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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67화 (6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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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7장 남양군전투南陽郡戰鬪-5-3-지도첨부

신야와 번성일대는 광활한 평야지대였고, 중간에 조양현이 위치해 있었다. 조양현은 인구가 많았지만, 채모가 대군을 이끌고 올라오자 두려움에 자리를 뜨면서 빈 마을이 속출했다. 원매는 채모군이 움직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는 곧바로 장수들을 소집했다. 원매가 상좌에 앉은 가운데, 장수들이 굳은 표정으로 속속 입실했다. 곽준, 곽독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전장군(전예)! 상황을 설명하게.”

전예는 일어나서 원매에게 정중하게 예를 표한 후, 상황설명을 시작했다.

“번성 인근에 머물고 있던 채모군이 이곳으로 진격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그들의 병력은 보병 7~8만, 기병 4~5천 정도로 추산됩니다. 병사들의 기강이 문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정예병은 아닌 듯합니다.”

그는 지도를 짚어가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이곳이 번성이고, 이곳이 신야성, 여기가 조양현입니다. 번성에서 조양현까지 나흘, 신야성에서 조양현까지 이틀이 걸릴 것으로 추정합니다. 대군이 움직이는 만큼 빠른 행군은 불가합니다. 이곳은 넓은 평야지대로서 숨을 곳이 없으며, 육수育水가 제법 큰 강이라 장애물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정면에서 막고, 후방과 측면에서 기병으로 공격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이통의 질문에 전예가 빙그레 웃었다.

“그렇습니다. 이번 전투는 정면에서 저와 이통장군이 적들을 막아서고, 서쪽과 남쪽에서 기병을 대거 우회기동 하여 급습을 해야 합니다. 저들이 보병에서 우세하기 때문에, 곧바로 출병하여 목을 선점하고 방책을 펼친다면 유표군을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좋은 작전이야. 다른 의견 있는가?”

특별한 질문이 없자, 전예는 실질적인 부대배치를 자세하게 설명했는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하단 지도 참조-

-부대배치-

-전면 : 전예/위연/곽독 보병 이만, 이통/감녕 보병 일만 오천.

-예비 : 강합/양정 보병 일만, 이휴 보병 오천.

-측면 : 방덕/장의 기병 사천, 조독/문칙 기병 사천

-후방 : 마초/마대 기병 오천.

-신야성 방어: 노욱, 곽준 보병 이천.

-호위대: 원매, 사마구, 송과 기병 삼천.

“자- 잘 들었지. 이번 전투는 언 뜻 보기에 불리해 보이지만, 우리가 유리한 전투야. 왜냐하면 기병에서 우리가 세배나 우위에 있기 때문이지. 더군다나 기만술에 휘말려서 적들의 기병이 뒤로 빠졌어. 그러니 승리는 우리의 것이야. 보병이 적들을 막아서는 동안, 기병들은 틈을 봐서 일제히 측면과 후방을 기습하면 될 거야. 알겠는가?”

“예. 우장군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좋아. 당장 출병해! 원가의 위명을 높여라!”

원매의 명령이 떨어지자, 장수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군대를 점고하기 시작했다. 원매는 잠시 상좌에 앉아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지형이 참으로 묘하구나. 동쪽으로 깊게 들어갔으니, 그곳으로 몰아넣는다면 대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서량기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토록 큰 힘이 될 줄을 몰랐구나. 유표도 안타깝군. 이런 상황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다니. 오랫동안의 평화가 정신을 마비시켜놓은 것이 틀림없어.’

생각에 잠긴 원매에게 곽준이 조심스럽게 진언을 올렸다.

“우장군. 제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곽준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원매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이보게. 곽준. 노욱이 신야성 방어에 최선을 다하는 동안 자네는 원활하게 군수지원을 하는 것이 임무야. 계획대로 짧은 시간에 전투가 끝난다면 자네가 전투에 참가해도 문제가 없어. 하지만, 전투가 예상 밖으로 길어지면 노욱이 성 방어는 물론 군수지원까지 해야 해. 자네의 마음은 알겠는데 조금만 기다리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곽준은 자신의 의견에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는 원매에게 주군으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호감을 느꼈다. 그만큼 자신을 배려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이다. 곽준이 물러가자, 원매는 사마구를 대동하고 밖으로 나섰다.

