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33화 (133/253)

# 133

제 133장. 관직개편.

순유는 두툼하게 말린 죽간을 들고 들어왔다. 원매는 그것을 보자, 드디어 기다리던 관직개편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고, 관직을 개편하는 것이니만큼, 절로 긴장이 되었다.

“한의 관직체계에서 조금 변경을 하였고, 누구를 쓸지에 대해서는 업성과 합의를 마쳤습니다. 내년 초에 건국이 될 예정이기에 아마도 이번 관직개편이 최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고하셨소이다.”

원매는 기대에 찬 눈으로 죽간을 들어 주욱 읽어내려갔다. 관직, 간단한 설명, 성명순으로 표기를 하였는데, 대략 옮기면 다음과 같다.

삼사/삼공을 폐지하고 오사로 재편. 구경 폐지. 궁중의 제도를 단순화하여 환관을 대폭 축소 시켰고, 신권을 강화시켰다. 후한말 십상시의 폐단으로 나라가 흔들린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다시는 환관들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한 것이다.

[중앙조직]

-오사(천자의 스승. 원로 고문직)

· 태사(외교)-봉기

· 태부(민정)-전풍

· 태보(인사)-원환

· 태위(군사)-저수

· 태도(토목)-순심

봉기, 전풍, 저수, 순심은 원소의 신하였고, 원환은 원술을 거쳐 원매를 모셨지만, 원가의 어르신이었다.

-승상부(실질적으로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권력기구)

· 승상 - 이유, 가후

· 이조 - 상서 : 순유(관리인사), 부상서 : 등지(군대인사)

· 호조 - 상서 : 두기(농상), 부상서 : 왕련(소금, 철), 부상서 : 관구흥(창고관리)

· 병조 - 상서 : 고람(군대통제), 부상서 : 장수(군수지원)

· 공조 - 상서 : 염포(토목/수리), 부상서 : 맹대(하천관리)

· 형조 - 상서 : 괴월(법규정/형벌), 부상서 : 염상(소송)

· 예조 - 상서 : 소칙(황실 종묘/제사주관)

각조에는 상서와 부상서를 두어 운용했고, 이를 보좌하는 하급관리를 각 조별로 30~150명까지 두어 보좌하도록 했다.

-금군(황궁방어) 대장 : 사마구, 부대장 : 조운

-어사대(감찰) 도어사 : 강경(관리감찰), 부어사 : 서서(첩보관리)

-한림원(역사편찬, 황제 기밀문서) 학사 : 진림

※강경은 강유의 부친입니다.

지방조직.

군사권을 가지고 있던 주목을 폐지하고, 주자사를 부활시킴. 오호도독부를 새로 신설하여 황제 예하의 강력한 군사통치기구를 설치. 병부의 통제를 받음.

· 기주 – 주자사 : 전예

· 유주 – 주자사 : 원희

· 청주 – 주자사 : 순우경

· 서주 – 주자사 : 장로

· 연주 – 주자사 : 장기

· 예주 – 주자사 : 응소

· 사주(사례) - 주자사 : 왕읍

· 형주 – 주자사 : 유종

· 량주(서량) - 주자사 : 마등

· 병주 – 주자사 : 고간

량주, 병주는 병권을 함께 주어 이민족 침입에 대비함.

오호도독부.

· 유주도호부(탁군) - 도독 : 장합, 곽원 보병 5만, 기병 7천.

· 기주도호부(업성) - 도독 : 전예, 안량/장의/위연/곽독/견초 보병 10만, 기병 6천.

· 서주도호부(하비) - 도독 : 기령, 방덕/문추/문빙/감녕/ 보병 10만, 기병 1만. 수군 2만.

· 형주도호부(강릉) - 도독 : 이통, 장수/마초/마대/이엄/곽준 보병 10만, 기병 1만. 수군 2만.

· 사례도호부(장안) - 도독 : 장패, 강합/이휴 보병 3만, 기병 4천.

