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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07화 (107/253)

# 107

제 107장. 뒤통수를 조심하라!(1)

주령은 2만 5천의 군대를 이끌고 복양현에 도착했다. 그의 눈에 원매의 군량창고가 선명하게 보였다. 누규가 불안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주장군.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소. 전쟁이 벌어지면 제일 중요한 게 군량창고요. 그런데 너무 쉽게 위치가 드러났소. 보시오? 이거야 원. 여기 군량창고가 있다고 소문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소?”

“주군께서 명령을 내리셨으니, 우리는 따라야 합니다. 공격을 해서 군량을 모조리 태우고, 바로 후퇴를 하면 됩니다.”

“주장군은 본래 원가의 장수였으니 하북의 상황을 잘 아시지 않소? 그들의 무시무시한 기병을 피해 후퇴할 수 있겠소?”

주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조의 장수 중에서 누구보다 하북기병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의문이 가고 이상한 계획이었지만, 조조의 명령을 거부하거나 재고를 요청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주령은 조조를 따르면서 많은 차별과 모욕을 받았다. 하지만, 주령의 충성심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알 수는 없지만, 성격이 매우 독특한 것은 분명했다. 누규는 아무래도 불안한 듯 재고를 요청했다.

“한번 더 주군께 재고를 요청해 봅시다. 뒤통수가 찌릿찌릿한 게 섬뜩하단 말이오.”

“주군께서는 우리가 알 수 없는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실 것이오. 내가 재고를 요청하면 그 큰 그림이 망가질 수 있소. 우리는 장기판의 말이오. 그저 주군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임무란 말이오. 그러니 더 이상은 의문을 제기하지 마시오.”

주령이 단호한 태도로 일갈하자, 누규는 더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주령은 야간에 군량창고의 경계가 허술해진 틈을 타서 공격명령을 내렸다.

장패군영.

장패는 멀리 보이는 원매본군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어쩌다가 자신의 신세가 이렇게까지 되었나? 라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 난세다! 살아남는 놈이 강자다!’

장패는 이를 악물고는 공격명령을 내렸다.

주령과 장패가 동시에 군량창고와 본군을 향해서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장패는 작정을 한 듯, 통나무를 이용해서 방책을 쳐서 뚫었고, 원매군과 교전을 벌였다. 주령은 병력을 둘로 나누어 반은 전투를 시키고, 반은 불화살을 쏘아대며 군량을 태우려고 노력했다.

원매 본군군영에서 불길이 솟고, 귀를 찢는 비명소리가 계속해서 들려 오고 있었다.

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악진이었다. 그는 슬픈 눈으로 지켜보다가 결국 등을 돌렸다.

“즉시 군을 돌려 본대에 합류한다!”

악진의 명에 교위들이 일제히 복명했고, 3만의 병력들은 썰물이 빠지듯 자리를 벗어났다. 악진군이 빠지는 시각에도 장패군과 원매군의 전투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악진은 군대를 후퇴시키며 고개를 돌렸다.

‘장패! 미안하구나. 도와주고 싶지만, 주군의 명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나를 원망하거라!’

조조치소.

곽가가 한걸음에 조조에게 달려왔다. 조조는 이미 갑옷을 챙겨 입고 병사들을 사열하고 있었다. 그는 곽가를 보자 곧바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됐어?”

“장패가 공격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악진은 군대를 돌려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원매가 주령, 장패군을 물리치는 동안 우리는 장합군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어서 출발하시지요.”

“출병하라!”

조조가 단호하게 명을 내리자, 진군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기병이 앞장섰고, 보병들이 줄을 이어 급속행군을 개시했으며, 총 14만에 달하는 대군이었다. 조조는 중군에 위치하여 지휘를 했다.

조조의 명에 따라 유연이 3만을 이끌고 조조군영을 지켰다.

주령은 전투를 지휘하면서 문뜩 불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군량창고를 기습했는데 원매군의 저항이 너무 소극적이었고, 불화살로 인해 안에서 불길이 솟구치는데도 누구 한 명 불을 끄라고 소리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누규가 급히 달려와서 조언을 올렸다.

“주장군! 이건 함정이오. 군량창고가 불타는데, 불이 꺼지기는커녕 더 활활 타오르고 있잖소? 어서 피합시다.”

“좀더 지켜보고 결정하겠소이다.”

