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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09화 (109/253)

# 109

제 109장. 뭔가를 꾸미는데···..

여강군 서현 유비치소.

“형님- 형님-“

장비가 헐레벌떡 뛰어오자 유비가 혀를 찼다.

“야 이놈아. 숨 넘어가겠다. 뭔데 그래?”

“조조가···.. 조조가 원매한테 대패했다는데, 이거 큰일 난 거 아뇨?”

유비는 짧은 한숨을 쉬고는 장비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유비가 말없이 인상을 찌푸리며 차를 마실 때, 관우, 진도, 방통, 곽도가 차례대로 들어와 앉았다. 유비가 방통에게 눈짓을 하자, 방통이 차분하게 입을 열어 설명을 시작했다.

“북쪽의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복양현 전투에서 조조가 대군을 몰아 장합을 쳤는데, 원매가 어찌 알았는지 역습을 가했다고 합니다. 조조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는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자 원매의 포위망이 제대로 완성되기 전에 남쪽으로 탈출했습니다.”

“겨우 한번 진걸 가지고 뭘 그리 썩은 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소? 탈출했으니 다시 모아서 싸울 텐데?”

관우가 생각나는 대로 말하자, 방통이 예의 있게 설명을 첨부했다.

“탈출은 했는데 원매가 집요하게 추격을 하는 통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원매가 기병 4만으로 사방에서 집요하게 치고 빠지는데, 14만에 달하는 조조군이 허창성까지 밀려와서 점고를 해보니 겨우 5만이 조금 넘었다고 합니다. 도망갔던 병사들이 모인다 하더라도 이 병력으로 원매를 상대하기 힘듭니다. 원매는 처음에 40만이었는데, 이번에 항복한 병사들까지 합치면서 그 수가 더 늘었다고 합니다.”

“아니 그 많은 병력을 어찌 먹여 살리려고? 쌀이 남아도나?”

장비가 의문을 제기하자, 곽도가 쓸쓸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기주, 청주, 유주, 병주가 안정되어 있고, 관중, 남양, 한중에서 세수를 걷는 양도 엄청납니다. 그전에도 원소가 작정하고 군량을 비축했기 때문에, 부담은 되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더군다나 조조의 군량까지 뺏었으니 남으면 남았지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충격으로 말을 잃었지만, 방통은 자신의 임무가 있는지라 계속해서 상황을 보고했다.

“원매의 지속된 추격으로 사실상 조조군은 와해상태였는데, 그것을 구원한 것은 순욱이었습니다. 그는 겨우 2만의 보병을 이끌고 나서 원매군을 저지시켜 시간을 벌었고, 간신히 조조는 후방으로 후퇴하여 숨을 돌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기병이 4만인데, 보병 2만으로 어찌 막아서 시간을 법니까? 저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일입니다.”

진도의 의문에 방통의 두 손을 좌우로 들었다.

“저도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순욱이 정말 독한 수를 썼는데, 그 수가 통했다고 합니다. 병사 5명씩 한 조로 편성하고, 그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줄을 묶어 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길게 세워 기병들을 막게 한 것이죠. 원매기병은 보병들을 보자 그대로 밀어 닥쳤습니다. 사실 기병이 들이닥치면 보병들의 진형이 흐트러지고, 도망치고 그러니 기병들이 더욱 난리를 치기에 보병이 기병을 상대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기병들이 들이 닥치자 죽고, 도망치고, 싸우고 대혼란이 일어났지요. 문제는 줄이 뒤엉키며 보병뿐만 아니라 기병까지 뒤엉켜버린 것입니다. 기병들이 오도가도 못하게 되자 후퇴를 했는데, 줄에 엉켜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덕분에 조조군은 유유히 영수를 건넜습니다.”

“야- 그거 좋은 방법일세. 나중에 우리도 써먹읍시다.”

장비가 무릎을 치자, 방통이 쓸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원매기병이 그 사실을 몰랐기에 당한 것입니다. 만약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그리 당할 리도 없고, 아마 몰살되었을 것입니다. 궁수, 노병을 동원해서 활로 공격하면 됩니다. 줄로 묶여 있으니 도망도 못 가지, 오밀조밀 몰려있으니 맞추기도 쉽고요. 위급한 상황에서 그런 계책을 낸 순욱이 대단한 것입니다. 제대로 허를 찔렸는지 기병들이 물러났다고 하더군요. 피해도 제법 크고요.”

