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
제 66장 남양군전투南陽郡戰鬪-5-2
양양성.
번성에서 유수가 보낸 전령이 이곳에 도착하자,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양양성은 발칵 뒤집어졌다. 주요 대신들이 유표의 치소로 몰려들었다. 이곳은 원매를 성토하는 대신들의 고성으로 매우 시끄러웠다.
유표가 인상을 찌푸리며 듣고 있다가 손을 들어 논쟁을 중단시켰다.
“괴별가(괴월). 자네 의견을 말씀해보시게. 어찌하면 좋겠는가?”
“아무리 원매가 원소의 아들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형주입니다. 당연히 군대를 보내서 물리쳐야 합니다. 이 겁 없는 애송이가 관중과 한중을 차지하더니 미쳐버린 게 틀림없습니다.”
괴월의 주장을 시작으로 대신들이 일제히 원매를 공격해야 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이때 가만히 의견을 청취하던 채모가 입을 열었다. 그가 나서자, 치소 안은 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졌다.
“주군. 일단 사신을 먼저 보내서 타일러 보시고, 그게 안되면 군대를 보내서 물리쳐야 합니다. 그래도 원소의 아들인데, 함부로 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 채호군 말이 옳아. 그런데 말이야. 어찌 원소에게서 그런 놈이 태어났을까? 그거 참. 그럼 사신으로는 누가 갔으면 좋겠는가?”
“한별가(한숭)가 적격일 듯합니다.”
유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숭이라면 학식이 깊고, 정치력도 있어서 무난한 인물이었다.
“채호군! 출병할 수 있도록 당장 군대를 점고하시오. 만약 협상이 틀어지면 바로 출병하여 원매를 공격하겠소.”
“예. 주군.”
“한별가. 지금 즉시 신야로 가서 원매와 협상을 하시오. 조용히 타일러 보고, 말을 듣지 않으면, 그냥 돌아오시오. 그때는 군대를 보내 혼내주는 수밖에.”
“예. 주군.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한숭이 유표의 명을 받아 신야성으로 향할 때, 원매는 군대를 이끌고 신야성으로 입성했다. 방덕, 마초를 비롯한 장수들이 밖으로 나와 원매를 맞이했다.
“고맙네. 신야성을 이렇게 쉽게 점령하다니. 이번 전투에서 자네들의 공을 잊지 않겠어.”
“성을 점령하는데, 모든 장수의 공이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제일 큰 공은 처음에 죽음을 무릅쓰고 적을 속이고, 성문의 이음쇠를 부숴 닫히지 못하도록 만든 장의입니다. 둘째는 성문을 부숴버리고, 적들을 학살하는 용맹을 보여준 마초입니다.”
“장의! 마초! 이번에 세운 자네들의 공은 내 머릿속에 새겨놓겠네.”
원매는 장의, 마초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고, 전투가 끝나면 반드시 포상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공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방덕, 마대, 송과의 공을 치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원매가 성안으로 들어서자, 많은 장병들이 일제히 군례를 올리는 장관이 벌어졌다. 그는 손을 흔들며 현청으로 향했다. 곽독, 곽준이 대기하고 있다고, 원매를 보자 급히 군례를 올렸다.
[곽독(27)] 무력:77, 지력:61, 정치력:62, 통솔력:78
곽준의 형으로 부곡을 이끌었다.
[곽준(22)] 무력:73, 지력:72, 정치력:68, 통솔력:77
수성의 대가였으며, 유비는 곽준이 40세에 죽자 매우 애통해했다고 한다. 일만의 공격을 수백으로 일년을 버티다가, 방심을 틈타 기습하여 적장을 죽일 정도로 지략과 용맹이 뛰어난 장수였다.
“형주에서 가장 뛰어난 무인을 얻다니 내가 참으로 복이 많군. 곽독! 곽준! 반갑네. 앞으로 자네들은 항장이 아니라 똑 같은 내 부하장수야. 공을 세울 때 결코 차별하는 일이 없을 것이니, 열심히 노력하게.”
“감사합니다.”
원매의 파격적인 발언에 둘은 급히 머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원매는 그들을 위로하고는 장수들에게 주둔지를 편성하고 쉴 수 있도록 조치했다. 현청의 상좌에 앉은 원매는 생각에 잠겼다.
