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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87화 (87/253)

# 87

제 87장. 관우關羽의 계략計略

평원성 원담치소.

“뭐요? 아니 그럼 아무런 지원약속도 받지 못하고 오신 게요?”

곽도로부터 상황을 전해들은 원담은 앞이 캄캄해졌다. 곽도는 그런 원담을 위로했다.

“조조가 지원을 하지는 않지만, 상황이 그렇게까지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어느 놈이 대공자께 칼을 들이밀겠습니까? 있다면 삼공자 원매 밖에 없습니다. 이곳에서 버티면서 그 놈만 막아내면 해결될 일입니다.”

“조조에게 거절당하더니 머리가 굳었소? 석두가 되셨소?”

원담은 소리를 내지르고는 치소를 나갔다. 곽도는 모욕적인 언사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을 때, 신평이 다가와 어깨를 다독였다.

“자네가 이해하게. 대공자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시네.”

“누군 편한가? 일단 모두 힘을 모아야지. 원매만 막으면 되잖아?”

“휴- 자네가 조조에게 다녀오는 동안 상황이 꼬였어. 원매가 이번 전쟁은 대공자가 아니라 자네와 나, 신비를 향한 전쟁이다! 이렇게 선포를 했지. 동시에 청주의 각 현으로 전령을 보내서 이를 알렸네.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어떤 놈이 이런 요사스런 계책을 내놓은 거야? 이리 되면 청주가 흔들릴 것은 불 보듯 뻔하잖아.”

“누구겠는가? 보나마나 전풍이나 저수겠지. 더군다나 우리 셋을 역적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이네. 대공자는 탈출로가 있지만, 우리는 살아날 구멍이 없어.”

곽도는 신평의 말을 듣고는 입을 닫았다. 조여오는 수법이 참으로 교묘했다. 원담이 아니라 자신들을 치기 위해 군대를 일으켰다니. 그 동안 원담에게 호의적이었던 장수, 관리들이 이번 전쟁에 방관으로 돌아설 것임은 자명했다.

전풍의 계략으로 청주가 흔들리자, 평원성에는 보병 3만, 기병 4천이 모였을 뿐이었다. 동래태수 관통은 합류했지만, 북해태수 엄경이 원소를 따르기로 결정하면서 낙안국까지 돌아섰다. 5만에 이를 것이라던 보병은 겨우 3만으로 줄어들었다.

원담은 분통이 터졌지만, 칼끝을 북해군으로 돌리지 못했다.

업성.

남양군과 서량에서 보병 7만 5천, 기병 1만 3천이 도착했다.

-예비-1. 전예/위연/강합/노욱. 보병 3만.

-예비-2. 이통/감녕/이휴/양정. 보병 2만 5천.

-예비-3. 문빙/곽독/왕위/기령. 보병 2만.

-기병. 방덕/송과/마초/마대. 1만 3천.

원매는 군대를 업성 인근에 배치하고 그들의 복장이나 무기류에 매우 신경을 썼다. 무기를 닦아서 반짝이게 만들었고, 최정예인 예비대를 데려왔기에 군기 또한 날카로웠다. 사열준비를 완료한 원매는 연습을 해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이후, 원매의 요청에 의해 원소가 사열대로 나섰다. 엄청난 군대가 질서정연하게 도열한 모습을 보고는 원소가 손을 높이 들었다. 이에 장병들이 일제히 깃발과 무기를 들고 땅을 구르며 ‘주군!’ ‘충성!’을 외쳤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원소의 표정은 매우 밝아졌다. 그는 사열대에서 내려가 원매의 부축을 받으며 장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는 격려했다.

원매는 원소를 사열대에 앉히고는 부대를 멋지게 행군시켜 자신의 주둔지로 돌아가게 했다. 워낙 대군이라 돌아가는 데만 한시진(두 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원소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손을 흔들며 버텨냈다.

“매야. 참으로 대견스럽구나. 혼자서 이렇게까지 군대를 조련하다니. 그동안 내가 제대로 돕지 못해서 참으로 미안하구나.”

원소는 대견함과 미안함에 눈물을 떨구었다.

“많이 약해지셨습니다. 겨우 이 정도로 눈물이라니요. 눈물은 황위에 오를 때 흘리셔야지요.”

“오냐. 이 아비가 앞으로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마. 정말 장하다!”