“주장군이 못하겠다면 나라도 후퇴하겠소.”

누규가 고개를 돌려 명령을 내리려고 했지만, 더 이상 말이 튀어나오지 못했다. 주령이 칼을 뽑아 그의 목에 대고 있는 것이다.

“무슨 짓이오? 그대가 주장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동급이오. 어서 칼을 치우시오.”

“주군을 배신하는 놈은 죽인다! 어쩌겠느냐?”

주령의 섬뜩한 눈길을 받자, 누규는 처음의 기세를 꺾고 사과를 하였다. 주령은 못미더운지 누규의 부대에게 공격을 명하고는, 자신의 부대를 뒤로 뺐다.

누규는 분함에 눈물을 흘렸다.

‘주가 놈! 이 치욕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주령이 뒤로 물러났고, 누규가 군을 지휘하여 군량창고공격을 밀어 붙였다. 소극적인 저항을 하던 원매군은 갑자기 뒷문을 열더니 본군방향으로 도주를 했다.

급히 안으로 들어서자, 나무와 짚으로 쌓아 놓았고 곳곳이 불에 타고 있었다. 가짜 군량창고였던 것이다.

“빌어먹을! 주장군. 이래도 내 말이 틀렸소? 어서 본군으로 가던가 후퇴합시다.”

“본군으로 가서 주군을 뵙시다.”

주령은 굳은 얼굴로 병력을 수습하여 조조의 본군으로 향했다. 직선으로 가는 방법은 중간에 원매군 본군군영이 있었기에 불가능했고, 길게 우회를 해야 했다.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인지, 주령군은 힘이 빠진 채 행군을 했다. 주령이 거듭 독려를 했지만, 한번 꺾인 사기는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장패군 3만중 무려 5천이 전투를 벌이다가 죽거나 크게 다쳤다. 무려 반시진(한시간)이나 격렬하게 전투를 했기 때문이었다.

“전투를 중단한다!”

장패의 냉정한 명령에 후퇴를 알리는 징을 연달아 계속 울렸고, 병사들은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아왔다. 교위, 사마들이 병사들을 점고하여 휴식을 주며,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였다.

이때 방책이 열리며 7천여기가 장패군을 향해 천천히 진군해왔다. 장패는 병사들에게 계속해서 휴식을 취할 것을 명령하고는 호위기병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왔다.

“고생하셨습니다. 우장군의 명을 받은 안량이라고 합니다.”

“장패입니다.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오?”

“장군께서 조조본군군영으로 가셔서 문을 여십시오. 그들도 장군이 같은 편임을 알 것이니 쉽게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그러면 그때 성문을 지키는 병력을 처치하고, 잠시만 버텨주시면 됩니다. 그 이후에는 제가 기병을 이끌고 들어가서 처리하겠습니다.”

“알겠소. 성문을 점령하고, 안장군이 유연군을 물리치면 나는 뒷수습을 하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바로 시작하시겠습니까?”

장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병사들 중 건장한 병사 1만을 뽑아서 온몸에 피를 묻혀 부상병인 것처럼 꾸미고, 나머지 병사들은 본군군영으로 밀어 넣었다. 장패가 움직이자, 안량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따라 붙었다.

장합군영.

장합은 비장한 안색으로 병사들을 독려하여 배치하고 있었다. 가후로부터 조조군의 기습이 있을 것이라는 연통을 받았기 때문에 겉으로는 허술하게 병력을 배치했지만, 모든 병사들을 깨워서 대기 시키고 있었다.

곧 멀리서 새카맣게 조조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아래 드러난 조조군은 수많은 개미떼가 지나가듯 벌판을 덮으며 진군해오고 있었다.

“궁수 앞으로!”

1만에 달하는 궁수들이 방벽 뒤에 직사각형의 모양을 이루며 배치되었다.

“불을 붙여라!”

궁수들은 앞에 놓인 화톳불을 이용해서 일제히 화살에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만개에 이르는 불화살이 하늘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

“쏘아라!”

슈슈슈슈슉-

일만 발의 불화살이 쏘아지자, 짙게 구름이 끼어 희미하게 식별되면 사물들이 환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불화살은 선두에 섰던 병사들의 살 속을 파고 들었고, 주변에 있던 나무와 풀에 불을 붙였다.