“그랬군. 지금은 어찌하고 있다는가?”

“허창성을 순욱이 그대로 지키면서 조조는 5만의 군사를 이끌고 진국 진현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영수를 장애물로 삼아 막고 있어서 원매도 일단은 군대가 모일 때까지 대치를 하고 있습니다. 계속 버티는 것은 힘들겠지만, 아마도 열흘 정도는 시간을 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생각 밖으로 심각했다. 그는 고민을 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시간이 얼마 정도 있을까?”

“글쎄요. 연주, 서주를 정리하려면 6개월정도 걸릴 것입니다. 조조가 한번에 무너질 리도 없고, 버틸 때까지는 버틸 테니까요. 그가 주군께 구원을 요청한다면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조조와 손을 잡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원매와 사이가 안 좋은데 득 될 것이 없습니다. 그냥 모른척하시고, 중립을 선언하십시오. 그렇다면 주군께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원매도 조금은 원망하는 마음이 누그러질 것입니다.”

“그게 좋겠어. 조조는 이제 버티기 힘들어. 나도 간신히 여강에 기반을 잡고 있는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괜히 원매의 화를 돋울 필요가 없어.”

유비가 곽도의 계책에 동의하자, 그는 교활한 눈빛으로 유비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계책을 진언했다. 유비는 매우 놀란 듯 했지만, 조금 망설이다가 결국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뭔데 그러시오? 우리가 남도 아닌데, 왜 귓속말로 하시오?”

그렇지 않아도 붉은 관우의 얼굴을 새빨개졌다. 유비군 2인자인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곽도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

“보안 때문에 그러는 것이니 오해 마시오. 혹여라도 일이 새나간다면 주군의 대업에 큰 지장이 생깁니다. 때가 되면 차차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형님! 나나 익덕도 못 믿는단 말이오? 내가 목에 들어와도 배신을 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오! 너무한 것 아닙니까?”

관우가 악을 썼지만, 유비가 냉정하게 그를 달랬다.

“곽별가의 말대로 이건 보안이 중요하다. 너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너무 중요하고, 조금이라도 말이 새나간다면 모든 게 끝이 난다. 그러니 그리 알고, 조금만 참거라!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낼 터이니 모두 물러가서 군사를 훈련시키고, 내정과 첩보활동에 충실하시오. 앞으로 6개월~ 1년이 내게 제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오!”

유비가 정색을 하고 명을 내리자, 관우와 장비를 비롯하여 모두 물러났고, 곽도는 계속 남아서 은밀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야기를 듣는 유비의 눈에서는 섬뜩한 눈빛이 보였다가 사라지곤 했다.

조조는 영수를 경계로 하여 허창성과, 진국 진현에 병력을 배치하고 후방의 병력을 끌어올려 원매군 도하를 막고 있었다. 덕분에 조조는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원매는 무리하지 않고 계속해서 병력을 끌어 내렸고, 군량까지 차곡차곡 이동시켰다.

영수 이북을 장악하면서 연주는 사실상 원매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조조를 물리쳤다는 소식을 들은 원소는 노구를 이끌고 원매를 찾았다. 원매는 급히 달려나가 원소를 마중했다. 그의 얼굴은 그사이에 더욱 수척해 있었다.

“괜찮아- 이놈아. 무슨 일이 있어도 네놈이 한 약속은 받아내고 죽을 테니 그런 표정 짓지 말아라!”

원매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자, 원소가 짐짓 호기를 부렸다. 원매도 그제야 조금 밝은 표정으로 바꿨다. 자신이 힘들어하면 원소가 더욱 힘들어 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원소를 부축하여 의자에 앉히고 상황보고를 시작했다.

“아버님! 시간이 문제일 뿐 조조는 결국 꺾일 것입니다. 지금이 4월인데, 늦어도 12월까지는 끝장을 내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안에 연주와 서주의 태수, 현령들의 항복을 받아내겠습니다. 그러면, 익주(유장), 형주(유표), 양주절반(주유/유비), 교주(사섭), 서량일부(한수)를 빼고는 모조리 아버님 손안에 들어오게 됩니다. 인구나 생산력으로 본다면 2/3는 아버님의 손아귀에 들어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 속이 후련하구나.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일년을 못 기다릴까?”