‘이별가가 한수를 설득하는 것이 실패했다. 어쩌면 또다시 하변성이나 농관에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 그것은 그쪽에 맡겨두자. 남양군을 확실하게 점령해야 해. 곽준을 얻었으니 전투가 끝난 후 유표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고, 곽독은 장수로 데리고 다녀야겠어. 곽익은 원패의 친구로 삼으면 좋겠군. 충성스럽고 용맹하니 이만큼 좋은 인물도 드물어.’
뛰어난 장수 두 명과 미래의 충신을 한꺼번에 얻자, 원매는 흐뭇한 미소가 얼굴에 걸렸다. 이틀을 신야성에 머물면서 여러 곳에 정찰병을 보내며 확인하고 있을 때, 한숭이 호위기병에 둘러싸여 신야성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한숭은 호위병의 안내를 받아 원매에게로 나아갔다. 상좌에 당당하게 앉은 원매를 보고는 한숭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저 나이 어린 귀공자 정도로 추측했었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숭(40)] 지력:72, 정치력:74
유표휘하에서 별가를 지냈고, 조조휘하에서는 대홍려를 지낸 문관이다.
“우장군을 뵙습니다. 저는 별가를 맡고 있는 한숭이라고 합니다.”
“어서 오시오. 내가 우장군 원매요. 그래 어쩐 일로 오셨소?”
“어쩐 일이라니요? 이곳은 엄연히 유목사(유표)의 영토인데, 허락 없이 군대를 이끌고 오셨지 않습니까? 대장군과 유목사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군대를 물려주셨으면 합니다.”
“글쎄, 이곳 백성들의 삶이 고단하여 내게 구조를 요청했네. 그래서 내가 들어온 것이지. 백성들이 고통스러워하는데, 어찌 자네의 말 한마디에 물러가겠는가? 그리는 못하겠네.”
원매는 단호하게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원매의 표정이 굳어지며, 짧아진 말투로 거절하자, 한숭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버티시면 결국 전쟁입니다. 형주 전체를 가지고 계신 유목사께서는 십만의 군대를 동원할 수 있습니다. 감히 대적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신야성을 돌려주십시오.”
“나도 그 정도 준비는 하고 왔으니, 오시라고 하게. 이게 내 대답일세.”
한숭은 더는 말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자, 원매에게 예를 올리고는 신야성을 나왔다. 한숭이 남쪽으로 달려갔지만, 원매는 장수와 병사들에게 휴식을 부여했을 뿐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전투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준비도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숭이 돌아간 후로, 원매는 정찰을 더욱 강화하며, 유표군을 기다렸다. 신야성 인근의 현령들은 원매가 대군을 이끌고 신야성으로 들어서자, 납작 엎드렸다. 그들은 전쟁이 일어날 것임을 직감했고, 그렇다면 승자를 따르는 것이 최선임을 알고 있었다.
번성.
유수는 한숭으로부터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망연자실해졌다. 혹시라도 유표가 자신에게 출정을 명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원매 이놈은 왜 군대를 이끌고 와서 속을 썩이는 거야. 죽일 놈 같으니라고.”
유수는 불안함 마음에 원매를 저주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한숭이 양양성으로 되돌아간 지 며칠 후, 엄청난 대군이 면수를 도하하여 북쪽으로 올라왔다. 채모가 총대장으로 나섰고, 장윤, 왕위, 문빙, 방계, 등희가 보병 칠만, 기병 오천을 지휘하고 있었다.
“채호군께서 직접 오셨습니까? 어마어마한 군세로군요.”
“이공자(유수)께서 나오셨군요. 한별가를 보낼 때부터 준비를 해두고 있었습니다. 적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신야성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보병이 적어도 삼, 사만은 된다고 하고, 기병이 일만을 넘는다고 합니다. 저들의 군세가 매섭다고는 하지만, 채호군께서 직접 나섰으니 안심이 됩니다. 어서 저놈들을 남양군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흠········· 기병이 일만이라······. 만만치가 않겠군요.”
“우리군이 칠만 오천인데, 무슨 걱정입니까? 두 배나 많은 병력이니 한번에 몰아 붙이면 끝이 납니다.”
채모는 철없는 유수의 대답을 듣자, 짜증이 났다. 그는 유수로부터 정보를 얻지 못하자, 간단하게 예를 표하고는 번성을 지나쳐 넓은 들판에 주둔지를 편성했다. 그 후, 왕위에게 정찰임무를 맡겼다. 정확하게 원매의 군세를 파악한 후 대응할 계획이었다.