장수들이 군대를 점고하는 소리가 요란했다. 명령을 내린 지, 겨우 반 시진(한 시간)이 흘렀을 때, 기병은 출병을 시작했다. 보병도 두 시진(네 시간)이 지나자 출병을 개시했다. 대규모 군대가 출병하자 뿌연 먼지가 솟아 올랐다. 저 안에서 먼지를 마신다면 괴롭겠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사마구. 너는 이번 전투를 어찌 생각하느냐?”

“보병이 무너지지 않고 버텨 준다면 승리할 것입니다.”

“전예, 이통이 이끄는 보병이 무너질까 걱정되느냐?”

“먼저 목 지점을 선점하고 방책을 쳤는데, 그럴 리는 없겠지요. 다만, 상황을 주시하면서 예비대 투입시기를 정확하게 파악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기더라도 아군의 피해가 클 것입니다.”

“많이 늘었구나. 너도 송과와 함께 출병을 준비하거라!”

“예. 우장군.”

사마구가 물러나는 것을 보며 원매는 호위병들에게 갑옷과 반월도를 가져오게 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갑옷을 입고, 묵직한 반월도를 들자 전투가 실감났다.

“이번에도 이 반월도에 많은 피를 묻히겠구나. 난세인데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전예와 이통은 조양현에 도착하자, 예하 장수와 병사들을 총동원해서 방책을 치고, 장애물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일자형태를 띠며 방책은 길게 이어졌다.

채모는 기병 삼천을 앞세워 정찰을 하며 앞서 보냈고, 방계, 등희, 왕위에게 보병 일만 오천씩 주어 진군시켰다. 채모 자신은 장윤과 함께 이만을 거느리고 중군에 위치했다. 후방은 문빙이 보병 오천과 기병 이천으로 후방을 맡았다.

도합 칠만 오천의 병력이 움직이자, 엄청난 먼지구름이 솟아 올랐다. 백성들은 멀리 피신하여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채모는 행군하느라 먼지를 뒤집어쓰자, 이맛살을 찌푸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내가 먼지나 뒤집어써야 하다니. 원매. 이 육시를 할 놈 같으니라고.”

채모는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고는 물을 들이켰다. 짜증스럽게 앞을 보며 말을 타고 가고 있을 때, 전방에서 전령이 다가와 보고를 올렸다.

“장군. 적들이 조양현에서 신야성으로 가는 길목을 막아 섰습니다. 목 지점을 선점하고 방책을 쳤으며 장애물을 설치했습니다. 방책 때문에 정확한 인원은 파악하기 힘듭니다.”

“이 죽일 놈들이 드디어 나왔구나!”

채모는 이를 바드득 갈며 되물었다.

“우회할 길은 있더냐?”

“낮은 구릉이 서쪽으로 늘어서 있습니다. 보병이나 기병은 충분히 우회가 가능하지만, 군량을 실은 수레는 불가능합니다.”

“가서 방계, 등희, 왕위에게 전투준비를 하고 내 명령을 기다리라고 전해라! 내가 앞으로 나갈 것이다.”

“예. 장군!”

전령이 물러나자, 장윤에게 일만을 주어 중군을 맡기고는 채모는 일만을 이끌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뿌연 먼지가 걷히자, 길게 늘어선 방책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앞에 장애물도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단기간에 설치한 것이라 매우 견고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성가신 것은 분명했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야. 저놈들이 성안에서 틀어박혀 있었다면 더 힘들어. 오늘은 여기서 숙영을 하고, 내일 아침에 공격한다. 방계! 등희! 왕위! 철저히 경계를 세우고, 아침에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예- 장군!”

채모의 명령에 장수들이 일제히 복명하며 물러갔다. 그들은 야간 공격에 대비하며, 구덩이를 파고 방책을 치며 주둔지를 편성했다. 원매군의 공격에 대비하여 잔뜩 긴장하여 야간 경계를 강화했지만, 그날 밤은 아무 일도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이튿날.

날이 밝자, 채모는 방계, 등희, 왕위에게 공격을 명령했다. 도합 사만 오천의 병사들이 방패를 들고 진군을 하자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대단했다. 그들은 2인 1조를 이루어 한 명이 방패로 보호하고, 한 명은 장애물을 치우기 시작했다.

전예와 이통은 장애물을 치우는 적군에게 일제히 화살을 쏘았다. 커다란 방패로 막았기에 생각보다 화살로 큰 타격을 줄 수는 없었다.

