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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15화 (115/253)

# 115

제 115장. 손정의 최후(설마 완전체?)

“휴- 정말이지. 내 마음을 종잡지를 못하겠소. 내 살아생전에 손가와 대적하는 일이 있을 줄이야.”

정보가 탄식을 터트리자, 황개가 그의 어깨를 도닥였다.

“그러게 말이오. 차라리 이 상황이 꿈이었으면 좋겠소. 강동의 혼란을 막기 위해 군의 출병을 건의도 했지만, 막상 이렇게 태사장군이 출병하고 나니까, 마음 한구석이 휑하오. 그렇다고 선주군(손책)의 유언을 거부할 수도 없잖소?”

“그래요. 그렇지요. 유언이 중간에 끊겨 석연치는 않지만, 분명하게 뜻은 전달되었소. 마음이 아픈 것은 사실이지만, 주군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소.”

정보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손가를 대적하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태사자는 산악지대를 피하면서 평야를 가로질러 신속하게 부춘현으로 진군했다. 단양군 남쪽, 오군 서쪽에 위치한 산악지대는 매우 험하고 컸기 때문에 이곳을 지나다가 매복이라도 당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확률이 컸기 때문이었다.

태사자군이 말릉군과 부춘현의 중간지대인 오정을 통과했을 때, 손정도 상황을 눈치챘다. 다소 늦은 대응이었다.

손정은 주태, 동습, 하제와 정예병 1만 2천, 가병 1만을 급히 모아서 총 2만 2천을 이끌고 출병했다.

“손장군! 저들은 정예병이고, 무자비한 태사자가 상장으로 나섰소. 생각해둔 계책이 있으시오?”

주태가 장수를 대표하여 질문하자, 손정이 대수롭지 않게 답변했다.

“지금 속도로 간다면 분명히 전당현에서 만날 것이오. 그곳은 갈대밭이 굉장히 많은데, 우리가 먼저 도착하여 매복을 하였다가 기습한다면 반드시 저놈들을 상대로 쉽게 승리할 것이오. 아무리 정예병이고, 태사자라 할지라도 기습을 받는다면 속수무책인 법이지.”

주태는 전당현의 지형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매복만 제대로 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전투였다. 동습은 큰 이견을 달지 않았지만, 하제는 다소 불만 섞인 표정이었다.

“이 보게 하장군. 할말이라도 있으신가?”

“손장군. 제가 알기로 주유는 냉정하고 지략이 풍부한 장수입니다. 태사자를 보냈다면, 그를 도울 책사진이 파견되었을 것입니다. 만약, 장굉이나 장소가 따라 나섰다면 어려운 전투가 되었을 것입니다.”

“주유라면 나도 인정하지. 하지만, 장소, 장굉은 책상에 앉아 행정이나 처리하던 놈들인데, 이번에 전투는 다르다는 것을 깨우쳐줘야지.”

하제는 뭔가 불안했지만, 손정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다.

태사자는 군대를 이끌고 계속 남하를 했고, 전당현 근처까지 도달했다. 급하게 진군하는 그를, 장소가 붙잡아 세웠다.

“태사장군. 여기서 부춘현이 멀지 않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들의 병력이 보이지 않소. 지금부터는 병력을 주둔시키고, 날랜 병사들을 대거 뽑아 정찰을 하고,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움직입시다.”

“아니 우리가 더 정예병이고, 병력도 더 많은데 뭐가 무서워서 조심한단 말이오?”

태사자가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자, 장소가 그의 소매를 잡아 세웠다. 평소 온화했던 장소의 얼굴에서는 은은한 노기까지 엿보였다.

“태사장군! 이번 전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시오? 만약 전투가 길어지거나, 한번이라도 패배하면 어찌될지 생각해보셨소? 지금도 강동이 대혼란으로 빠질 우려가 있어서 불가피하게 군대를 움직이는 것입니다. 장군의 개인적인 공명을 위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란 말이오!”

태사자는 급히 깨달아지는 게 있어서 옷을 여미고 고개를 숙였다.

“제가 중요한 것을 놓쳤군요. 그건 그렇고, 장공의 이런 모습은 처음 봅니다.”

“워낙 중요한 일이니까요. 넓은 개활지에 주둔지를 편성하여 경계를 강화하고, 정찰을 하십시오. 조급해하지 않는다면 승리는 우리 것입니다.”

