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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05화 (105/253)

# 105

제 105장. 늙은 생강이 맵다.

조조치소.

곽가는 종종걸음으로 급히 달려왔다. 반짝이는 그의 눈빛을 접하고는 조조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렜다.

“주군. 손책이 죽었습니다.”

“뭐? 손책이 죽어? 촐싹대더니 잘 뒤졌다. 그런데, 그게 다야?”

“손책이 죽으면서 광릉성에 몇 천을 남겨놓고 강동으로 후퇴했다고 합니다. 진등이 고민을 하다가 주령군 2만 5천을 이곳으로 보냈습니다.”

“그걸 왜 보내? 그렇지 않아도 군량이 부족한 판국인데.”

“어차피 계속 버티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원매와 붙어서 결판을 지으셔야지요. 주군! 이렇게 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지금 저들은 군량창고를 원매 본군 후방지역에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 병력을 이용해서 기습을 하시지요?”

“무슨 소리야? 원매 그 여우 같은 놈이 왜 본군 옆에 창고를 놓았겠어? 거길 공격하면 얼마 안가 원매군이 개떼처럼 몰려나올 거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계책을 올리는 거야? 겨우 2만 5천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조조는 곽가의 계책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팽- 하고 뒤돌아 앉았다. 곽가가 다시 조심스럽게 진언을 이어갔다.

“주군의 말이 옳습니다. 2만 5천으로는 무리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미끼라면 어떻습니까?”

조조는 멈칫하며 생각에 잠겼다. 주령군 2만 5천을 미끼로 쓴다는 곽가의 발언도 황당했지만, 그걸 미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해봐. 전혀 감이 안 잡혀.”

“원매의 행동이 이상한 게 많습니다. 사실 군량창고면 엄청나게 중요한 것인데, 너무 쉽게 노출되었습니다. 물론 본군진영에 가까우니 언제든 출격해서 지킬 수 있으니 그런 생각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군량창고가 노출된 것은 심각한 것인데, 저들은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그 새끼가 얼마나 여우 같은 놈인데, 그런걸 몰라?”

“그렇죠? 분명히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가까워서 지킬 수 있다지만, 좀 석연치 않습니다. 이것은 한번 들어와봐라. 이런 함정 같습니다.”

조조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불끈하고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곽가가 오늘은 직설적으로 계책을 올리지 않고 빙빙 돌리고 있었다. 조조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눈치챈 곽가가 얼른 자세를 바꿔 진언을 올렸다.

“함정으로 2만 5천을 투입하고, 장패가 이끄는 3만으로 본군을 타격하십시오. 그리고 3만을 추가로 우회시키십시오. 그러면 원매는 양쪽에서 공격하는 부대를 방어하고, 사라진 3만에 신경을 곤두세울 것입니다. 그때 나머지병력을 총동원해서 다시 장합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장합군영 하나만 무너뜨려도 원매와의 세력관계가 대등해집니다.”

“장패의 3만, 주령의 2만 5천이라. 이곳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리겠어?”

“열흘 정도 걸릴 것입니다.”

“휴- 열흘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한데. 원매 그 놈이 이정도 병력이 이곳으로 오는 것을 눈치 못 채겠는가?”

“당연히 눈치를 챌 테고, 병력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예의 주시할 것입니다. 그러다가 군량창고와 본군군영으로 움직인다면 우회한 3만과 함께 본군을 타격한다고 생각하고 대비하겠지요. 그 틈을 이용해서 장합군영을 무너뜨리자는 것입니다. 장수들 말을 들어보니 장합이 대단한 장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력을 기울이면 무너뜨릴 수 있다고 합니다.”

조조는 전체적인 계책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그대로 시행하라고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장패가 떠올랐다.

‘장패 이놈은 내가 뒤를 밀어줄 것이라 믿고 공격할 텐데. 나야 장합을 박살낸다지만, 장패는 원매에게 결국 당할 거야. 난세인데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친 조조는 즉각 명령을 내렸다.

“치밀하게 계획을 입안해서 오늘 중으로 다시 보고해! 이렇게 된 이상 끝을 봐야겠어!”

“예. 주군!”

곽가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치소를 물러났다.

