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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81화 (81/253)

# 81

제 81장. 인간人間의 본심本心

조조치소.

원소가 공손찬의 목을 소금에 절여 조조에게로 보냈다. 이것은 원소의 경고였다. 다음 차례는 조조라는.

“보기 싫은 공손찬 대가리 치워!”

조조는 분노로 씩씩거리며 치소 안을 서성거렸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어쩌라고? 공손찬도 죽였으니 나는 우습다 이거야? 본초 이 개잡놈의 새끼!”

죽간이 날아가고, 탁자가 뒤집혔다. 한참을 분풀이하던 조조가 털썩 앉았다. 워낙 그의 분노가 거셌던 탓에 책사들은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순욱조차도 진언 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삭막했다.

“그전에는 아들놈이 와서 한바탕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그 아비란 놈이 나서는 구만. 왜 나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야. 이 죽일 놈의 새끼들 같으니라고.”

조조가 화풀이를 한바탕하고 나서 조금 진정된 기미를 보이자, 순욱이 책사를 대표하여 입을 열었다.

“주군. 일단 참으시고, 강병을 육성하는데 전력을 기울이십시오. 이대로 흘러간다면 아마도 내년 초에는 원소가 친히 대군을 거느리고 내려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을 기르느냐 못 기르냐에 따라서 전투의 승패가 좌우될 것입니다.”

“계속해봐. 자세히!”

“원소가 하북의 군대를 동원한다면 보병 이십만, 기병 삼만이라고 추산됩니다. 그들은 대부분 정예강병이고요. 반면에 주군의 상황을 보면 모든 병사를 다 합쳐야 간신히 이십만이 될 것입니다. 당연히 치안이나 보는 병사들까지 모든 합한 병력입니다. 남쪽의 손책도 견제해야 하고, 서쪽의 원매, 원술도 견제해야 합니다.”

순욱은 침을 꿀꺽 삼키며 진언을 이어갔다.

“북쪽 청주의 원담이 원소와 함께 움직인다는 가정하에 설정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치안병사 빼고, 남쪽, 서쪽 경계 빼면 정예병 십만이 빠듯합니다. 이것으로 원소를 상대해야 합니다. 그러니 지난번에 말씀 드린 대로 모든 것을 동원하여 강병을 키워야 합니다. 적어도 십만은 양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숫자적으로 대등해지지 않겠습니까?”

“원매는 왜 빼는가? 겨우 이, 삼만으로 경계해서 그 놈을 막을 수 있겠어? 십만이 넘는데?”

“일단은 지켜봐야 알겠지만, 그는 형주로 군사를 돌릴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그가 이쪽으로 공격해온다면 제가 무슨 수를 쓰던 간에 허창성을 지켜내겠습니다. 허창성을 지킨다면 다른 곳은 설령 빼앗기더라도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여포/장막이 연주반란을 일으켰을 때도 그랬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때는 세 개 현 남았었지. 휴- 그때를 생각하니 부아가 치미는 구만. 장막이 썩어빠질 새끼 같으니라고. 감히 친구의 뒤통수를 쳐!”

“주군! 진정하시고 그렇게 준비를 하십시오. 그리고 태산 건너 낭야국에 장패, 창희, 손관등이 제 땅인 듯 활개를 치고 있는데, 그곳의 맹주가 장패입니다. 장패에게 서주목을 내려주시고, 그곳을 자치권을 내려주십시오. 필요하면 원하는 것을 다해주셔야 합니다. 설령 주군과 사돈관계를 맺자고 하더라도 들어주셔야 합니다.”

“말이 심하십니다. 주군께서 어찌 그런 도적놈과 사돈을 맺는단 말입니까?”

정욱이 곧바로 반발했고, 다른 책사들의 안색도 어두워졌지만, 조조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정욱을 제지했다.

“무슨 의미로 한말인가? 자세히 말해봐.”

“태산과 낭야국의 장패세력은 산적이 대부분입니다. 꽤 경험이 있는 전투병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주군과 원소의 전투가 벌어졌을 때, 이들이 별동대를 이끌고 청주를 유린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원담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원소의 신경도 분산될 것이고요.”

“그래. 그 정도라면 모든 것을 감수할만해.”

조조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정중덕(정욱)! 자네가 즉시 낭야국으로 가서 장패와 협상을 해. 내 딸을 달래면 주겠어. 뭐든지 다 준다고 약속하고 동맹을 맺어. 알겠는가?”

“하지만, 주군.”

정욱은 순욱의 말뜻을 이해했지만, 산적의 두목에게 조조의 딸을 내준다는 것이 감정상으로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정욱이 머뭇거리자, 조조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지금 죽느냐! 사느냐! 절대위기상황이야. 필요하면 나는 장패에게 절이라도 할 수 있어. 무조건 동맹을 맺고 와! 원소와 싸울 때 장패가 후방을 흔들어줘야 내가 힘을 쓸 여유공간이 생겨. 다른 소리 하지마. 지금 출발해!”

