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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92화 (92/253)

# 92

제 92장. 악독한 놈, 억울한 놈.

곽도는 자신의 말이 통한다고 생각하자, 어제 방통에게 말했던 계책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지금 유장군께서는 보병 1만을 가지고 계십니다. 기병 2천과 보병 5천은 이번 가을에는 원매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맞습니까?”

“휴- 그렇소. 기병이 없어서 참으로 아쉽소. 어찌 기병 없이 전투를 한단 말이오?”

“보병 5천은 장장군(장비)이 이끌었던 부대이니 설득을 하고 말 안 듣는 몇 놈만 쳐낸다면 그대로 유장군의 부대로 흡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2천 기병을 이끄는 조독과 장수들을 회유를 하고, 안 된다면 기습을 하여 죽이십시오. 그리고 나머지 기병들은 압박과 회유를 한다면 충분히 항복할 것입니다.”

“우장군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오.”

장비가 발끈하자, 곽도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반박했다.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원매는 내년까지 청주에 머물 것입니다. 그의 목적은 내년에 조조를 공격해서 멸망시키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설령 여기서 일을 벌인 것을 알아도 손을 쓰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장군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소?”

유비가 짐짓 곽도의 말을 책망하며 받아 쳤다. 곽도의 유비의 말속에서 진심으로 자신의 계책을 거부하지 않음을 파악했다.

“독하지 않으면 장부가 아니라 했습니다. 제 계책대로 시행하시면 기병 2천, 보병 1만 5천의 대부대를 지휘하시게 됩니다. 그 병력으로 남쪽 여강군의 유훈을 쳐서 병합하십시오. 그리고 전력으로 힘을 기르면서 앞으로의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를 하시면 됩니다.”

“유훈의 세력은 형님보다 훨씬 크오. 적어도 3만이 넘소이다.”

관우가 곽도의 계책이 부족함을 지적했지만, 그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그것은 그때 가서 제가 계책을 내놓겠습니다. 일단은 조독을 빨리 도모해야 합니다. 기병 2천을 얻는 일입니다. 망설일 일이 아닙니다.”

유비는 욕심이 났지만,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곽도의 말을 모두 이해했고, 왜 이런 계책을 내는지도 알았다. 또한, 그의 계책대로 시행한다면 꿈에만 그리던 기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 장비가 손바닥으로 탁자를 치며 반대했다.

“형님! 이건 아니오. 우장군 덕분에 여남군 반쪽을 얻었소. 나중에 우장군이 어찌 나올지도 모르는데, 조독을 죽인다면 그의 분노를 어찌 감당하려고 하시오?”

“나도 같은 생각이오. 신중하게 생각합시다.”

관우가 장비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 곽도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다시 진언을 이어갔다.

“유장군. 여기에 모인 사람이 조독을 죽이고 기병을 빼앗는 계책을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으면 결코 비밀이 될 수 없습니다. 곧 그의 귀에 이 말이 들어갈 것이고, 그때는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원매의 원한을 살뿐만 아니라, 기병을 얻을 기회도 사라지게 됩니다. 가슴이 아프지만,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곽도의 진언에 관우, 장비가 반박하려고 하자, 유비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리곤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가 입을 열었다.

“곽공의 계책대로 시행하자. 이것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야. 지금이 아니면 기병을 얻지 못해. 내년까지가 내인생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야. 누가 조독을 처리하겠느냐?”

유비가 정색을 하고 명령을 내리자, 관우와 장비가 얼굴을 돌렸다. 그간 조독과 함께 전투를 치르면서 정이 들기도 했고, 마음에 들지도 않는 곽도 때문에 애꿎은 그에게 칼을 들이밀기도 싫었기 때문이었다.

“나서기 싫으냐? 그럼 할 수 없지. 내가 직접 처리할 수밖에.”

“형님. 한번만 더 생각해보시오. 이건 아닌 것 같소.”

