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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68화 (68/253)

# 68

제 68장 남양군전투南陽郡戰鬪-5-4

중군에서 느긋하게 대기하고 있던 장윤은 조독과 문칙이 기병 사천으로 급습하자, 혼비백산했다. 서량기병이 돌아갔기에 기병전력이 비슷해서 이런 동시다발적인 기습은 힘들 것이라 생각했으므로 몹시 당황했다.

사실 장윤을 비롯한 형주군은 서량, 유주기병의 무서움을 잘 몰랐다. 기병이면 다 같은 기병이라 생각하거나, 설령 변방의 기병이 강한 것을 알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그 차이를 오늘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방원진을 펼쳐서 막아라! 활을 쏘아라!”

장윤은 명령을 내리면서도 지금의 상황이 악몽 같았다. 보병 일만이 기병 사천의 급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모조리 죽여라! 유주기병의 무서움을 보여줘라!”

조독과 문칙이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방덕/마초가 이끄는 기병이 서량기병이라면, 조독/문칙이 이끄는 기병은 유주기병이었다. 요즘 들어서 기병들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일었는데, 조독이 이끄는 유주기병이 수적으로도 열세였고, 방덕/마초 때문에 확실히 밀리고 있었다. 조독이 열이 받은 이유였다.

방덕/마초에게 개인적인 무예로 따진다면 밀리는 것을 인정했지만, 기병운용에서 밀린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악독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장윤에게는 불운이었다.

보통 늑대가 양을 덮치면 숨통을 끊은 후 그 고기를 먹는데, 오랜 굶주린 늑대들은 숨통이 끊어지는 시간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물어 뜯었다. 마초/방덕이 전자라면, 조독/문칙은 후자에 가까웠다.

장윤군은 수백 명씩 뭉쳐서 흩어져 달아났다. 중군이 뚫리는 순간이었다. 조독은 성과를 올리자, 즉시 붉은색 천이 길게 연결된 커다란 화살을 높이 쏘아 올렸다.

원매는 벌떡 일어섰다. 기다리던 순간이 온 것이다.

“사마구! 송과! 출병한다! 조독과 문칙이 길을 열었다. 지금이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좋은 기회야! 반드시 적에게 큰 타격을 줘서 전과를 확대해야 한다. 알겠느냐?”

“예. 우장군!”

원매는 즉시 말에 올랐고, 기병들도 준비를 한 상태였기에 곧바로 말에 오르며 준비를 마쳤다.

“가자!”

원매가 말을 몰아나가자, 곧바로 사마구가 호위기병 오백을 이끌고 급히 뒤를 따랐다. 송과가 이천오백의 서량기병으로 간격을 두고 전속력으로 따라갔다.

장윤을 거세게 몰아 붙이던 조독기병은 거센 반격에 직면하며 처음의 기세가 꺾였다. 장윤군 근처에 자리잡고 있던 삼천기병이 달려들어 교전을 벌였고, 여유가 생기자 노련한 장윤이 궁수부대를 이용해서 반격에 나섰던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물러서지 마라!”

조독이 호각을 불며 계속 독려했다. 일시적인 반격으로 처음의 기세는 누그러졌지만, 아직도 우위에 있는 것은 분명했다. 또한, 조금만 버틴다면 원매가 기병지원할 것이 분명했기에 어떡하든 버텨야 했다.

장윤이 기병의 도움을 받으며 가까스로 버텨내고 있는 동안, 방계는 하늘이 노래질 만큼 힘들었다. 방덕의 사천기병이 급습하면서 공격에 전념하던 군의 전열이 흐트러진데다, 이것을 알아차린 이통, 감녕, 이휴가 총공격에 나서면서 수세로 몰렸기 때문이었다.

“방원진을 펼쳐라! 궁수들은 무얼 하느냐? 활을 쏘아라!”

방계는 입으로 계속해서 명령을 내리고 북을 울려댔지만, 어마 무시한 서량기병의 위력에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채모는 사방에서 기병들이 급습하자, 지원을 하지 못하고 방원진을 구축하도록 명령했다. 경험상 곧 자신에게로 기병들이 들이닥칠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유표군은 이제 공격은 고사하고, 파상적인 공격에 직면했다. 더군다나 동쪽은 육수가 막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배수진을 친 상황이 되어 버렸다.

형주기병 삼천과 장윤의 궁수부대가 강력하게 반격하자, 조독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전장은 서로 엉켜서 백병전으로 이어졌는데, 이것은 조독이 원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빌어먹을! 큰일 났구나. 우장군께서는 언제 지원군을 보내주시는가? 계속 이렇게 나가다가는 피해가 커질 텐데.”