“예! 주군!”

정욱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조가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순문약(순욱)! 자네가 장수들을 불러 내 뜻을 전달하고, 훈련을 통해 정예강병을 육성하도록 전해. 그리고 자네는 지금부터 군량을 비축하는데 최선을 기울여. 군량 때문에 밀릴 수는 없잖아. 허창성의 방어력도 강화시키고!”

“예. 주군!”

“곽봉효(곽가)! 자네는 지금부터 원소/원매의 행동하나 놓치지 말고 감시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보고하고. 자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겠지?”

“예. 주군.”

곽가가 다소 힘없이 대답하자, 조조의 눈이 반짝였다.

“왜 힘이 없어? 지금 이 상황을 이해 못하는가?”

“그럴 리가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조는 잠시 곽가를 노려보다가 원소와의 대전을 철저히 준비할 것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곽가는 조조가 다른 책사들에게 지시를 하는 동안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역시 순욱의 벽이 높아. 지금만 해도 모든 것이 순욱의 뜻대로 이뤄지고 있잖은가? 마치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처럼 아득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구나.’

조조는 이것저것 순욱과 의견을 교환하며 명령을 하달하고는 회의를 끝냈다. 총괄책임은 결국 순욱이 맡았다. 곽가도 예를 표하고, 다른 책사들과 치소를 벗어나려고 할 때, 조조가 불렀다. 그는 공손하게 조조의 맞은 편에 앉았다.

“말해봐. 뭔데 그런 인상을 하고 있어? 봉효 답지 않아.”

곽가는 잠시 망설이다 마음속의 말을 꺼내 놓았다.

“순문약(순욱)을 경쟁자로 생각했는데, 어느 샌가 살펴보니 아득히 멀리 높은 곳에서 저를 내려다 보고 있더군요. 사실 그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난 또 뭐라고.”

조조는 싱거운 이야기라는 듯 중얼거렸다. 그는 돌돌 말은 죽간으로 넘어진 탁자를 톡- 톡- 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가끔 내가 순문약을 모시고 산다는 느낌마저 들지. 그러니, 그런 것은 접어두고 내가 명령을 내린 일에 전력투구해. 자네나 순문약은 둘 다 천재야. 하지만, 순문약은 죽어라 노력하고, 자네는 죽어라 놀지 않는가?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그게 잘못된 것이지.”

“주군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비교해도 순문약이 제일 영리하지. 영리하다는 표현도 부족하군. 천재야. 그러니 그런 자괴감을 가질 필요가 없어. 그를 마음속의 스승으로 삼아 노력하고 또 노력하게. 그게 자네가 해야 할 일이야.”

“이거 섭섭한데요. 주군께서 저를 제일 아껴주시는 줄 알았습니다.”

“응? 하하하하- 나야 봉효 자네가 제일 편하지. 마음도 잘 맞고. 지금도 자네를 제일 아껴. 하지만, 최고의 책사는 순문약이야. 만약 둘 중에 한 명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순문약을 선택할 것일세. 서운한가?”

“천만에요. 저도 주군의 거침없는 그 언행이 좋아서 이곳에 눌러 앉았습니다. 절대 서운하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확실하게 일 처리하겠습니다.”

조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곽가의 등을 두드려 격려했다.

여남군 평여현. 원술치소.

유비는 보병 일만 오천, 기병 이천을 이끌고 원술을 공격했다. 사실 원술의 영토가 매우 컸기에 반격이 거세면 어찌하나 걱정했지만, 원매의 말대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평여성이 컸기에 강하게 저항했다면 일년이 지나더라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밑에부터 썩어빠진 원술군은 유비가 성을 포위하고 회유를 시작하자 순식간에 무너졌다. 성문이 열렸고, 유비군은 일제히 들이닥쳤다. 곳곳에서 피골이 상접한 병사들이 무기를 던지고 항복했다.

“이 미친놈이 제정신이 아니구나.”

병사들이 원술군을 항복시키는 가운데, 유비는 호화찬란한 원술의 치소를 보고는 절로 욕이 터져 나왔다.

“백성들은 굶어 죽는데, 이런 궁전이 뭔 소용이란 말인가? 머릿속에 똥만 가득 찬 죽일 놈 같으니라고.”

유비가 의자에 앉아 씩씩거리고 있을 때, 진도가 궁 안에서 원술을 끌고 나왔다. 면류관을쓰고 호화로운 복장을 한 그를 보자 유비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유비는 분을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더니 원술의 뺨을 후려갈겼다. 원술이 쓰러지자, 그대로 발로 차며 밟아 버렸다.