“감사합니다. 이제 며칠 동안 정비를 하고, 돼지/닭등을 잡아 배불리 먹인 후에 전투를 시작하겠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형님은 어떡하든 살려서 데려오겠습니다. 그리고 곽도등은·········”

“죽여! 나한테 보고할 것 없어. 감히 내게 항명하고, 담이를 부추겨 부자사이를 갈라놓은 놈들이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알겠습니다.”

원소의 단호한 말에 원매는 예를 표하며 곧바로 복명했다. 하북에서 피의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열흘 전. 여남군 유비치소.

그간 유비의 노력으로 방통과 관우/장비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 하지만, 관우의 분노는 여전해서 방통을 무시하기 일수였다. 이때, 또 하나의 사건 때문에 관우가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켰다.

“뭐가 어쩌고 저째? 형님께서 연통을 보냈고, 그 놈이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다 이거야?”

“그렇다니까요. 내가 여기 남아서 왜 이런 꼴을 봐야 하는지 모르겠소. 이럴 줄 알았으면 우장군을 따라서 하북으로 갈걸 그랬소.”

장비는 단호한 표정을 짓더니 관우에게 물었다.

“어쩔 거요?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참고, 당하면서 살아야 합니까? 여태까지 큰형님 보고 참았지만, 더는 못 참겠소!”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 방통인지 방군지 이놈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울화통이 터지는데, 그 놈까지 와서 잔소리를 해대면 못 참을 것 같다. 아니 어떻게 들어오는 놈들마다 성질을 건드린단 말이냐? 진숙지(진도)만 같아도 내가 아무 말도 안 한다.”

“내 말이 그 말이오. 그런데 그 놈을 큰 형님이 그토록 싸고 도는데, 방법이 있겠소? 경이나 칠 터인데.”

“걱정 마라. 내게 좋은 생각이 있다. 내가 미쳤냐? 시누이를 둘이나 두고 살게. 난 죽어도 그런 짓은 못한다.”

관우는 장비에게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꺼냈다. 장비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관우를 칭찬했다.

“형님. 언제 이리 계략이 느셨소? 내가 다시 봤소.”

“이놈아. 이 형이 얼마나 똑똑한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 어서 가자!”

관우가 앞장섰고, 그 뒤를 장비가 따랐다. 유비는 방통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관우/장비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는 자리를 권했다.

“무슨 일이냐?”

“형님. 그 놈 말이오. 꼭 데려와야겠소?”

“그 놈이라니······. 아- 자룡(조운)을 말하는 것이냐? 당연하지. 그의 무예는 가히 일절이다. 결코 익덕이 못지않다. 내게 엄청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에게도 동생이 생기는 일이다. 기쁘지 않으냐?”

“기쁘오. 어서 보고 싶소. 그런데 말이오. 장비가 십 년간 우장군휘하에서 일하고 있지 않소?”

“그렇지. 그게 왜? 다 아는 이야기를 왜 하는 거야?”

유비가 당황한 표정으로 장비를 바라보자, 관우가 슬쩍 장비를 툭 치고는 모른 척 먼산을 바라보았다. 장비가 모종의 결심을 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실 우장군이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계속 그를 따르고 싶소. 그리고 우장군이 원가의 후계자가 된다는 소문이 자자하오. 형님처럼 때리지도 않고 자상해서 너무 좋소.”

“이..... 이놈이.....너 말 다했느냐? 어찌 형제간에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단 말이냐?”

“그냥 내 마음을 이야기한 것뿐이오. 왜 이리 화를 내시오?”

장비가 태연하게 이야기를 하자, 유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주먹을 쳐들었다. 관우가 재빠르게 유비의 팔을 잡고 소리쳤다.

“익덕이 뭘 잘못했다고 또 주먹을 드시오? 내가 좋은 생각이 있소. 잘 들어 보시오.”

“말해보거라.”

“자룡의 무예가 대단하지 않소. 그건 형님도 인정하잖소?”

“그렇지. 결코 익덕에 못지 않다. 백규(공손찬)형님이 자룡을 제대로 들어 썼다면 원소도 크게 고전을 했을 것이다.”

“자룡을 아무리 아낀다고 형제인 장비를 버릴 수는 없소. 자룡을 우장군에게 넘기고, 장비의 십 년 임대를 깨버립시다.”

“안돼- 자룡과 같은 맹장은 구하기 어려워! 내가 얼마나 그를 아끼는지 네놈들이 알지 않느냐?”

“그럼. 익덕이 우장군의 부하가 되도 괜찮소? 자룡 때문에 동생을 버릴 셈이오?”

유비가 말문이 막혀 장비를 바라보자, 장비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이번 가을에 우장군에게 가면 난 돌아오지 않을 것이오. 나도 떵떵거리며 살겠소!”