장비가 다시 한번 유비를 설득했지만, 유비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익덕아. 여기 곽공의 말이 맞다. 물론 나도 이런 계책이 싫다. 하지만, 지금은 난세야. 살아 남아야 그 다음을 준비할 수 있어. 내 뜻을 따르거라. 지난번에 방군사도 여강의 유훈을 치고, 수군을 키워서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고 하였어. 이것은 군사력을 키울 절호의 기회야. 운장! 네가 나서거라!”

“휴-“

관우는 난감한 듯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바로 처리하겠소.”

관우는 군례를 올리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유비의 마음을 이해했고, 이성적으로도 왜 그런지를 분명히 알았다. 다만, 여전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뿐이었다.

조독치소.

조독은 사마 몇 명을 데리고, 기병전술에 대해서 토론을 하고 있었다.

“조장군! 운장일세. 들어가겠네.”

“관장군 아니시오. 어쩐 일이시오? 술 한잔 생각나서 오셨소?”

관우는 환하게 웃는 조독을 잠시 바라보다가 진중하게 입을 열었다.

“조장군께 하나 빌릴게 있어서 왔소.”

“말하시오.”

“그대의 목이요.”

조독의 얼굴이 굳어지며 칼을 본능적으로 뽑아 들었을 때, 관우가 달려들었다. 좁은 실내에서 칼부림이 일었고, 조독이 관우를 당해내지 못하고 물러서자, 주위의 사마들이 칼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관우였다. 양떼 속에 대호 한 마리가 뛰어든 것처럼 사마들은 제대로 힘 한번 못써보고 목이 날아갔다. 반각(7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모두 죽었다. 조독이 피를 흘리며 벽에 기대어 악을 썼다.

“나는 그대를 형님처럼 따랐소. 또한, 우장군께서 그대들에게 호의를 베풀었거늘 어찌 내게 이럴 수가 있소? 이럴 수는 없소이다!”

관우는 무심한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어찌 보면 매우 슬픈 표정처럼 보였다.

“나를 원망하시게. 나는 개잡놈이 되더라도 형님의 뜻을 거스를 수가 없었네.”

푸욱-

관우의 칼이 조독의 배를 뚫고 나가자, 조독은 팔로 허공을 휘젔다가 관우의 품에 안겼다. 뭔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렇게 조독은 허무하게 생을 마쳤다. 관우는 조독을 품에 안고는 뜨거운 눈물을 떨궜다. 그의 어깨는 계속해서 떨렸다.

“죽어서도 나를 용서하지 말거라. 나를 원망하거라. 미안하다.”

한참 후에 관우가 밖으로 나오자, 이미 유비가 조독의 기병들을 에워싸고 압박과 회유를 하며 설득하고 있었다. 곽도가 급히 조독의 치소로 들어와서는 그의 수급을 취하여 밖으로 나서려다가 관우와 부딪쳤다.

“관장군. 수고하셨소. 목을 잘라와야 마무리가 되는 것이오. 뭐, 내가 베어왔으니 됐고, 다음 번부터는 잘해주시오.”

곽도가 지나치려고 하자, 관우가 그의 멱살을 틀어쥐고는 그대로 들어 올렸다. 엄청난 힘과 무서운 눈빛에 곽도는 오금이 저려 어-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잘 들어. 나도 우장군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조독은 친동생처럼 정이 많은 놈이었어. 나는 형님의 명이 있었기에 명을 따른 것이야. 감히 네놈이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란 말이다. 더군다나 이런 더러운 짓을 시키면서. 한 번 더 개수작 부리면 그때는 목이 날아갈 것이다.”

관우는 곽도를 내팽개치고는 밖으로 나와 털썩 주저 앉았다.

‘빌어먹을! 개 같은 세상이로구나.’

곽도는 곧바로 관우를 따라 나왔다. 관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거대한 분노가 일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관우에게 덤벼들지는 못했다. 하북제일의 용장이라는 안량, 문추보다 더욱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고 보자. 감히 칼이나 휘두르는 백정 놈 주제에 감히 내게 손을 대? 죽일 놈 같으니라고.’