그날 저녁부로 조조의 명령이 떨어졌고, 곽가의 계책대로 주령군 2만 5천이 군량창고를 공격하고, 장패군 3만이 원매본군공격, 악진군 3만이 장패군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본군에 유연과 3만을 남겨놓고, 14만을 거느리고 장합군영을 공격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났다.

원매치소.

원매는 대치가 길어지자 따분한 듯, 밖에서 무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조운이 호위대로 들어온 이후로 계속해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이날도 격하게 대련을 한 후, 자리에 앉아 대련을 복기하고 있었다.

“주군.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리 대단한가? 아직 자네를 넘어서지 못했는데 말이야.”

“백여 초가 넘어야 미세하게 승부가 나는데, 대단하지요. 저희 같은 장수들이야 전투가 일상이지만, 주군께서는 고귀한 핏줄이시지 않습니까? 학문도 익혀야 하고, 하실 일도 많으실 터인데, 이정도 경지에 올랐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내입으로 말하긴 쑥쓰럽지만, 무에 대한 부분은 타고났어. 노력도 많이 했고.”

“타고났다고 해도 4년만에 이정도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요? 이 정도면 천재중의 천재입니다. 무예의 끝을 보고 싶다고 항상 말씀하시는데, 제가 볼 때 조만간 그 뜻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맙네. 자네가 하는 칭찬이니 더 마음에 와 닿는군. 자- 쉬었으니 한번 더 해볼까?”

원매가 일어서자, 조운도 따라 일어섰다. 이때 멀리서 종사관이 넘어질 듯 급하게 뛰어왔고, 당연히 대련은 중지되었다.

“주군! 큰일이 터진 것 같습니다. 어서 치소로 가셔야겠습니다.”

종사관의 굳은 표정을 보고는 원매는 조운에게 장비를 정리할 것을 지시하고 곧바로 치소로 향했다. 그가 치소로 들어서자, 가후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권했다. 원매는 자리에 앉아, 차가운 차를 한잔 들이키고는 내려놓자, 가후가 기다렸다는 듯이 진언을 시작했다.

“서주에서 손책이 죽고, 그의 군대가 강동으로 돌아갔습니다. 더군다나 2~3만에 이르는 군대가 북상중에 있으며, 태산근처에 머물던 장패군 3~4만이 이곳으로 진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만 정도가 조조본군을 빠져 나왔는데, 지금 행방이 묘연합니다.”

심각한 상황에 원매가 급히 허리를 곧추세웠다.

“가별가께서는 그들이 어찌 움직이리라 생각하시오?”

“글쎄요. 좀더 지켜봐야 정확한 상황을 알겠지요. 움직이는 방향을 보면 본군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근처에 있는 군량창고를 노린다는 생각도 들고요.”

“군량창고를 노린다면 함정을 팠다가 잡으면 되겠군.”

원매는 조조를 역습해 박살낼 생각에 마음이 붕-떴다. 하지만 심각한 표정의 가후를 보자, 불길한 생각이 슬금슬금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무얼 그리 걱정하시오?”

“이건 직감임니다만, 단순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뻔히 적들의 공격수순이 보이거든요. 조조라면 현재 처한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런데, 뛰어난 책사들도 있는 그가 어찌 이리 단순한 작전을 벌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렇게 된다면 저들의 병력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퇴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군. 뭔가 저의가 숨어있어. 휴- 가별가가 오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 했소이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소?”

“계속해서 저들의 동태를 추적해야 합니다. 그리고···..장패를 한번 만나봐야겠습니다.”

“장패? 그 놈은 조조로부터 벼슬을 받고 재물을 받아 챙긴 산도적놈인데, 만나서 무엇을 하려고 그러시오?”

“저도 지금은 뭐라 확답은 못 드리겠습니다. 만나보면 수가 생길 것입니다.”

“가별가 직접 움직이는 것은 허락할 수 없소! 만약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장패를 설득하는 일이니, 다른 사람은 마땅치 않습니다. 장패를 설득한다면 계책이 나올 것입니다. 믿고 보내주십시오. 잘될 것 같습니다.”

