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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69화 (69/253)

# 69

제 69장 남양군전투南陽郡戰鬪-5

채모는 군사를 칠천 정도 모은 후에 곧바로 남쪽으로 내달렸다. 혹시라도 원매가 추격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추격은 없었다. 며칠을 부지런히 걸어서 양양성 건너편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하하기 어려운 면수가 앞을 가로 막았다.

그는 그곳에 주둔지를 편성하고, 수영을 잘하는 병사를 선발하여 양양성으로 보냈다. 채모가 보낸 전령에 양양성은 발칵 뒤집혔다.

유표는 즉각 수군에게 명령을 내려, 채모의 군대가 면수를 도하하는 것을 돕도록 했다. 또한, 유수의 안위가 걱정되어 번성으로 전령을 급파했다.

“문을 여시오! 유목사의 명을 받고 온 전령이오!”

“이 원가 깃발이 보이지 않느냐? 이미 우장군의 영토가 되었으니, 물러가거라!”

송과가 활을 쏘는 시늉을 하자, 전령은 기겁을 하고는 물러나, 곧바로 배를 타고 양양성으로 돌아갔다. 번성과 양양성은 면수를 기준으로 하여 남북에 연해있었다. 번성마저 점령되었다는 소식이 전파되자, 양양성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도대체 채호군(채모)은 어떻게 일을 처리했기에 이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유표가 분통을 터트리자, 대신들이 눈치를 보며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채모가 밉긴 하지만, 아직은 그가 가진 권력이 두려운 것이다. 또한 그를 옆에서 지원하고 있는 괴월의 존재도 무시하지 못했다.

“주군! 채호군이 돌아오는 즉시 죄를 물으셔야 합니다. 번성까지 점령당했으면 대패를 한 것이 분명합니다.”

대공자 유기가 당차게 주장하자, 왕개가 분연히 일어나 유기를 지지했다.

“채호군이 공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칠만 오천의 군대를 이끌고 가서 대패를 했다면 과가 공을 덮고도 남습니다. 또한, 그는 번성으로 오지도 못하고 동쪽에서 온 것으로 보아 간신히 도주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성내로 들어오거든 상황을 파악하고, 대패가 확인되면 죄를 추궁해야 합니다.”

왕개의 발언에 이어 유호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차기 후계자인 유기입장에서 채모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상대였으니,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처남 왕개, 사촌 유호는 즉각 유기를 지지했다. 그간 공신인 채모의 전횡에 화가 났지만, 어쩌지 못했던 분함이 일제히 표출된 것이다.

왕찬, 송충이 연이어 채모의 잘못을 지적하고 치죄할 것을 청했다. 괴월이 조심스럽게 나섰다.

“채호군은 주군께서 형주목에 오르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또한 주군과는 인척이 되시니, 그가 돌아오면 상황을 살피시고, 손에 사정을 두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괴월에 진언에 유기가 반박하려고 하자, 유표가 손을 들어 논쟁을 중단시켰다. 그대로 두면 끝없이 논쟁이 이어질 것은 뻔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채호군을 심문하고 그 다음에 논하도록 하지. 이기백(이적). 자네가 심문을 하도록 하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유표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뜨자, 회의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유기파와 채모/괴월파는 서로를 노려보다 흩어졌다. 이적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밖으로 나왔다. 하필이면 그 어려운 임무를 자신이 맡은 것이다.

“이기백!”

이적은 자신을 부르는 괴월의 말에 입을 꾹 닫고 쳐다보았다. 말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이적을 보고 괴월이 그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하오.”

“저는 주군의 명을 따를 뿐입니다. 그런 표현은 매우 부담스럽군요. 그럼, 이만.”

냉랭하게 이적이 돌아서자, 괴월을 비롯한 문신들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이적은 활발하고 언변이 뛰어났지만, 중요한 일을 맡으면 냉정해지는 성향이 있었다.

채모는 수군의 도움을 받아 양양성에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고, 곧 그의 표정은 곧 어두워졌다. 전투에서 대패를 했으니 유표에게 추궁 당할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채호군! 고생하셨습니다.”

