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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91화 (91/253)

# 91

제 91장. 청주靑州를 얻다.

며칠 동안 평원성을 샅샅이 뒤지며 찾았지만, 결국 곽도를 찾지 못했다. 원매는 물건을 집어던지며 분통을 터트렸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그는 전예를 통해서 청주를 수습하도록 명령했고, 급히 원소에게 전투성과를 보고했다.

“주군. 제가 일 처리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곽도를 잡지 못했다고 화를 내던 원매는 그제야 사태를 파악하고는 머쓱해졌다. 요즘 들어서 지나치게 성과를 내는데 목을 매다 보니 주변을 살피지 못한 것이다. 내 사람을 먼저 살피겠다고 다짐을 한 것이 얼마 전인데.

원매는 고개를 푹 숙이고 죄를 청하는 전예를 일으켜 세웠다.

“이거 참. 내가 전장군을 볼 면목이 없소. 전장군을 비롯해서 모두 고생을 했는데, 곽도를 못 잡았다고 이리 난리를 치는 내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오. 고생하셨소. 이제는 곽도를 잡는 일보다 청주를 안정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여주시오.”

“저- 곽도를 못 잡으면 대장군께 문책을 받지 않겠습니까?”

“모두가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했어. 그럼 된 것인데, 내가 욕심을 낸 것이오. 이정도 문책이라면 내가 견뎌내야지. 어서 가서 일을 하시게.”

“예. 알겠습니다.”

전예는 어두운 얼굴로 치소를 물러났다.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장수들도 곽도를 놓쳤다는 자책감에 슬금슬금 원매의 눈치를 보았다. 대승을 하고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 것은 원매가 지나치게 곽도를 찾는데 집중한 것이 한 몫 했다.

그날 저녁에 장수들과 항복한 왕수, 이형을 불렀다.

“자- 모두 앞에 놓인 술잔을 드시오. 오늘 내가 참으로 한심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소. 그대들이 죽도록 고생해서 성을 점령했는데, 곽도를 잡지 못했다고 계속 채근한 내 자신이 못 견디게 부끄럽소.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족한 이 사람을 이해해주시오.”

원매가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자, 장수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급히 허리를 숙였다. 전예가 대표로 나섰다.

“저희는 주군을 끝까지 따를 것입니다. 이처럼 마음을 열어 보이시니 누가 다른 마음을 먹겠습니까?”

“고맙소. 자- 오늘은 실컷 마셔 봅시다.”

원매가 술을 들이키자, 장수들도 일제히 술을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원매는 몇 차례 계속해서 술을 권했고, 취기가 돌자 술자리는 왁자지껄해졌다. 취중에 자연스레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왔고, 원매는 묵묵히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주군의 행동은 참으로 대인다웠습니다.”

조운이 예를 올리며 이같이 말하자, 원매가 슬쩍 웃으며 술을 따라 주었다.

“대인이라? 사실 좀생이 같지 않았소?”

“솔직히 장수들의 전공을 치하하는 것을 뒤로 미루고 곽도를 잡아들이라고 채근할 때는, 속이 좁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겸허하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을 보니 역시 대인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사람. 조자룡. 자네도 아부를 할 줄 아는가?”

“저는 성격상 그렇건 못합니다. 제 마음을 말씀 드린 것뿐입니다.”

갑자기 조운이 정색을 하고 대답하자, 원매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평생 동안 조운에게 살가운 농담을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에게 고맙다는 공치사를 하고는 왕수에게 잔을 건넸다.

“왕숙치. 이곳에서 며칠 있어보니 어떻소?”

“우장군을 비롯한 모든 장수들이 뛰어나고 호인입니다.”

“형님(원담)이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소?”

“궁금합니다. 곽도에 워낙 목을 매셔서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못 드렸습니다. 주군께선 어찌 되셨습니까?”

“지금 업성에서 연금되었소. 곽도의 농간에 놀아났다고는 하나 아버님의 분노가 워낙 커서 어쩔 수 없었소. 가택에 연금되었으니,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오. 단, 예전처럼 크게 관직에 오를 일은 없을 것이오.”

