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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08화 (108/253)

# 108

제 108장. 뒤통수 조심해라!(2)

조조가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자, 곽가가 달려왔다.

“주군. 무슨 일입니까?”

쫙-

곽가의 고개를 홱- 돌아가며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가 얼른 정신을 차렸을 때, 조조가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야 이 쳐 죽일 새끼야! 무슨 일? 지금 일이 틀어졌다고 머리가 안 돌아가?”

“고···. 고정하십시오.”

곽가는 급히 엎드리며 머리를 굴렸다. 곧 그의 표정도 굳어지고, 얼굴색이 검어졌다.

“본군으로 악진과 3만을 보내겠습니다.”

조조는 자리에 털썩 앉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는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앉았다. 왜냐하면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순욱을 데려왔어야 했어. 순욱을. 곽가가 똑똑해도 나이가 어려. 원매의 책사는 순유와 가후라고 들었는데, 모두 40을 넘었어. 결국 경험에 밀리는 것인가?’

조조가 소리 없이 회한의 눈물을 흘릴 때, 조조군과 장합군은 일진일퇴를 하며 공방전을 벌였고, 악진은 3만의 군대를 이끌고 본군으로 급히 되돌아갔다.

조조본군군영.

유연은 무거운 마음으로 군영 안을 서성였다. 20만이 머물던 군영은 유연의 3만이 남자 썰렁함이 감돌았다. 그는 1만으로 경계를 시키고, 2만은 취침을 시키며 비상시에 즉각 움직일 수 있도록 조치를 해놓았다.

‘지금쯤 주군께서는 장합군영에 도착했을 것이다. 잘 되야 할 텐데. 장패가 공격을 했다고 하니, 주군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틀림없다.’

유연은 이곳을 잘 지키기만 한다면 원매에게 눌리던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자, 뿌듯한 표정을 지어졌다. 이때 성문 앞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위병이 급하게 달려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장군. 장패장군께서 급히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원매의 대군에 결국 패배하여, 부상병 일만을 이끌고 이리로 후퇴를 해왔습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장패가 확인되면 문을 열어주어라!”

위병이 군례를 올리며 복명하고 물러가자, 유연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장패는 조조의 명으로 전투를 벌였지만, 애초에 이길 수가 없는 전투였다. 결국은 져서 이리로 도망쳐온 것이니 어찌 동료로서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그는 장패를 위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으악!”

연이어 들리는 비명소리에 유연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가 눈을 들어보니 성문근처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고, 일방적인 기습을 당한 유연군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고 있었다.

“이 장패 쳐죽일 놈이 배신했구나! 취침하는 병력을 모조리 깨워라! 그리고 병력들을 성문으로 불러 들여라! 어서!”

삐이이익-

유연의 명령에 신호를 담당하는 병사가 계속해서 호각을 길게 불었고, 이를 신호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연은 일단 근처의 병사들을 모아서 전진했다. 곳곳에서 경계를 서던 병력들이 합류하며 성문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5천이나 되었다.

성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그 앞은 수많은 시체들이 뒹굴고 있었다.

“장패! 네 이놈! 어찌 네놈이 주군의 은혜를 잊어버리고 배신한단 말이냐?”

“배신? 은혜? 야 이 개 자식아- 3만으로 20만을 공격해서 어쩌란 것이냐? 더군다나 반 시진(한 시간)이나 전투를 벌였는데도 단 한 놈도 지원을 오지 않았다. 이것이 은혜이더냐? 어찌 네놈이 내게 배신을 운운한단 말이더냐?”

유연은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된 이상 말은 필요 없다! 공격하라!”

장패가 단호하게 공격명령을 내리자, 유연도 당황함을 떨쳐내고 5천의 군사들을 이끌고 전투에 나섰다. 순식간에 성문 앞은 피가 튀기는 전투현장으로 탈바꿈했다.

