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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72화 (72/253)

# 72

제 72장 회상回想, 그리고 반발反撥

허창성 조조치소.

조조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순욱으로부터 협상내용을 듣고 있었다. 다 듣고 난 그의 얼굴은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이 살쾡이 같은 놈이 그걸 어찌 알고 달랜단 말인가?”

조조는 찻잔을 집어 던지면 분통을 터트리고는 허탈한 듯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의 눈은 고정되지 않고 흔들렸다. 옛 기억을 더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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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성을 점령하자, 여포, 고순, 진궁, 장료가 오랏줄에 묶이어 끌려 나왔다. 조조는 상좌에 앉아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범 같은 장수 세 명과 번뜩이는 지략을 가진 책사가 한 명이었다.

“조공(조조)! 내가 천하를 안겨드리겠소! 조공께서도 이 여포의 무예와 통솔력을 인정하지 않소이까?”

조조는 말이 없었지만, 여포의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 여포, 고순, 장료 모두 욕심이 났다. 옆에 시립하고 있던 유비의 눈이 음울하게 흔들렸다. 유비는 이 당시 조조에게 일신을 의탁하고 있었다. 그는 조조의 마음을 읽고 차분하게 나설 기회를 노렸다.

“이보시오. 유현덕! 어떤 말이라도 해주시게. 어찌 가만히 있으신겐가?”

조조가 말이 없자, 여포는 유비에게 매달렸다. 유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조조에게 진언을 올렸다.

“장군. 여포는 천하제일의 장수입니다. 그의 뛰어난 무예와 기병을 통솔하여 적을 물리치는 능력은 중원의 누구도 따를 자가 없습니다. 그가 진심으로 따른다면 천하를 제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입니다.”

“진심으로 따른다면? 무슨 뜻인가?”

“그건 장군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정원도 있고, 동탁도 있습니다.”

여포의 얼굴은 잠시 밝아졌다가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다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늘이 이 여포를 버리는구나.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풀지도 못했거늘.”

여포는 탄식을 터트리고는 무서운 눈으로 조조를 응시하며 마지막 부탁을 했다.

“이 여포 이제는 죽는 길만 남았소. 자진을 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시오. 부탁하겠소.”

조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비가 급히 조조를 말렸다.

“여포는 위험한 자입니다. 만약 그의 말이 거짓이라면 범을 풀어놓은 결과가 됩니다. 그냥 목을 베어버리십시오.”

여포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말이 없자, 잠시 머뭇거리던 조조의 입이 열렸다.

“포박을 풀어주고 자결을 할 수 있도록 칼을 주어라!”

지엄한 조조의 명령에 포박이 풀리자 여포는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칼을 들고는 하늘을 슬쩍 바라보았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정적이 흘렀다. 여포는 고순, 장료, 진궁과 눈을 마주치고는 칼을 서서히 목에 가져갔다.

“그대들은 조공을 따라서 공을 세우라! 이 여포는 먼저 간다!”

서걱—

칼이 목을 그대로 베며 여포는 눈을 부릅뜬 채로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졌다. 영웅다운 당당한 최후였다. 조조는 안타까웠다. 여포가 욕심이 났지만, 그를 통제할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정원, 동탁처럼 배신당해 죽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고순. 자네는 어찌 하겠는가?”

“나는 주군을 따르겠소.”

“이보게. 여포도 말했지 않는가? 고집부리지 말고 나와 세상을 구하세.”

조조가 간절히 설득했지만, 고순은 지그시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고순의 처형명령이 떨어졌다. 조조는 눈물을 한 방울 떨구었다. 실로 안타까운 인재가 죽은 것이다.

“공대(진궁). 그대도 고순과 같은가?”

“그렇소. 우리는 더는 인연이 없소. 내 가족을 부탁 드리겠소. 욕되게 하지 말고 죽이시오.”

“여포가 참으로 대단한 장수로구나. 하나같이 충신들이야.”

진궁까지 참해지자, 조조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서서 장료에게 다가갔다. 손수 포박을 풀어주고는 장료를 일으켰다.

“자유일세. 어디든 가고 싶은 데로 가게.”

장료는 생각도 못한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처형된 여포 쪽과 조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조조는 장료를 간절히 원했지만, 뒤돌아 서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십여 걸음을 걷던 장료는 울음을 터트리며 그 자리에 엎드렸다.