“다행입니다. 그 정도로 조치해주시니 감사를 드릴뿐입니다. 앞으로도 이 정도만 보살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하지. 사실 아버님께서 조치를 하셨는데, 내가 뒤집을 생각은 없소. 왕숙치. 이제는 내 사람이 되어 주시오. 그래야 형님도 보살필수 있지 않겠소?”

“넓으신 은혜에 감사 드립니다.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고맙소.”

원매는 왕수를 얻자 기뻤다. 왕수는 충신중의 충신이었고,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그의 능력치를 떠올리자,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왕수(41)] 지력:76, 정치력:78

조조에게 간하여 원담의 장례를 치렀다. 이후, 대사농까지 올랐고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다. 청렴하고 충직한 인물.

오늘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한번 숙임으로써 부하들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었다.

원매가 청주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원소에게서 사신이 도착했다. 전풍이었다.

“우장군. 참으로 노고가 크셨습니다. 이것은 주군께서 보내신 것입니다.”

원매는 예를 표한 후, 죽간을 펼쳤다.

-원담을 청주목에서 폐하고, 원매를 새로운 청주목으로 임명한다.

-청주의 모든 권한을 원매에게 위임한다.

그 외에 원매의 공을 치하하고, 곽도를 잡는 것보다 빨리 청주를 안정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아버님의 은혜가 참으로 큽니다.”

“청주에서 하실 일이 많으실 것입니다. 더군다나 내년에는 주군께서 조조를 공격하신다고 선포하셨으니, 그런 부분까지 염두에 두셔서 일을 처리하시면 됩니다.”

“지난번에 아버님께서 제게 형주를 공격하라고 명령하셨는데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그때는 조조가 잘해야 십만 정도를 모아 주군께 대항하지 않을까 생각하셨는데, 이번에 십만의 대군을 양성한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아무래도 우장군께서 주군을 도와주셔야겠습니다.”

“저야 그렇다면 기쁘지요. 사실 아버님께서 연로하셔서 홀로 조조를 상대하게 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거든요. 알겠습니다. 업성으로 돌아가면 아버님을 잘 부탁 드립니다.”

전풍은 청주관리에 대한 조언을 올린 후, 업성으로 돌아갔다.

원매가 청주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

곽도는 평민복장을 하고, 얼굴에 흙을 발라 어두운 밤을 이용해서 평원성을 빠져 나왔다. 살아남기 위해 하수구구멍으로 탈출을 시도했고, 결국 성공했다. 그는 주로 밤을 이용해 길을 걸으며, 숨겨놓은 건량으로 굶주림을 해소했다.

처음에는 조조에게 가려고 했지만, 원소가 내년에 조조를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고민을 하다가 여남군의 유비에게로 발길을 돌렸다.

곽도가 여남군에 도착했을 때, 원매는 청주를 대부분 안정시켰을 무렵이었다.

“빌어먹을. 원매 이놈이 유비와 동맹을 맺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구나. 가지고 있는 건량도 떨어지고, 갈 곳도 없는데 어쩐다?”

곽도는 한숨을 내쉬며 고민을 하다가 방통을 찾았다. 곽도가 영천군 양책현 출신이고, 곽씨/순씨 집안이 워낙 세도가 대단했기에 방통도 곽도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방통이라고 합니다.”

“반갑소이다. 곽도요.”

“그런데 이곳까지는 어쩐 일입니까?”

“하북에서 대공자와 삼공자간에 분란이 일어났는데, 삼공자가 승리했소. 덕분에 대공자를 모시고 있던 나는 그에게 미움을 받아 이렇게 거리로 내몰렸소이다. 삼공자가 참으로 독한 사람이란 걸 깨달았소.”

방통이 나이가 어렸고, 하북과 여남군이 멀었기에 그곳의 정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만, 원매라면 유비를 비롯해서 관우, 장비등도 높이 평가를 하지 않았기에 곽도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여기 유장군께 의탁을 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사실 그러고 싶은데, 삼공자가 그걸 알면 심술을 부리며 반드시 유장군을 채근할 것이오. 그것이 걱정입니다. 저 때문에 폐를 끼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흠- 그렇군요.”

