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84화 (84/253)

# 84

제 84장. 원소袁紹의 결심決心

유비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자 관우는 고개를 돌렸다. 유비는 그제야 방통을 자세히 살폈다. 생긴 것은 관우의 말대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역시나 다른 제후들과 마찬가지의 반응이 유비의 입에서도 나왔다.

“방통이라고? 그래 여기는 어찌 오셨는가?”

뜨뜻미지근한 유비의 태도에 방통은 울화통이 치밀었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진언을 올리기 시작했다.

영지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내정을 해야 할 지를 자세하게 설명하자, 유비의 눈빛이 변하면서 오만한 자세에서 겸손한 자세로 바뀌었다.

“실로 금과옥조와 같은 조언이었소. 지금 이곳은 조조, 원매, 유훈, 유표로 둘러싸인 섬과 같은 지역이오. 내가 어찌하면 좋겠소?”

“우장군과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여강의 유훈을 쳐서 통합하십시오. 그때 병력이 부담되면 우장군에게 빌리시고, 영지를 일부 분할해서 드리면 됩니다. 여강을 잡아야 하는 이유는 장강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하여 수군을 키워놓으면 최악의 경우 탈출로가 생깁니다. 그래서는 안되지만, 현재의 상황이 만만치 않습니다. 대비를 하셔야 합니다.”

“가봐야 형주고, 멀리가면 익주인데, 그곳은 유표/유장이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소. 무슨 소용이 있겠소?”

“처음부터 시작도 안 해보고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바뀝니다. 분명이 틈이 생길 것이고, 틈이 없다면 만들어야지요. 제가 열심히 계책을 낼 터이니, 주군께서 힘으로 밀어 붙인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고맙소. 일단은 이곳에서 어떡하든 세력을 키워보고 안 된다면 그리 하겠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계책이라는 것이 유표나 유장을 배신해야 하는 상황이 될 거 같은데, 꺼림칙하오.”

“죽을 위기에 처하면 그런 허례 따위는 사라질 것입니다. 목숨이 걸렸는데, 예절이 무슨 소용이고, 사람들의 평판이 뭐가 중요합니까?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자입니다.”

유비는 처음에 방통의 외모만 보고 무시를 했다가 내정에 관한 조언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앞길을 정확히 예견하자,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지를 방통에게 내밀었다.

“명심하겠소. 이제부터 그대에게 군사장군을 제수할 터이니, 앞으로 내 옆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시오.”

“감사합니다.”

방통은 자신의 진언을 받아들이는 유비에게 더없이 고마움을 느꼈다. 유훈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꺼냈지만, 냉소만 받고 돌아왔던 것이다. 유비는 방통의 말을 곧바로 알아들었던 것이다.

“아니? 이 애송이의 말 한마디 듣고 군사장군을 내리신단 말이오? 그거면 나보다 직급이 높지 않소?”

관우는 얼굴을 매우 붉어져 있었다. 설마 방통이 자신의 머리 위에 설 것 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당혹을 넘어 분노가 치솟았던 것이다.

“우리 조직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갈 자리일 뿐이야. 너보다 높고 낮고 그런 것은 의미가 없다. 너는 내 동생인데, 누가 감히 무시를 하겠느냐? 신경 쓰지 말거라.”

“흥!”

관우는 붉으락푸르락하더니 쌩-하고 등을 돌려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그는 눈에 보이는 물건을 박살냈고, 집어 던졌다. 감히 병사들이 그 주위에 얼씬거리지 못할 정도로 공포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아니 형님 왜 이러시오?”

장비가 말리자, 관우는 자리에 털썩 앉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익덕아.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오늘 새파랗게 어린 놈이 와서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형님이 그 이야기가 만족스러웠는지 군사장군을 내리셨다.”

“뭐요? 군사장군? 아니 그러면 나나 형님보다 위란 말이오?”

“그러니 내가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 아니냐? 우리가 그간 죽을 고생하면서 형님을 모시고 여기까지 왔지 않느냐? 그런데 저 못생긴 놈이 와서 내 위에 앉았다. 난 죽으면 죽었지 저놈 밑에서는 못산다.”

“내가 한마디 해보겠소.”

장비는 곧바로 유비에게 달려갔다.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장비가 치소에 도착했을 때, 유비는 방통의 진언에 심취하여 장비가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장비가 잠시 기다렸지만, 유비는 오로지 방통에게 집중할 뿐이었다.