곽도는 잠시 관우를 노려보다가 유비에게로 향했다. 유비는 무거운 얼굴로 조독의 목을 받아 들었다. 그 후, 병사들을 시켜 조독의 목을 장대에 달아 높이 세웠다.

“여길 보아라! 이미 조독은 죽었다. 쓸데없이 죽음을 자초할 필요가 무엇이냐? 항복하거라! 내 결코 너희들을 괄시하지 않을 것이다.”

조독의 죽음이 확인되자 끝까지 버티며 대치하던 기병들은 하나 둘씩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말을 타고 조독의 지휘아래 전투를 한다면 일만의 보병이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조독이 죽었고 지금은 기습을 받아 말을 타고 있지 않았다. 말이 없는 기병은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게 유비는 조독의 기병과 5천의 보병을 자신의 세력으로 흡수하여 제법 강성한 세력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또한, 곽도는 이번 계책을 바탕으로 부군사 지위를 얻었다.

남양군. 완성.

고람은 치소에서 인상을 찌푸리며 종사관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조독이 보내는 정기적인 보고가 며칠이나 늦어지고 있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그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사람을 보내서 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았어. 내가 조치를 할 터이니, 자네는 나가서 일을 봐.”

종사관이 예를 올리고 물러나자, 고람은 생각에 잠겼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괴이쩍었다. 조독이 사람 좋고 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런 공적인 임무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일까? 어찌 해야 한다?’

고민을 하던 고람은 이유를 찾았다. 원매가 고람에게 군권을 맡기면서 이유등 책사와 항상 상의를 하라고 신신당부를 한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니? 고감군(고람)이 어쩐 일로 제 치소를 다 오셨습니까?”

“제가 오는 게 반갑지 않은 모양이군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자- 이리로 앉으시지요.”

고람은 이유가 내주는 자리에 앉아서는 잠시 고민하다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유는 그의 말을 듣고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하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지금 주군께서 대부분의 병력을 이끌고 하북으로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청주를 평정했고, 내년까지 머무를 것이란 연통도 받았고요. 그래서 당분간은 남양군은 방어에 전념해야 합니다.”

“그렇지요.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것과 그것이 관련있습니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모르는 음모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세작들을 통해서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그 후에 움직여도 늦지 않을듯합니다. 저도 별일이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이유의 조언을 듣고 치소로 돌아가는 고람의 어깨는 한없이 무거웠다.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정말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군대를 보낼 여력이 없었고, 간신히 남양군을 방어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세작들을 채근하여 여남군의 첩보를 입수했다. 여러 첩보들을 종합하고 나서야 유비가 벌인 전모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유는 탄식을 터트리고는 순유, 두기, 고람을 자신의 치소로 불러들였다.

“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일어났소. 유비가 조독을 죽이고, 기병을 흡수했소. 또한, 보병 5천도 자신의 예하로 삼았소.”

“이 유비 개 자식! 낸 손에 잡히면 산채로 포를 뜰 것이다!”

고람은 조독이 죽었다는 말에 분통을 터트렸다. 이유는 그런 그를 차분히 달래고는 원매를 대신하여 명령을 내렸다.

“이제부터 남양군은 비상체제로 운영됩니다. 병사들을 이끌고 여남군을 공격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전군에 비상령을 내리고, 철통 같은 방어에 임하십시오. 고감군. 제 말뜻 아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고람이 힘없이 대답하자, 이유는 구체적으로 순유에게 세작을 풀어 상황을 더 살펴볼 것을 주문했고, 두기에게는 군량을 부대별로 옮겨서 장기적으로 수성전에 대비하도록 했다. 이유는 모두 물러가자, 곧바로 전령을 통해 이 같은 상황을 면밀히 적어 원매에게 보냈다.

회의를 끝나고 나온 고람은 주먹으로 기둥을 쳤다. 그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조독은 자신이 데리고 있던 장수였고, 처음부터 원매를 따랐기에 친분이 남달랐다. 항상 밝고 활달했던 그의 얼굴이 떠오르자, 고람의 마음은 미어지듯 아파왔다.

‘이 일은 어찌한단 말인가? 주군께서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실망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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