“정조준을 해서 활을 쏘아라! 마구 화살을 날려 낭비한다면 용서치 않겠다!”

전예와 이통은 계속해서 노병/궁수부대를 독려하고 또 독려했다. 앞으로 전투가 벌어지면 화살의 쓰임새가 많기 때문에 허무하게 버려지는 막기 위한 조치였다.

시간이 걸렸지만, 장애물이 대부분 치워지자 채모는 돌격을 명령했다.

우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을 지르며 사만 오천의 병사들이 일제히 방책으로 달려갔다.

“활을 쏘아라!”

슈슈슈슈슉—

전예가 명령으로 하늘을 새카맣게 덮으며 화살이 쏟아졌다. 수많은 병사들이 화살을 맞아 죽었지만, 워낙 대군이었고 방패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는 미미했다.

쾅— 쾅—

통나무를 든 병사들이 일제히 방책을 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방책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원매군은 나무로 방책을 지지하며 몸으로 막았다. 집중적으로 통나무를 이용해 방책을 타격하면서, 보병들이 일제히 방책으로 기어 올랐다. 사람 키보다 조금 높은 방책이었다. 곳곳에서 혈전이 벌어졌고, 방책이 무너졌다.

그때마다 위연과 감녕이 정예군을 투입하여 물리치고, 방책을 보수했다. 근접전이 벌어지면서 엄청난 혈전이 벌어졌다. 원매군이 경험도 많고 정예였지만, 초반이라 유표군의 체력도 유지되었고, 더 많은 병력이었기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투가 이어졌다. 아침부터 시작된 전투는 벌써 두 시진 째 이어지고 있었다.

삐이이이익—

잇달아 강한 호각소리가 울렸고, 징 소리가 크게 울렸다. 감녕과 위연이 막아서는 동안, 전예와 이통이 보병을 뒤로 후퇴시켰고, 예비대로 있던 강합, 양정, 이휴가 일만 오천을 이끌고 앞으로 나왔다.

위연과 감녕도 뒤로 빠져 부대를 정비했다. 다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채모는 원매의 방책이 무너질 듯하면서도 버티자, 계속해서 진격을 독려했다. 전투경험이 별로 없는 유표군이었기에 초반에서 밀린다면 반전의 기회를 잡기 힘들 것이라 판단했다.

후방 문빙군영.

문빙은 전방에서 요란하게 들리는 전투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병사들이 죽어가며 내지르는 비명소리는 항상 그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빨리 전투가 끝이 나야 할 텐데.”

경계강화를 지시하고는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 털썩 앉아 차를 죽- 들이켰다. 그때였다.

“장군! 큰일났습니다! 수천의 기병이 후방에 나타났습니다.”

“뭐야? 당장 기도위 장소를 출병시켜라! 빨리 북을 쳐서 상황을 전파하라!”

둥둥둥둥—

북소리가 크게 계속하여 울렸고, 장소는 이천기병을 출격시키기 위해 점고를 하느라 난리를 쳤다. 마초/마대가 이끄는 기병은 낮은 구릉 뒤로 밤새도록 은밀히 기동하였다가, 정오쯤 되어 문빙군이 다소 흐트러지자 일제히 기습을 가한 것이다.

정예 서량기병의 급습은 무서웠다. 마초와 마대를 따라서 용맹한 기병들이 수십 개조로 나뉘어 그대로 문빙군 속으로 파고들었다. 기도위 장소는 수백의 기병만을 이끌고 마초기병에 대항했다. 문빙은 방책 안에서 활을 쏘라며 소리를 질렀다.

병사들이 그제야 부랴부랴 달려와 준비를 하는 동안, 마초의 기병은 그대로 낮은 방책을 넘었다. 중간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 방책이 무너졌고, 속속들이 기병공격은 진행되었다. 양떼 속에 이리가 뛰어든 것처럼 문빙군은 속수무책이었다.

채모군영.

채모는 전예/이통에게 막혀 고전하자, 짜증이 솟구쳤다.

“장군! 큰일 났습니다.”

“뭐가 큰일 났다는 것이야?”

“수 천 기병이 후방을 급습하여 문빙장군이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또한 측면의 장윤장군, 방계장군도 기병의 급습을 받았습니다. 모두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채모의 안색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기병공격이 세군데서 동시에 이뤄졌다면, 마초가 서량으로 돌아간 것 거짓이었고, 적의 기병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증거였다. 그 순간 머릿속에 단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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