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
제 83장. 잘생겨야 대우를 받는다?
순유가 발 빠르게 사람을 풀어서 기령, 장훈, 한호, 염상, 원환을 수소문하고 나섰다. 장훈은 이미 죽은 상태였고, 한호는 행방이 묘연했다. 결국 기령, 염상, 원환이 원매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원술의 생사가 궁금했을 것이다. 제일 먼저 원환이 도착했다.
[원환(42)] 지력:73, 정치력:85
청렴하고 지혜로웠으며, 백성들을 덕으로 다스렸다. 겉으로는 유했지만, 속으로는 결단력이 있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인물이었다. 조조에게 중용을 받았다.
원매는 가문의 어른인 원환을 보자 급히 예를 올리며 자리를 권했다. 원환도 원매를 한 명의 제후로 대하며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숙부(원술)는 제가 편히 모셨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가까운 서악현에 처소를 두고, 그곳을 기반으로 하여 살 자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그러니 그의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르신(원환)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제 곁에 계시면서 조언을 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저도 항상 그 부분이 걱정되었는데, 이렇게 잘 처리해주시다니 제가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원가가문의 한 사람으로서 이곳에 찾아온 것이 아니라 제후를 모시는 신하의 자격으로 찾아 왔습니다. 우장군께서 원공로를 그리 잘 대해주셨으니, 저도 우장군을 따르겠습니다.”
“그래도 가문의 어르신인데······.. 제가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아버님께 책망을 들을까 두렵기도 하고요.”
“저는 앞으로 주군으로 부르겠습니다. 주군의 치세에 대해서 많이 들었고, 이곳으로 와서 백성들을 삶을 보고 올바른 길로 나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냥 제 호칭은 관직을 부르시면 고맙겠습니다. 다른 장수나 대신들도 있을 텐데, 특별한 대접을 받기 싫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원환이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하자, 원매도 급히 예를 취했다.
“그럼 별가를 제수하겠습니다. 이곳에 머무시면서 대신들과 저와의 중간 교량역할을 해주시고, 백성들의 삶에 대해서 조언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원공로를 찾아 뵙고 일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원매는 종사관을 불러서 원술의 치소까지 안내를 지시했다. 원환은 원매의 치소를 나와 원술한테로 향하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주군이 나이가 어리지만, 상당히 노련하게 일을 처리하는구나. 원가에서 뛰어난 제후가 나온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 원공로도 이제는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노후를 보냈으면 좋겠어.’
원환은 폐하나 주군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고 원공로라는 표현을 썼다. 이제는 주군을 원매로 바꾸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처음부터 원술이 황제에 취임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원매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원술의 모습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원환이 원술에게 갔을 때, 염상이 순유를 따라 들어섰다. 순유는 안내를 하고는 빙긋 웃으며 물러났다.
[염상(35)] 지력:66, 정치력:75
원술이 칭제를 하려고 하자, 잘못되었음을 간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염상이라고 합니다.”
“어서 오시오. 원매라고 합니다. 자- 이리로 앉으시오.”
염상의 능력치를 확인했고, 인재를 알아보는 매서운 눈을 지닌 순유로부터 인정을 받았기에 원매는 기꺼운 마음으로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염상도 원술이 안전하고, 남양군의 실상을 눈으로 확인한 후, 순순히 원매의 제의를 받아 들였다.
원매는 염상을 부조에 임명하여 두기를 보좌하도록 명령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곳이 부조였기 때문이었다.
원환, 염상을 얻고 나니, 마음이 든든했다. 이제 기령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나머지 관리들은 종사관급 정도의 인물이었고, 그런 인물들은 순유가 알아서 처리했다.
[기령(33)] 무력:83, 지력:51, 통솔력:78
원술의 상장.
“어서 오시게. 이렇게 만나니 참으로 반갑구먼.”
“기령입니다.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기도가 놀랍습니다.”
“내 평생 무예의 끝을 보고 싶은 사람일세. 기장군도 대단하네.”
“소인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근래 들어 이토록 강력한 압박은 처음 받습니다.”
“그렇게 말하니 고맙군. 자네에게 편장군의 벼슬을 내릴 터이니, 문빙이 거느리고 있는 부대에서 병사들을 훈련시키게. 벼슬이 작다고 실망스럽지 않으신가?”