장패군 1만도 대단했지만, 유연이 이끄는 병력은 오랫동안 휴식을 가져서 그런지 힘이 넘쳤다. 또한 속속들이 취침을 하던 병사들이 집결하면서 조금씩 승기는 유연에게 넘어왔다.

병사들을 독려하던 유연은 장패와 눈이 마주쳤다. 분명히 장패군이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은 초조함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뭐지? 이 위화감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때 선임교위인 장교위가 급히 진언을 올렸다.

“장군. 저기를 보십시오! 수천의 기병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제야 유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장패의 자신감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것은 기병이었다.

“이 죽일 놈이 원매의 기병을 끌여들였구나! 어서 공격하라! 기병이 군영 안으로 들어서면 끝이다!”

유연이 눈이 뒤집혀서 군사들을 계속하여 투입하여 장패군을 몰아내려고 했지만, 장패군은 열세인 상황에서도 성문만은 꿋꿋하게 사수하고 있었다. 결국 안량이 이끄는 7천의 기병이 성안으로 진입했다. 이후에는 목불인견의 대학살이 이어졌다. 장패는 보병을 거느리고 안량기병의 뒤를 따라가며 잔당을 처리했다.

악진은 급하게 3만을 이끌고 조조본군군영으로 급속행군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날이 희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서둘러라!”

그의 입에서는 쉴새 없이 다그치는 외침이 터져 나왔고, 병사들은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라 죽을 둥 살 둥 달려가고 있었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악진은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것도 잘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는 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조본군군영에서 불길이 솟아 올랐고,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 올랐다. 악진이 탄식을 터트리며 진군을 명령했지만, 병사들은 명에 따르지 않고 멈춰 섰다.

악진이 급히 눈을 돌리자, 그의 눈에 사방에서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드는 기병이 들어왔다. 적어도 3만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수였다. 이정도 거리라면 반각(7분)도 안 되는 시간에 들이닥칠 것이다. 악진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평원에서 기병과 일대일의 비율로 맞붙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결과가 있다면 몰살이거나 항복밖에 없었다. 악진은 차마 후자를 선택할 수 없었고, 결국 이들에게는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3만 기병의 돌격에 제대로 방어진도 펼치지 못한 악진군은 참혹하게 학살이 되었고, 고군분투하며 버티던 악진에게 거구의 한장수가 달려들었다.

악진은 체격이 작지만 뛰어난 무예실력과 당찬 담력으로 상대를 떨게 만들던 장수였다. 하지만, 이놈은 달랐다. 단 몇 합을 겨루고 도저히 상대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던 악진은 장창에 그대로 왼쪽 가슴이 꿰뚫리며 목숨을 잃었다.

그는 악진을 목을 베어 높이 들어 올렸다.

“악진이 죽었다! 항복하라!”

학살을 당하던 병사들은 악진이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장대 끝에 올려진 그의 머리를 보자 무기를 던지며 항복했다. 채 반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일만 오천이 항복하는 대승이었다.

곧 원매가 모습을 드러내자 온몸에 피칠을 한 장수들이 몰려들었고, 한 장수가 악진의 머리를 바쳤다.

“조자룡! 수고했소. 악진 이놈은 생포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군.”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애초부터 항복할 의사가 없었고, 그를 죽이지 않는다면 전투가 늘어지고, 피해가 커졌을 것입니다.”

“그래. 잘했소. 그건 내 욕심이지. 다시 서두르세. 이번에 조조의 기반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겠어.”

원매는 조운의 공을 치하하고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자네들 정말 고생이 많았어. 이왕 시작한 김에 조금 더 고생해보세. 마초/마대! 자네들에게 기병 1만을 줄 터이니 장합의 남쪽을 포위하고 있는 장료를 섬멸하라! 그곳에 문추가 5만을 이끌고 진격하고 있으니 연수 공격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어서 출병하라!”

“예. 우장군!”

마초/마대가 1만 기병을 이끌고 출진하자, 원매의 명령이 다시 떨어졌다.

