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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03화 (103/253)

# 103

제 103장. 싱거운 결과

서황이 미친 듯이 도끼질을 해대며 장합을 압박했다. 강맹한 대부의 위력에 장합이 연신 밀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차갑게 서황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한참을 밀리던 장합이 반격을 개시했다.

틈을 발견한 것이다. 약간의 틈이었지만, 장합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대도를 이용해서 도끼를 쳐서 빗나가게 만들고 그의 몸통을 연이어 찌르고 머리를 노리자 서황이 놀라서 급히 뒤로 물러났다.

장합이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몰아 붙였다. 결국 서황은 처음의 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고, 장합군이 기세를 올리며 서황군을 방책 밖으로 몰아냈다.

“어서 보수하라!”

일부는 전투를 벌이고, 일부는 방책을 보수하는 동안 장합은 눈은 여전히 차갑게 전투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서황을 물리쳤지만, 결코 만족하거나 자만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지원군이 늦는구나. 날이 밝으면 올 것인가? 며칠 내로만 온다면 문제없을 것이다. 그 정도쯤이야 막아내야지.’

장합이 정예병들을 이끌고 천천히 군영안을 순시하며 독려하는 동안, 교위, 사마들은 연신 소리를 지르며 전투를 수행했다.

조인은 장합에게 쫓겨나오는 서황을 보고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서공명(서황)을 밀어내는 놈이 있단 말인가?”

“송구합니다. 아마 장합이라 사료되는데, 무예가 대단합니다. 처음에는 기세 좋게 밀어 붙였는데, 밀리다가 틈을 파고드는데, 거기서 당했습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목을 벨 것입니다.”

“곽별가가 말한 대로 장합이 대단하군. 저런 놈을 생포하면 주군께서 참으로 기뻐하실 터인데.”

“저놈이 하는 것을 보니 지용을 겸비한 것이 분명합니다. 항복한다면 조장군(조인)의 자리를 넘볼 수도 있습니다.”

“괜찮아. 주군께서 잘된다면 나는 자리 따위에 아무런 미련이 없어.”

조인은 입을 닫고 전방을 주시했다. 서황은 군례를 올리고는 정예호위병들을 재정비하면서 교위, 사마들을 독려했다. 그토록 강하게 공격을 했는데도 장합은 끄덕 없이 버티고 있었고, 이것이 조인과 서황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날이 희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원매군영과 문추군영은 군대를 점고하느라 부산했다. 문추가 먼저 9만대군을 이끌고 출발했고, 원매가 3만 8천기병을 이끌고 거의 같은 시각에 출발했다.

원매는 방덕기병을 앞으로 보내 정찰을 맡기고는 결코 진군을 서두르지 않았다. 평상시 속도대로 달렸고, 이미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기병들은 눈빛을 반짝이며 힘차게 진군했다.

“장군! 멀리 먼지가 이는 것이 원매의 지원군이 움직이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찰을 맡았던 조사마가 급히 달려와 조홍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급히 보고를 했다. 그의 얼굴은 빨리 명령을 내려달라는 간절한 눈빛이었다.

“최악의 경우로구나.”

조홍이 탄식을 하며, 조순과 하후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조언할게 있으면 해보라는 신호였다.

“후퇴를 하시지요. 벌건 대낮에 추격을 당하면 도리가 없습니다. 1만 3천의 기병으로 어찌 4만을 막습니까? 더군다나, 저들이 더 정예입니다.”

하후연은 조언을 올리고 얼굴을 찌푸렸다.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했으리라. 조순도 동의를 하며 조홍에게 후퇴를 재촉했다. 조홍도 썩은 미소를 지으며 후퇴를 명령했다. 지난밤에 매복을 준비하며 온통 난리를 쳤는데, 그게 다 헛수고가 된 것이다.

“후퇴하라!”

조홍의 짧은 명령과 함께 준비를 하고 있던 보병들이 그간 준비해놓은 매복지를 그대로 놓아둔 채 일제히 행군을 시작했다. 기병들은 뒤편에서 경계를 하며 그 뒤를 따랐다.

원매는 평안한 얼굴로 기병들을 지휘하여 진군하고 있었다. 앞장서서 정찰을 나갔던 방덕이 급히 달려와 진언을 올렸다.

“주군! 저들이 매복지를 버리고 도주하고 있습니다. 급하게 도주를 결정했는지 매복장소를 그대로 놔뒀고 일부 장비는 버리고 갔습니다. 급히 추격을 하면 따라잡을 것 같은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추격할 필요 없다. 되려 역습이라도 당하면 손해가 커질 뿐이니, 정찰을 더 강화하면서 장합군영까지 지금 속도로 진군한다.”

