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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10화 (110/253)

# 110

제 110장. 형주荆州에 드리우는 암운暗雲.

조조군영.

조조는 남양, 여남을 경계하던 이전, 만총, 왕충과 3만을 과감하게 끌어 올렸다. 궁지에 몰리자 과감하게 경계병력을 모조리 뺀 것이다. 허창성에 1만, 진국 진현 영수강변에 8만이 주둔하자, 조조의 자신감도 조금 돌아왔다.

조조는 차분하게 영수북쪽에 죽 늘어선 원매군영을 무표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어느새 왔는지 순욱이 옆에 서 있었다.

“내가 자네를 볼 면목이 없군. 애송이한테 이렇게까지 당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어.”

“사실 원매가 무예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지혜나 정치능력으로 본다면 주군이 더 낫습니다. 이것은 곽봉효(곽가)가 가후에게 밀렸다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불행하게도 곽봉효가 부족했던 게 아니라, 가후가 더 뛰어났던 것이지요. 아무튼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이렇게 계속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 앞으로 어찌하면 좋겠어?”

“일단 주유와 유비, 유표에게 사신을 보냈습니다. 땅이든 뭐든 다 줄 테니 도와달라고요. 동맹이 성사되어 그들이 군대를 보내온다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그와는 별개로 구강군(회남)일대에서 방어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응? 구강군이라니. 거기는 원술이가 나라를 세웠던 수춘성이 있는 곳 아냐? 그럼 여기 허창성을 버리고 가겠다 이 말이야?”

“지금 군사력에서 원매에게 너무 밀리고 있습니다. 또한 여기 영수가 제법 큰 강이라고 하지만, 곧바로 도하지점을 확보하여 도하를 하겠지요. 어려운 전투가 될 것이고, 열에 아홉은 주군께서 패하실 것입니다.”

조조의 얼굴이 붉어지고, 참혹하게 일그러졌지만 순욱은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구강군에 자리를 잡으면 다릅니다. 회하가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데, 하수만큼 큰 강이고, 오히려 하수에 비해서 아주 깊은 강입니다. 회하를 경계로 삼아 강력하게 버티면서 구강군, 서주 남부를 움켜쥐고, 남쪽의 주유, 서쪽의 유비/유표와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리하면 능히 원매를 대적할 수 있습니다. 지금 원매의 약점이 수군인데, 아마도 몇 년 후면 수군을 양성하여 그 약점을 보강할 것입니다. 그때는 회하도 무용지물이 되겠지요. 즉, 다시 말씀 드려서 허창성에 남으면 올해를 넘기기 힘들고, 수춘성으로 가시면 2~3년은 버틸 것입니다. 버티다 보면 수가 나오겠지요.”

“자네 말하는 것을 들으면 정말 울분이 터져. 원매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얄밉단 말이야.”

“어쩌겠습니까? 천성이 그런 것을. 확실하게 결정하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적어도 열흘 정도면 원매는 분명히 도하를 하여 공격할 것입니다. 그때는 요행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주게.”

조조가 탄식을 터트리며 눈을 질끈 감았고, 순욱은 말없이 예를 표하고는 자신의 치소로 돌아갔다.

조조가 불면의 밤을 맞이하고 있을 때, 곽도는 배를 타고 면수를 거슬러 양양성으로 들어섰다. 유비와 유표가 의형제를 맺었기 때문에 곽도는 대신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그는 여러 대신들과 인사를 하고는, 저녁때쯤 슬그머니 괴월을 찾았다. 괴월도 유비의 책사인 곽도를 반갑게 맞이했다.

“유장군께서는 강녕하시지요?”

“그럼요. 덕분에요. 요즘 형주에는 별일 없으시지요?”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이번에 조조가 급히 지원을 요청해왔습니다. 그걸로 좀 시끄럽긴 하지요. 유장군께도 사자가 가지 않았습니까? 어찌하실 요량이십니까?”

“흠~ 제가 오기 전에는 사자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섣불리 동맹을 맺을 순 없습니다. 영천군에서 버티고 있는데, 쉽지 않습니다. 분명히 또 쫓겨 내려올 것입니다. 그때 봐서 결정해야지요. 원매의 힘이 워낙 대단해서 슬금슬금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곽도가 빙그레 웃자, 괴월도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나랑 생각이 같군요. 우리도 지켜보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한데, 무언가 중요한 할말이 있어서 오신 듯 한데 아닙니까?”