“이기백이구려. 어쩐 일로 예까지 나오셨소?”

“주군께서 전투상황을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잠시 저에게 시간을 내어 주십시오.”

채모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렇게 빨리 추궁이 이어질지는 몰랐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피곤하니 쉬고, 내일 주군을 직접 찾아 뵙겠소. 그만 물러가시오.”

채모가 인상을 찌푸리며 걸음을 옮기자, 이적은 옆으로 물러나 길을 터주었다. 그리곤 그 뒤통수를 향해 한마디 했다.

“오늘까지 조사를 해야 합니다. 채호군께서 협조를 하지 않으시면, 제가 임의로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

“네놈이 감히 내게 대항을 하려는 것이냐?”

“어찌하시겠습니까?”

이적이 지지 않고 강하게 버티자, 채모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는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 일단 괴월을 만나서 계책을 의논해야 할 것이다. 이적은 멀어져 가는 채모를 잡지 않고, 그가 데려온 사마, 도백들을 잡아다가 일일이 심문했고, 자세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휴- 대패를 했구나. 어찌 채호군이 이런 실수를 저질렀단 말인가?’

이적은 망설이다가 그대로 보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튿날.

날이 밝자 의관을 정제하고 곧바로 유표의 치소로 향했다. 유표는 주위를 물리치고 짧은 한숨을 내쉬며 이적의 보고를 들었다. 그도 채모의 참패가 믿어지지 않는듯했다. 유표는 ‘수고했다.’라는 말만 남기고, 치소에 홀로 남았다. 며칠 동안 누구도 만나지 않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신야성.

채모가 대패해서 도망가고, 번성마저 원매의 손에 떨어졌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이어 원매가 보낸 병사들이 각 현을 방문했고, 현령들은 속속 신야성으로 몰려들었다.

원매는 상좌에 앉아서 그들의 인사를 받았을 뿐이었다. 전예와 이통이 나서서 그들을 달래고 윽박지르며 항복시켰다. 이미 이곳으로 올 때부터 항복을 생각하고 왔기 때문에 그들은 큰 저항 없이 원매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며칠 동안의 고생 끝에 남양군 남쪽을 완전히 정리하자, 원매는 번성으로 곽준과 오천의 보병을 보내어 지키게 했다. 그리고 나머지 병력들은 모두 신야성에 주둔시켰다.

그는 대략적인 일 처리가 마무리되자, 유수의 일을 뒤로 미루고 장수를 만나기 위해 곧바로 북쪽으로 말을 타고 내달렸다.

사마구와 함께 빠르게 달려서 완성에 도착하자,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위병이 급히 소식을 전파하자, 부산스럽게 장수와 가후가 나와 원매를 마중했다.

[장수(33)] 무력:75, 지력:60, 통솔력:80

서량출신으로 장제의 조카. 가후의 계책으로 조조를 두 번이나 물리쳤으며, 조앙, 전위등을 죽였다. 가후로부터 용병술이 뛰어나다는 극찬을 받았다.

“채모를 물리치고, 남양군 남쪽을 점령했다고 들었습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요. 어떻습니까? 이제는 지난번에 말씀 드린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자~ 우장군.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장수의 시원한 대답에 원매도 밝은 웃음을 지었다. 이제 다 된 것이다. 장수는 유쾌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며 서로의 간극을 좁히려고 노력했다. 원매는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대화에 집중을 했다. 가후는 몇 발자국 떨어져 걸어오며 이야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장수가 혹여 실수라도 하거나, 부연설명이 필요하면 자신이 나서야 했기 때문이었다.

치소로 들어서자, 장수는 원매에게 상좌를 권했다. 원매는 한차례 거절하고는 그 자리에 앉았다. 장수가 그 밑의 자리에 앉자, 가후는 죽간을 들어 원매에게 바쳤다. 장수가 원매를 정식으로 따른 다는 일종의 맹세문이었다.

“장장군. 정말 고맙소. 내 그대의 높은 의기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보시오.”