방덕은 잠시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신속하게 군례를 올리고는 물러났다. 뒤에서 호위기병을 이끌던 조운이 진언을 올렸다.

“주군! 지금은 아침이라 피아식별이 용이합니다. 저들이 설령 숨어있다가 역습을 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더 유리합니다. 양과 질에서 모두 우세한데, 굳이 이렇게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까?”

“가능하면 전투를 하지 않는 게 좋아. 저놈들을 많이 살려두면 둘수록, 조조는 골치가 아파지겠지. 입이 한 개라도 더 있어야 군량걱정이 더 커질 것 아닌가? 그리고 조조가 끝이 아니야. 손책, 유비, 유표, 유장까지 있어. 아낄 수 있으면 기병은 아껴야 해. 기병을 육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자네가 잘 알지 않는가?”

“그렇긴 합니다만, 아쉽군요. 당장에라도 쫓아가서 적장의 목을 날리고 싶습니다.”

조운은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떨며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했다. 원매는 그런 그를 다독이고는 계속해서 진군했다.

문추가 9만을 이끌고 진군하자, 장료와 조휴는 결국 매복을 포기하고 후퇴를 결정했다.

악진은 급히 조인을 찾았다.

“장군! 장료군과 조홍군이 매복지에서 후퇴를 하고 있습니다. 원매군은 보병 9만, 기병 4만정도가 지원군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한시진(2시간)이면 이곳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빌어먹을! 성과도 내지 못했는데, 물러나야 한단 말인가?”

“주군께서도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밤을 이용하여 원매 지원군을 격파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저놈들이 그걸 눈치채고 아침에 출발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후퇴하십시오. 우리는 지쳤고, 저들의 지원군은 힘이 넘칩니다. 수적으로도 밀리고요. 후퇴를 명령해 주십시오.”

조인은 아쉬운 듯 땅을 굴렀다. 그도 알았다. 후퇴해야 한다는 것을. 결국 그의 입에서 후퇴명령이 떨어졌다.

서황이 1만으로 후방을 맡은 가운데, 조인과 악진이 나머지 군대를 이끌고 급히 후퇴를 시작했다. 장합은 6만을 이끌고 추격을 개시했다. 조인은 장합군을 보고는 악진에게 3만을 내주어 서황을 돕도록 명령했다.

추격하고, 싸우고, 도망가는 일이 이어졌고, 장합은 문득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자 병사들을 멈춰 세웠다.

“죽일 놈들! 모조리 목을 쳤어야 하는 건데.”

아쉬운 듯 계속 욕설을 퍼붓던 장합은 결국 병력을 돌려 군영으로 돌아갔다. 지난밤의 격렬했던 전투는 군영곳곳에 남아 있었다. 대부분의 목책이 부서졌고, 곳곳이 죽은 시체들이었다. 그는 목책을 수리하고, 시체들을 매장했다. 그대로 놓아 둔다면 부패할 테고, 전염병이 돌까 두려웠다. 계속 독려하며 전장정리를 하고 있을 때, 원매가 이끄는 3만 8천의 기병이 도착했다.

“우장군! 어서 오십시오!”

“고생이 많으셨네. 피해는 큰가?”

“일단 급히 목책을 수리하고, 시체를 치우느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전투가 매우 격렬했기에 피해는 제법 될 것이라 추측됩니다. 나중에 정확하게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시게. 방책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곧 문추군이 올 터이니 그때 가서 병사들을 쉬게끔 조치를 해주지. 자네가 조조군을 물리쳤으니 참으로 다행이야.”

“겨우 하룻밤이었습니다. 그것도 못 지킨다면 제가 일군을 이끌 자격이 없습니다.”

“멋진 말이야. 저들의 정보는 알아낸 것이 있는가?”

“항복한 조조군을 심문해 보았는데, 조인, 서황, 악진이 대장이었다고 합니다. 어제 서황이란 놈과 붙어봤는데, 무예가 대단하더군요. 밀리면서 틈을 발견해 몰아 붙여서 겨우 물리쳤습니다.”

원매는 장합으로부터 보고를 받고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고, 기병들을 주위에 주둔시켰다. 얼마 안가 문추군이 도착했고, 전장정리에 속도가 붙었다.

조조군영.

후퇴한 장수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조조에게 전투성과를 보고했다. 그들은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호된 질책을 감수했지만, 의외로 따뜻한 말이 나왔다.