“역시 괴별가의 눈을 속일 수가 없군요.”

곽도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괴월에게 가까이 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주위의 눈치를 보며 매우 작은 목소리로 조언을 시작했다.

“유목사(유표)의 나이가 환갑을 넘었습니다. 제가 볼 때 많이 약해지셨더군요. 하지만, 대공자(유기)께서 학식도 풍부하고 정치력도 탁월하시니 형주는 걱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괴월은 빤히 곽도를 바라보다 인상을 썼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오? 솔직히 대공자와 괴씨/채씨가 원수처럼 지낸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인데, 돌려 말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보시오.”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기만하려는 것은 아니니 용서하십시오. 만약에 유목사께서 후계자를 둔다면 삼공자(유종)에게 돌아갈 확률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후계자가 된다면 대공자가 될 터이고, 안되면 이공자(유수)가 되겠지요.”

“대공자가 아니면 삼공자입니다. 이공자는 지원세력도 없고, 명분도 없을뿐더러 대신들에게 반감만 가득합니다. 만약에 말입니다. 유목사께서 불의에 변을 당하시어 돌아가시고, 그때 의제인 유장군이 삼공자를 적극 지지한다면 후계자가 바뀔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삼공자가 10살로 어리다고는 하나 대공자도 겨우 18살로 많은 나이는 아닙니다. 괴씨/채씨등 대호족들이 지지하고, 의제인 유장군까지 지지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괴월이 정색을 하였지만, 그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숨기지는 못했다.

“유목사가 나이가 있으니 분명히 후계자를 세우려 할 것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무조건 대공자가 될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괴씨/채씨가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하나 대공자의 명분을 이기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장사군의 유반, 유호는 그의 강력한 지지세력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

괴월은 흡-하고 자신의 입을 막았다. 곽도의 잔인한 계책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곽도를 노려보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괴월은 생각을 거듭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어찌 그렇게 할 수 있단 말이오?”

“유장군께서 괴씨/채씨 두 가문에 호의를 가지고 계신 것이지요.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닙니다. 양양에서 일을 처리하시면 유장군께서 올라오셔서 삼공자를 추대할 것입니다. 그분은 유목사의 의제시니 대신들도 함부로 나서지 못할 것입니다.”

“대공자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그것은 유장군께서 처리하실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대공자가 후계자가 되는 것은 서로 껄끄러우니 제 말씀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괴월은 입을 굳게 닫고는 생각을 하겠다며 곽도를 물리쳤다. 그가 객실로 물러나자, 괴월의 두 눈에서는 분노와 안타까움, 희열등이 섞인 복합적인 감정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객실을 서성이며 생각을 정리했지만, 좀처럼 결정을 하지 못했다.

고민을 하다가 결국 채모를 불렀다. 계책을 내고 머리를 쓰는 것은 괴월이 앞설지 몰라도, 판단력부분은 채모가 훨씬 나았다. 아무래도 장수들을 거느리고 전투를 치르며 어려운 상황을 많이 극복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무튼 어두운 밤이었지만, 채모는 괴월의 부름에 달려왔다.

“채호군(채모). 늦은 밤에 이렇게 뵙자고 해서 죄송합니다. 자- 이리로 앉으시지요.”

“괴별가가 이 정도로 할 정도면 매우 중요한 일이겠지요. 무슨 일입니까?”

채모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괴월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곁으로 다가와 곽도와 나눈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채모도 이야기를 들으며 얼굴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이야기를 마친 괴월은 채모에게서 떨어져서 차를 홀짝 마셨다. 채모는 어느새 단호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시행합시다. 대공자가 후계자가 되면 우리는 평생을 오금을 저리며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할 것이오. 삼공자는 내 조카사위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를 후계자로 올리려고 했는데, 참으로 잘됐소이다. 그렇게 합시다.”

“하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소이다.”

“유목사를 독살합시다.”