태사자는 그제야 주유가 왜 장소를 딸려 보냈는지 이해가 되었다. 손책이 출전할 때도 장소나 장굉중 한 명이 따라 나서곤 했다. 하지만, 그때도 주요 계책은 주유가 냈었기에 장소, 장굉을 크게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자신의 생각이 한참 짧은 것이다.

태사자는 주둔지 편성을 명령하고, 정찰병 1천을 뽑아서 전당현을 물론이고, 부춘현까지 샅샅이 뒤지도록 명령했다.

하제는 급히 손정을 찾았다.

“손장군. 저놈들이 꼼꼼하게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매복의 의미가 없는데, 계속 강행하시겠습니까?”

손정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주유가 오지 않고, 성급한 태사자가 왔기에 다소 얕잡아 봤는데 그것이 패착이 되는 형국이었다. 손정이 대답을 하지 않자, 하제가 다시 조언을 올렸다.

“손장군. 결정을 빨리 내리셔야 합니다. 만약 저들이 화공을 쓴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그럼 어쩌면 좋겠는가?”

“전당현에서 부춘현으로 이르는 길에 일만을 주변에 매복하고, 일만으로 길을 막아서 전투를 벌이시지요. 그러다가 퇴각을 하고, 저들이 쫓아올 때 매복한 병사들이 급습할 때, 군사를 되돌린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서 군사들을 빼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들의 정찰병에게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쾅-

손정은 주먹으로 나무를 후려쳤다.

손정의 퇴각명령이 떨어졌고, 갈대밭에 숨었던 병력들이 일제히 후퇴했다. 정찰병들은 멀리서 이런 모습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태사자에게 달려가 보고했다.

태사자는 잠시 고민하다 장소를 바라보았다.

“어찌 생각하시오?”

“잘됐습니다. 부대를 둘로 나누어 진격하시지요. 능장군(능조)에게 1만을 주어 선봉을 삼고, 태사장군께서 2만으로 간격을 두고 뒤를 따르십시오. 저들은 분명히 함정을 팔 것입니다. 능장군이 고생은 하겠지만, 함정을 빠져들었을 때, 태사장군이 역습을 가한다면 끝이 날것입니다.”

장소가 쉽게 상황을 정리하자, 태사자가 옷깃을 바로 세우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그간 장공의 능력을 의심해서 미안하오.”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알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태사자는 곧바로 능조를 불러 상황을 설명한 후, 방패를 들고 전투하도록 지시했다. 능조의 눈은 반짝이며 빛났다. 위험한 만큼 높은 공을 세울 기회인 것을 깨달은 것이다.

능조가 1만을 이끌고 행군을 거듭하여 부춘현 인근에 도착했을 때, 손정의 1만 군대가 길을 막아 섰다.

“공격하라!”

능조의 명령에 병사들이 방패를 들고 진격을 했고, 얼마 안가 커다란 개활지는 피가 흐르는 전장으로 바뀌었다. 수많은 병사들이 죽고 죽이는 가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정예병이 많은 능조군이 힘을 냈다.

“퇴각하라!”

손정과 주태는 급히 군사를 거느리고 도주를 했고, 능조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추격을 명령했다. 빨리 도망가는 손정군에 비해 능조군은 열을 맞추어 진격했다. 역습에 대비한 모양새였다. 얼마 안가 장소의 예상대로 동습, 하제가 이끄는 1만 2천의 병력이 능조군의 후방을 끊었다.

“막아라! 우리가 더 정예다! 버티면 태사장군이 구원해줄 것이다!”

앞뒤로 공격을 받는 와중에도 능조는 군사를 반으로 나누어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다. 방패를 든 중장병이었기에 불리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냈다.

손정은 군대를 지휘하면서 초조함을 느꼈다. 의외로 능조가 잘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계획은 선발대를 앞뒤에서 포위공격 해 섬멸하고, 후방의 본대를 상대한다는 전략이었지만, 지금 상태로 간다면 모든 계획이 어그러질 것은 자명했다.

그는 북을 치며 매섭게 독전을 했다. 태사자의 본군이 최대한 늦게 나타나기를 빌었지만, 하늘은 그의 소원을 외면했다. 태사자가 2만의 군대를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모조리 죽여라!”

