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36화 (136/253)

# 136

제 136장. 형주에 이는 전운.

서서가 보낸 전령은 급히 말을 몰아 한중군으로 향했다. 그는 한중중랑장 파재를 찾았다. 파재는 죽간을 풀어서 읽고 또 읽었다. 그는 전령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쉬게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거참. 서서란 자가 꽤 머리가 돌아가는 것인가? 아니면 예민한 것인가? 익주에서 한중 또는 관중으로 공격할지 모르니 대비계획을 세워라?’

파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도 한중으로 들어와서 익주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익주에서 이곳으로 오려면 오로지 잔도를 통해서 와야 한다.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에 대비하여 많은 병력을 투입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는 좀처럼 판단이 서지 않았다. 지금처럼 주요 목 지점을 소수의 부대로 점령해놓고, 신호체계만 확실히 해놓으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서서의 요구에 어찌 대처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은 것이다.

그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기존의 방책을 그대로 죽간에 적어 보냈다.

허창성.

서서는 파재가 보내온 죽간을 확인하고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내려놓았다. 그도 파재의 방책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다시 원매를 찾았다.

“전하! 한중중랑장 파재가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원매는 말없이 죽간을 펼쳐서 읽어 내려갔다.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거 참. 이걸 어찌 설명해야 알아들으려나?’

약간 난감한 얼굴로 서서를 쳐다보았다. 유장이 제갈량은 아니니, 어쩌면 한중, 관중공격은 없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길이었다. 고민하다, 한고조의 충신인 한신이 그 길을 따라 관중을 공략했던 것을 상기해내고는 입을 열었다.

“이보게. 부어사(서서)”

“예. 전하. 말씀하십시오.”

“그 길이 온통 잔도뿐이라 정말 공격하기 어렵지. 이것은 공격하는 측이나, 방어하는 측 모두 같은 생각이야. 그러니 방어하는 측에서는 방심하기 쉽지.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한신이 익주의 군대를 이끌고 잔도를 건너 관중을 공격한 사례가 엄연히 존재한다네. 철저히 대비한다면 그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고, 만약 방심하다 무너진다면 우리는 매우 큰 타격을 받게 되네. 내 말을 뜻을 알겠는가?”

서서가 급히 부복하며 죄를 청했다.

“전하의 깊은 뜻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다만, 산이 너무 험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예민하신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일어나게. 그 정도로 엎드리면 어쩌는가? 내가 명령을 직접 내릴 터이니, 한중중랑장에게 전달하여 확실하게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장안에서도 신속하게 구원군이 출병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놔. 그렇게 명령서를 작성해 와. 그럼 내가 인장을 찍어 주지.”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2월이기는 하지만, 전투를 벌일 강수(장강)일대는 북쪽처럼 그리 춥지는 않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저들이 연합을 꾸리려고 노력할 때, 우리가 선제공격을 하는 것은 어떤가?”

서서는 일어서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적의 동태를 살피는 중이었고, 아직은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병력운용은 어찌하실 요량이십니까?”

“어디로 공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는가?”

“지금은 수군이 완비되지 않아서 회하쪽은 힘들고 장사군이나 강하군을 공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네 생각은 어디가 좋다고 생각하는가?”

“강하군입니다. 강하군의 2/3는 면수, 강수 이북에 위치해서 수군 없이 공략이 가능하고, 그곳이 조조와 유비의 경계지대이므로 연결고리를 끊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저들도 그것을 알고 필사적으로 막으려 들 터이니, 어려운 전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흐음-”

원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강하군으로 하지. 힘들지만, 공략이 성공한다면 유비와 조조를 갈라놓는 효과가 있어. 그리고 조조가 제법 세력이 커져서 골치 아팠는데, 강하군 하나 빼앗으면 많이 위축될 거야. 그리고 ... ”

잠시 말을 끊은 원매가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형주도호부에서 보병 5만 / 기병 1만, 서주도호부에서 보병 5만 / 기병 1만, 기주도호부에서 보병 5만을 차출 해서 남양군 신야현으로 집결시켜! 그 정도 병력이면 충분할 거야.”