조독은 적군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때, 후방에 뿌연 먼지가 솟아오르며 거센 말발굽소리가 그의 귀를 어지럽혔다.

“왔다! 지원군이 왔다! 힘을 내라!”

삐이이이이익—

조독이 세게 호각을 불자, 문칙과 사마들이 일제히 호각을 꺼내 불기 시작했다. 기병들은 이 소리를 듣고 힘을 내었다.

“모조리 섬멸하라!”

원매가 반월도를 들고 그대로 뚫고 들어왔고, 그 뒤를 사마구가 오백기병으로 따라 붙었다. 최정예 호위기병이 등장하자, 전투로 지쳐있던 형주기병은 그야말로 학살을 당했다. 이를 피해 도주하던 그들 앞을 송과가 이끄는 이천오백의 서량기병이 막아 섰다.

형주기병 삼천을 몰살시키고, 기병들이 일제히 장윤군을 덮쳤다. 그 뒤를 이어 참혹한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채모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형주군이 얼굴이 하얘져서 도주해오고 있었고, 그 뒤를 원매의 기병과 보병들이 잔인하게 척살하고 있었다. 이미 수많은 병사들은 무기를 던지고 엎드렸다. 채모는 겨우 하루 만에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처참한 패배를 직감했다. 이젠 방법이 없다.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후퇴한다! 동쪽으로 후퇴한다!”

채모가 명령을 내리자, 공포에 질려있던 병사들은 일제히 그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 앞을 육수가 막아 섰고 병사들은 두려움에 채모를 바라보았다.

“도하한다! 지금은 가을이니 육수가 깊지 않다!”

채모는 동시에 여러 군데로 병사들을 도하시켰다. 곳곳에서 물에 빠져 죽는 병사들이 속출했지만,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언뜻 무식해 보이는 방법이었지만, 대단히 효율적이고 악랄한 방법이었다. 수많은 병사들을 죽이고 결국 도하가능지점을 찾아낸 것이다.

“나를 따르라!”

채모가 호위기병을 이끌고 도하를 시작하자, 보병들이 일제히 몰려들면서 육수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채모는 육수를 건너자, 최대한 보병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병사 없이 도주를 한다면 일개도적들에게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원매는 온몸에 피를 뒤집어 썼다. 대충 얼굴을 닦아내고 주위를 둘러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역한 피비린내와 고약한 냄새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우장군! 채모가 일단의 무리를 데리고 육수를 건넜습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을 보았는가?”

전령의 보고에 원매가 욕설을 터트렸다. 이렇게 빨리 채모가 도주를 할 줄은 생각 못했다. 하지만, 추적하라는 명령은 끝내 원매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곳의 상황이 유리하긴 하지만, 매우 긴급했다. 만약 병력을 둘로 쪼갰다가 일이 틀어지기라도 한다면 매우 곤란해질지 몰랐다.

원매 휘하의 장수들이 저항하는 병사들을 척살하고, 나머지 병사들을 항복시키고 있을 때, 사마구가 급히 진언을 올렸다.

“지금 채모가 급히 도망가느라 그의 깃발등 주요 소지품을 놓고 갔습니다. 기병들을 그들의 옷으로 갈아 입혀서 채모군의 깃발을 들고 번성으로 가게 하면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성문을 열 때, 일천기병으로 급습한다면 충분히 점령할 수 있습니다.”

“번성이 그 정도로 취약한가?”

“예. 항병들로부터 정보를 취합한 결과, 성주는 유수인데 유표의 둘째 아들입니다. 천성이 남 비난하는 것을 좋아하고, 무장으로서의 통솔력은 없습니다. 이곳으로 대군을 보내면서 겨우 이천이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충분하겠어. 송과!”

“예. 우장군. 찾으셨습니까?”

“사마구 말을 들었지? 자네가 일천기병을 이끌고 일을 처리해봐. 할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그런데 일천을 빼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거의 마무리가 되고 있어. 채모를 추격하기 위해 많은 병사를 빼는 것은 곤란하지만, 일천은 괜찮아. 그리고 번성을 점령하면 남양군을 완전히 손에 넣는 것이야. 제대로 하게. 일이 틀어지면 곤란해.”