방통도 꽤나 걱정이 되었는지 말이 없었다. 이때 곽도의 요사스런 혓바닥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방사원. 지금 하북은 삼공자의 뜻대로 돌아가고 있소이다. 그가 대공자를 내 쫓고는 청주를 틀어쥐었소. 남양에 있던 대군이 지금도 청주에 주둔하고 있소. 왜 군대를 계속 주둔시키는지 아시오?”

곽도는 방통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이어갔다.

“그것은 내년에 조조를 공격하기 위해서요. 대장군이 최소 20만은 모을 테고, 삼공자가 적어도 10만을 모을 것입니다. 조조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당해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들이 조조를 공략하고 난 후에 어찌할 것으로 생각합니까? 당연히 유장군을 칠 것입니다.”

그제야 방통도 무릎을 쳤다.

“하북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군요. 고견을 알려주십시오. 지금 주군의 세력은 매우 약합니다. 조조가 무너진다면 원가의 힘을 어찌 당해내겠습니까?”

“일단 남양군에 병력이 얼마 없기 때문에 유장군이 무슨 일을 한다 하더라도 결코 원매가 나서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잠시 귀 좀.”

곽도는 자신의 계책이 통한다고 생각하자, 서슴없이 삼공자에서 원매로 호칭을 낮추었다. 또한, 조곤조곤하게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계책을 쏟아냈다. 방통은 깜짝 놀라 곽도를 바라 보았다.

“너무 위험한 계책 아닙니까? 아마도 유장군이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편하게 즐기시다가 내년에 조조가 망하고 나면 원매에게 죽임을 당하든가 항복하면 됩니다. 지금 하북에서 30만은 동원이 될 터인데, 유장군이 방법이 있겠소?”

“하- 큰일이군요. 설마 이런 계책일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곽공의 말이 옳습니다. 조조가 무너지면 주군께는 기회가 없습니다. 일단 살아남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일 저와 함께 주군을 찾아 뵙고 직접 계책을 상주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방사원이 볼 때는 어떻소? 유장군이 이 사람의 계책을 받아들일 것 같소?”

“정확하게 확답은 못 드리지만, 아마 받아들이실 것입니다. 인자해서 다소 유약하게 평가가 되고 있지만, 야심도 크고 필요하다 싶으면 과감하게 일을 진행합니다. 진인사대천명이라 했으니, 내일 찾아 뵙고 말씀을 드려보시지요.”

“고맙소. 역시 방사원을 찾아오길 잘한 것 같소.”

곽도는 방통에서 감사를 표하고, 그날 밤 모처럼 숙면을 취하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의관을 정제한 후 유비의 치소로 향했다. 방통이 먼저 연통을 보내 놓았기에, 유비는 반가운 얼굴로 곽도를 맞이했다.

“어서 오시오. 내가 유비요. 좋은 고견이 있으면 이 아둔한 사람을 깨우쳐주시오.”

“저 같은 사람을 환대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허허허- 자 안으로 드시지요.”

유비가 곽도를 이끌고 치소로 향하자, 언제 나타났는지 관우와 장비도 그 뒤를 따랐다.

“아니 그런데 저놈은 왜 나타난 거요? 또 우리 머리 위에 앉는 거 아니오?”

“빌어먹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겨우 말 안 듣는 조자룡을 쫓아냈더니, 골치 아픈 놈이 들어왔구나. 원소 밑에서 힘깨나 쓰던 거물이라는데, 하- 내 인생이 왜이리 꼬이냐?”

“우리도 자리를 차지하고 하는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그러다가 이상하면 반대하고 내쫓아야지요.”

장비의 말에 관우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느낌이 좋지 않았다. 방통은 머리는 좋지만 순수해 보였다. 하지만, 곽도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파에 닳고 닳은 눈빛이었다.

‘저 죽일 놈이 농간을 부리면 방통이 당해낼 수 있을까?’

관우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장비와 함께 유비를 따라 치소로 들어갔다. 유비는 곽도를 귀빈으로 대접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곽도는 원소의 책사였기 때문이었고, 귀중한 하북의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곽도가 연신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유비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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