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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90화 (90/253)

# 90

제 90장. 좋은 놈, 나쁜 놈, 도망친 놈.

관통은 곽도의 치소로 발걸음을 옮기며, 부하들을 불러 단단히 지시했다.

“만약 안에서 칼부림소리가 나거나 고함소리가 들리거든 지체 없이 왕별가(왕수)에게 달려가거라. 이미 그 순간 나는 죽은 목숨일 것이다.”

“태수. 그렇다면 왜 그곳으로 가십니까?”

“만약에 대비를 하는 것이야. 현재 곽도가 실권을 쥐고 있는데, 주군(원담)을 구하자며 대화를 요청하고 있어. 어찌 안 갈 수가 있느냐? 보는 눈도 많으니 별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만에 하나를 대비한 조치이다.”

“어떻게 태수를 버리고 갑니까?”

“한심한 소리 말거라. 너희들이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잘해야 여기서 한 두 명 살아남을 것이다. 알겠느냐?”

관통은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바꾸고는 앞장서서 걸었다. 10명의 호위병들은 긴장한 눈빛을 감추지 못하며 그 뒤를 따랐다.

“관태수. 어서 오시오. 자- 안으로 드시지요.”

신평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관통을 안내하자, 그도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하고는 뒤를 따라 치소로 들어갔다. 곽도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서 관통을 맞이했다.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습니다. 자- 이리로 앉으시지요. 차 한잔 드시면서 목이라도 축이시고요.”

관통은 자리에 앉아 가볍게 차의 향기를 맡은 후 한 모금을 마시고 내려 놓았다.

“독을 넣은 것이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주군을 구할 계책이 무엇인지 그것부터 들어봅시다.”

“그전에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만약 대공자께서 삼공자에게 죽임을 당했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주군의 죽음을 믿지 않소. 만약, 그리 되었다면 끝까지 삼공자와 싸울 것이오.”

“그럼, 그런 비상상황에서는 제 통제에 따라서 움직여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쾅-

관통이 탁자를 내리치며, 분개한 눈빛으로 곽도를 쏘아보며 험한 말을 쏟아냈다.

“지금 주군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이거늘 무슨 짓거리냐? 그 따위 요구에 응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응하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죽일 수밖에 없소.”

관통이 벌떡 일어서며 칼을 뽑자, 어느새 병풍과 옆방에 숨어있던 병사들이 그를 둘러쌌다. 관통은 품에서 호각을 꺼내 길게 불고는 소리쳤다.

“도망쳐라!”

밖에서 긴장하며 기다리던 관통의 수하들은 일제히 도주를 시작했다.

곽도가 냉담하게 명령을 내렸다.

“관통을 죽여라!”

용장 관통이었지만, 곽도가 가려 뽑은 날랜 병사들에게 수적우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처절한 죽음을 당했다. 그는 쓰러지면서도 결코 눈을 감지 못했다.

“치워라!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곽도는 슬쩍 신평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신비가 잘하고 있겠지?”

“걱정 마시게. 지금쯤 도주하는 부하 놈들을 물리치고, 관통의 부대를 포위했을 것이네.”

“우리도 가보세. 아무래도 불안해.”

곽도가 앞장서자, 신평도 그 뒤를 따랐다.

관통의 부하들은 죽을 힘을 다해 도주를 하고 있었다. 관통의 예상대로 얼마 안가, 곽도의 수하들이 막아 섰다. 그들은 포위망을 뚫기 위해 좌충우돌했지만, 결국 뚫지 못하고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

신비가 5천의 병사로 성벽방어를 명령한 후, 1만 5천의 병력을 이끌고 관통의 치소로 향했다. 왕수는 길게 이어진 호각소리를 듣고는 직감적으로 일이 터졌음을 깨달았다. 그는 곧바로 준비 중이던 병사들을 모았고, 앞에 닥치는 대로 물건을 쌓아 놓았다.

약 반각(7분)정도가 흐르자, 대군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은 촘촘하게 에워쌌다. 신비가 앞으로 나와 소리쳤다.

“왕별가. 다 끝났소. 항복하시오.”

“네 이놈! 주군께서 어찌되셨는지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권력에만 욕심이 간단 말이냐? 네놈이 그러고도 군자라고 할 수 있느냐?”

신비는 왕수의 다그침에 부끄러운 듯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마음이 아프오. 하지만, 대세는 곽공칙에게 넘어갔소. 그러니 항복하시오. 헛되이 목숨을 버리지는 마시오.”

“나는 죽으면 죽었지 그리는 못한다. 주군이 아니면 어떤 놈도 내게 명령할 수는 없다!”

