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93화 (93/253)

# 93

제 93장. 자신을 악의, 관중에 비교하는 남자.

유비는 기병과 보병을 얻자 곽도에게 지시를 내려 유훈을 관찰하게 했다. 여강군을 점령하고 있던 유훈은 무능하고 사치스러운 인물이었다. 원술이 망하면서 운 좋게 여강군을 차지하고 있는데 불과했다. 만약 하북에서 일이 터지지 않았다면 원매에게 토벌되었을 것이다.

“주군. 이번 기회에 유훈을 토벌하시지요.”

“이 보게. 곽부군사. 유훈이 좀 모자란 인물이기는 해도 병력이 3만을 넘어. 우리는 기병포함 1만 7천이고. 공격하는 우리가 군사가 적어.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렇지요. 정상적인 전투라면 어렵겠지요. 제가 이번에 정찰을 해보니 유훈은 사냥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몰이꾼 수천을 풀고 대대적으로 사냥을 한다고 합니다. 그때를 덮치면 될듯합니다.”

“몰이꾼 수천이라. 그들이 병사일 텐데 쉽겠는가?”

“대장만 잡으면 끝이 납니다. 이번에 항복한 기병 2천으로 급습을 하여 유훈을 사로잡고, 그를 이용해서 서현성을 접수하면 끝이 납니다. 원매가 하북의 일이 바빠서 움직이지 않을 테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입니다.”

“좋소. 즉시 시행하시오.”

곽도는 빙긋 웃으면서 군례를 올리고 치소를 물러났다.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대로 풀리고 있었다.

‘촌구석에 있는 놈들이라 그런지 애새끼 손모가지 비트는 것보다 쉽구나. 나중에 틈을 봐서 모조리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어.’

곽도가 기분 좋은 듯 흥얼거리며 자신의 치소로 향할 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한쌍의 음울한 눈이 있었다. 유비였다.

‘건방진 애송이가 들어왔구나. 당분간은 이용할 가치가 있으니 모른 척해주마. 내가 유협생활을 하며 맨 밑바닥에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곽도야- 잠시만 제일 똑똑한 척하거라. 딱 거기까지만 봐주마.’

유비와 곽도가 머리싸움을 하고 있을 때,

남양군 완성. 순유치소.

“음- 아주 젊은데 이리 영특한 인재가 있단 말인가?”

순유가 눈으로는 죽간을 훑으며 말하자, 종사관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소문이 대단합니다. 천재중의 천재라고 합니다. 스스로 관중, 악의에 비할 정도라고 하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관중, 악의에 비교해? 미친놈이로군.”

순유는 인상을 쓰며 죽간을 덮었다. 악의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고 비교한단 말인가? 하지만, 종사관은 계속 보고를 이어갔다.

“그는 예전에 주군께서 얻으려 했던 제갈현의 조카입니다. 한번쯤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순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제야 원매가 남양군의 제갈현과 서서를 마음에 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기억이 났다.

“내가 연통을 써줄 것이니 데려오너라.“

“저- 그것이······ 매우 자존심이 센 듯합니다. 등용하려면 직접 만나러 가야 합니다.”

순유는 어이가 없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오냐!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가보자꾸나. 그 정도의 인재가 아니라면 요절을 낼 것이다.”

순유는 이유에게 보고를 하고는 종사관을 앞세워 젊은이게로 향했다. 미리 연통을 넣어놨는지 순유가 융중에 도착하자, 젊은이는 미리 문 앞까지 나와서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소인 제갈량 순치중을 뵙습니다.”

키는 8척(184cm)이나 돼 보였고, 위엄 있는 풍모와 잘생긴 얼굴, 눈에서는 정광이 흐르고 있었다. 순유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을 터트렸다.

“내가 순유일세. 관중과 악의에 비교하다니. 그들을 거울로 삼아 뛰어난 인물이 되고 싶다는 표현인가?”

“아- 오해를 하셨군요. 관중과 악의 정도에 그쳐서야 되겠습니까? 저를 그 정도로 낮게 보시면 곤란합니다.”

제갈량의 터무니없는 자신감에 순유는 분통이 터지기보다는 실소가 배여 나왔다. 묘하게 사람을 끄는 재주가 있는 사내였다.

