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20화 (120/253)

# 120

제 120장. 우아하게 나는 순욱.

원매는 업성에서 4일을 머무른 후, 허창성으로 향했다. 업성에 있는 동안 원소로부터 정치에 대해서 많은 교육을 받았고, 경험을 바탕으로 중요한 것을 알려주었기에 원매로서는 매우 소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원매가 원소로부터 받은 조언을 생각하며 길을 가고 있을 때, 순유가 말을 몰아 옆으로 다가왔다.

“주군. 업성에 다녀오신 것은 어땠습니까?”

“모든 게 만족스러웠소. 아버님으로부터 조언을 받은 것은 정말 앞으로 정치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오. 그대와 전별가로부터 관직에 대한 조언을 들은 것도 많은 공부가 되었소.”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저는 전별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다소 안일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점이 그렇소?”

“기冀라는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는데, 관직체계를 한의 것을 그대로 도용했습니다. 새로 건국했으니, 관직체계 또한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전별가와 몇 번을 이야기 나누면서 마지막에 그런 부분을 다시 토론했습니다.”

“흠- 그것은 순치중이 전별가와 상의하여 결정되면 보고하시오. 솔직히 내가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소이다. 물론 순치중이 잘해주니 나로선 복 받았지요. 하하하-”

“건국에 잘 어울리도록 고심하겠습니다.”

“그럽시다. 그건 그렇고. 아버님 소속의 대신들과는 혹시 다툼이 생기지 않겠소? 그들이 문벌이 높아서 괜한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문득 들었소.”

“문벌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저희 쪽이 그런 부분으로 비교하면 한참 불리합니다. 그래서 충분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주군이 승상부를 개설하여 모든 실권을 장악하면 조만간 작은 충돌 정도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상황단계별로 대응방안을 연구하여 미리 대비를 하겠습니다.”

“고맙소. 순별가라면 안심이 되오.”

“전별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조조나 유비, 주유를 물리치면 그 휘하의 신하들을 어찌할지를 묻더군요. 주군께서는 그에 대한 입장이 정해지셨습니까?”

“괜찮은 인물들 위주로 선별하여 내 사람으로 만들 생각이오. 기주에 워낙 인재가 많고, 그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두를 수용할 수는 없소. 조조에게는 순욱, 한호, 장료, 허저정도가 탐이 나오. 하후씨나 조씨들은 조조와 혈연이니 내 사람으로 만들기도 어렵고, 설령 그리 되도 불안하지.”

원매는 잠시 입을 닫고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주유는 장소, 장굉이 괜찮소. 무장들은 특별히 욕심나지 않소. 내게도 그 정도의 장수들은 충분하니까. 유비는 관우, 장비가 모두 탐이 나는데, 워낙 친분이 대단해서 쉽지 않을 것이오.”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원매가 원소휘하의 문신, 장수들까지 흡수하는 상황에 다다르자 인재에 대한 갈증이 희미해졌다. 이미 무장들의 경우 포화지경에 이르렀고, 문신들도 누구를 써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다. 다행이 이유가 나이가 들어 고문으로 물러났기에 관직을 편성하는데 조금 수월해질 정도였다.

연주 동평국 유씨처소.

유씨(원소의 첩)가 원소에게 대들었다가 친정인 이곳으로 쫓겨온 지가 벌써 3개월을 넘어서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떡하면 다시 업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원매 모친인 황옥이 안주인자리를 꿰차고 앉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온갖 저주를 퍼부었다.

“내 두 년 놈들을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유씨는 분노를 토하다가 홧병이 되어 각혈까지 하고, 쓰러졌다. 동평국일대에서 대호족인 유씨의 부친 유평은 사랑하는 딸이 쫓겨오자, 원소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더군다나 그 자리를 이름도 없는 첩이 차지했다는 말을 듣고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유씨의 성정은 매우 잔인했는데, 그것은 아비인 유평을 그대로 빼다 박은 것이었다.

유평은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황족의 후예였다. 그는 딸로부터 원소가 황제에 오르기 위해 뭔 짓을 꾸민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이에 복수하기 위해서 연주일대의 유씨들을 은밀하게 포섭하기 시작했다.

