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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23화 (123/253)

# 123

제 123장. 반란군 무너지다.

유평이 도주를 했고, 제남군에 모여있던 반란군은 기령, 장합에게 철저하게 격멸되었다. 2만이 항복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도주를 했다. 효율적인 전투덕분에 사망자와 중상자를 합쳐서 3천이 나오지 않았다.

기령은 항복한 병사들을 허창성으로 보냈고, 전장정리를 지시하며 시간을 끌었다. 장합이 생각을 하다가 기령을 찾았다.

“기장군. 유평이 도주를 했고, 저놈들은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했으니 다시 준비를 하기 전에 공격해서 말살합시다. 조금 무리수이긴 하지만,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기령이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저는 원공로(원술)의 장수였을 때, 풍족한 물량을 바탕으로 장기전을 주로 수행했습니다. 이게 옆에서 보면 참 답답해 보이는데, 효과는 정말 큽니다. 이런 식으로 전투를 치르고 나면, 상대방은 진이 빠집니다. 제후들의 군대라면 나름대로 군수지원도 체계적일 텐데도 타격이 크다면, 반란군이라면 어떻겠습니까?”

기령은 장합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이어갔다.

“지금 저들도 대패한 것을 알았을 테고, 준비를 단단히 하겠지요. 우리가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공격한다면 필시 군량을 비롯해서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결국은 내분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때 가서 공격해도 늦지 않습니다. 유평 따위가 어찌 호족의 대표로 나서겠습니까? 이 기회에 조금 쉬면서 상황을 지켜보시지요. 조조가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어찌 나올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우리가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뜻이 있었군요. 알겠습니다. 저는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전투를 준비할 테니 때가 되면 명령을 내리십시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장장군과 상의를 하면서 최선의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합이 군례를 올리자, 기령도 정중하게 받았다. 장합은 편안한 얼굴로 병사들을 지휘하러 향했고, 그런 장합이 기령은 고마웠다.

산양군 창읍현.

유평은 방덕기병을 피해 이곳까지 쫓겨오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기병의 거센 추격에 창읍까지 따라온 병사들은 4백에 불과했다. 하루 만에 5만이 증발된 것이다. 물론 도주한 병사들은 시간이 지나면 일부는 모일 테지만, 참혹한 패배인 것은 분명했다.

유평이 패배하자, 다른 호족이었던 유맹, 유송이 각각 2만씩 군대를 이끌고 창읍현으로 진군해왔다. 유평이 서열이 높아 맹주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그가 패배를 한 직후, 상황이 묘하게 바뀌었다.

유평은 계속 맹주를 하고 싶어했고, 유맹이 이에 문제제기를 했다. 기령의 예상이 정확하게 들어 맞은 것이다. 만약 공격했다면 이들이 유평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을 테지만, 기다리자 내분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제남군 전투에서 대패를 했으니, 이제는 이선으로 물러나시오.”

“뭐라 했는가? 자네가 감히 내게 뒤로 물러나라고 했는가?”

항렬이 높은 유평이 찍어 누르려고 했지만, 유맹이 순순히 당하지 않았다.

“군사들도 없으면서 무엇을 하신다고 그러시오. 나와 유송이 돕지 않는다면 겨우 몇 백으로 무얼 하시겠소? 되지도 않는 소리 하지 마시고, 얌전히 뒤로 물러나시오. 이제부터는 내가 이끌겠소.”

유평은 급히 유송에게 눈을 돌렸다.

“이 보게. 아우. 자네가 말해보게. 내가 한번 실수했다고, 맹주자리를 내려 놓으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유송이 난처한 듯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건 두 분께서 알아서 하시오.”

유송이 불편한지 자리를 벗어났다. 유평은 불같이 화를 냈지만, 병력이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유평이 창읍에 온지도 10일이나 흘렀고, 도망쳐온 병사들이 모이자 7천정도는 되었다. 유평은 욕심을 부리며 계속 맹주자리를 되찾겠다고 나섰고, 유맹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유평과 유맹이 싸우며 시간낭비를 하자, 그나마 남아있던 중소호족들과 병사들의 결속력도 조금씩 흐트러졌다. 또한 유평에게 결정적인 한방이 날아 들었다.

“뭐라? 조장군께서 강하군을 공격하고 계시다고?”

