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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96화 (96/253)

# 96

제 96장. 답답한 조조, 한숨 돌린 유비

조조는 순욱의 말을 듣고는 마음이 불편하여 몸을 일으켰다. 순욱에게 돌아가라고 지시를 한 후, 거닐기 시작했고 허저가 충성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훈련을 시키던 조인과 조휴가 그를 보고는 재빠르게 군례를 올렸다.

“조자효(조인)! 내 신경 쓰지 말고 강하게 훈련시켜!”

“반드시 강병으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자효. 옛날생각이 나지는 않는가?”

조조가 은근하게 조인의 과거를 끄집어냈다. 조조를 따르기 전 조인의 생활은 망나니나 다름없는 사고뭉치였다. 하지만, 조조를 따르면서 그런 모습을 버리고 뛰어난 장수로 거듭났으며, 법을 철저하게 지켰다. 이는 조조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사람이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어릴 때 한번 실수를 했으면 족하지요. 또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그래. 든든하군. 어서 가봐.”

조인이 충직하게 군례를 올리고 물러나자, 조조는 조휴를 바라보았다.

“조문열(조휴)! 기병의 상황은 어때?”

“호표기야 제일 먼저 말을 배급 받으니 상황이 괜찮습니다. 하지만, 다른 기병들은 심각합니다. 늙은 말은 바꿔야 하는데, 그게 어려우니까요.”

“나도 알아.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지금의 상황에서 어찌하면 원소를 이길지 생각해봐. 알겠어?”

“명심하겠습니다.”

조휴가 어두운 안색으로 대답하자, 조조는 손을 휘휘 젓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걷는 내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기병문제였다.

‘원소. 원매. 이 괘씸한 놈들 같으니라고. 특히 이 원매가 괘씸한 놈이야. 원매가 관중과 남양군을 잡으면서 갑자기 원소도 태도를 바꿨어. 당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막상 이렇게 물량작전으로 나오니 정말 대책이 없어. 요 원매 별종 같은 놈! 생각 같아서는 죽도록 두드려 패고 싶구나.’

조조는 답답한 듯 꽤 먼 거리를 걸었고, 어느덧 가장 멀리 있는 서황의 훈련장까지 이르렀다. 병사들은 ‘아이고-‘ 하며 곡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 한 명 훈련장에서 이탈하지 못했다. 서황이 단호하게 북을 치며 독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인간백정이란 별명이 붙은 게 아니야. 제일 믿음직스러워.’

서황이 조조를 발견하고는 부장에게 지휘권을 넘기고 급히 달려와 군례를 올렸다.

“이곳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지나가다 들렸어. 병사들의 상황은 어때?”

“아직 멀었습니다. 죽을 둥 살 둥 해봐야 전투에서 조금 써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네의 말이 제일 맘에 들어. 그렇지. 죽기로 해야 뭐가 되든 되지.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말해봐야 소용없어.”

“불편하신 것이 있습니까?”

“그냥 답답하니 그러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해?”

“소장이 무얼 알겠습니까? 그저 제게 맡겨진 직분에 충실할 따름입니다.”

조조는 서황의 믿음직한 모습에 어깨를 두드려 격려하고는 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더 나선다고 병사들의 훈련상황이 나아질 것도 아니었다.

형주. 양양성.

유비는 누선를 타고 면수를 거슬러 올라왔다. 누선은 지휘용 배로 3층 높이로 만들어져 있어 천명이 넘는 병사를 태울 수도 있고, 많은 물자를 실을 수 있는 배였다. 유표는 유비의 방문에 성밖까지 나가서 환영을 했다.

유표는 주위를 물리치고, 치소로 들어와 유비와 담소를 나누었다.

“어서 오시오. 이렇게 종친을 보니 참으로 반갑소이다.”

“환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하니 많은 가르침 부탁 드리겠습니다.”

“허허- 현덕공께서는 겸손하시구려. 여강군을 책임지고 있는데, 어찌 부족하다 하시오.”

“호의 감사 드립니다. 유목사께서도 저처럼 원매에게 당한 아픔이 있으시지요?”

유표는 안색을 굳혔다가 다시 풀었다.