“조공을 따르겠습니다.”

조조는 급히 뛰어갔다. 그는 그 자리에 앉아 장료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고맙네. 고마워. 나는 자네가 꼭 필요했어. 나와 함께 천하를 통일하고, 천대만대 부를 누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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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회상에서 깨어난 후, 안타까움에 눈물이 흘러 떨어졌다.

‘빌어먹을— 다 죽이고 겨우 장료 하나 살려냈더니 엉뚱한 놈이 채가려고 하는구나.’

조조가 말이 없자, 순욱이 조심스럽게 진언을 올렸다.

“아까우시면 거절하겠습니다. 고생이야 되겠지만, 버틸 수 있습니다.”

“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군. 자네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해봐.”

“답답하신 것은 잘 압니다. 장료에 대한 주군의 마음 또한 잘 알고요. 하지만, 서주가 안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금 서주 광릉군 태수로 진등이 있는데, 손책이 공격한다면 과연 제대로 막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예주는 원가의 입김이 강한 곳이니 말할 것도 없지요.”

순욱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차분하게 다시 이어갔다.

“점령한 지역을 다져놓지 않는다면 예전의 장막-여포의 난과 같은 대규모 변란이 또다시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지금 주군께서는 중앙에 정예병을 둔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지원을 나가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원매가 옆 남양군에 있습니다. 그가 사사건건 발목을 물고 늘어지면, 반란이 일어나고 적이 침입해도 수수방관해야 합니다. 장료가 아깝지만 주셔야 합니다.”

“냉정한 사람 같으니라고.”

순욱의 말에 조조는 샐쭉했다.

“한번 만나자고 해. 일년은 짧아. 이년은 요구해야겠어. 그런데, 그 놈이 약속을 지킬까?”

“지금까지를 보면 약속을 잘 안 해서 그렇지 약속은 지킵니다. 한중군을 점령하고 장로의 자식들에게 맡겨둔 것만 봐도 속이 좁은 위인은 아닙니다. 이유를 품은 것이나 도적들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발탁하는 것을 보면 믿어도 될듯합니다. 문제는 그 기간 동안 얼마나 영지를 안정시키느냐 입니다. 그것이 주군의 미래를 좌우할 것입니다. 공손찬이 망하면 원소는 분명히 군사를 이끌고 내려옵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지. 만남을 주선해봐. 어린 놈이 어찌 이리 교활한가? 한번 그 면상을 봐야겠어.”

“예. 알겠습니다.”

순욱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허리를 숙이며 동의했다.

남양군 엽현 근처.

사방이 평평한 이곳에 쓸쓸하게 천막 한 동이 쳐져 있었다. 양쪽으로 일백 기병이 호위를 하는 가운데, 조조와 원매는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조조(43)] 무력:72, 지력:91, 정치력:94, 통솔력:96

조조의 막강한 능력치를 보자 원매는 자신도 모르게 ‘흡’하고 숨을 멈췄다. 무력을 빼면 모든 면에서 조조가 훨씬 위에 있었다.

원매 못지않게 조조 또한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인 원매가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원매입니다. 거기장군(조조)께 도움을 드리고자 그리 말한 것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래. 자네의 성의는 고맙게 받겠네. 그런데, 위압감이 실로 대단해서 놀랍군.”

“좋게 봐주셨군요. 사실 전장에 나가면 수없이 칼을 휘두릅니다. 서량의 용장이라는 이각도 이 손으로 직접 베었습니다. 거기장군휘하에 용맹한 장수들이 많다고 하지만, 저를 넘어설 자는 몇 명 되지 않을 것입니다.”

“자만은 몸에 해로워.”

“자신감이라고 해두죠. 이년으로 연장해달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그렇지. 가능하겠는가?”

“이년을 드리면 영지를 안정시키고, 힘을 키우시겠지요? 어쩐다? 솔직히 시간을 드리고 싶지 않은데요.”

조조는 원매가 이를 기회로 추가조건을 제시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쳐죽일 놈 같으니라고.

“그 말투는 뭐야? 일년이 늘었으니 더 해달라 이거야?”

“당연하지요. 세상에 공짜가 어딨습니까?”

탕— 조조는 탁자를 거칠게 내리치며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차가운 비웃음이 걸려있었다.

“네놈이 내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는 소리다. 건방진 놈!”

조조는 원매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쌩— 하고 등을 돌렸다.