자신이 궐기하면 바로 원매의 뒤통수를 칠 것이라 생각하고, 꿈에 부풀어 당차게 시작했는데 이리 되고 보니 조조의 손바닥 위에 놀아난 결과였다. 유평이 얼굴이 하얘지고,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을 때.

쾅-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유맹과 유송이 분노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도대체 일을 어찌한 거요? 조조 이 새끼가 거짓말을 했다는데, 사실이오?”

유평이 머뭇거리자, 유맹이 기세 등등해졌다.

“왜 말을 못하시오? 조조가 공격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슨 수로 원매를 이긴단 말이오?”

평소 악독하던 유평도 믿었던 조조의 배신에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라 유맹의 말에 일언반구 대꾸도 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이런 병신새끼를 믿은 내가 병신이지. 유장군. 나갑시다.”

유맹이 욕을 퍼부으며 치소를 나가자, 유송도 날카롭게 유평을 노려보더니 밖으로 나갔다. 유송은 급히 유맹의 옷깃을 잡았다.

“장군. 이거 잘못하다가는 우리 모두 멸족을 당하겠소.”

“어휴- 어디 도망칠 수도 없고.”

유맹은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다가 발을 구르며 분노를 터트렸다. 유송이 그에게 가까이 와서 귓속말로 조언을 올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라도 살고 봅시다. 유평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고, 우리도 속았다고 하면서 항복을 하는 것이지요. 저 미친 유평 때문에 가문이 멸족될 수는 없지 않소이까?”

유맹은 그제야 눈을 반짝였다. 그는 매서운 눈빛을 발하고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럼, 오늘 밤을 기해서 저놈의 목을 칩시다. 그 정도는 해야 우리를 인정해주지 않겠소?”

유송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 틀어진 마당에 이제 유평은 더 이상 가문의 어른도 아니었다.

유평은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하고, 계속해서 조조에게로 전령도 보내고, 상황을 파악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도저히 현재의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크으- 오늘 따라 술이 쓰구나.”

유평은 연신 술을 뱃속에 쏟아 부으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많은 술을 마셨지만, 좀처럼 취기는 오르지 않았다.

창-창-

갑자기 칼부림 소리가 들렸고, 병사들의 비명소리도 들려왔다. 유평은 섬뜩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뽑아 들고 나가려고 할 때, 유맹과 유송이 무장을 한 채 들어왔다. 유맹이 칼을 뽑아 유평을 겨누며 소리쳤다.

“네놈이 간악한 말로 우리를 속였다! 조조의 지원 또한 거짓이지 않더냐? 감히 거짓을 말하여 수만의 백성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으니 살기를 바라지 마라!”

“아니··· 이 보게··· 나는”

뭔가 변명을 하려던 유평은 유맹과 유송의 연합공격에 제대로 대응도 못해보고 무너졌다. 그렇게 연주의 유평 반란은 힘없이 무너졌다.

허창성.

원매는 기령과 장합의 공을 크게 치하하고, 포상을 넉넉하게 지급했다. 또한, 죽은 하급장수들과 병사들에게 쌀을 지급하여 그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했다.

“이런 싱거운 놈들을 보았는가? 한번 전투했다고 꼬리를 말고 항복하다니.”

원매가 혀를 차자, 기령이 나름대로 상황을 분석하여 설명했다.

“조조가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내분이 심하게 일은 것 같습니다. 그들로서도 이번 전투는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요. 어쨌든 유평을 죽였고, 3족을 멸족시켰으니 당분간은 잠잠할 것입니다. 또한 유맹, 유송은 자신들의 장자를 허창성에 맡기고는 스스로 호족들 감시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주군께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암- 잘된 일이고 말고. 기장군! 자네가 그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연주를 잘 감시하게. 만약 어떤 놈이 문제를 일으킬 것 같으면 선조치후보고하게. 아예 그런 놈들은 처음부터 싹을 잘라 놓은 게 좋아.”

“명을 따르겠습니다. 앞으로 연주의 일로 주군의 속을 썩혀 드리지 않겠습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합을 바라보았다.

“자네도 고생했어. 장장군 자네는 허창성에서 군사를 조련하면서 기주를 유심히 살피게. 아버님의 은혜를 입었으면서도 분명히 궐기할 놈들이 있을 거야. 내 말 뜻 알겠지?”

“물론입니다. 선조치후보고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야. 내가 허창성에 있으면 보고하고, 다른 곳에 있으면 선조치후보고하게. 일단 시작하면 확실하게 토벌해야 해.”