“휴- 지금도 남양군을 어이없이 뺏긴 것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지경이오. 그래 어쩐 일로 오셨소?”

“공손찬이 멸망했고, 원가가 병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필시 내년에는 조조와 일전을 치를 것입니다. 그 다음엔 저나 유목사가 목표가 되지 않겠습니까? 하여 힘을 합하여 대항을 해보고자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고맙소. 현덕공이 있으니 마음이 든든하구려. 우리 힘을 합하여 원가를 물리칩시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형님- 절 받으십시오.”

유비는 자신보다 20살이나 많은 유표에게 곧바로 절을 올리며 납작 엎드렸다. 유표가 부담스럽다며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유비는 끝끝내 절을 마치고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제가 형제가 없이 자라서 정이 고팠습니다. 하여 의형제 관우, 장비와 많은 교감을 나누고 있지요. 부디 이 못난 비의 의형이 되어 주십시오.”

유표는 당황스러웠다. 유비에게 이런 제안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유표가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 유비는 간절하게 말을 이어갔다.

“저와 동맹을 맺고 원매를 견제하려면 누군가는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유목사가 중심이 되는 것이 맞고, 그 동맹을 견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형제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형님께서 명을 내리시면 이 아우는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들라고 하셔도 그리할 것입니다. 믿어주십시오.”

“허어- 이것 참.”

유표는 잠시 난감한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잠시 염두를 굴리던 유표는 유비의 청을 받아들였다. 동맹을 맺더라도 명령을 내리는 위치와 받는 위치로 구분될 수 밖에 없는데, 유비가 후자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더군다나 스스로 동생을 자처했으니 명분상으로도 괜찮았다.

“곧 이순(60)인데 이렇게 든든한 동생이 생기다니 진정 든든하구나.”

“우둔한 저를 아우로 받아주시니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저는 죽을 때까지 형님을 보필하며 살 것입니다.”

유표는 유비를 일으켜 세워, 편안하게 앉힌 후 술상을 봐서 함께 잔을 나누었다.

“아우. 정말 든든하이. 혹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시게. 이 우형이 마련해주겠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딱히 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저 명령을 내리시면 한걸음에 달려와 수행하겠습니다.”

“허허허-“

유표는 든든한 동맹군이 생기자 절로 웃음이 났다. 연거푸 술을 마셔 거나해진 유표는 피곤한듯했다.

“좀 피곤하군. 이 보게 아우. 솔직히 지금은 나나 자네나 힘을 기르는 상황이니 뭐라 할 것은 없네. 필요한 것은 교역을 통해서 확보하고, 손책이 강하군을 넘보니, 황조가 힘들다고 도움을 요청할 때 도와주면 고맙겠네.”

“형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고맙네.”

그날 밤이 늦도록 유표와 유비는 술잔을 부딪치며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날 여러 신하들 앞에서 유비는 유표에게 다시 절을 올리며 형님으로 모실 것을 맹세했다. 신하들은 강력한 우방인 유비가 동생을 자처하자 기뻐서 얼굴이 모두 환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원매를 상대할 것을 생각하면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며칠에 걸쳐서 잔치가 펼쳐졌고, 유표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유비를 환송했다. 유비는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거듭하고 나서야 누선에 올랐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유비는 갑판 위에 버티고 서 있었다.

“형님. 이제 내려오시오. 그러다 쓰러지겠소.”

“괜찮다. 이제 형님이 내 뒤를 봐줄 것이니 큰 근심을 덜었구나.”

“꼭 형님으로 모셔야 했소?”

“이 부분은 더 이상 말을 말거라. 자격은 차고도 넘치는 분이시다. 세력도 크고, 인품도 나무랄 데가 없다. 나이도 나보다 위다. 형님으로 모시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

유비가 장비를 다독거리며 자세히 설명하자, 관우는 지나가는 말로 툭 던졌다.

“설마 곽도에게 뭔 말을 듣고 이러는 것 아니오?”

“쓸데없는 소리 말거라. 내 처지가 곤궁한데, 든든한 형님이 나를 도와주면 좋은 것이 아니냐? 결코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면 됐소. 왜 큰소리는 치고 그러시오.”