원매는 채모의 군대가 도하한 것을 알아차리고는 곧바로 작전을 개시했다. 적의 군대가 워낙 대군인 만큼 허실을 알아보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정찰을 강화하였다. 또한, 적을 혼란 시키기 위해서 헛소문을 퍼트렸다.
-서량에서 지원 나왔던 마초, 마대가 알력이 생겨서 돌아갔다.
-현재 원매의 기병은 칠천이다.
기병전력을 감추기 위한 계책이었다. 실제로 훤히 보이는 들판에서 가볍게 기병간의 접전이 일어났고, 큰 소리로 말싸움을 하게 했다. 이후 마초, 마대가 이끄는 기병 오천은 북쪽으로 이동시켰다.
“과연 저들이 속아줄까?”
“속는다면 서량기병으로 뒤를 급습해서 전투를 유리하게 가져가면 되고, 만약 속지 않는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서량기병의 급습에 대비하면서 전투를 해야 하니, 불안할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적이 더욱 무서운 법입니다.”
전예의 진언을 듣자, 원매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이 움직일 때를 기다려야겠지?”
“그렇습니다. 행군을 하면 병사들이 피곤해집니다. 번성에서 이곳까지 꽤 먼 거리입니다. 신야성을 되찾기 위해 반드시 올 것이니 기다리십시오. 틈을 봐서 공격을 한다면 승리는 우장군의 것입니다.”
“좋아. 정찰을 계속 강화시키고, 병사들을 언제든지 출병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전예는 군례를 올리고는 물러났다. 원매가 전투를 벌일 때, 제일 믿고 맡기는 장수가 전예였다. 지략이 뛰어나서 병법에 밝을 뿐만 아니라, 통솔력도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채모는 정찰병들의 보고를 듣고는 고민에 빠졌다. 일이 너무 쉽게 풀리고 있었다. 때를 맞추어 저들의 기병에 알력에 생겼고, 막강한 서량기병이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다. 의심이 덜컥 들었다. 경험이 많은 채모가 걱정에 불안했지만, 장윤, 왕위, 방계, 등희 등은 좋은 기회라며 채모에게 전투를 벌일 것을 권유했다.
“장군. 무엇을 망설입니까? 정찰병의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기병들간에 전투가 벌어지고, 수천 기병이 북쪽으로 돌아갔습니다. 알아보니 강력한 서량기병이었고, 그 대장이 마초, 마대였다고 합니다. 당장 공격하시지요. 행운이 장군에게 몰려들고 있습니다.”
제법 지략이 있다는 방계의 진언이었다.
“만약 이것이 저들의 계책이라면 어쩌겠는가?”
“예? 설마요? 전투가 벌어져서 꽤 많은 사상자가 났다고 합니다. 그런 계책도 있습니까?”
“계책 같지는 않은데, 시기가 절묘하지 않느냐 이거지. 내가 군대를 이끌고 와서 정찰을 하자, 저들이 보란 듯이 싸웠고 마초는 기병을 이끌고 돌아갔어. 좀 이상하잖아.”
“그럼 어쩌시겠습니까? 시간을 끈다면 저들은 신야성 북쪽을 확실하게 점령할 테고, 되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그리 되면 채장군의 명성에도 흠이 되지 않겠습니까?”
채모는 이빨을 악물었다. 신야성에 눌러앉은 원매를 격퇴하지 못한다면 숨죽이고 있던 놈들이 자신을 성토할 것이 분명했다. 형주에서 채모의 위치는 확고했기에 여기서 실패한다고 목이 달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리 되면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 것임은 분명했다.
“알았다. 출병준비시켜! 문빙을 불러오너라!”
“예. 장군.”
방계가 밖으로 나가고, 곧이어 문빙이 들어와 군례를 올렸다.
“문빙. 서량기병이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들었습니다.”
“내가 다른 장수들과 함께 공격을 하는 동안, 네가 보병 오천, 기병 이천으로 후방에 남아 서량기병의 급습에 대비하라!”
“명을 따르겠습니다.”
문빙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채모의 명령에 신속하게 복종했다.
“원매 이놈!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모르지만, 문빙이 뒤에서 버틴다면 후방급습이 힘들 것이다. 보병은 내가 우위에 있으니 한방에 끝을 내주마!”
채모는 주먹으로 탁자를 치며 낮게 으르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