“명을 따르겠습니다.”

원매는 기령과 장합, 방덕, 송과의 공을 치하했다. 기령과 방덕은 곧바로 연주의 창읍성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주둔하며 연주를 살피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장합은 허창성에서 예비대를 지휘하는 임무를 받았다.

원매가 연주반란을 진압하고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을 때, 형주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강하군은 결국 조조에게 넘어왔고, 유비는 장사, 영릉, 계양을 손에 넣었다. 무릉군은 군대가 많지 않았는데, 지속적으로 유비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었다.

양양성.

소칙을 따라나선 제갈량은 채모와 괴월을 만나고 있었다.

“어르신들 그간 격조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제갈량이 크게 절을 올리자, 채모와 괴월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우장군 휘하에서 일하고 계시다고?”

유비의 공격을 받는 상황까지 몰리자, 채모와 괴월은 부쩍 소칙과 만남을 자주 가졌고, 오늘은 제갈량이 따라 나선 것이다. 몇 달 전이었다면 제갈량이 예뻐 보일 리가 없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제갈량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조곤조곤 상황을 이야기하며 채모와 괴월에게 최대한 원매의 좋은 점을 강조했다.

“채호군. 강하에는 조조가 들어왔고, 남쪽 장사는 유비가 꿰차고 앉았습니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무릉도 곧 그들의 손에 떨어질 것입니다.”

“그 얘기는 그만하게. 속이 쓰리군.”

“이제 형주목을 설득하여 우장군께 귀부를 하심이 어떻습니까? 저는 두 분께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남군을 바친다면 우장군께서 섭섭하지 않게 대우를 하실 것이고, 형주목도 그대로 두실 것입니다. 또한, 유비와 조조에게도 복수를 해줄 것입니다. 참으로 좋은 기회입니다. 또한···”

제갈량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어갔다.

“곧 대장군께서 황위에 오르고 새로운 나라를 건국할 것입니다. 그리 되면, 두 분께서 개국공신의 자리에 오르실 것입니다. 만약 내년에 항복하신다면 개국공신반열에는 절대 오르지 못합니다. 제 말뜻을 아시겠지요?”

“개국공신?”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괴월과 채모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래도 주저하는 그들을 향해 제갈량이 일침을 가했다.

“이것은 대단한 기회이자, 호의입니다. 내년에 새로운 국가가 건국되고, 수군이 육성된다면 그때는 주군께서 군대를 이끌고 내려올 것입니다. 유비도 힘든데, 감히 주군을 당해내실 수 있겠습니까? 그때 가서 항복을 한다면 훨씬 못한 대우를 받을 것입니다. 잘 생각하십시오. 지금도 중요하지만, 후손들도 부를 누리며 사셔야지요.”

어느새 제갈량의 말은 협박처럼 강경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괴월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못 본 사이에 정말 많이 늘었구먼. 허허허허-”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시게. 사실 우리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세상은 바뀌어도 호족은 영원하지 않은가? 이왕이면 대우를 받으면서 호족생활을 하는 게 유리하지. 하지만, 주위 보는 눈도 많고 할 일도 많아. 형주목도 설득해야 하고. 시간을 주시게. 다 잘될 것이야.”

“두 어르신의 결단에 참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갈량은 다시 한번 크게 절을 올리며 감사를 표했다. 채모가 그의 손을 잡았다.

“이 사람아. 우리가 남인가? 걱정 마시게. 잘 될 거야.”

“감사합니다. 제가 주군께 아뢰어 두 어르신의 관직은 보장하겠습니다. 능력이 있으신데, 초야에서 재능을 썩혀서야 되겠습니까? 그리고 힘드시겠지만, 빨리 부탁 드리겠습니다. 혹시라도 유비가 남군까지 상당부분 차지한다면 제가 주군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당연하지. 그리 된다면 우리가 받을 몫도 줄어들 것이 아닌가? 그럴 수는 없지.”

제갈량과 채모, 괴월이 대략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자, 소칙이 죽간을 작성할 것을 권고했다. 원매에게 바쳐서 확실하게 다짐을 받아놓겠다는 설명이었지만, 사실은 채모, 괴월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괴월이 그 마음을 충분히 간파했지만, 이미 개국공신과 재산을 보전한다는 생각이 강했기에 죽간작성에 동의했고, 채모도 그를 따랐다. 이제 형주는 완전히 쪼개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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