원매는 꼼꼼하게 읽은 후,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관직과 관리 및 장수들을 보니 순치중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겠소. 업성에 양보를 많이 하느라 힘들지는 않았소?”

“다음 황제가 누구시냐? 이렇게 말하면서 조금만 참자고, 설득했습니다. 대부분 수긍했습니다.”

“그런데 이별가가 몸이 안 좋은데, 승상을 맡을 수 있겠소? 그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데?”

“하루 정도 있다가 바로 가별가에게 이임식을 하려고 합니다. 큰 실속은 없지만, 초대승상이라는 명분은 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갈량은 나이는 어리지만, 발군의 능력이 확인되었으므로 가별가 휘하에 두어 전체적인 일 처리를 배울 수 있도록 처리하겠습니다.”

“고맙소. 이것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것이지요?”

“물론입니다. 기를 건국하면서 관직개편도 동시에 선포할 예정입니다. 그때, 업성에서 여러 나라의 사신을 불러들인 상태에서 거창하게 선포하려고 합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자신 뜻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새로운 관직에서 주요 요직을 업성의 원소 부하들이 많이 차지했지만, 곧 자신이 2대 황제로 등극할 예정이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공신목록입니다.”

원매는 공신목록에서 죽은 한순, 조독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눈물 한 방울을 떨구고는, 인장을 꾹 눌러 찍었다. 순유를 믿고, 가타부타 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공신들에게 어떤 작위를 내리고, 그에 맞는 녹읍을 책정하는 것도 계속 연구중에 있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리 하시오. 고생하셨소. 이제는 새로운 기의 건국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고생하시고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요구하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원매는 순유를 다시 한번 그의 공을 크게 치하하면서 칭찬했다. 순유가 물러간 후, 원매는 회상에 잠겼다.

‘처음 상당군 몇 개 현을 받아서 시작할 때는 암담했는데, 이제는 황제를 바라볼 위치까지 올랐구나. 물론 아버님의 도움이 절대적이긴 했지만, 나를 스스로 칭찬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살았어.’

업성. 원소치소.

원소는 수척해진 얼굴로 죽간들을 읽으며 결재를 하고 있었다. 외형적으로는 병약하고 힘이 없어 보였지만, 놀라운 정신력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휴- 이 정도를 가지고 힘들다니. 이래서야 어찌 기를 건국하고 초대 황제에 오른단 말인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

그는 탁자 위에 놓인 탕재를 마시며 인상을 썼다. 오늘따라 유난히 쓰게 느껴졌다.

“주군. 봉호군입니다.”

봉기의 목소리가 들리자, 원소의 표정도 조금은 밝아졌다.

“들어오게.”

“오늘은 어떠십니까?”

“괜찮아. 그래 어쩐 일로 오셨는가?”

“지난번에 보고를 드렸던 관직개편에 대해서 허창의 우장군도 동의했다고 합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큰 것은 다 마무리되었고, 남은 기간동안 차분히 정리해서 황제즉위식에 조금의 문제도 없도록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네. 매가 좀 속이 상했을 텐데, 아무 말 없이 동의해주니 내 마음이 아파.”

원소가 짧은 탄식을 쏟아내며 천장으로 시선을 옮기자, 봉기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기주나 연주등 여러 지역에서 유씨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반란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참으로 잘된 일이군. 그런데, 수춘성에 있는 한황제는 어찌하고 있다던가?”

“억울하겠지요. 자세히는 모르나, 요즘 들어 자주 한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어쩌겠습니까? 이미 한은 끝났습니다.”

“그렇지. 그렇게 돼야지. 참, 북쪽에 있는 이민족의 동태는 어떤가?”

“계속해서 화친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들도 주군과 거래를 통해서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는 무모한 도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있을 즉위식에 모두 사신을 파견하기로 약조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알아. 그래도 조심해서 살펴봐.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워. 한순간이라도 삐끗하면 아주 골치 아파져. 또 그리되면 매가 뒤가 불안해서 제대로 정복활동도 못할 것이고.”

“물론입니다. 우장군께서 전선에서 고생하고 계신 데, 제가 이런 일로 주군의 속을 썩여서야 되겠습니까?”