“살펴가시지요. 멀리 나가지 않습니다.”

조조가 몸을 돌려 나갔고, 원매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쉬울 것이란 생각은 없었다. 분명히 답답하겠지만, 천하의 조조가 원매의 말 한마디에 고분고분해진다면 그것이 더 웃긴 것이다.

“안 하신다면 하게끔 만들어 드려야지. 덕분에 원술이 명줄만 길어지게 생겼군.”

순욱은 조조로부터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빨을 악물었다. 조조의 성정에 원매에게 휘둘리느니 정면돌파를 결심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이제부터 고생길이 열릴 것이다. 십만이 넘는 정예군을 가진 놈이 대놓고 방해를 할 텐데. 모든 게 꼬일 것이다. 모든 게.

원매는 순유가 만들어놓은 조직을 통해서 허창성을 포함하여 영천군일대에 소문을 퍼트렸다.

- 원매가 십만의 군대로 허창성을 공격한다.

- 예주 양국, 패국에서 변란이 일어났다.

- 태산의 도적들이 다시 준동하기 시작했다.

여러 소문을 듣고 관리들이 진의를 알기 위해 나섰다. 대부분은 헛소문으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원매가 보란듯이 영천군 접경지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자, 영천군의 백성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완성 원매치소.

원매는 순유와 계책을 의논하고 있었다.

“아직도 꿈쩍하지 않고 있는데, 좋은 방법이 없겠소?”

“장료가 그리 마음에 드십니까?”

“괜찮은 장수지. 그리고 두부조(두기), 왕염부(왕련)와 이야기를 했는데, 내년 가을까지는 군대를 크게 움직이기 어렵겠어. 그래서 내 딴에는 머리를 굴렸는데, 그거 참 잘 안 되는군.”

“천자를 모시는 조조입니다. 당연히 쉽지 않지요. 사실 우장군께서 정확하게 맥을 짚은 것은 사실입니다. 저들도 지금 매우 괴로울 것입니다. 다만, 조조의 성정이나 위치로 봤을 때, 순순히 우장군의 뜻대로 움직이기는 어렵습니다. 때로는 잘못된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합니다. 지금이 그런 경우입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장료를 주면 끝입니다. 하지만, 천자를 모시는 자존심이 허락을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좋은 계책이 없겠냐고 묻는 겁니다. 내년까지 군대를 움직이지 못한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소? 뭐래도 해야지.”

“원술의 땅을 뺏던가, 내정을 하시지. 왜 조조를 화나게 하십니까?”

“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장료를 뺏어와야겠소. 지금 장료의 가치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나 한 명이오. 조조는 대충 알 뿐이지.”

“흠—“

순유는 잠시 이마에 손을 대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묘한 미소를 입에 걸고는 진언을 시작했다.

“우장군께서 그리 원하신다면 조조를 흔들어야지요. 지금 유비가 그를 따르고 있는데 속을 알 수 없고, 야망이 매우 큰 자입니다. 그 야망에 불을 붙이면 볼만해질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시오.”

“지금 남양군에 십만대군이 버티고 있으니 조조는 군사를 뺄 엄두를 못 낼 것입니다. 유비를 빼와서 그에게 형주에서 항복한 일만의 군사를 내어주고 원술을 공격하게 하십시오. 그 댓가로 절반을 얻고, 옥새를 받으면 됩니다. 유비가 여남군 반쪽을 얻고 힘을 키우면 가장 불편해 하는 쪽은 조조가 될 것입니다."

“흠. 그런데, 조조가 유비를 경계할 텐데,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겠소?”

“역시 대단하십니다. 거기까지 생각하셨군요. 우리가 군대를 움직여서 영천군을 혼란에 빠트리면 틈을 보아 나올 것입니다. 그 정도 능력은 되는 자니까요."

“좋은 계략이오. 뒤에서 유비를 조종하면서 조조를 괴롭히면 되겠어. 어서 시행하시오.”

순유가 물러나자, 원매는 생각에 잠겼다.

‘원 역사라면 유비가 군대를 얻어내서 원술을 치고, 그대로 군대를 돌려서 서주를 점령했지. 흠- 내가 이곳에 버티면서 조조를 호시탐탐 노리니 그것은 불가능해졌고, 그래. 순치중의 말대로 유비를 여남군 남쪽에 자리잡게 만들자. 조조 이놈. 골치 좀 아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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