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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99화 (99/253)

# 99

제 99장. 마초馬超 vs 우금于禁.

며칠의 행군 끝에 원매가 이끄는 병력은 위국현의 하수(황하)연안에 도착했다. 그곳은 강폭이 넓었고, 곳곳에 모래밭과 갈대밭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작은 배를 이용하거나, 수영을 해서 건너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원매는 강변을 따라 길게 병력을 늘여 세웠다. 십만에 달하는 보병이 늘어서니 끝에서 끝이 안보일 정도였다.

원매군 맞은편 우금군영.

“아이고. 한방 맞았구나.”

우금은 눈을 질끈 감으며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 쳤다. 원매가 길게 병력을 늘이는 것을 보고는 단번에 그의 의중을 눈치챈 것이다.

“어쩐다. 중간에 갈대밭이 많아서 숨기도 용이하고, 저 넓은 구간에서 동시에 도하를 하면 어찌 막는단 말인가? 강폭이 넓으니 깊은 곳도 별로 없을 것이다.”

우금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중요 지점을 선점하여 보병과 궁수를 섞어서 배치했다. 또한, 빠르게 후퇴를 할 수 있도록 미리 지시를 내려 놓았다. 최대한 타격을 주고 빠지려는 우금은 어둡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원매군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 원매군을 염탐한 세작이 급히 달려왔다.

“장군. 십만에 달하는 보병이 전부가 아닙니다. 기병이 무려 4만정도 됩니다.”

“뭐야? 기병 4만?”

배포가 크고 무자비해서 웬만한 일에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우금이었지만, 기병 4만이라는 말에 흑색이 되었다. 기병 5천 정도만 제대로 도하가 되는 날이면 우금의 부대는 말 그대로 도살을 당할 것이다. 조조의 기병보다 원소의 기병이 훨씬 정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우금은 분통이 터져서 발을 동동 굴렀다. 냉정하게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최악의 경우 전멸을 당하더라도 적에게 타격을 입힐 것인가? 아니면 냉정하게 무리란 것을 인지하고 물러갈 것인가?

그가 고민을 하는 와중에 원매는 벌써 수많은 고기잡이 배들을 징발했고, 나무를 잘라서 뗏목을 만들기 시작했다. 십만에 달하는 병력이 일제히 움직이자, 강 연안에 엄청난 수의 어설프게 만든 뗏목들이 줄줄이 늘어섰다.

“마초! 마대와 함께 기병 7천을 이끌고 크게 우회하여 황하를 도하하라! 저놈들이 끝까지 버틴다면 몰살을 시켜야겠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원매의 굳은 표정을 본 마초는 단호하게 대답을 하고는 마대와 7천 기병을 이끌고 북쪽으로 이동했다. 우금을 속이기 위한 동작이었다.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어디로 갈 줄 몰랐기에 병력분할은 힘들었다.

마초가 떠난 후, 5일에 걸쳐 준비가 이뤄지자, 원매는 도하를 명령했다. 전예가 거느린 십만의 보병은 뗏목과 고기잡이 배를 이용하여 도하를 시작했고, 나머지 병력들은 옷을 벗고 나무를 이용하여 배를 잡고 강을 도하했다.

중간에 늘어선 모래섬에는 먼저 배를 타고 온 병사들이 불을 피웠고, 그대로 물을 건넌 병사들은 불을 쬐며 몸을 말리고 옷을 입었다.

중간의 모래섬들이 원매의 병사들로 가득 차자, 우금은 결정해야 할 때가 도래했음을 느꼈다. 우금은 이곳에 남아서 타격을 주기로 결심했다. 대략 15만에 이르는 병력이 무사히 도하해서 공격해온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결과가 일어날 것이다. 더군다나 기병이 4만이다.

곳곳에 단단하게 방책을 치고 도하하는 원매군을 노려보았다. 모래섬에 머물던 원매군이 다시 도하를 개시했다.

“활을 쏘아라!”

슈슈슈슉-

연이어 화살이 쏘아졌고, 뗏목과 배위에 탑승한 원매군은 조악한 방패로 간신히 버텼다. 하지만, 그 사이를 뚫고 많은 화살이 살 속에 박혀 죽임을 당했다.

위연과 감녕은 계속해서 도하를 독려했다. 모래밭에 머물던 궁수들이 큰 활과 사거리가 길게 늘어난 개량형 노를 이용해서 반격을 개시했다.

양측에서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도 도하는 계속되었고, 일부가 도하에 성공하여 백병전이 벌어졌다.