“힘들겠지만, 변방은 꼼꼼하게 지켜봐.”

“예. 주군. 그리고, 대공자(원담), 사공자(원상)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제 북쪽이 안정되어 있는데, 저리 두는 것이 보기 안 좋습니다.”

“담이 이놈은 안돼. 더 정신 차려야 해. 그대로 놓아둬. 그리고 상이는 중산군 태수로 비교적 임무수행을 잘하고 있어. 그럼 된 것이니 당분간은 이 일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게. 알겠는가?”

원소가 매섭게 봉기의 입을 닫게 만들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원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도 변했군. 예전에는 후계자 싸움을 하느라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더니.”

“이제 다 끝났으니까요. 더는 그들은 우장군의 적수가 못됩니다.”

원소는 봉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봉기 말대로 다 끝난 것이다. 누가 있어 원매에게 대항을 하겠는가?

봉기는 원소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예전의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가슴 뿌듯한 시절이기도 했기에, 원소의 표정은 감격으로 벅차올랐다. 지금 이런 부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자는 봉기가 유일했다. 봉기는 원소가 젊어서 뜻을 품을 때부터 함께한 친우이자, 동지였다.

원소는 젊은 날을 회상하며 마음속의 어둠을 조금 덜어냈다.

서량 안정군. 마등치소.

마등은 장수들과 관리들을 불러모아 크게 잔치를 열었다. 장안에서 충고가 원매를 대신하여 자리를 지켰다.

“하하하하- 내가 이제껏 살면서 이렇게 기쁜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소. 량주자사가 되다니. 지금 생각해도 꿈을 꾸는 것 같소이다.”

“내년부터 자사가 되는 것이긴 하지만, 감축드립니다. 우장군께 충성을 하시면 더 많은 보상이 따를 것입니다.”

충고의 말에 마등은 당연한 듯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한수가 떠난 후, 서량을 모조리 차지해서 실리를 취했고, 이제는 량주자사라는 관직을 얻어 명예를 더했다. 원매는 마등에게 자치권을 부여했고, 세금등을 전액 면제했다. 이곳이 척박하기도 했지만, 이민족을 막으려면 오히려 군량등을 지원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이 마등이 비록 배운 것은 많지 않지만, 은혜를 모를 정도로 멍청한 인물은 아니오. 내 그 은혜를 뼛속 깊숙이 새겨 죽는 날까지 절대 잊지 않을 것이오.”

“아버님! 형님이 전방으로 나가셨지만, 이곳은 저와 철이가 철통같이 단단하게 지키겠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마휴가 가슴을 두드리며 다짐했다. 마등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움이 담겼다.

“그래. 휴, 철. 너희 둘이 철통같이 지켜야 한다. 만약 이것도 제대로 못 지킨다면 내가 우장군을 뵐 면목이 없어.”

마등은 기분이 좋은지 술잔을 비우며 아들과 원매의 사신에게 술을 따랐다. 오늘 같은 날 마시지 않는다면 언제 마신단 말인가?

“주군. 그래도 조금은 자중하십시오. 기쁘지만, 부하들 앞에서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 알겠네. 자네는 그럴 때 보면 부친을 쏙 빼다 박았어.”

부간의 충고에 마등은 술을 먹는 속도를 늦췄다.

“글쎄요. 아직 부친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더 열심히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 모습도 부남용(부섭. 부간의 부친) 생전모습 그대로야. 그는 항상 성실했고, 진중했어. 그리고 불의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았지. 자네도 그렇게 성장한다면 저승에 가신 부친께서도 크게 기뻐하실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부간이 고개를 숙이자, 마등은 그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마등의 머릿속에 부섭의 마지막이 떠올랐다.

부섭은 한수/왕국이 반란을 일으켜 서량에서 위세를 떨칠 때, 한양태수로 부임해있었다. 그는 한수의 지독한 공격에도 끝까지 버텼으며, 종국에는 군사들을 이끌고 한수와 전투를 벌이다가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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