“고생들 했어. 내가 무리한 작전을 서둘렀어. 자- 들어가서 병사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사망자를 파악해서 보고해주게. 어서 가서 쉬어.”

조조는 빙긋 웃으며 그들을 돌려보냈다. 장수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다소 당황한 눈치였지만, 조조가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자, 가벼운 마음으로 물러났다.

“잘하셨습니다.”

곽가가 빙그레 웃으며 들어오자, 조조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잘하긴 뭘 잘해? 울화통이 터지는 구만. 결국 애꿎은 병사들만 죽였잖아.”

“그래도 원매군의 움직임은 파악하지 않았습니까? 장합의 능력도 알았고요. 그래도 장수들이 욕심부리지 않고 잘 돌아왔습니다. 만약, 공을 세우겠다고 맞서기라도 했다면 큰 낭패를 보았을 것입니다. 제가 이번 전투경험을 토대로 다시 작전을 세워보겠습니다.”

“제대로 세워봐. 정말 화가 나서 미치겠어.”

조조는 훽-하고 등을 돌려 치소 안으로 들어갔다. 곽가는 예를 올리고는 자신의 치소로 돌아가며 골똘하게 생각에 잠겼다. 어찌하면 원매를 이길까 하고 말이다.

원매와 조조와의 서전은 서로 눈치를 보는 가운데 싱겁게 끝이 났다. 하지만, 원매도 조조도 이것이 끝이 아닌 시작임을 알고 있었다. 서서히 전운이 하북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서주 광릉군 손책군영.

진등과의 대치가 길어지며 전쟁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손책은 부하들을 이끌고 사냥을 나갔다. 주유는 손책에게 간언도하고, 친우로서 말려봤지만 모든 것은 헛수고였다.

“휴- 백부(손책)가 이런 사람이었나? 폭급하기는 했지만, 주위의 조언은 알아듣는 사람으로 알았거늘. 이래서야 앞날이 보이지 않아. 어찌한단 말인가?”

주유는 머리가 지끈거리자 밖으로 나왔다. 이리 저리 거닐며 생각을 거듭했지만, 좀처럼 잡념이 가시지 않았다. 그렇다고 진등을 처리할 계책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이 워낙 진등에게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형님! 근심이 있으십니까?”

주유가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차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손권이었다. 18살이었고, 영특한 소년이었다.

“중모(손권) 자네 눈에도 그리 보이는가?”

“제 형님 때문에 그러시지요? 제가 대신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영특한 손권의 두 눈을 바라보며 주유는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손책이 손권처럼 영특하고, 주위사람의 말도 잘 들었다면 어땠을까? 차라리 손권이 주군이었다면 어떨까?

“진등과의 전투는 어찌 되고 있습니까?”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글쎄요. 이곳 평안현은 진등이 함정을 파고 기다린 곳이니 우리가 유리할 리가 없지요. 저라면 다른 장소를 선택하여 전투를 벌이겠습니다.”

“그래. 나를 비롯해서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단, 한 사람을 빼곤 말이다.”

“제 형님이 문제로군요.”

“하하- 녀석. 그래도 주군만큼 대단한 분도 드물다. 이곳만 벗어난다면 내가 어찌 계책을 내보겠는데. 그게 어렵구나.”

“제가 형님께서 돌아오시면 진언을 드려보겠습니다. 그래도 동생의 말이니 귀를 기울여 주시지 않겠습니까?”

“부탁하마.”

주유는 손권의 어깨를 툭- 치고는 자신의 치소로 돌아갔다.

손권은 그런 주유의 뒷모습을 보며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내 형이지만, 참 답답한 사람이로구나. 저리 뛰어난 장수들을 데리고도 고집만 부리고 있으니. 내 말이라도 귀담아 들어야 할 텐데.’

손권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도 손책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평안현 근처의 숲.

손책은 호위병 1백을 거느리고 사냥을 하고 있었다. 울적한 기분을 풀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사냥을 하였지만, 수확은 그리 크지 않았다. 겨우 토끼 2마리, 꿩 3마리 잡았을 뿐이었다. 고라니라도 한 마리 잡았으면 이리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였다.

숲 속에서 ‘푸다닥-‘하고 놀란 고라니 한 마리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고라니를 본 손책의 두 눈에서 불통이 번쩍 튀었다.

그는 말을 채찍질하며 급히 고라니를 쫓았다. 고라니만 잡는다면 오늘 체면을 세운다는 생각에 손책은 마음이 급해졌다. 뒤늦게 호위병들이 급하게 손책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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