태사자가 앞장섰고, 그 뒤를 2만이 따랐다. 전투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후방에서 공격하던 하제는 항복했고, 1만 2천의 군대는 와해되었다. 전방에서 막아서던 일만은 태사자의 집요한 추격에 반절이 꺾이며, 부춘현에 도착했을 때는 겨우 4천이 남아 있었다. 동습은 태사자를 막다가 절명했고, 주태도 화살을 맞아 제대로 운신이 불가했다.

태사자는 항병을 받아들이고, 끝까지 저항하는 자들의 목을 베어 간결하게 상황을 정리해버렸다. 그 후, 곧바로 병력을 움직여 부춘현으로 쳐들어갔다. 부춘현치소는 성이 아니었다. 거대한 장원의 형태를 띠었는데, 3만이 넘는 태사자군이 일제히 밀어닥치자, 채 3일을 넘기지 못하고 함락되었다.

손정은 두들겨 맞았는지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서 끌려 나왔다. 태사자는 그를 보자마자 두꺼운 손바닥으로 뺨을 수 차례 후려쳤다.

“이 개자식아! 네놈 때문에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죽었는 줄 아느냐?”

“모른다. 나는 주군의 뜻을 따랐을 뿐이다.”

“무슨 소리냐? 선주군께서는 주군께 강동을 맡기셨다.”

“그럴 리가 없다. 네놈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장수들이 들었는데, 어찌 거짓말이냐? 그런다고 네놈이 반역을 한 것이 용서가 된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반역을 저지르지 않았다. 주군의 뜻을 따랐을 뿐이다.”

“선주군께서는 주군께 강동을 맡기셨다. 그것이 그분의 뜻이었다. 알겠느냐?”

“나는 들은 적이 없다.”

“야이- 똥 멍청한 놈아! 서주에서 돌아가셨는데 네가 어찌 유언을 듣느냐?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 들어!”

“나는 들을 자격이 있다. 그리고 나는 손씨이므로 반역이 아니다.”

“잘 들어- 선주군께서 돌아가시면서 주군께 강동을 물려주셨고, 네놈이 손씨이든 뭐든 간에 지금 주군께 대항하여 봉기했으니 반역이다. 너를 말릉성으로 끌고 가서 치죄를 할 것이다. 알겠느냐?”

“말릉성으로 가기 싫다. 나는 이곳이 좋다. 앞으로 군사행동을 하지 않을 테니 이곳에 살게 해주면 안되겠느냐?”

태사자는 끄응-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는 손을 휘휘- 저어 손정을 끌고 가게 했다. 더 말을 했다가는 돌아버릴 것 같았다. 장소가 음울한 눈을 한 채, 다가와 조언을 올렸다.

“장군! 이곳의 주요 반역자들을 처단하고 손씨들을 수 백호씩 갈라서 오, 회계 여러 곳으로 나누어 거주하게 하십시오. 그 작업을 마친 후에, 손정을 말릉성으로 끌고 가면 됩니다.”

“그건 그렇고. 장공께서도 손정이가 떠드는 것을 들었소? 도대체가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 경우는 처음이었소. 어찌 저런 자가 반란을 일으켰는지 당최 모르겠소.”

“아무래도 큰 충격을 받은 듯 합니다. 그래도 상당히 영리했던 자인데, 안타깝군요.”

장소의 말에 태사자도 쓴웃음을 지었다. 항복한 하제와 주태는 살아남기 위해 과잉충성을 해야 했다. 손씨들을 수 백호씩 쪼개서 산산이 흩어지게 만드는 일에 앞장섰다. 손씨들은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매질이었고, 심하게 반항하다가 죽은 자가 백을 넘어설 정도였다. 그런다고 태사자가 사정을 봐주지는 않았다. 사실 이 정도로 하는 것도 장소의 권유였다. 만약 태사자의 뜻대로 움직였다면 수천은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사방에서 곡소리가 나며, 끌려나가는 손씨들을 보며 태사자는 실눈을 가늘게 떴다.

‘이것은 네놈들이 자초한 일이다.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나도 선주군과의 의리가 있어서 웬만하면 부춘현을 건들지 않으려고 했다. 감히 선주군께서 유언을 내리셨는데, 주제를 알지 못하고 달려드는 네놈들의 잘못이니 벌을 달게 받거라.’

태사자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더욱 강경하게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이왕 손씨들과 척을 지는 것이면 강하게 다루고, 주유에게 인정을 받아 출세하기로 선택을 한 것이다. 난세에 뭔 짓을 못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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