왕수는 호통을 치고는 곧바로 안으로 쏙 들어갔다. 신비가 잠시 망설이는 동안, 왕수는 죽간 여러 개를 꺼내서 [내란內亂]이라고 쓰고는 화살에 죽간을 매달아 높이 쏘아서 원매군으로 보냈다. 여러 발이 계속해서 쏘아져 올라가자 신비는 그제야 아차- 하는 심정이었다. 설마 왕수가 이리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공격하라!”

신비의 명령에 1만 5천의 대군이 5천의 왕수군을 공격했다. 성안이라 비좁고, 이미 많은 물건들을 적재해 놓은 탓에 세배나 많은 군대임에도 불구하고 수적우세는 사라졌다.

전예군영.

전예는 차분하게 심리전을 펼치는 병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응? 저게 뭐야? 당장 화살을 가져오너라! 어서!”

전예는 직감적으로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알아차렸다. 연속으로 날아오는 화살은 성안에 어떤 일이 발생했음을 의미했다. 병사들이 급히 화살을 가져오자, 전예는 죽간에 적힌 [내란內亂]을 확인하고는 생각에 잠겼다.

얼마 후 장수들을 소집시키고는 곧바로 말을 몰아 원매에게 달려갔다. 원매는 죽간을 확인하고, 전예의 말을 차분하게 들었다.

“전장군 생각은 안에서 내분이 터진 것이 분명하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지금 즉시 공성전을 펼쳐야 합니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원매는 잠시 탁자를 두드리며 고민하다가 시원하게 대답했다.

“좋아! 공격해! 자네 주도하에 과감하게 밀어붙여!”

“감사합니다. 반드시 성을 함락시키겠습니다.”

원매가 또다시 전권을 위임하자, 전예는 눈물 나게 기뻤다. 7만에 이르는 대군을 직접 지휘하게 된 것이다.

그는 빠르게 달려 지휘막사에 도착하자마자, 상황을 설명하고, 주군의 허락을 받았다는 것을 강조한 후에, 명령을 하달했다.

“이장군(이통)! 제 2예비대를 이끌고 성의 우측을 공략하시오!”

“예. 장군!”

“문장군(문빙)! 제 3예비대를 이끌고 성의 좌측과 후방을 공격하시오!”

“예. 장군!”

“지금 즉시 움직이시오. 성의 전면은 내가 직접 제 1예비대를 이끌고 공격하겠소!”

전예의 명령에 이통과 문빙이 군례를 올리고는 물러났다. 신속하게 공격군이 편성되었고, 궁수부대와 노병부대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 이동했다. 사다리와 통나무등 공성장비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둥둥둥둥-

공격을 알리는 북소리가 계속해서 울리기 시작했고, 성을 둘러싸고 사방에서 일제히 공격이 시작되었다. 통나무를 든 병사들은 일제히 성문으로 달려들었다.

계속해서 장수들이 독려하고, 궁수부대/노병부대가 지원사격을 하면서 공격은 그나마 활기를 띠었다.

곽도, 신평, 신비는 계속 군사들을 독려하며 왕수의 군대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곽도는 지금의 상황이 불만이라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서있었다.

“큰일났습니다! 지금 삼공자의 군대가 일제히 공성전을 개시했습니다. 그 숫자가 어마어마합니다.”

전령은 급히 달려와 곽도 앞에 부복을 하고는 소리쳤다.

“아니 벌써 움직인단 말인가? 이 죽일 놈들이 내분이 참인지 거짓인지도 확인도 안하고 움직인단 말인가? 어서 막아라! 어서!”

곽도의 추상 같은 명령에 병사는 찔끔하고는 물러갔다. 병사가 물러간 지 이각(30분)정도가 흐르자, 사마 한 명이 급히 달려와 지원을 요청했다.

“곽별가.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원을 해주셔야 합니다. 7만의 대군이 차륜전으로 몰아붙이고 있는데, 이러다가는 뚫릴 것 같습니다.”

곽도는 칼을 뽑아 들어 그의 목에 대고는 냉혹하게 명령했다.

“막아라! 여기 이놈들을 몰살시키고 갈 것이다. 무조건 막아라! 알겠느냐?”

“예···.. 예!”

젊은 사마는 급히 군례를 올리고는 냅다 줄행랑을 놓았다. 곽도는 들고 있던 칼을 내동댕이 쳤다.

“이런 빌어먹을! 왕수 저 개새끼를 어찌 죽여야 내속이 풀린단 말인가?”

“이 보게. 지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슨 소리야? 지금 왕수를 못 잡으면 모든 게 끝이야!”

“이 사람아. 그러다가 원매군이 성벽이라도 넘으면 어쩌려고 하는가? 그러면 진짜 끝일세.”