“방덕/송과! 기병 8천을 이끌고 장합 서쪽을 포위하고 있는 서황을 섬멸하라! 이통이 5만을 이끌고 그리로 진군하고 있으니, 그와 함께 공격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예. 주군!”

방덕과 송과마저 떠나자, 이곳에는 1만의 기병이 남았다. 원매는 빙그레 웃으며 조운/사마구를 돌아보았다.

“부상당한 병사들을 분류하라! 곧 전예와 장기가 이끄는 15만의 대군이 올 것이다. 그들과 합류하여 조조를 공격한다!”

“예! 주군!”

조운과 사마구가 즉각 복명하며 부상병을 분류하고 기병을 점고할 때, 원매는 홀로 남아 옅게 밝아오는 하늘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조조 이놈! 이번에야 말로 끝장을 내주마!’

조조는 삼면에서 장합을 포위하고 밤새도록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차륜전을 통해서 병사들을 교대로 공격시켰지만 아침이 되도록 큰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장합이 10만의 병력으로 차륜전을 펼치면서 필사적으로 막아 섰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미 정보가 샜기 때문에 대비가 철저한 것이 조조가 고전을 하는 주된 이유였다. 만약 기습을 당했다면 이처럼 장합이 버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조조는 피로에 지친 안색으로 의자에 주저 앉아 있었다. 밤새도록 소리를 지르고, 초조함에 시달린 덕분인지 하루 밤사이에 몇 년은 더 늙은 것 같았다.

“주군. 급보입니다.”

“또 무슨 급보야? 악진이 연통이라도 보내왔는가?”

“악진은 진군하는 도중에 기습을 당했다고 합니다. 지금 그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또한 남쪽과 서쪽에서 대군이 장료/서황을 노리고 움직이고 있으며, 북쪽에서는 10만이 넘는 병력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곽가가 입술을 깨물며 보고를 하고는 엎드렸다. 그는 분한 듯 연신 눈물을 쏟았다.

“소신을 죽여주십시오! 소신이 무능하여 이 지경까지 몰고 왔습니다. 죽여주십시오!”

곽가가 연신 이마를 땅바닥에 박으며 소리쳤지만, 조조의 귀에는 더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히죽 히죽 웃음을 터트렸다.

“봉효. 네 이놈! 또 무슨 장난을 하는 것이냐?”

“주군! 사실입니다. 곧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이게 될 것입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이제는 방법이 없습니다.”

“피하긴 뭘 피해? 지금 제정신이야?”

“허창성으로 피하셔야 합니다. 완전히 계책이 적에게 간파되었습니다. 더 이상의 전투는 무의미합니다.”

“허허허허- 결국은 원매의 손바닥에서 놀아났다는 이야기로군. 이래서야 순욱의 얼굴을 어찌 본단 말인가?”

조조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원대한 그의 꿈이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그가 눈을 질끈 감자, 이제껏 고생했던 장면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죽을 고생을 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이대로 끝내야 한단 말인가? 이대로?’

조조가 눈을 떴을 때는 다시 반짝이고 있었다. 일단 살아난다면 어떤 수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 일단 살고 보자! 아직 끝나지 않았어.’

조조는 결심이 서자, 공격에 가담한 기병들을 불러 모았다. 남쪽의 장료와 4만, 서쪽의 서황과 4만에게 급히 허창으로 퇴각할 것을 지시했다. 아직 원매의 포위망이 완성되지 않았으므로 신속하게 퇴각한다면 많은 병력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후연과 조순이 기병들을 이끌고 물러나자, 조조는 즉각적인 퇴각명령을 내렸다. 하급장교들과 병사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조조의 명령에 신속하게 움직였다. 장수들이 독려를 하면서 불필요한 짐들은 모조리 버려졌다.

포위망이 완성되기 전에 퇴각하는 것이 일차 목표였기에 하후연과 조순이 조조, 곽가를 보호하여 1만의 기병으로 선봉에 서서 남쪽으로 내달렸고, 조인/조홍이 나머지 6만을 이끌고 급속행군으로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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