곳곳에 유씨들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조조도 호족위주의 정책을 펼쳐나갔기에, 난세를 이용하여 유씨들은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유평의 선동에 연주 대부분의 유씨들이 가담했다. 그들의 명분은 분명했다. 수춘성에 황제께서 계신데, 원소가 황제에 등극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유평은 호족들을 결합시키면서 은밀하게 조조에게 연통을 넣었다.

수춘성 조조치소.

조조는 순욱으로부터 상황을 전해 들으며 눈을 반짝였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유씨 놈들이 일어서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자들의 기세가 초반에는 대단할 것이나 결국에는 원매의 공격에 무너질 것입니다. 원매군은 도적출신, 서량, 유주의 병사들이 많기 때문에 호족들을 공격할 때 망설임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정예군이니 당해낼 리가 없습니다.”

“그렇지. 좋은 기회인데, 이것을 통해 우리가 이득을 얻을 방법이 없을까?”

“하늘이 주군에게 내려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번에 원매에 대항하여 주유-유비-유표(유종)와 연계하여 싸울 것을 진언 드렸는데, 기억하십니까?”

“물론이지. 그것을 어찌 잊어먹겠는가?”

“원매에 대항하여 연계를 하는 것은 변함없지만,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에 유비의 행동을 돌아보니 황조를 교묘하게 겁박하여 강하군을 얻었습니다. 그 후, 여강군의 병력이 모두 강하군으로 향했고, 황조가 2만여명의 병력을 이끌고 여강군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랬지. 자네가 보고했잖아.”

“유비가 곧 장사군까지 공격하여 얻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하면 계양, 영릉까지 유비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유종은 당연히 반발할 것이고 둘의 관계는 최악으로 비틀어질 것 입니다.”

“그럼 반원매연합이 무산된다는 이야기로군.”

“무산까지는 아니지만, 재정립이 필요해집니다. 주유와는 동맹이 성사되었으니 문제없고, 유종이나 유비 둘 중 하나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조조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유비는 아무래도 안되겠어. 군사력만 본다면 유비가 유종보다 낫지만, 그간의 행실을 보면 도무지 믿음이 안가. 원매, 유종도 당했는데, 내게도 그런 짓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잖은가?”

“그렇습니다. 유비는 믿음을 주기 어렵습니다. 하여,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조조는 허리를 바짝 세우며 귀를 쫑긋했다. 순욱이 살짝 미소를 짓고는 계책을 진상했다.

“연주의 유평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해 놓고, 형주의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유비가 장사군을 공략할 때, 유평에게 도와줄 테니 난을 일으키라고 연통을 보내시면 됩니다. 회하를 건너서 원매를 공격하겠다는 내용이면 충분합니다.”

“당연히 거짓이겠지?”

“물론입니다. 회하를 건너서 싸워봐야 남는 것도 없고, 영토를 조금 얻어봐야 지키기도 힘듭니다. 유평이 난을 일으키면 원매는 난을 진압하느라 한동안 군사를 움직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유비가 장사군을 공략할 때 군사적인 공백이 생길 것인데, 이때를 노려서 황조를 물리치고 여강군을 얻으면 됩니다.”

“오호라- 그 후, 주유-유종과 단단히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유비를 견제하면 되겠어.”

“그렇지요. 그리 되면 주군께서는 서주 광릉군, 구강군, 여강군을 영토로 하게 되니, 숨통이 트일 것입니다. 여강군을 점령하고 유비와 유종이 싸우는 틈을 노려서 기회가 된다면 강하군까지 점령하셔야 합니다. 그 후, 틈을 노린다면 형주 전체가 주군의 손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좋은 계책이야. 그런데 원매가 가만히 있을까? 유평을 정리하고 나면 분명히 뭔 수를 내려고 할 터인데. 더군다나 강하군은 수군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남양군에서 공략을 할 수 있어.”

“원매가 알아도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년으로 예상되는 원소의 황제등극이 제일 중요할 것이고, 한번의 반란을 겪었으니 또 반란이 일어날 것에 대비하여 경계를 강화하는데 집중할 것입니다. 즉 원매에게는 주군의 움직임이 성가시고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제 일 순위는 아니란 것입니다.”

