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65화 (65/253)

# 65

제 65장 남양군전투南陽郡戰鬪-5-1

남양군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업성으로 보냈던 전령이 돌아왔다. 원매는 죽간을 받아 들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패라? 좋구나.”

그는 죽간을 품에 넣고는 처소로 향했다. 원매가 일찍 돌아오자, 황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맞이했다.

“이렇게 일찍 퇴청하다니, 무슨 일이 있는게냐?"

“퇴청은 아니고, 이것을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

황옥은 원매가 내민 죽간을 읽고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와 함께 봉영에게 다가갔다. 봉영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황옥이 죽간의 내용을 이야기하자, 봉영도 밝은 웃음을 지었다.

“아가야. 네 이름이 패覇란다. 드디어 아버님께서 이름을 지어 주셨구나.”

원매는 물끄러미 원패를 바라 보았다. 자신을 쏙 빼 닮은 외모하며, 아이치고는 건장한 체격을 하고 있었다. 물끄러미 원패를 바라보는 원매를 보고는 봉영이 빙긋 웃으며 가볍게 힐책했다.

“아기만 보입니까? 저는요?”

“응? 물론 제일 먼저 부인을 보았소.”

원매는 원패를 바라보며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 아이에게는 좋은 세상을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었다. 그는 한참을 그렇게 원패를 바라보다, 다시 일을 해야 했기에 일어섰다. 따가운 두 여자의 시선이 그의 등에 꽂혔지만, 부지런히 치소로 향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원매는 좀 재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198년 9월.

9월말이 되자, 장안성은 전쟁준비로 인하여 매우 분주했다. 넓은 벌판이 병사들로 가득 찼으며, 엄청난 군량과 건초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원매는 방덕, 장의, 송과와 오천, 마초, 마대의 육천 도합 일만 일천 기병에게 선발대로 출전하여 신야를 점령할 것을 명령했다.

“방장군! 신야성을 점령하라! 그들의 경계가 허술하거든 급습하여 점령하고, 강력하게 버틴다면 남쪽에서 올라오는 길목을 모조리 끊고 대기하라. 알겠는가?”

“명을 따르겠습니다.”

“즉시 출발해서 원가의 위명을 높여라!”

“예. 우장군!”

방덕이 명령을 내리면서, 일만 일천 기병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남쪽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조독, 문칙이 오천 기병을 이끌고 따랐고, 전예가 위연, 강합, 노욱, 양정과 보병 삼만으로 뒤를 이었고, 이통이 감녕, 이휴와 보병 2만을 이끌고 후방에서 행군했다. 그 뒤를 셀 수 없이 많은 양초를 실은 수레가 뒤를 이었다.

방덕은 조심스럽게 무관을 넘어서자, 속도를 내어 말을 몰아갔다. 무관을 넘어서면 평지였기 때문이었다. 장수의 지시가 있었는지 방덕 / 마초가 대규모의 기병을 이끌고 나타났음에도, 장수의 병사들은 성을 지키기만 할 뿐, 막아서지 않았다.

사흘을 쉼 없이 달려 유표와 장수의 경계지대인 양현에 도착했다. 유표는 장수를 예하세력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경계도 소홀했다. 유표가 군량으로 압박하면 장수가 곧바로 저자세로 나왔기에 그의 이 같은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몰랐다. 다만, 원매라는 변수를 생각하지 못한 것은 유표의 치명적인 실책이 될 것임은 분명했다.

방덕은 정찰기병을 편성하여 신야성으로 급파하고는, 나머지 기병들을 천천히 진군시켰다. 장의는 기병 일백을 이끌고 신속하게 신야성 부근에 도착하여 상황을 살폈다. 장수가 북쪽에서 조조를 막아준 덕분에 신야성은 평화로웠다.

“장군. 성문을 지키는 위병이나 성곽 경계병들의 군기상태가 상당히 느슨합니다.”

“그래. 이놈들이 몇 년을 평화롭게 살더니,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구나. 어찌한다?”

정찰기병의 보고를 받은 장의는 고민에 빠졌다. 신야성은 꽤 큰 성이었고, 상인들과 백성들의 출입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딱히 계책이 떠오르지 않자, 장의는 정찰기병을 거느리고 곧바로 방덕에게 돌아갔다. 장의로부터 보고를 받은 방덕은 생각에 잠겼다가 명령을 내렸다.

“장의. 기병 일백을 이끌고 신야성으로 가서 성문을 점령하라. 장수의 기병이라 말하고, 저들이 검문할 때, 일제히 급습을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성문 점령이 힘들다면 닫히지 못하도록 부숴라. 일각(15분)을 버틴다면 내가 기병들을 이끌고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성문을 점령하겠습니다.”

“매우 어려운 임무야. 일각은 매우 긴 시간이지. 명령을 바꾸지. 성문의 이음쇠를 부숴서 닫히지 못하도록 만들고 후퇴하라! 괜히 버티다가 일이 잘못되면 몰살당할 수 있다. 알겠느냐?”

“명을 따르겠습니다.”

장의는 최대한 침착하게 기병들을 이끌고 신야성으로 이동했다. 백성, 상인들에 섞여서 가는 그들은 긴장감에 땀이 주르륵 흘렀다.

“멈추시오!”

