속 설명해봐.”

“예. 전하. 수현에서 안륙까지는 면수의 큰 지류인 수수가 흐르고 있는데, 그 강을 따라 계곡이 크게 형성되었고, 길이 나 있습니다. 다른 길은 모두 오솔길 수준의 작은길이라 이용하기 어려우니, 조조는 반드시 이곳에서 매복하고 승부를 보려고 할 것입니다.”

위연이 입을 열었다. 위연이 남양군 출신인 만큼 입이 근질근질했을 것이다.

“소장이 수현쪽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게 선봉을 맡겨주시면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원매가 손을 들어 위연을 자리에 앉히고는 서서에게 계속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적이 매복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알지만, 그리로 갈 수 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계책으로 수공, 화공 두 가지가 있습니다.”

수공이라는 말에 장수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서가 싱긋 웃었다.

“수수가 제법 유량이 풍부합니다. 수현근처에서 막았다가 일시에 터트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물이 계곡을 타고 휩쓸고 지나가면서 매복한 조조군을 일거에 박멸시킬 것입니다. 설령 높은 지대의 병력이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지휘통제가 마비되어 제대로 저항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화공은 어떤가?”

“지금은 2월이라 바람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북쪽, 조조는 남쪽에서 대비하는 상황이니 불을 놓는다면 조조는 커다란 피해를 볼 것입니다.”

장수들이 좋은 의견이라 찬성을 하였지만, 원매는 좀처럼 결정을 하지 못했다. 백성들의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전투가 벌어지면 수많은 백성이 생활의 터전을 잃고, 심지어 죽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수공이나 화공이나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다.

황태자로 올라서고 보니 계속해서 백성의 어버이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것도 결정을 쉽게 못 하는 요인이었다.

“부어사(서서). 자네는 어느 것을 추천하고 싶어?”

“화공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수공은 물을 모아야 하니 기간도 길고 준비할 게 많습니다. 그리고 적들이 눈치를 채고 산 위로 올라가 버리면 끝이고요. 하지만 화공은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바람이 남쪽으로 불 때 일제히 불을 놓으면 끝입니다. 그다음에 불을 꺼 가면서 천천히 따라 내려가면 됩니다. 물론 죄 없는 수많은 백성이 죽을 것입니다. 이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 어쩔 수 없긴 하지.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면 전쟁을 하지 말아야지.”

원매가 여전히 어두운 표정을 짓자, 문추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전하. 이곳에 모인 하급장수나 병사도 모두 가족이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전하의 사랑스런 백성이기도 합니다. 만약 부어사의 계책이 잔인하다고 하여 야전을 벌이신다면 많은 병사가 죽을 것입니다. 당연히 백성들을 보살피는 것이 맞지만, 내 백성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장군은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말하는 게 매우 진중해. 좋은 의견이오. 내 백성이 중요하지.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악마가 되어야지.”

원매는 모질게 고개를 끄덕이며 명을 내렸다.

“부어사! 화공을 주로 하여 적의 위치를 철저히 파악하고, 전투계획을 작성하시오. 준비가 되는 대로 출정하겠소.”

“예. 전하. 명을 따르겠습니다.”

서서를 비롯한 장수들이 일제히 일어나 군례를 올렸다. 화공으로 작전이 정해지며 이날의 회의는 파했다.

강하군 안륙현.

이곳에는 수많은 군영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조조가 8만, 유비가 3만, 주유가 3만을 보내와서 14만에 이르는 대군이 모이게 된 것이다.

조조연합군.

-총대장 : 조조

-책사 : 곽가

-조조군 : 장료, 서황, 조인, 하후연, 조순. 보병 7만, 기병 1만.

-유비군 : 관우, 장비 보병 3만.

-주유군 : 주태, 장흠 보병 3만.

조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군영을 돌아보고 있었다.

‘곽가를 데려온 것이 잘한 것인가? 순욱의 추천이 있었으니 데려오긴 했는데, 원소와의 복양현 전투에서 너무 쉽게 당했단 말이야. 물론 그걸로 많은 것을 깨달았겠지만, 조금 불안한 것은 사실이군.’

조조는 순욱을 부르려고 생각했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순욱이 수춘성에 남아서 중심을 잡고 해야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황제에 관한 일, 여강/구강/광릉군을 관리하는 일, 군수지원등 여러 명이 해야 할 일을 순욱 혼자서 완벽하게 해내었기 때문이었다. 순욱이 없는 후방임무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주군! 이번에는 절대 실패하지 않겠습니다.”

어느새 가까이 온 곽가가 다부진 표정으로 각오를 밝혔다. 그도 당한 수모를 씻기 위해 그간 부단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조조도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독였다.

“그래. 자네를 믿지. 이번에 원매가 수현을 거쳐서 이곳으로 내려오겠지. 길이 그곳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자네는 어떤 계책을 생각하고 있는가?”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이곳 안륙현에서 야전을 벌여서 원매군을 물리치는 방법입니다. 가장 무난한 작전이지만, 패배한 쪽은 매우 큰 타격을 받습니다. 이기든 지든 매우 타격이 큰 방안입니다. 둘째는 수현에서 내려오는 길목이 수수를 따라 길게 형성된 계곡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매복하여 적을 물리치는 계책입니다.”

“뭐야? 당연히 두 번째지. 기병에서 완전히 밀리는데, 야전을 벌인다는 게 말이 되나?”

“매복작전은 모든 게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습니다.”

조조는 계속 이야기를 해보란 듯이 눈짓을 했다.

“지금이 2월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바람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고 있습니다.”

“바람이라 ... ”

조조는 입을 닫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의 얼굴도 침울하게 변했다. 곽가의 뜻을 정확하게 간파한 것이다.

“화공을 우려하는가?”

“그렇습니다. 저들이 바람이 강하게 불 때, 불을 놓는다면 속수무책으로 매복한 수많은 병사가 타죽을 것입니다. 전투를 시작도 하기 전에 사기가 급락할 것이고, 그다음에 벌어질 야전에서는 필시 대패를 할 것입니다.”

“어렵군. 그렇다고 저들이 쉽게 내려오도록 놓아두고, 안륙현에서 불리한 야전을 벌일 수는 없잖아? 자네가 이렇게 신중하게 계책을 잘 내는 것이 참으로 기쁘긴 한데, 원매가 유리하고 내가 불리한 계책밖에 없으니 답답하군.”

조조는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걸었다. 어찌해야 할지 그도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곽가가 가까이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다시 진언을 올렸다.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원매군이 안륙현 벌판까지 아무런 피해도 없이 내려온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그래서는 전투를 이길 수도 없고요. 그래서 말인데, 한 3만 정도를 매복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면 화공으로 3만이 부상을 입거나 다치겠지요. 원매도 자신의 계책이 성공했다며 밀고 내려올 것입니다. 그때 남은 병력을 우회하여 저들을 다시 기습하는 것입니다.”

조조는 꽤 괜찮은 작전이라 생각했지만, 3만이 죽을 것으로 생각하자 침울해졌다. 그리고 매복에 누가 자원을 하겠는가?

“화공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그곳에 병력을 배치한다 치더라도, 3만이 죽는다면 참으로 아까운 일이야. 그리고 이 정도 상황이면 경험 많은 상장이면 화공을 예측할 수도 있고 말이야.”

곽가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누가 들을까 조조의 귀에 대고 계책을 진언했다. 곽가 못지않게, 조조의 표정도 잔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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