신평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곽도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왕수를 빨리 물리치고, 지원하면 될 거야. 평원성은 견고한 성이야. 충분히 그 정도의 시간은 벌어줄 수 있을 것이야.”

곽도는 신평의 조언을 뿌리치고, 계속해서 왕수군을 몰아붙였다. 사실 곽도의 생각이 나쁘지 않았다. 5천이 방어를 하고 있었지만, 평원성이 워낙 견고했기에 왕수군을 몰살시키는 동안은 충분히 버텨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다만, 왕수/관통이 병사들과 하급장교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 실책이었다.

성벽 위에서 병사들을 직접 지휘하는 하급장교들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원매군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고, 안에서는 왕수와 곽도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이런 상황이 매우 낯설었다.

성문근처의 성벽방어를 담당하고 있는 교위 이형은 분통을 터트렸다. 원매군의 공격에 버티기 힘들어 지원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왕수가 관통의 군대를 이끌고 곽도에게 저항하는 것을 보고는 관통이 죽었음을 실감했다.

“곽도 이놈! 관태수를 죽인 것도 모자라, 왕별가까지 죽이려고 하는구나. 어차피 삼공자에게 점령되면 내 목숨도 날아갈 것이다. 뭣 하러 저런 놈에게 충성하다가 죽는단 말인가?”

교위 이형은 마음이 바뀌자,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사마와 도백들을 설득하여 성벽에서 병사들을 철수시킨 것이다. 이것은 매우 큰 타격이었다. 왜냐하면, 5천이 성벽을 방어하고 있었고, 이형이 1천 5백을 지휘하여 방어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1/3 가까이 병력이 빠지자 전면 성벽이 훤해졌다.

전예군이 비어있는 성벽으로 속속 올라왔다.

이형은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곧바로 항복을 했다. 감녕, 위연, 조운까지 맹장들이 속속 올라왔고, 성벽 위는 가장 처참한 전쟁터로 변했다.

“곽별가! 큰일났어. 저기를 보게!”

신평의 다급한 외침에 곽도가 급히 고개를 돌리자, 성벽위로 끊임없이 올라오는 전예군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남아있던 원담군을 가차없이 도륙하고 있었고, 성벽 곳곳을 점령했다.

“이게 어찌된 일이야? 견고한 성이 이렇게 쉽게 무너진단 말인가?”

“지금 그런 것을 따질 때인가? 어서 7천정도를 지원하세. 지금 막지 못하면 늦어!”

곽도가 충격을 받아 제대로 명령을 내리지 못하자, 신평이 임의로 7천을 급히 선별하여 성벽을 넘어오는 전예군을 상대하게 했다. 이제 왕수군은 보다 느긋하게 곽도군을 상대했다. 7천이 빠지면서 압박이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신평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군사들을 독려하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있어야 할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곽공칙!”

소용없었다.

“이 쳐죽일 새끼가 혼자 살자고 도망을 쳤구나!”

신평은 곽도가 사라지자 발을 동동 굴렀지만, 도망을 칠 수는 없었다. 왕수군을 상대해야 했고, 원매군을 상대하는 병사들을 독려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신평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점점 상황은 악화되었다. 성벽 여러 곳이 원매군에게 점령당했고, 결국 끝까지 버티던 성문도 무너졌다. 이형이 방어를 포기하자, 통나무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성문이 부숴진 것이다.

그것으로 전투는 끝이 났다.

무려 1만 3천의 기병들이 모조리 투입되었다. 왕수군도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원매는 의자에 앉아서 냉철한 눈으로 평원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곳곳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연기가 피어 올랐다. 크게 울리던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소리도 잦아들었다.

이각 정도 지나자 신평, 신비가 끌려 나왔다.

“곽도는 어딨느냐?”

곽도는 어딨냐는 원매의 말에 신평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필시 그 놈은 평민복장으로 갈아입고 숨어 있을 것이오. 그의 얼굴을 아는 병사들을 앞세워서 찾아주시오.”

“의리도 없는 놈이로구나. 한 놈은 도망치고, 한 놈은 고자질이나 하고. 어떻게 너희 같은 놈들이 이렇게 큰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 여봐라! 당장 이 두 놈을 끌고가 참수하고, 효수하라!”

원매의 명령에 신평과 신비는 눈물을 흘리며 끌려갔다. 신평의 말이 아니더라도 원매군은 곽도를 잡기 위해 성안을 쥐 잡듯 뒤지고 있었다. 주모자인 곽도를 잡지 않고, 어찌 전투가 끝났다고 볼 것인가?

곽도가 끌려오지 않자, 원매는 계속해서 곽도를 잡아들이라는 추상 같은 명령을 내렸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기회에 곽도를 죽일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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