“자네를 높이 평가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내게 보여줘야지? 지금 우장군께는 인재들이 아주 많아. 자네가 우장군의 눈에 찰것이라고 확신하는가?”

“당연하지요. 천하를 샅샅이 뒤져도 저만큼 똑똑한 사람은 찾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외모도 출중하지만, 인성도 아주 훌륭합니다.”

순유는 슬슬 짜증이 났다. 이런 허풍쟁이를 만나러 시간을 쪼개 이곳에 왔다는 것이 못내 분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그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제갈량이 잠시 순유의 얼굴을 빤히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제가 지나쳤다면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안으로 드시겠습니까?”

“이곳이 좋구만. 저기 평상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지.”

순유와 제갈량은 차를 한잔 앞에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순유는 대화를 할수록 제갈량이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실감했다. 아직은 나이가 어려 부족함도 보였지만, 그가 보여준 기억력과 통찰력은 매우 인상 깊었다.

“아직도 자네가 악의와 관중을 뛰어 넘을 것이라는 확신은 들지 않는군. 하지만, 제대로 성장한다면 왕좌지재의 재목은 분명하네. 주군이신 우장군을 따르겠는가?”

“글쎄요. 우장군께서 직접 오신다면 생각해보겠습니다.”

순유는 제갈량을 한대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러야 했다. 똑똑한 인재인 것은 분명했다. 이 정도의 기억력과 통찰력을 가진 젊은 인재를 최근에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너무 오만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순유는 고개를 흔들며 일어섰다.

“자네가 정말 똑똑하다는 것은 인정해. 그렇지만, 너무 오만하군. 그래서야 누가 자네를 쓰려고 하겠는가?”

“아마 우장군께서는 저를 쓰실 것입니다. 늦게 보고를 하시면 경을 치실 테니, 빨리 보고를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네놈을 더 이상 볼일은 없을 것이다! 못난 놈 같으니라고!”

순유는 결국 참았던 화가 폭발해서 종사관을 이끌고 돌아갔다. 공손하게 예를 표했던 제갈량이 실눈을 뜨고 순유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순유! 그토록 도발했는데 겨우 한번 화를 내는가? 우장군이 뛰어난 인재를 좌우에 거느리고 있구나. 유표나 조조는 나에게 관심이 없고. 유비에게 가자니 가진 게 너무 없다. 방통을 보내줬으니 알아서 크겠지. 내가 갈 곳은 우장군밖에 없다. 분명히 다시 올 것이다. 능력만 보고 인재를 뽑는다면 분명히 올 것이다.’

제갈량은 조금 답답한지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내 또래에서 경계해야 할 인물은 방통이다. 방통을 유비에게로 보냈으니, 당분간은 만날 일도 없고 자연히 경쟁에서 도태되겠지. 유비 따위가 우장군에게 상대가 될 리는 없으니까. 순유에게 충분히 내 능력을 보여줬고, 도발도 해봤다. 이제 선택은 우장군이 할 것이다. 제발 능력을 보고 인재를 선택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어야 할 텐데. 그게 아니라면 이 제갈량이도 한량으로 늙다 죽겠지.’

치소로 돌아온 순유는 분통을 터트렸다. 생각할수록 제갈량의 행동이 괘씸했다. 차라리 못난 놈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인재였는데, 도대체 무슨 심보인지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흐흐흐흐- 순치중이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보는군. 누가 이렇게 속을 긁어놓았을까?”

이유가 빙그레 웃으면서 들어오자, 순유가 마지못해 일어나며 자리를 권했다. 아마도 인재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기에 궁금해서 와봤을 것이다.

순유의 말을 듣고 난 이유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양팔을 벌렸다.

“이 사람아. 그걸 왜 자네가 고민을 하는가? 자네가 볼 때는 꽤 괜찮은 인재 아닌가? 주군께 연통을 보내시게. 그럼 알아서 판단하시겠지.”

“그래도 신하 된 도리로서 제대로 파악해서 보고를 해야지요. 주군께 쓸데없는 걱정을 끼쳐드릴 수는 없습니다.”