가후는 안 된다고 거부하는 원매를 아이 달래듯 어르고 달랬다. 원매보다 20년 이상을 더 살았고, 머리가 좋은 가후의 설득에 원매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정말이지. 말로는 못 당하겠소. 꼭 살아서 돌아오시오. 그렇지 않으면, 그대의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겠소!”

“그간 충성을 다했는데 너무 치사하신 것 아닙니까?”

“억울하면 살아 오시오.”

원매가 뾰로통하게 말을 내뱉자, 가후가 가까이 다가와서 한쪽 무릎을 꿇고 원매를 올려다보며 진언을 이어갔다.

“주군의 마음은 잘 압니다. 제 가슴 깊숙이 새겨놓겠습니다. 제 한 몸 정도는 보호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아마, 이 전투가 조조와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는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가후는 원매에게 큰 절을 올리고는 비장한 신색으로 치소를 벗어났다. 이번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직접 나서는 것이다. 장패를 설득한다면 조조의 작전을 파악할 것이고, 그렇다면 역습을 통해 완벽하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원매와 조조가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강동 말릉성.

주유는 4만 대군을 이끌고 말릉성에 도착했다. 서슬 퍼런 기세에 말릉성의 수문장은 성문을 열었다. 주유는 손책에 이은 군부서열2위였기에, 수문장이 어찌 말 한마디 붙일 상대가 아니였다. 주유는 성안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군사들을 보내서 주요 조직을 접수했다. 그리고 성안의 주요 대신들을 모조리 집합시켰다.

“주군(손책)께서 뜻하지 않게 비운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분의 유언으로 4만 병력을 지휘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강동을 책임지고 그분의 살아생전 뜻인 중원통일을 이뤄야 하는 막중한 위치에 올랐소이다. 따라서 여기 계신 분들은 저의 뜻을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장소, 장굉, 고옹, 우번, 왕랑등. 대신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꼬장꼬장한 우번이 앞으로 나섰다.

“그 유언은 무슨 내용이었습니까?”

“나를 후계자로 삼는다는 내용이었소. 못 믿겠다면 같이 들은 장수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확인하시오.”

우번은 정보, 황개등에게서 유언의 내용을 듣고, 조금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주군께서 상황이 급박하시어 중간에 말이 끊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 손가가 아닌 주장군께 후계자를 넘긴단 말입니까?”

“한번 더 그 유언의 진의여부를 따진다면 이는 주군의 죽음을 욕되게 하고, 모욕하는 것이니 결코 좌시하지 않겠소.”

주유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매서운 살기에 장소, 장굉은 바로 꼬리를 내렸지만, 우번은 그럴 수 없었다.

“좌시하지 않으면 어쩔 것이오? 그대의 말을 듣고 보니, 뭔가 숨겨진 모략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이놈! 회계에서 우씨가 제법 큰 호족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걸 믿고 유세를 부리나 본데, 내 분명히 말한다! 주군 유언의 진실성을 따지는 것은 그분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이 정도의 매서운 기세라면 보통사람은 물러섰겠지만, 우번은 달랐다. 양보를 하느니 죽는다는 입장이었고, 그것을 대쪽 같은 선비의 자세라고 여기며 항상 큰소리치고 다녔다. 자신보다 지식이 얕거나 처신이 옳지 못하면 대놓고 비아냥거렸고, 무시했다. 이런 우번이 주유로부터 욕설을 들었는데 참을 리가 없었다.

“네 이놈? 주가 이놈아! 네가 구강군에서는 큰소리쳤을지 몰라도 여기는 강동이다. 네 조부, 부친이 높은 벼슬을 지냈다고 네놈이 잘난 것이냐?”

“당장 저 우가 놈을 끌어내서 목을 베어라! 죄목은 주군의 존엄을 모독한 죄이다!”

주유가 명령을 내리며 장수들을 채근하자, 병사들이 우번을 끌고 나가려 했고, 우번은 지지 않고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군자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우번이었다.

계속된 채근으로 우번이 끌려나가면서, 초전은 주유의 승리로 끝나려는 찰나였다.

“멈춰라! 감히 어느 놈이 손가의 땅인 강동에서 주인행세를 한단 말이냐?”

우번의 얼굴이 환해졌고, 문신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손견의 부인이자, 손책의 모친인 오씨가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치소로 들어선 것이다. 주유는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담담하게 오씨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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