“모조리 죽여라! 물러서지 마라!”

우금이 독하게 밀어 붙이면서 잠시 점령했던 전예군은 그대로 몰살당했다. 누런 하수(황하)는 붉게 물들었고, 수많은 시체들이 둥둥 떠다녔다.

우금은 병사에게 독전을 알리는 북을 치게 하면서 착잡한 시선으로 전투를 지켜보았다. 아침부터 시작된 도하는 점심인 지금도 계속 이어졌다. 원매군의 피해가 더 컸지만, 우금군의 피해도 가랑비에 옷 젖듯 늘어났다.

‘내가 오판을 한 것인가? 아니야. 보병만 막아내면 기병 도하는 힘들 것이다. 계속 밀어 붙이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저들이 지쳐서 틈이 보이면 그때 후퇴한다!’

아직은 원매군을 잘 막아내고 있었기에 우금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장군! 큰일 났습니다.”

사색이 된 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짖으며 엎드렸다. 우금이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처음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엎드려 벌벌 떠는 병사였고, 그 뒤로 뿌연 먼지가 솟구쳐 오르는 것이 보였다.

“아니 저게 무엇이냐? 기병이 아니더냐?”

“적어도 수천이 넘습니다. 어서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생각지도 못한 기병의 등장에 우금은 당황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지시를 내렸다.

“예비대를 둥글게 방원진을 만들어 대항한다! 어서 준비하라!”

급히 일만에 달하는 예비대가 방원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칠천의 기병이 진격해오자 지축이 흔들렸고, 귀청이 떨어져나갈 듯 요란했다. 우금의 명령에 병사들이 열심히 방원진을 만들었다.

문제는 강변에서 전예군 도하를 막던 병사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방이 안전하다고 믿고 싸웠는데, 이제는 후방이 불안해진 것이다.

“돌격하라!”

“열을 맞춰라!”

마초와 마대가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고 호각을 불며 독려했다. 사마, 도백들도 기병들을 독려하면서 7천의 기병이 일사분란 하게 진격을 거듭했고, 얼마 안가 우금의 방원진을 덮쳤다. 급하게 만들어진 방원진은 기병의 돌격을 처음에는 어느 정도 막는 듯싶었지만, 한곳이 뚫리자 속수무책으로 뚫리기 시작했다. 그 후 이어지는 것은 눈뜨고 보기 어려운 잔인한 학살이었다.

원매군 최강의 기병은 누가 뭐래도 마초의 서량기병이었다. 기병이 난입하여 마구잡이로 살육하자,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여파로 전예군 도하를 막던 병사들도 혼란에 빠졌다. 이제는 도하하는 전예군과 우금군이 대등하게 전투를 벌이는 상황까지 몰렸다.

마초는 귀찮은 듯 병사들을 죽이다가 우금을 보고는 눈이 반짝였다. 장수들은 갑옷부터 달랐고, 그 주위에는 정예 호위병들이 있었기에 조금의 눈썰미만 있다면 쉽게 식별할 수 있었다.

마초가 앞장서자, 정예호위기병이 그 뒤를 따랐다.

우금은 자신을 향해 곧장 돌격해오는 마초를 보고는 호위기병을 거느리고 맞붙었다. 이미 곳곳에서 난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도망칠 곳도 없었다.

캉-

우금은 단 한번의 접전에 마초가 자신의 상대가 아님을 실감했다. 엄청난 힘과 정교함으로 무장한 마초는 우금을 연이어 몰아붙였다. 통솔력과 뛰어난 무예로 조조에게 인정을 받은 우금이었지만, 지금처럼 오로지 무예로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는 마초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마초로서는 행운이었고, 우금으로서는 불행이었다.

겨우 20여합만에 우금의 목이 날아갔다.

원매군영.

전예군이 대부분 도하했고, 기병들도 차곡차곡 도하를 하면서 원매와 호위기병만이 강 건너편에 남아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주군. 대승입니다. 감축드립니다.”

“고맙소. 그대의 의견에 따라 마초를 뒤로 돌리길 잘했소.”

“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주군께서는 충분히 방법을 찾아내셨을 것입니다. 저들을 물리친 후, 그곳에서 이틀 정도 정비를 하시고, 진군을 하시지요. 어차피 지구전을 목표로 했으니 크게 서두를 일이 아닙니다.”

“그리합시다.”

원매의 가후의 계책이 성공하자,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사마구! 조운! 도하를 준비하라!”