관우는 툴툴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유비와 관우의 사이가 조금 냉랭해 보이자, 장비가 급히 끼어들었다.

“큰형님. 너무 고깝게 생각하지 마시오. 둘째 형님이 조독과 형, 동생을 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소. 그래서 아직 마음 한구석이 휑- 한가 보오.”

“녀석.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나도 마음이 아파. 다음에 원매를 만난다면 나를 죽이려고 들겠지?”

“당연한 것 아니오? 조독이 처음부터 따른 장수라던데.”

“그래. 그렇구나.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느니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무언가를 이뤄야겠다.”

유비는 이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장비도 그 뒤에서 유비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면수를 바라보았다.

남양군 완성.

원매는 두기로부터 대면보고를 받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작황이 좋을듯합니다. 관중도 고생을 한 덕에 많이 좋아졌고, 남양군도 괜찮습니다. 한중은 장별가(장로)가 워낙 잘 관리 놓았고요. 지금 비축해놓은 군량이 대략 30만섬 정도인데, 이번 가을에 제 예상대로 된다면 적어도 백만섬은 비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백만섬이라. 굉장하군. 순수한 비축분이겠지?”

“그럼요. 관리들 녹봉이라든지 필요한 경비를 제외한 것입니다. 왕염부(왕련)도 소금, 철전매를 통해서 많은 재화를 모으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저도 우는 소리 안 해도 될 듯 합니다. 단, 적당히 하셔야지 크게 하면 백만섬도 금방 동이 납니다.”

“알겠네. 사실 내가 자네 눈치를 제일 많이 보고 있어. 알지?”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어찌 진언을 올립니까?”

“내가 아무리 큰 소리쳐도 할말 다 할거면서 또 내 탓인가? 참, 공명(제갈량)은 어떤가?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가?”

“주군. 이런 괴물은 어떻게 얻었습니까? 제가 이제껏 수많은 사람은 봤지만, 이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입니다. 나이도 어린 놈이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도 노인네 같고, 또 기억력은 얼마나 비상한지 죽간을 보지 않고도 머릿속에서 척척 나옵니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종사관들도 두 손 두 발 들었습니다.”

“그럼 자네도 버거운 것이야?”

“좋은 인재란 뜻이지요. 아직 저를 따라오려면 멀었습니다. 단단하게 키워놓겠습니다.”

“솔직히 버겁다는 말이 나왔다면 나는 두기 자네에게 실망했을 것이야. 이것저것 어려운 일도 맡기면서 그 바닥을 드러내게 만들어봐. 그 능력의 끝을 한번 보고 싶어. 그리고, 공명이 좀 오만해 보여도 마음이 약한 구석이 있어. 좀 사람을 가리기도 하고 말이야. 한마디로 말해서 선하지.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잘 좀 키워봐.”

“그 말은 저는 선하지 않다. 이렇게 들리는데요?”

“자네는 바락바락 잘 대들잖아.”

“에휴- 죽도록 일하고 주군께 인정도 못 받고. 알겠습니다. 일이나 하러 가야지요.”

원매가 실소를 흘리자, 두기는 나가다 말고 문 앞에서 고개를 돌렸다.

“문제가 생기면 바락바락 대들러 오겠습니다!”

두기는 짓궂게 웃고는 자신의 치소로 돌아갔다. 원매는 치소 밖으로 나왔다. 벌써 8월이 지나가고 있어서 그런지 매우 무더웠다. 여남군은 손경과 7천의 군사를 주둔시켜 방어를 시킨 후, 기병들은 남양으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제는 유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청주로 돌아가야 했다.

전예가 잘 하고 있을 테지만, 남양군에 계속 남아있는 것이 원매로서는 부담스러웠다. 제갈량도 얻었고, 책사들이 많으니 자신이 빠지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순유는 인사분야를 총괄하고 있었기에 이곳에 남아 있어야 했고, 결국 첩보를 총괄하고 있는 가후를 데리고 올라가기로 결심했다.

이유를 불러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는 가후에게 준비를 명령했다. 또한 호거아와 기병 3천도 함께 갈 것을 명령했다.

9월초. 원매는 가후와 기병 1만 6천을 거느리고 청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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