“좋은 계책이야. 잘하면 형주를 통으로 얻고, 못해도 여강군을 얻으면서 유종과 동맹을 맺으면 되는군. 형주를 얻었으면 좋겠어. 유비는 멀리 쫓아 버리고 말이야. 유씨들이 내게 좋은 기회를 주는군.”

“하나 더 있습니다.”

조조는 흥분한 듯, 눈을 반짝이며 순욱의 진언에 집중했다.

“만약 여강군, 강하군을 얻으시고, 유비와 유종의 틈이 벌어져서 공격하게 되면, 반드시 주유에게 수군지원을 요청하셔야 합니다. 그 후, 협상을 하여 1~2개의 군을 떼어주시면 됩니다. 그래도 충분히 주군께서 이득을 보시는 것입니다.”

“아쉽군. 형주 전체를 얻는 게 아니었어."

"주유는 영원한 동반자로 남아야 합니다. 수군이 절대로 필요하니까요. 형주 남부 2개군을 설령 내주더라도 나머지를 얻는다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좋아. 자네 계책대로 시행하지. 유비를 잘 살피다가 때가 되면 바로 보고하게. 나는 병사들을 단단하게 준비시켜 놓겠어.”

“명을 따르겠습니다.”

조조가 오랜만에 힘있는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순욱은 그런 조조의 모습이 맘에 들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강하군 유비치소.

조조가 자신의 뒤를 노린다는 것을 모른 채, 유비는 장사군공격준비에 몰입하고 있었다. 장사군에 유종의 병력의 절반이 있었기에 이곳만 얻는다면 유비는 형주에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은 물론이고, 유종이 위치한 남군까지 확보하여 형주 전체를 노려볼 수 있었다.

“방군사. 장사군을 공격하는 계획은 어찌 되었는가?”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다만···”

“다만 무엇인가?”

“혹시라도 조조가 여강군을 공격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듭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시는군. 지금 원매에 대항하려면 조조도 주군과 연합을 해야 하오. 그런데, 여강군을 공략하면 그 순간 연합은 깨지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조조가 가장 손해를 볼 것이오. 겨우 여강군 하나 얻자고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오.”

곽도가 유비를 대신하여 대답하자, 유비도 미소를 지으며 동의했다.

“그건 곽부군사의 말이 맞아. 제 놈이 내 눈치를 봐야지.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서 원매를 당해내겠어? 그러니 그런 걱정은 말고, 장사군을 확실히 얻고 그 후에 형주를 어찌 얻을지를 생각해보란 말이야.”

“예. 주군. 명심하겠습니다. 한가지 계책을 생각해 놓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장사군의 유반, 유호는 맹장이지만 지략이 뛰어난 장수는 아닙니다. 주군께서 의제의 신분으로 그들에게 접근하시어 유반과 유호를 분리하고 동시에 급습하여 죽이십시오. 그 후에, 이들이 유종을 배반하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처결했다고 선포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때를 맞추어 강하군에서 수군을 이용해서 군대를 보낸다면 장사군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흠- 그래 좋은 생각이야. 이런 것은 속전속결로 밀어 붙여야 해. 의제가 참으로 좋군. 아주 유용하게 쓰여. 흐흐흐흐-”

장사군을 얻을 생각에 유비가 기쁜 생각에 젖어 있을 때, 곽도가 의문을 표시했다.

“유반, 유표도 문제지만, 그곳에 황충이라는 맹장이 있다고 하는데, 잘못하면 계책이 뒤틀어질 수 있소이다.”

“관장군께서 나서시면 될 것입니다. 제 아무리 대단해 봤자, 관장군을 당해내겠습니까?”

이번엔 유비가 끼어들었다.

“운장(관우)이면 충분할거야. 나는 운장이야 말로 중원 최강의 무장이라고 확신하네. 걱정 마시게. 유반은 장비에게 맡기고, 유호는 나와 진도가 해결하면 충분할거야. 곽부군사께서는 저들이 반란을 일으키려 했다고 조작된 죽간을 만들어 놓게. 그리하면 나머지는 내가 다 처리하지. 덜 떨어진 놈들이야 의제 유비가 이렇다 하고 말하면 끔뻑하고 넘어오지.”

유비는 비릿한 미소를 짓고는 낮게 포효했다.

“드디어 형주를 얻을 수 있게 되는구나. 원매 이놈 두고 보자! 형주만 얻으면 네놈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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