“명을 따르겠습니다.”

서서는 원매의 치소를 물러 나와 곧바로 죽간을 작성하여 각지로 보냈다. 파재에게 그대로 원매의 명령을 전하여 경계를 강화시켰다. 가까운 강릉에 있던 병력이 제일 먼저 신야로 달려왔으며, 하비성과 업성에 주둔하던 병력도 급속 행군을 거듭하며 신야성으로 진군해왔다.

원매도 허창성을 떠나 남양군 신야성으로 내려갔다. 그는 신야현령을 위로하고는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채양현에 머물렀다. 채양현은 대별산 줄기에 자리 잡은 현이었는데, 남양군과 강하군은 대별산이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공격을 하기에는 채양현이 주둔지로 안성맞춤이었다.

수춘성 조조치소.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원소가 황제즉위 한 지 이제 한 달 지났어. 그런데, 원매가 강하군 근처에 군대를 집결시키고 있다고?”

조조가 기가 막히는 듯한 표정으로 순욱을 노려보았지만, 그는 별다른 감흥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은 채 냉정하게 대답했다.

“사실입니다. 형주 강릉에 있던 병력은 벌써 올라갔고, 회하일대의 병력도 절반 정도가 빠졌다고 합니다. 만에 하나 북쪽에 있는 병력마저 내려온다고 가정하면, 강하군전투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전투가 될 것입니다. 저들이 수군이 부족하여 회하를 건너기 쉽지 않으니, 최소의 방어병력을 놓아두고, 모두 강하군으로 투입해야 합니다. 주유에게 전령을 보내어 지원군을 받아야 하고요. 그리고 유비에게 어서 전령을 보내시어 동맹을 맺으셔야 합니다.”

“다른 건 다 알겠어. 그런데, 유비가 싫다고 했는데, 어찌 동맹을 맺으라고 하시는가?”

“강하군을 내준다고 하십시오.”

“자네 미쳤어? 강하군이 얼마나 중요한 교통의 요지인데, 그걸 내줘?”

“원매가 작정하고 나서면 강하군은 지키고, 못 지키고를 떠나서 초토화될 것입니다. 만약에 이기면 진정한 동맹군을 얻는 것이고, 때에 따라 남양군이나 남군으로 진격해서 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진다면?”

“강하군은 날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장강 이남은 유비가 그대로 차지하겠지요. 원매가 아직은 수군이 미약하니 그곳까지는 노리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유비와의 관계는 확고해질 것입니다. 그 후에는 원매가 여강군을 공략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유비의 지원은 꼭 필요합니다.”

조조는 이빨을 깨물며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빌어먹을! 유비 이놈과 전생에 부부였나? 왜 이리 질기게 연이 이어지는 거야?”

“어쩌시겠습니까?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자네 뜻대로 하지. 유비에게 조엄을 다시 보내. 강하군을 돌려준다고 말하고, 이번에 원매가 공격하면 같이 막자고 해. 참, 남쪽의 사섭 그놈에게는 동맹제안을 왜 안 하는가?”

“사섭이 교주를 움켜쥐고 있는데, 도움이 안 됩니다. 교주는 교지(베트남 북부)와 그 외 지역으로 나뉘는데, 교지에 70만, 나머지 지역에 70만 정도가 거주합니다. 더군다나 대부분은 이민족들이죠. 군대를 보내려면 교지에서 뽑아서 보내와야 하는데, 길이 매우 멉니다. 그리고 이민족에다가 겨우 70만에서 뽑아봐야 얼마나 뽑겠습니까? 아예 신경을 쓰지 마십시오.”

“교주가 넓기만 하지 형편없는 곳이로군. 그러니 사섭이가 꼼짝 못 하고 그러고 있구만.”

“그럼 군대를 강하군으로 모으고, 유비에게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조조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알아서 하라고 했다.

장사군 유비치소.

유비는 또다시 달려온 조엄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왜 또 왔어?”