“이미 욕심을 버렸습니다. 오면서 들으니 공을 세우면 포상도 충분히 해주시고, 승급도 확실하다고 하니 능력을 발휘해 보겠습니다.”
“내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정확히 하는군. 바로 그 자세일세. 능력을 발휘해봐. 자네가 그냥 편장군에 만족하고 있다면 나는 정말 실망했을 것일세.”
“주군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원매는 기령과 대화를 나누며 여러 가지 상황을 알려주고는, 직접 문빙에게 데려갔다. 문빙은 기령을 환영한 후, 곧바로 편제를 분리하여 부대를 나누어 주었다. 기령은 감사를 표하고는 부대를 점고하러 밖으로 나섰고, 원매는 그 틈을 타서 문빙을 따로 불러 당부를 하였다.
“기장군이 원공로(원술)휘하에서 상장이었소. 무예도 뛰어나고, 통솔력이 훌륭하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이번 가을에 강하군을 공략하면, 그대와 감장군이 수군을 통솔하는 게 좋겠소. 그리고 그대가 통솔하던 부대는 기장군이 이끌게 하고 싶은 게 내 복안인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좋은 생각이십니다. 저런 인재를 계속 하급장수로 놓아두는 것도 옳은 처사는 아닙니다. 충분히 그 정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잘되었군. 미리부터 그것을 염두에 두고 하나씩 인계를 하시오. 강하군 전투에도 참가시킬 테니, 통솔력도 문장군이 직접보고 아니다 싶으면 이야기 하시오. 그럼, 없던 일로 하겠소.”
“주군께서 결정을 하셨는데, 제가 다른 의견을 내면 취소하신다 이 말씀이십니까?”
“최소 만 명의 병사들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문장군이 장군의 재목이 아니라 판단할 정도면 끝인 거지. 그러니 숙고해서 판단하시오. 오로지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 만 따지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원매는 할말을 끝내자, 문빙을 격려하고는 치소를 빠져 나왔다. 그는 기령의 능력치를 알고 있기에 그의 통솔력에 대해서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다만, 이런 식으로 해놓아야 문빙을 비롯해서 예하 장수들이 기령을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조직이 커지니 힘들어. 눈치를 봐야 할 사람이 한, 둘이 아냐.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지.’
원매가 원환, 염상, 기령을 얻고, 자리를 주어 기틀을 다지고 있을 때.
여남군 평여현.
한 젊은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평여성(유비치소)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긴 왔는데, 이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구나. 과연 유비는 나의 가치를 알아봐줄까? 무슨 놈의 세상이 재주를 볼 생각은 안하고 오로지 체격 좋고 잘생겨야 제대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빌어먹을 세상.’
후한 말에는 사람을 평가할 때 용모가 굉장히 중요한 잣대가 되었기 때문에, 재능이 뛰어나야 하지만 용모가 뛰어나면 훨씬 더 좋은 대접을 받았다. 용모와 재능을 모두 갖춘 이로는 순욱, 제갈량, 원소, 손책, 주유, 맹달, 공손찬, 유표, 유기등이 있었다.
여기 이 젊은이는 용모가 추했는데, 그로 인해 억울함이 많은 듯했다. 그는 평여성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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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게 공명.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내가 재능이 없다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지 않을 걸세. 어찌 용모만 보고는 재능을 아예 평가조차 하지 않는단 말인가? 이게 제대로 된 사회란 말인가?”
“이사람 사원. 또 어디 가서 한 소리 듣고 술 한잔 하고 왔구먼. 이 사람아. 내가 자네 술주정을 받아주는 사람이란 말인가?”
용모가 추한 젊은이 즉 방통(자 사원. 22세)은 용모가 빼어나고, 체격이 좋은 고고한 젊은이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제갈량(자 공명. 19세)이었다. 제갈량은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지, 방통을 달래고 있었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속에서 울분이 터지는 것을!”
“내가 자네보고 어딜 가라고 말한 것도 아니잖은가? 자네 혼자 가서 딱지를 맞아놓고 왜 나한테 이러시는가? 몹쓸 사람이구먼.”
“이 보게. 공명. 남양군을 다스리는 우장군은 어떠한가? 이곳 신야와 완성이 가까우니 듣는 소식이 있을 것이 아닌가?”