“건강하셔야 합니다. 제가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고 아버님의 소원을 반드시 이뤄드리겠습니다.”

“고맙구나. 아마도 유씨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야.”

“걱정 마십시오. 그런 놈들은 인정을 두지 않고, 토벌하겠습니다. 제가 데리고 있는 장수들 중 대호족 출신은 없습니다. 있다고 해봐야 고람정도입니다. 대부분 어렵게 살았고, 오로지 능력과 충성심으로 선택했기에 제 뜻을 잘 따를 것입니다. 마음 약해지시면 안됩니다. 천년 이어진 왕조가 어딨습니까? 겨우 몇 백 년이지요. 유씨도 이정도 했으면 내려와야 되는 것입니다.”

“이 녀석. 네놈이 황태자가 빨리 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냐?”

“역시! 아직 정정하시군요. 제가 욕심이 나서 열심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다. 모두 나를 추악한 늙은이라고 욕할 것이야. 그래도 할 것은 해야겠어. 그리고 서주, 연주의 태수, 현령들을 회유하는 것은 내게 맡기거라. 너는 정치에서 나를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어.”

원소가 싱긋 웃자, 원매도 따라 웃었지만 마음은 아팠다. 곧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날이 갈수록 쇠약해져 갔기 때문이었다. 이러다가는 황제에 오르고 1~2년만에 황위를 물려준다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원매의 계획은 원소가 황제로 있으면서 내정을 탄탄히 하고, 자신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원정을 나가서 유표, 유장, 유비, 주유를 모조리 토벌할 생각이었다. 이런 상념에 젖었을 때, 원소가 그를 깨웠다.

“매야.”

“예. 아버님. 말씀하세요.”

“병력이 남는다고 군사를 돌려 유표, 유비와 새롭게 전투를 시작하지 말거라. 올해는 조조를 물리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거라. 모두 공손찬을 물리치느라 지친 상태에서 1년쉬고, 다시 조조와의 전투에 끌려 나왔어. 좀 쉬고 다시 시작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불만이 쌓여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형님과 아우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첫째(원담)는 당분간 연금이야. 절대로 벼슬을 주지 않을 것이야. 그 놈은 귀가 얇아서 뭔 짓을 저지를지 몰라. 둘째(원희)는 유주도 잘 다스렸으니 기주를 맡길까 한다. 네 생각은 어떠냐?”

“저도 찬성입니다. 둘째 형님은 책임감이 강하니까요. 기주도 잘 다스릴 것입니다. 막내는 어찌할 생각이십니까?”

“그 놈(원상)이 가장 문제야. 나이는 어린데 총명해서 그런지 야망이 보통이 아냐. 큰 곳을 주었다가 주위의 부추김을 받아 뭔 일이라도 저지른다면 상황수습이 쉽지 않을 거다. 고민을 해보자꾸나. 대놓고 내칠 수도 없고.”

“저는 아버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말해 주니 안심이 돼. 병력이 모이면 작전을 수립해서 조조를 공략하거라. 내가 그동안 연주의 태수와 현령들을 설득해 놓으마. 잘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가봐.”

“예. 아버님. 보중하십시오.”

원매는 군례를 올리고 밖으로 나섰다.

끊임없이 북쪽에서 원매군이 내려오고 있었고, 영수 북쪽은 대규모 군영으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그가 영수 남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가후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십니까?”

“잘 오셨소. 영수가 제법 큰 강입니다. 또 도하하기 좋은 곳을 찾고, 도하하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좀 짜증나서 다른 좋은 방법이 없나 생각하고 있었소.”

“지금 정찰병들을 보내어 촌로들을 통해 영수에서 도하하기 좋은 지점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얼마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병력이 도착하면 회의를 열고 곧바로 공격하시지요. 영수가 크기는 하지만 하수(황하)에 비하겠습니까? 아마도 이런 전투를 몇 번하면 조조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입니다.”

가후의 진언에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력에서 절대 우위에 있으니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원매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영수강변을 걸었고, 가후가 조곤조곤 말동무를 하며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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