“형님. 고정하십시오.”

“놔. 이런 개 자식은 더는 살 가치가 없어. 황제? 백성들은 죽어나가는 판국에 황제를 하고 있어?”

장비가 말리자, 유비의 구타가 멈췄다. 원술은 쓰러진 자세 그대로 유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입이 터져서 피가 흘렀지만, 그의 말을 멈추지 않았다.

“네놈도 속이 시커멓지 않느냐? 누가 누구더러 추하다고 하느냐? 네놈도 분명히 때가 되고, 힘이 된다면 황제에 오를 놈이다.”

“미친놈!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나도 사람이니 당연히 황제를 하고 싶지. 하지만, 사람이니까 백성들이 최소한 먹고는 살게 할 꺼야. 너처럼 백성들이 죽건 말건 네놈만 생각하지 않고 말이야.”

“흐흐흐흐- 역시 모두 위선자였어. 위선자. 흐흐흐흐-“

“닥쳐라! 이 개 자식아-“

유비가 장비를 뿌리치고는 원술의 얼굴을 냅다 발로 차버렸다. 원술은 한 바퀴 굴러서는 기절했는지 움직임이 멈췄다. 유비가 칼을 뽑아 들고 원술의 목을 치려고 하자, 장비가 급히 소리를 질러 제지했다.

“우장군이 원술을 살려오라고 하지 않았소! 저런 구더기 같은 놈 죽여봐야 형님의 손만 더러워지니 참으시오.”

“에잇! 이 더러운 거머리 같은 새끼!”

유비는 원술을 한 번 더 걷어차고는 자리에 앉았다. 장비의 명을 받은 의원이 급히 원술의 상태를 살폈다. 의원이 다행히 죽을 정도는 아니라고 하자, 장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치료할 것을 명령했다.

병사들을 항복시키고 있는 가운데, 관우가 빙글 빙글 웃으면서 커다란 상자를 들고 나왔다. 유비의 눈이 반짝였다. 옥새란 것을 눈치챈 것이다.

‘내가 힘이 있고, 옥새가 있다면 나도······. 나도······.’

관우가 어느새 다가와 유비에게 말을 걸었다.

“형님. 뭔 생각을 그리 하시오. 자- 이게 옥새요. 빨리 그 애송이에게 갖다 주시오. 이 개 같은 물건 때문에 형님이 그 놈에게 수모를 당했다고 생각하니 꼴도 보기 싫소.”

“이놈아. 이게 뭔 지나 알고 꼴도 보기 싫다고 하느냐?”

“뭐긴 뭐요. 돌덩어리지. 난 내게 맞지 않는 것에는 억만 금을 주더라도 관심 없소. 어? 뭐요. 형님 지금 옥새를 보고 욕심이 생긴 거요?”

“이놈이 이 형을 어찌 보고 그런 말을 하느냐? 내가 원술처럼 멍청하고, 몰상식한 인간인줄 아느냐?”

“아니. 뭐 그런걸 가지고 화를 내고 그러시오. 아니면 아닌 것이지. 익덕아-“

“예. 둘째 형님-“

“네가 빨리 옥새 좀 가져다 주고 오너라. 옥새 주면 기분이 좋을 테니, 조금만 더 이곳의 일을 처리한다고 부탁 좀 해봐.”

“어? 둘째 형님이 머리가 언제부터 이리 잘 돌아갔소? 알겠소. 내 얼른 다녀오겠소.”

“흰소리 그만하고 어서 갔다와.”

“원술이도 같이 데려가야 하니 며칠만 있다 가겠소. 큰형님이 구타를 해서 지금 못데려가오.”

그제야 관우의 눈에도 원술의 처절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관우는 움찔하며 유비를 바라 보았다.

“아니 또 사람을 팼소? 유주에서 성질 나면 사람을 두드려 패더니 그 버릇 여전하구려.”

“난 사람을 팬 적이 없다. 사람의 탈을 쓴 개새끼들에게 몽둥이를 들었을 뿐이다. 왜? 네놈도 한번 이 형에게 맞고 싶으냐?”

“아- 내가 의동생이오. 교육한다는 핑계로 때리지 좀 마시오. 나도 더 이상 참지 않겠소!”

“참지 않으면?”

“하하- 뭘 그리 정색하시오. 그냥 더 열심히 노력한다 이거지. 아- 덥네. 더워-“

“이놈이 실성을 했나? 3월에 덥다니.”

관우는 병사들을 돌본다는 핑계를 대고는 자리를 피했다. 유비가 화가 나있을 때는 마주치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장비도 원술을 치료한다며 자리를 떴다. 충의로운 진도만이 유비의 곁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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