조조군은 비명을 지르며 뿔뿔이 흩어졌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조조는 매우 놀라 벌떡 일어섰다. 그는 분노한 시선으로 곽가를 노려보며 다시 소리쳤다.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어? 지금 장합이 우리가 올 것을 알고 먼저 선수를 치고 있잖아.”

“노여움을 거두십시오.”

“지금 화가 안 나게 생겼어?”

곽가도 자신만만하게 준비한 계책이 완전히 적에게 간파되었다는 것을 깨닫자, 얼굴이 하얘지며 계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때 조인이 급히 달려왔다.

“주군!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이대로 물러난다면 사기는 땅바닥까지 떨어질 것입니다. 저들이 준비를 하긴 했지만, 우리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방패를 들고 막으면서 공격해야 합니다.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누가 물러선다더냐? 어서 공격하라! 총공격을 하라!”

조조가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자, 악진이 이끄는 3만이 예비대로 남았고, 조인/장료/서황/조홍등이 이끄는 보병 13만이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그들은 불화살이 두려워 방패를 들고 공격을 했지만, 불화살은 방패사이를 뚫고 들어와 많은 피해를 입혔다.

쾅- 쾅-

조조가 독하게 독전을 하면서 수백 개의 통나무가 방책을 쳤고, 곳곳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곳으로 조조군이 밀어 닥쳤다. 그들은 동료들이 화살에 맞아 죽는 것을 보면서 이곳까지 왔기에 악에 받칠 대로 받혀 있었다.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고, 악에 받친 조조군이 초반에는 우세를 드러냈지만, 곧 장합의 만만치 않은 반격이 이어졌다.

머리 좋은 장합이 이런 상황을 이미 예견했던 것이다. 방벽 뒤에 일정한 공간을 만들어놓고, 각종 수레와 집기들을 쌓아 놓은 것이다. 조조군이 장합군을 물리쳤을 때, 그들 앞에는 병사는 없고 수레와 장애물이 가득했다.

그들이 당황할 때, 장합의 냉정한 명령이 떨어졌다.

“쏴라!”

미리 수레와 장애물에 엄폐하고 있던 궁병들의 활에서 일제히 화살이 뿜어져 나왔다. 가까운 거리에 있던 조조군은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꼬꾸라졌다.

“공격하라!”

한번에 수천 발씩 쏟아지며 앞서 들어왔던 조조군을 죽이자,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쳤고, 기회를 잡은 장합이 직접 부대를 이끌고 반격을 가했다. 백병전은 장합군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화살공격에 혼이 쏙 빠진 조조군이 도망가기 바빴고, 장합군은 뒤를 쫓아 그들의 목을 베고 또 베었다.

“뭣들 하는 짓이냐? 다시 공격하라!”

기껏 방책을 부수고 진입했던 병사들이 거꾸로 도망쳐 나오자, 조조는 분노를 터트리며 공격을 명령했다. 계속해서 독전을 알리는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사방에서 일제히 방책을 공격했다.

조인/조홍/서황등 맹장의 독려로 방책을 부수고 교전을 벌어졌지만, 그뿐이었다. 장합의 궁수와 정예보병을 결합시킨 연합공격에 공격했다가 퇴각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조조가 하후연을 찾았다.

“부르셨습니까?”

“기병을 돌격시켜! 아무래도 안되겠어.”

“명을 따르겠습니다.”

조조의 명령에 하후연이 즉시 대답하자, 곽가가 달려와 만류를 하였다.

“주군. 참으십시오. 지금 패퇴한 병사들을 통해 확인해보니 방책 안에 또 방책을 쳤다고 합니다. 이중 삼중으로 장애물을 좁게 설치해 놓았기 때문에 보병들도 애를 먹고 있습니다. 기병을 진입시키면 장애물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정체될 것이고, 그렇다면 궁병들에게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날이 밝으면 그때 투입하시지요.”

곽가의 만류에 하후연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진언을 올렸다.

“곽별가의 말이 맞습니다. 날이 밝는 대로 기병을 투입하는 것이 옳을듯합니다.”

“빌어먹을! 알았어. 준비하고 있다가 날이 밝는 대로 출격해!”

조조는 손을 휘휘- 저으며 곽가까지 물러가게 했다. 그는 이 갑갑한 상황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가 한가지 생각을 떠올리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우리의 작전을 원매가 눈치챈 거야. 그렇다면 왜 지원군이 없는 거야? 설마?’

조조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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