“가만히 식읍이나 관리하기에는 제 나이가 젊습니다. 장수로서 복무하고 싶습니다.”

“장장군께서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야 대환영이지요. 힘드실 텐데, 괜찮겠소이까? 내가 일을 좀 지독하게 시키는 편이라서요. 하하하하— “

원매는 쑥스러운 듯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알고 있습니다. 이별가(이유)도 힘들어 죽겠다고 한탄을 하시더군요. 그래도 군사를 거느리고 전투에 나서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고맙소. 남양중랑장을 제수하겠소. 또한, 우부풍의 안릉현을 식읍으로 내주겠소. 혹시라도 힘들면 곧바로 말하시오.”

“고맙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무얼 하면 되겠습니까?”

“신야성에 주둔하면서 번성을 관리하고, 유표의 공격에 대비하시오. 지금 병력은 얼마나 있소이까?”

“기병 삼천, 보병 일만 오천이 있습니다. 원래는 더 많았는데 조조와 전투를 치르면서 많이 줄었습니다.”

“알겠소이다. 이곳에서 준비를 해서 이동해주시오. 필요한 것은 전령을 통해 말하면 즉각 조치해주겠소.”

“명을 따르겠습니다.”

장수는 군례를 올린 후,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원매가 채모군을 격파했을 때, 장수는 마음 속으로 원매를 따르기로 결심한 듯 했다. 가후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원매를 바라보았다.

“상당히 독특하십니다. 만약, 남양중랑장이 신야성에서 배신이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병력을 그대로 주십니까?”

“남양군 북쪽을 통째로 바쳤는데, 겨우 신야성 하나 때문에 배신하겠소? 남양군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오.”

“예. 남양군은 조조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많이 피폐해졌지만, 인구나 농토로 본다면 중원에서 이만한 곳이 또 없습니다. 그래서 조조도 무던히 이쪽을 노렸습니다.”

“만약 내가 약속을 제대로 못 지켰다면 조조를 따랐을 것이오?”

“글쎄요. 고민을 해봤겠지요. 이별가가 말하기를 조조와 척을 지는 한이 있더라도 저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무서워서 다른 데를 가겠습니까?”

“내가 이렇게 재미가 없는 사람이오. 이해해 주시오. 가문화를 꼭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 그리 한 것이니 섭섭하더라도 이해해주시오.”

“저를 높이 평가를 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남양군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곳은 농토가 많고, 인구가 많지만 대신 중원과는 평지로 연결되어 있어서 지키기 어렵습니다. 적들이 공격한다면, 개활지에서 야전을 벌여 물리쳐야 합니다. 만약 수성전을 한다면 백성들은 큰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걱정 마시오. 내 특기도 야전이니까. 조만간 장안에서 종사관들이 내려와서 이곳을 파악하면 정확한 상황을 알 것이니 서두를 것은 없고. 가문화께서는 원하는 직책이 있소?”

“글쎄요. 우장군께서 앉아 있는 자리가 탐이 납니다.”

“응? 정말이오? 이런 욕심쟁이일 줄은 몰랐는데.”

“농입니다. 그런데 크게 표정변화가 없으시군요. 자신감이십니까?”

“자신감일수도 있고, 가문화 그대가 허황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놀라지 않았소. 일단 별가를 제수하겠소. 당분간 남양군에 머물 것이니 조조와 원술에 대한 첩보를 집중적으로 파악해서 보고하시오. 이게 첫번째 임무요.”

“명을 따르겠습니다.”

원매는 장수의 항복시키고, 남양군을 모두 얻자 별가로 있던 염포를 남양군 태수로 임명해서 관리를 맡겼다. 장수는 보병 일만, 기병 삼천을 거느리고 신야성에 주둔했고, 호거아가 보병 오천으로 번성에 주둔하며 유표를 견제했다.

신야성과 번성에 머물던 병력들은 모두 완성으로 불러들였고, 조조와의 경계지대인 엽현에 곽준과 보병 오천을 주둔시켜 경계토록 했다.

유수를 볼모로 잡고 유표와 협상하기 위해 가후를 양양성으로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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