“목숨을 걸고 성공시키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송과는 군례를 올리고는 곧바로 눈치 빠른 기병 오십을 추려서 채모군으로 위장시킨 후 먼저 출병시켰다. 그리고 그 뒤를 조용히 일천기병으로 따랐다.

송과의 기병 오십은 어둑어둑해질 때, 번성에 도착했다. 채모의 깃발을 들었고, 모두 형주군 복장을 하고 있었기에, 위병은 몇 마디를 한 후 채모가 보낸 병사로 생각하고 쉽게 문을 열어주었다. 성문이 열리자 오십의 기병들은 칼을 뽑아 들고 전투를 벌였고, 어둠 속에 숨어있던 송과의 일천 기병이 그대로 밀어 닥쳤다.

방안에서 술을 마시며 거나하게 취해있던 유수는 시끄러운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어떤 놈이 시끄럽게 구는 것이냐?”

사람 죽는 소리를 시끄럽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는 술에 취해 있었다. 급히 문이 열리며 교위가 들어왔다.

“공자님! 큰일 났습니다. 적들이 형주군으로 속여서 성안에 침입했습니다.”

“한교위. 그건 네가 처리해야 할 일이 아니더냐?”

교위 한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군례를 올리고 밖으로 나섰다. 그의 눈에는 일천의 서량기병이 학살을 자행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병사들은 두려워서 무기를 내던지고 엎드려 항복했다. 전투가 아니었다. 한영은 망설임 없이 두 손을 들고 소리쳤다.

“멈추시오. 항복하겠소. 병사들을 더는 죽이지 마시오.”

한영이 항복하자, 병사들도 눈치를 보며 무기를 던졌다. 곧이어 송과가 달려와 그의 목에 칼을 대며 물었다.

“유수는 어디 있느냐? 알려준다면 너의 항복을 받아들이마.”

“내 뒤쪽 방에 있소이다. 지금 술을 너무 먹어 도망도 못 갈 것이오.”

송과는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성주란 놈이 이지경이라니. 교위 한영이 적극적인 저항을 포기하고 항복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유수를 끌어내라!”

송과의 단호한 명령에 병사들이 방으로 들이닥쳐, 술에 취한 유수를 끌어내 마당에 내동댕이쳤다. 유수는 토악질을 해댔다. 그는 머리를 들어 주위를 살피고는 그제야 상황을 눈치챘다. 부들부들 떨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나를 ······.. 어찌 할 셈이오?”

“왜? 살고 싶으냐? 지금 조양현에서는 형주군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데, 목구멍으로 술이 넘어가느냐? 이 멍청한 놈아!”

“살려주시오. 나는 유목사의 둘째 아들이오. 섭섭하지 않게 보상을 해드릴 것이오.”

“알고 있다. 그게 아니었다면 당장 네놈의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여봐라- 당장 유수를 방에 연금하고, 철저히 감시하라! 알겠느냐?”

“예. 장군.”

병사들이 그를 방으로 끌고 가자, 유수는 순순히 끌려갔다. 송과는 곧바로 죽간을 작성하여 원매에게 번성을 점령했음을 보고했다.

송과는 전령을 원매에게 보내고는 경계를 강화시켰다. 원매는 송과를 보낸 지 오일만에 번성을 함락시켰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미 조양현 전투는 끝이 났고, 전장정리까지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무려 이만이 죽고, 사만이 항복했으며, 겨우 일만이 도주를 했다. 방계, 등희, 장윤은 난전 중에 목숨을 잃었고, 왕위와 문빙은 항복했다.

원매군의 피해는 비교적 적었다. 보병 사천이 죽었고, 기병은 일천오백이 사망했다. 기병전력이 압도적이었지만, 형주기병 오천을 단시간 내에 무리하게 몰살시키면서 피해가 커졌다. 그 덕분에 전투의 주도권을 완전하게 잡아 승리할 수 있었다.

[문빙(29)] 무력:84, 지력:70, 정치력:68, 통솔력:84

기병과 수군통솔에 두루 능했으며, 강하의 수호신이라 불릴 정도로 방어에 특화된 능력을 발휘했다.

[왕위(35)] 무력:65, 지력:55, 통솔력:72

유종에게 조조를 물리칠 계획을 헌상하지만, 그 이후로는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문빙과 왕위는 원매가 설득한 끝에 항복했다. 곽독/곽준 형제가 그들이 항복을 하도록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 원매는 크게 기뻐하며 문빙과 왕위를 위로했다.

원매는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남양군의 모든 현령을 소집했다. 이제 누가 남양군의 주인인지를 보여줄 차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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