원매의 명령에 제법 커다랗게 만들어진 뗏목들이 도착했고, 원매와 가후, 조운이 호위병들과 함께 탑승했다. 사마구는 다른 호위병들을 여러 뗏목들에 나누어 태우고 도하를 시작했다.

우금군은 대부분 사방으로 도주를 했거나 죽임을 당했다. 강변에서 막아서던 병사들은 후방이 무너지자, 일제히 줄행랑을 놓았다. 덕분에 전예군은 무사히 속속 상륙했다. 마초는 기병들을 단속하여 도주하는 병사들을 죽이거나 생포했다.

안량, 곽원, 방덕의 기병들도 합세하여 도주하는 병사들을 추격했다. 원매는 전예에게 전장을 정리하고, 부상당한 병사들을 돌볼 것을 명령했다.

피냄새가 진동했고, 병사들의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귀를 때렸다.

하루를 머물면서 크게 다친 병사들은 기주로 돌려보냈고, 항복한 우금군은 1만 2천을 각부대로 쪼개어 편성 배치했다. 한군데로 모아놓으면 반란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초! 마대! 이번 전투의 일등공신은 자네 둘이야. 내가 꼭 기억을 하고 있다가 크게 포상하겠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놈이 대장인데, 알아보니 우금이라 하더군요.”

“우금?”

원통한 듯 눈을 감지 못한 우금의 머리를 보자, 원매는 아쉬움에 살짝 한숨이 나왔다. 아까운 인재가 죽은 것이다.

“잘했어. 이놈은 조조에게 매우 중요한 장수야. 이로서 조조의 힘도 한풀 꺾이겠군.”

“대단한 장수인가 보군요. 쩝, 그런 줄 알았으면 생포할걸 그랬습니다.”

마초의 대수롭지 않은 반응에 원매는 미소를 지으며 격려했다. 마대 또한 단단히 포상을 약속하고 격려했다.

그날 밤은 주요장수들에게 술을 나누어 주며 대승을 자축했다.

원매가 우금을 물리쳤다는 소식은 조조와 원소에게 곧장 전해졌다. 원소의 얼굴은 밝아졌고, 봉기는 입이 찢어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원소는 곧바로 연진, 백마진에서 도하를 준비하고 있는 문추, 장합에게 전령을 보내 현 상황을 전파하고 도하에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을 지시했다.

조조군영.

“그게 뭔 소리야? 무리하게 싸우지 말고, 안되면 돌아오라고 했잖아?”

조조는 아직도 우금이 패배하고,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듯했다. 보고를 하던 정욱도 난감했는지 우물쭈물하였다.

“그것이 처음에는 도하하는 원매군을 잘 막았다고 합니다. 우금이 강하게 독려도 했고, 병사들도 기를 쓰고 막아서 반나절 동안 도하를 저지했습니다. 그런데······ 기병 수천이 기습을 하는 통에···..”

“이런 머저리 같은 새끼!”

조조가 중간에 끼어들어 욕을 하는 통에 정욱은 보고를 하다 말고 자라목처럼 목을 움츠렸다.

“혼자 공을 세우려고 그런 거야. 뭐야? 이자식이 잘한다. 잘한다. 했더니 결국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는구만.”

조조는 분한지 길길이 날뛰며 주위 물건을 마구 집어 던졌다.

“주군 고정하십시오.”

어느 샌가 들어온 곽가가 급히 조조를 붙잡았다.

“아랫것들이 보고 있습니다. 우금일은 어쩔 수 없고, 다음을 대비하셔야 합니다. 지금 그 일로 인하여 병사들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주군께서 이렇게 나오시면 모두 힘들어집니다.”

“그러길래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하느냐 이 말이야?”

조조는 소리를 지르고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곽가의 말이 무엇인지를 모를 리가 없었다. 병력이 부족하여 한 명이 아쉬운 판국에 3만이 통째로 날아갔으니 속이 쓰리다 못해 뒤집어질 판국이었다.

조조는 급히 병사들에게 돼지 등을 잡아서 밥을 지어 함께 나누어주었고, 우금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 후방에 중요한 일이 생겨 그리 보냈다고 거짓선전을 하였다. 얼마나 병사들이 믿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먹을 것을 주면서 선전을 하자 병사들은 별말 없이 수긍하는 눈치였다.

장수들은 조금 동요하는 눈치였지만, 조조가 워낙 거세게 압박을 해놓아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 자는 없었다. 조조가 악을 써서 병사들을 안정시켜놓고 있을 때, 원매는 병력을 재정비해서 천천히 진군하며 조조를 압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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