“흐흐흐흐- 자네는 그 고지식함이 문제야. 주군께는 묘한 능력이 있지. 이건 등지, 두기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말이야. 딱 보더니 훌륭한 인재라며 벼슬을 줬다는 거야.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말이지. 그들도 어안이 벙벙했다는군. 나도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듣고 웃어넘겼지. 그런데 말이야. 주군의 행동을 자세히 보게. 좀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이유는 차를 홀짝 마시고는 빙그레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전예, 이통, 감녕, 방덕. 지금은 대들보 같은 장수지만 처음에는 하급장수에 지나지 않았어. 그런데 주군은 그걸 한눈에 알아보고 등용했네. 또한 자네를 어찌 등용했는지 생각해보게. 소문을 듣고 판단했을까? 소문이란 게 헛소문도 많은데 주군은 헛소문은 기가 막히게 배제를 하지.”

“그 말뜻은 주군께 연통을 보내면 뭔가 즉각적인 조치를 하실 거라 이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렇지. 그러니 제갈량에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일이나 하시게.”

“듣고 보니 그렇군요. 통찰력이 대단하십니다.”

“이런 쓸데 없는 게 보인다는 것은 죽을 때가 됐다는 이야기야. 주군께서 황태자까지 올라가는 것이라도 보고 죽으면 원이 없겠어.”

“약한 말씀을 하시는 군요. 제가 볼 때는 정정해 보입니다.”

“난 가네. 좀 쉬어야겠어.”

이유는 등을 두드리며 자신의 치소로 슬슬- 걸음을 옮겼다. 순유는 일어서서 예를 표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죽간을 꺼내어 자세하게 제갈량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원매에게 보냈다.

평원성. 원매치소.

“그게 무슨 소리야? 조독이 죽다니?”

원매는 굉장히 당황한 얼굴이었다. 큰 눈을 끔벅거리며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안타까운 목소리는 곧 분노로 바뀌었다.

“유비 이 개 자식을 가만두지 않겠어!”

쨍그랑-

원매가 집어 던진 찻잔이 바닥에 부딪치며 산산조각이 났다.

“주군. 일단 진정하십시오. 많은 눈이 보고 있습니다.”

“자네 말이 맞아. 조독은 처음부터 나를 따랐던 장수야. 내가 무예를 익히고, 흑산적의 무리를 만나 고전을 할 때, 기병을 이끌고 와서 보호했지. 그리고 그때부터 항상 함께 했어. 형님(원담)을 공격하려니 서량기병이 낫다고 판단해서 데려오지 않고, 유비를 돕게 한 것인데. 이것이 그와의 마지막이 될 줄은 짐작도 못했어.”

전예가 위로했지만, 원매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마구와 조운도 난감한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주군. 유비가 병력을 흡수하기 위해서 그런 짓을 벌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 봐야 2만이 되지 않습니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면 일부 병력을 이끌고 가서 토벌해 버리시지요. 서량에서 지원 나온 마초/마대의 8천기병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조조는 내년에 토벌할 것이니 시간도 여유가 있고요.”

“그래. 되든 안되든 일단 내가 가봐야겠어. 내 부하를 지키지도 못하면서 어찌 주군소리를 듣는단 말인가? 자네가 이곳을 맡아. 내가 기병을 이끌고 다녀오지.”

“예. 명을 따르겠습니다. 주군. 대장군께 먼저 연통을 보내서 허락을 득하시고 움직이십시오. 그리고 지금 관중이 안정되어 있으니, 하동의 손경과 보병 7천을 데려가십시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사람. 그 짧은 시간에 제대로 판단하는 군. 좋아. 지금 빨리 조치를 해주시게. 마초/마대를 불러주게. 그들은 내가 직접 설득하지.”

“예. 주군.”

전예가 밖으로 나서고, 얼마 안되어 마초/마대가 들어와 군례를 올렸다. 원매는 그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는 곧바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참전하겠습니다. 조독이라면 저도 압니다.”

“저희는 출전을 준비하겠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원매의 말에 마초/마대는 기꺼이 출전요청을 받아들였다.

“고맙네. 역시 내가 인복이 있어. 이렇게 큰 힘이 되어주다니. 내가 대장군께 허락을 받는 즉시 움직일 터이니, 그 동안 준비를 해두시게.”

“예. 우장군.”

마초/마대를 설득하는 일이 쉽게 마무리되자, 원매는 피곤함에 편안히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조독에 대한 추억에 잠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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