“상황이 긴급하여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원매가 강하군과 남양군의 경계지대에 병력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이는 강하군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틀림없습니다. 주군께서는 유장군과 힘을 합쳐서 원매군을 강하군에서 몰아내고, 그 후에 강하군을 되돌려 드리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뭐야? 지금 원매에게 빼앗기게 생기니까 돌려준다는 거야? 나가!”

유비가 불같이 화를 내며 조엄을 쫓아내자, 방통이 잠시 나가 있으라고 한 후, 유비와 둘이 남자 진언을 올렸다.

“주군. 강하군이 원매에게 넘어가면 조조와의 연합은 물 건너갑니다. 조조는 주유와 단단히 뭉쳐있고 주군보다 영토나 백성이 훨씬 많습니다. 그럼 강하군을 점령한 원매가 그 다음에 취할 행동이 뭐겠습니까? 분명히 장사를 공격할 것입니다. 수군이 취약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공격 못 할 상황도 아닙니다. 유장이 지금이라도 병력을 보내준다면 모르지만, 분명히 전쟁이 나야 군대를 파견할 테고, 그렇다면 오는 데만 적어도 한 달은 넘을 것입니다.”

“빌어먹을!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만.”

유비는 울화통이 터지자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방통의 진언에 대꾸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너무 분하지 않은가? 내가 조조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꼴이란 말이야.”

“분하셔도 참고 버티셔야 합니다. 원매가 강하군을 공격하는 상황에서는 유장이 지원군을 보내줄 리가 없습니다.”

방통이 유비를 달래고 달래서 겨우 안정을 시켜놓고는 조엄을 다시 불러들였다.

“조엄! 강하군을 넘겨준다는 약조는 가져왔는가?”

“여기 있습니다.”

조엄이 조조의 친필이 적힌 죽간을 내밀자, 유비는 그것을 받아 읽고는 다시 돌돌 말았다.

“이번 한 번만 네놈들의 뜻을 따라주마. 지난번처럼 또 뒤통수를 친다면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여기도 준비를 해서 군대를 보낼 터이니, 어서 가봐.”

조엄이 깊숙이 허리를 숙이며 예를 표하고 물러가자, 유비의 눈에서는 분노의 흉광이 흘러나왔다.

“내가 땅까지 빼앗기고 저놈을 도와줘야 한다니. 참으로 기가 막히는구나. 기가 막혀!”

유비는 치소바닥이 꺼져라. 탄식을 터트렸다. 유비는 관우, 장비에게 3만을 주어 강하군으로 지원을 보냈다.

남양군 채양현.

강릉에서 올라온 장수, 마초가 이끄는 보병 5만, 기병 1만이 일찌감치 올라와 주둔하며, 전투를 준비했다. 얼마 안 가 업성에서 위연, 곽독이 이끄는 보병 5만도 내려왔다. 도합 11만이 모이자, 원매는 자신감이 샘솟듯 가슴에 가득 찼다. 하비의 병력만 온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전력이 될 것이다.

원매는 장수들을 환영하고, 적당히 훈련을 시키며 전투준비 명령을 내려놓고, 군영을 둘러 보았다. 이때 위연이 원매의 눈치를 보며 죽간을 전해 바쳤다.

“아니 자네가 눈치를 다 보는가? 하하하- 거참.”

“전하- 심호흡을 하고 읽으십시오.”

심호흡이라는 말에 원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이 분명했다. 급히 죽간을 묶은 실을 풀고는 떨리는 손으로 죽간을 펼쳤다. 다 읽고 나자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거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게 무슨 말이야? 이승상(이유)이 위태로우면 빨리 말을 했어야지.”

“대업을 앞둔 전하께 폐를 끼치면 안 된다며 극구 만류하는 통에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괜찮다가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안 되겠어. 내가 다시 올라가야겠어.”

“소용없습니다. 제가 내려올 때, 이 죽간을 받았는데 이미 의식마저 자주 끊기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아마 지금쯤은 ... ”

“그만!”

원매는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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