“이 죽일 놈들을 보았는가? 내가 네놈들 속을 모를 줄 아느냐? 너희 두 놈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자룡이 지적을 하니까, 그게 꼴 보기 싫어서 그러는 것 아니냐? 이 속 좁은 놈들아!”

“아니? 무슨 오해를 그리 하시오. 난 익덕을 잃고 싶지 않을 뿐이오. 거참. 이 보게. 방군사. 말 좀 해보게. 왜이리 조용히 있는가? 험험-“

묘한 냉기류 속에 대충 상황을 파악한 방통은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관우의 손을 들어주었다. 조운이 누군지는 관심도 없었고, 이 기회에 관우/장비와의 소원한 관계를 좋게 만들고 싶었다.

“주군. 자룡이란 장수의 무예가 얼마나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여기 두 분의 장수보다 뛰어난 무장을 보지 못했습니다. 우장군은 제가 잘 압니다. 음험하고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악랄한 자입니다. 십 년 임대라고 했지만, 달래고 협박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심성이 착한 장장군(장비)이 저리 나오는 것 아닙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 자룡이란 장수를 내주고, 장장군을 이곳에 머물게 하시지요.”

“뭐? 익덕이 심성이 착해? 착한 놈이 그리 모질게 부하들을 매질하고, 조금 잘못했다고 죽이고 그러냐? 요새 착한 기준이 그런 거였어? 엉?”

관우, 장비, 방통까지 입을 다물자 유비는 분통이 터져서 모두 내쫓았다. 하룻밤이 지났지만, 관우/장비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방통이 다시 진언을 올렸다.

“주군께서 한번 져주시지요. 조운을 내주고 장장군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리 손해볼일은 아닙니다. 저리 완강하게 싫다는데 한번쯤 못 이기는 척 들어주시지요.”

“자네가 자룡을 몰라서 그래. 얼마나 대단한 장수인데. 저런 속 좁은 놈들 같으니라고!”

“저도 알아봤는데 조운은 주변사람을 상당히 피곤하게 만드는 유형입니다. 솔직히 허물없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그걸 대놓고 지적하면 기분이 당연히 나쁘지요. 더군다나 나이도 어리고, 계급도 낮은데도 주군을 믿고 저리 설쳐대니 두 장군이 화를 내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내가 불렀어. 나를 믿고 이곳으로 오는데, 내일이면 도착하는데, 어찌 그런 말을 하겠는가?”

유비는 답답한 듯 중얼거렸지만, 결국 조운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장비가 혹시라도 원매에게 넘어가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결정에 한 몫 했다.

조운은 열심히 하북에서 여남군까지 왔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유비의 황당한 제안이었다.

“아니 내가 무슨 물건입니까? 부를 땐 언제고, 내치십니까?”

조운이 억울해서 소리를 높이자, 관우와 장비가 고리눈을 부릅떴다.

“야 이놈아. 어디서 감히 우리형님께 언성을 높이느냐?”

“조용하거라.”

유비는 관우, 장비를 단속하고는 조운을 조용히 내실로 이끌었다. 그는 조운에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다.

“자룡. 내가 자네에게 염치가 없네. 못난 이 유비를 용서하게.”

유비가 고개를 숙이자 불 같이 피어 오르던 조운의 분노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그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가 원가를 모시려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었소. 하지만, 유장군(유비)의 약속을 믿고 지금까지 기다렸소. 그런데 그 결과가 이것이라니 참으로 실망스럽소. 하지만, 유장군을 탓하고 싶지는 않소. 마지막 의리라고 생각하고 그대의 뜻을 따르겠소.”

조운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문을 벌컥 열고는 나가려다 멈칫했다.

“보중하시오. 이제 만난다면 적으로 만날 것이오.”

“이것을 들고 가시면 됩니다.”

방통이 죽간을 내밀자, 조운은 그것을 낚아 채고는 관우와 장비를 노려보았다.

“속 좁은 놈들 같으니라고!”

“뭐? 이 자식이 보자 보자 하니까. 형이 충고 삼아 말하는데, 거기서 대접받으려면 그 참견하고, 고지식한 성격은 고치는 게 좋을 거다. 지금이 난세인데, 솔직히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이 어디 있냐? 너만 깨끗한 척, 고상한 척하지 말란 말이다.”

관우의 말에 조운은 ‘흥-‘하고는 등을 돌렸다. 그의 두 눈에서는 분함의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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