“형님!”

그제야 장비를 존재를 알아차린 유비는 손으로 물러가라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눈과 귀는 방통에게로 향했다.

“이······ 이······ 저놈이 그리 중하면 잘 데리고 사시오. 나는 우장군께 가겠소!”

“익덕아. 그게 무슨 말이냐? 잠시 내가 소홀했다. 미안하구나. 인사하거라. 군사장군을 맡은 방통이다.”

“나는 군사장군으로 인정할 수 없소! 그 자리는 둘째 형님의 자리요. 어디 새파란 놈이 차지한단 말이오?”

“네 이놈! 너희 둘은 내 형제야. 방통의 자리가 높다고는 하지만, 형제보다 높을 수는 없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을 어찌 모른단 말이냐? 처소로 돌아가거라. 하루쯤 생각을 해보면 내 뜻을 알 것이다.”

장비 역시 휑하게 등을 돌렸다. 방통은 급변하는 상황에 난감해졌지만, 모처럼 받은 지금의 지위를 내려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떻게 얻어낸 자리인가? 유비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어갔다.

“방군사도 잠시 쉬시게. 내가 저놈들을 달래주어야겠어. 자네의 자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 터이니, 나를 위해서 진언을 많이 해주시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유비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관우와 장비를 달래러 발걸음을 옮겼다.

남양군 완성 원매치소.

원매는 업성에서 온 전령을 고생했다며 위로하고는 종사관을 불러 쉬게 했다. 그는 차분히 원소가 보낸 죽간을 읽고는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좋아. 드디어 아버님께서 결정을 하셨구나.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고 하니 이것 또한 기쁜 일이다. 어서 업성에 가봐야겠어.’

그는 곧바로 고람과 이유를 호출했다. 고람은 원매 부재시 모든 군권을 통솔했고, 이유는 관리들을 책임졌다.

“업성에 다시 다녀와야겠소이다. 이번에 조조와의 전투가 끝나면 나를 후계자로 선언하실 것이오. 이미 대장군께서 모든 것을 하나씩 처리하고 있소. 고감군(고람)!”

“예. 주군.”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동안 여러 책사, 장수들의 의견을 잘 듣고 처신하시오. 당분간은 군량을 모아야 하니 크게 전쟁을 벌이면 안되오. 알겠소?”

“명심하겠습니다.”

“고감군만 믿겠소. 길지 않을 것이오. 한달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하오. 그리고 이별가(이유)!”

“예. 주군.”

“이별가께서 문제가 되지 않도록 관리들을 잘 다독거려주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이런 일을 제게 맡기시는 것은 아닙니까? 이 늙은이가 힘듭니다. 흐흐흐흐-“

“솔직히 노는 것보다 낫지 않소이까? 내가 없으면 관리를 모아놓고 큰소리도 치고 그럴 터인데, 싫소이까? 싫으면 가별가에게 부탁을 하겠소.”

“엥? 싫다고 안 했는데요. 뭘 또 그런 걸로 삐치고 그러십니까? 제가 인심 한번 쓰겠습니다. 험험-“

“그럼 부탁하오.”

원매는 빙긋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유는 원매의 책사진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60대였다. 그러다 보니 딱딱한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했고, 그런 모습이 좋게 보였다. 이유라면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었다.

원매는 저녁때 퇴청하여 황옥에게 원소가 보고 싶어한다는 말을 꺼냈다. 황옥은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간 독수공방을 하며 힘든 첩살이를 했을 만큼, 쌓인 게 많았을 것이다.

“이번에 저랑 같이 업성으로 가시지요.”

“그래. 내가 네 앞에서 추태를 보였구나. 길이 멀어서 며느리와 패는 데려가기 힘들겠구나.”

황옥은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이 기회에 자랑스럽게 손주를 보여드리는 어떨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남양군에서 업성까지 말을 타고 달려도 7~8일은 걸리는데, 황옥까지 같이 같다면 열흘이 넘게 걸릴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살도 안된 아이를 데려갈 수는 없었다.

봉영에게 업성에 다녀온다고 이별을 한 후, 떠날 준비를 하니 기병 오백, 종사관, 시녀등 총 육백의 무리로 구성되었다. 아침에 다시 고람, 이유를 만나서 신신당부를 한 후, 곧바로 이동을 시작했다.