채모가 단호하게 대답하자, 괴월도 고개를 끄덕였다. 채모가 결정을 내리자, 괴월은 그제야 표정이 편해졌다. 괴월에게 계책을 내라는 것은 당연하고 쉬운 일이었지만, 그에게 결정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기에 채모의 단호한 결정에 괴월이 쉽게 동의를 한 것이다. 이제 결정이 났으니, 괴월이 움직일 것이다.

곽도는 괴월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유비의 죽간을 바쳤다. 친필임을 확인한 괴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을 어기면 안되오! 만일 그리 된다면 나도 죽겠지만, 이 죽간을 공개할 것이오. 그렇다면 유장군도 필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오.”

“당연하지요. 살 떨리는 말씀을 그만합시다. 유장군께서는 반드시 삼공자를 후계자로 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대가를 주셔야지요.”

“대가요? 황금을 말씀하십니까? 아니면 군량입니까?”

“강하군을 주십시오.”

“허허허허- 이거 칼만 안 들었지 완전 날강도시군요. 그리고, 강하군 태수 황조는 반 독립적인 세력이오. 우리도 함부로 하지 못한단 말이오.”

“그건 저희 측에서 알아서 할 테니 모른 척해주시면 됩니다. 어떻습니까? 동의하십니까?”

“그래도 강하군은 너무 하지 않습니까?”

“모든 것을 잃으시겠습니까? 다같이 잘 살아보자고 이러는 것 아닙니까? 삼공자를 후계자로 올리고, 나이가 어리시니 채호군과 함께 뒤를 봐주시면 되지 않습니까?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강하군은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괴월은 다시 한번 채모를 쳐다보았고, 채모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그의 입에서 수긍하는 말이 튀어 나왔다.

“알겠습니다. 삼공자가 후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게 안 된다면 강하군을 절대 넘겨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곽도는 재빠르게 죽간을 내밀었고, 채모와 괴월의 서명을 받았다. 배신을 방지하기 위해 서로간에 친필로 작성한 죽간을 주고 받았다.

강동 말릉성.

주유가 이곳으로 들어 온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 가고 있었다. 말릉성 근처에 4만의 대군이 주둔했기 때문에 태수들은 겉으로는 주유의 말을 따르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현령들은 아직도 손씨의 눈치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 없었다.

다행이 주유가 손책의 친우이며, 군대서열 2위였고, 인품이 넉넉하다는 것이 널리 퍼졌기에 대놓고 거부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주요 호족들은 오히려 대대로 명문가인 주유를 은근히 반겼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호족들은 주유가 손씨를 완벽하게 휘어잡아야 마음을 열겠다는 입장이었다.

여러 현들 중에서 오군 부춘현이 가장먼저 주유에게 반기를 들었다.

부춘현은 오군과 회계군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손책의 고향으로 손씨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벌통을 쑤신 것처럼 난리가 났다.

“이럴 수는 없소이다. 주유 이 어린 놈이 유언을 조작해서 모든 것을 틀어 쥐었소. 생각해보시오. 주군께서 어찌 강동을 손가가 아닌 주가에 넘긴단 말이오? 이건 음모요. 음모!”

손정이 분통을 터트렸다. 손정은 손견의 동생으로 손가에서 커다란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 마을의 원로들은 손정의 의견에 동의를 했고, 손정의 이름으로 우호적인 현령과 장수들에게 연통을 보냈다.

손정의 도발에 부춘현과 인접한 오군, 회계군의 주요 현령과 산월족을 경계하던 장수들이 손정을 따르겠다는 연통을 보내왔다.

특히 회계, 오군에서 수적과 산적을 퇴치하며 경계임무를 담당하던 주태, 동습, 하제가 손정을 따르기로 결심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예장군은 중립적이었는데, 그곳을 지키던 이이와 진무는 주유와 손정으로부터 동시에 연통을 받았지만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들로서는 둘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고, 승자가 결정되면 그때 따르면 될 일이라 판단한 것이다.

단양군에 주둔했던 능조, 송겸은 주유를 따르기로 결정하면서, 강동은 세 개로 갈라졌다. 예장군이 중립이었기에 주유가 손정의 세력을 빠르게 마무리 한다면 강동은 다시 하나로 합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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