“글쎄. 나도 제대로 들은 것은 없네. 다만, 그도 원가의 자제라는 것은 확실하지.”
제갈량의 말에 방통은 멈칫했다. 원가는 이 당시 최고의 명문가였다. 허접한 세력의 제후에게서도 배척을 당한 방통이었다. 최고의 명문인 원가라면. 방통은 땅이 꺼져라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런 멍청한 질문을 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힘내게. 아직 우리는 젊고, 시간이 있네. 그래도 우장군이 인재를 대우하고 애민의식이 있다고 하더군. 기다려보면 어떤 기회가 있지 않겠는가? 종사관을 뽑을 때, 시험을 보는 것도 한 방편이고 말이야.”
“후후후- 자네야 용모도 빼어나고, 품행이 방정한데가 머리까지 명석하니 기다리면 분명히 기회가 있을 것일세. 나는 지금껏 경험을 통해본다면 없을 것 같네. 더군다나 원가라니. 상상만해도 기가 막히는군.”
“차라리 여강의 유훈에게 가보지 그러는가?”
“벌써 가봤지. 정말 제후의 자질이 눈곱만치도 없는 사람이더군. 이런 저런 제안을 올렸지. 헛소리 말라며 꺼지라더군. 휴- 참으로 자네의 용모가 부러우이.”
“내가 아픈 곳을 건드렸군. 미안하네. 그러면 속는 셈치고, 여남군의 좌장군을 찾아가보게.”
“좌장군이라면 유비를 말씀하시는 겐가? 한때 서주목이었던 사람인데, 나를 반겨줄까?”
“내가 듣기로 야망이 아주 큰 인물이라 들었어. 우장군에게 병력을 지원받아 원술을 토벌했지. 야망이 크고 욕심이 많으니 자네가 진언을 잘 올린다면 반드시 크게 중용 받을 것일세. 머리도 상당히 명석하다고 들었네.”
“이곳과 여남군이 가깝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꽤 먼 거리야. 자네는 융중에 있으면서 어찌 이리 잘 아시는가?”
“어찌 융중에만 있겠는가? 시간이 나는 대로 계속 여행도 하며 견문을 넓힌다네. 그래서 어느 정도 정보를 가지고 있는 셈이지. 속는 셈치고 가보게. 괜찮을 거야.”
“고맙네. 역시 공명 자네밖에 없군. 그럼 자네는 어찌하려는가?”
“나는 때를 기다릴 것이네.”
단호하게 말하는 제갈량을 보며, 방통은 끓어오르는 열등감을 꾹 눌러야만 했다. 항상 자신에게 조언을 해주고, 반겨주는 제갈량이었지만, 열등감만은 어쩔 수 없었다. 재능도 뛰어났지만, 용모가 워낙 비범한 그를 보고 있노라면, 부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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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은 회상에서 깨어났다.
‘빌어먹을. 내가 그 놈처럼 용모가 뛰어났어도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참으로 불평등한 세상이로구나. 그래 일단 만나보자. 유비는 좀 달라야 할 텐데.’
방통은 생각을 정리하고는 성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평여성.
“내가 그래도 밖으로 나가면 뛰어난 장수소리를 듣는데, 형님은 왜 나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오?”
“그럼 그 놈들 밑으로 가서 장수를 할 것인지. 왜 여기 있느냐?”
“보내달라면 형님이 퍽도 잘 보내주겠네. 아마 죽도로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 지금 자룡(조운의 자)도 형님의 구타가 무서워 숨은 것 아니오?”
“오냐. 네놈이 매를 버는구나. 이리오너라. 오늘 내가 제대로 교육을 시켜주마.”
“에잇! 주옥珠玉같은 세상! 못살겠네.”
유비와 관우가 기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종사관이 급히 달려와서 유비에게 무언가를 고했다. 그는 보고를 받고는 눈빛이 반짝였다. 종사관은 허락이 떨어지자, 곧바로 방통을 데리고 들어왔다.
“어서 오시게. 내가 좌장군 유비일세.”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방통이라고 합니다.”
유비와 방통의 역사적인 첫만남이 이뤄질 때, 관우가 한마디를 꺼냈다.
“뭐여? 이 못생긴 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