황옥이 끼고, 시녀들이 섞였기에 시간은 많이 지체되었다. 업성까지 가는데 십삼일이나 걸렸던 것이다. 멀리서 업성이 바라보이자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원매가 왔다는 소식에 봉기를 비롯한 대신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원상이 중산군 태수로 부임했고, 원소와 부인 유씨와의 관계도 소원해졌다는 이야기가 나돌자, 눈치 빠른 대신들이 상황을 눈치챈 것이다.

“여기까지 나오셨습니까?”

원매가 환하게 웃으면서 봉기를 비롯한 대신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그들을 격려했다. 심배, 곽도, 신평등은 당연히 나오지 않았다. 아쉬운 것은 전풍과 저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전풍, 저수야 쉽지 않겠지. 워낙 꼿꼿한 사람들이니. 조금 더 내가 신경 쓰면 좋아지겠지.’

원매는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봉기를 비롯한 대신들과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걸었다. 황옥은 가마 안에서 이들을 살펴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것 같아서 기뻤으리라.

원매의 일행이 떠들썩하게 성안으로 들어섰다.

심배는 치소에서 그것을 바라보면서 이를 바드득 갈았다.

“오냐. 실컷 웃고 즐겨라. 지금은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을 테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다. 그때는 지금의 수모를 톡톡히 갚아주마.”

심배의 분노와는 관계없이 원매는 곧장 그들을 돌려보내고는 원소에게로 향했다. 황옥은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고왔다.

“괜찮으세요?”

“그래. 좀 떨리는구나. 너무 오랫동안 보지를 못했어.”

원매는 살며시 황옥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녀를 진정시키고는 종사관을 따라서 치소로 들어섰다. 원소의 안색은 조금 어두웠다. 아마도 원상을 내치고 나니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아버님. 소자 원매입니다. 어머님도 함께 모셔왔습니다.”

“먼 길에 고생하셨소. 못난 나를 용서하시오.”

원매는 잠시 둘이서 이야기를 주고받도록 자리를 피했다. 이각(30분)정도가 흐르자, 황옥이 조용히 걸어 나왔다.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흐른 자국을 보고는 원매는 마음이 아팠다.

“들어가봐. 아버지께서 기다리시잖아.”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세요.”

원매가 안으로 들어서자, 원소는 힘없이 앉아 있다가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주었다.

“많이 힘드십니까?”

“괜찮아. 내가 그 동안 저 사람에게 몹쓸 짓만 했구나. 이제는 살면서 갚아야지.”

“아버님 말씀만 들어도 마음이 놓입니다. 건강은 어떠십니까?”

“갈수록 나빠져. 젊을 때는 몰랐는데, 삼년상 두 번을 치른다는 것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어. 오로지 야망만 보고 독하게 그리 했는데, 휴- .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지. 그래서 내가 빠르게 주변정리를 하고 있어. 상이도 중산군태수를 주어 내보냈고.”

“예. 오늘 들었습니다.”

“담이는 청주목사야. 군권을 가지고 있으니 상이처럼 쉽게는 안돼. 일단은 조조와의 전투를 마치고 난 후에 내가 담판을 지으마. 희는 내 결정에 따라줄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천하의 절반을 얻는다면 황위에 올라야겠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아비를 욕해도 올라야겠어. 내가 이거 하나 바라고 건강을 희생하며 모든 것을 바쳤어. 이제는 정말 내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진다. 매야. 너는 이 아비의 마음을 이해하지?”

“그럼요. 이해하다마다요. 제가 지난번에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아버님을 반드시 황위에 올리겠다고요. 방해가 되는 놈들은 제 손에서 모조리 처리하겠습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내가 황위에 올라봐야 겨우 2,3년이 고작일 거야. 그러니, 네가 대신들과 장수들을 잘 단속하거라. 잘못하면 모조리 그 놈들에게 넘어가는 수가 있어. 항상 조심하고, 권력을 나눈다는 바보 같은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거라.”

“명심하겠습니다.”

“고맙구나. 오늘은 피곤하구나. 가서 쉬고, 내일 다시 이야기를 하자.”

“탕재를 꼭 챙겨드십시오. 의원의 말도 잘 듣고, 휴식을 취하시고요.”

원소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가보라고 손짓을 했다. 그날 원소는 황옥과 함께 오붓한 부부의 정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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