성문을 지키던 위병이 급히 장애물을 치고는 장의를 막아 섰다. 수문장으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어디서 오는 뉘시오?”

“수고가 많습니다. 저는 장장군(장수)의 명령을 받고 양양성으로 이동중인 장의라고 합니다.”

“양양성에는 무슨 일로 가시오?”

“채호군(채모)께 죽간을 전해드리고, 물건을 받아오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채모라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수문장도 움찔했다. 형주에서 채모의 권세는 최고조에 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병의 수가 많자, 부쩍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어찌 이리 기병이 많은 것이오? 아무래도 수상한데?”

장의는 급히 말에서 내려 슬그머니 수문장에게 황금을 건네주었다.

“약소하지만, 받아두시오. 채호군께서 많은 물건을 주신다고 해서 이렇게 많은 기병을 데려가는 것입니다. 또한,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요. 우리 같은 아랫것들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그러니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마시고 도와주시오.”

“크흠- 뭐 이렇게 까지. 알겠소.”

수문장이 황금을 받아 챙기며 손짓을 하자, 병사들이 장애물을 치우기 시작했다. 장의는 기병들에게 눈짓을 하여 준비를 시켰다. 장애물이 대략 치워지자, 장의가 별안간 칼을 뽑아 들어 수문장의 목을 치고는 크게 소리쳤다.

“당장 성문을 부숴라!”

두두두두두—

장의가 기병 오십을 이끌고 경계병들과 전투를 벌이는 동안, 나머지 오십은 말에서 내려 도끼로 성문의 이음쇠를 부쉈다. 작심하고 도끼질을 하자, 힘없이 부서졌고, 성문은 그 기능을 상실했다. 당황하던 경계병들이 화살을 쏘면서 대응하자, 기병들이 하나 둘씩 쓰러졌다.

“후퇴하라! 어서 후퇴하라!”

장의가 앞장 섰고, 그 뒤를 따라 기병들이 일제히 도주했다. 멀리서 뿌연 먼지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한 장의는 임무를 완수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환해졌다.

둥둥둥둥—

신야성에 적의 침입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병사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그들은 성문이 부숴진 것을 깨닫고는 절망에 빠졌다.

“궁수를 성벽에 배치하라! 성문을 닫아라!”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신야성주 곽독(곽준의 형)은 계속해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방덕이 이끄는 기병은 순식간에 밀어 닥쳤다. 선봉은 마초였다. 마초는 말에서 뛰어내려 병사들을 일거에 격살하고는 망가져 너덜거리는 성문을 움켜쥐었다.

“우아아아아악—“

마초가 괴성을 지르며 힘을 쓰자, 성문이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통로가 열리자 마대가 정예 서량기병을 이끌고 달려들어갔다. 이 상황을 지켜본 곽독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런 무지 막지 한 괴물이 존재한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마대에 이어, 방덕, 송과까지 성안으로 들어섰고, 마초가 급히 말에 올라 뒤를 따라 들어갔다. 일만 일천의 기병이 성안을 휘젓자, 전투는 채 반 시진(한 시간)도 안되어 종료되었다. 방덕이 현청의 상좌에 앉은 가운데, 마대가 곽독을 포박해 끌고 왔다.

“장군. 이놈이 현령 곽독입니다. 어찌할까요?”

“곽독! 나는 우장군을 모시고 있는 기병대장 방덕이다. 항복하거라!”

“우장군이라면 ······.. 하북의 원가에서 오셨소?”

“그렇다. 대장군의 삼남이신 원매장군이 우장군이시다. 어찌하겠느냐?”

“항복을 하지 않는다면 어쩌겠소?”

“나는 동료에게는 관대하지만, 적에게는 냉혹한 사람이다. 이미 항병을 통해서 네가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파악했다. 거부한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동생인 곽준, 조카 곽익 또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잘 생각해보고 대답하거라.”

“참으로 잔인하시오.”

“뱀이 이슬을 먹으면 독이 되듯이, 적군에게 은혜를 베풀면 나중에 아군이 그만큼 피해를 입을 것이다. 내게 인간적인 정을 기대하려면 동료가 되어야 한다. 결정하라!”

곽독은 잔혹한 방덕의 항복권유를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동생인 곽준과 조카인 곽익의 목숨까지 걸리자 결국 항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곽독이 항복하자, 방덕이 자리에서 일어나 곽독의 손을 잡았다. 그의 얼굴은 환하게 펴져 있었다.

“고맙소. 이제부터 그대는 우장군의 사람임을 명심하시오. 항병들을 분류하는 일을 도와주시오. 그대가 나서준다면 버티다가 억울하게 죽는 병사들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곽독은 굳은 얼굴로 군례를 올리고는 물러났다. 병사들을 설득하여 최대한 살리라는 방덕의 명령은 그의 가슴에 와 닿았다. 이제껏 동고동락한 병사들이 억울하게 죽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곽독이 병사들을 회유하는 가운데, 마초가 우두둑- 우두둑- 하고 깍지를 끼어 소리 내며 다가왔다. 방덕이 그를 보고는 싱긋 웃었다.

“대공자의 힘은 여전하시오. 볼 때마다 놀랍소.”

“힘이라면 자신 있네. 방장군- 우장군께 내가 공을 세운 부분을 잘 말씀 드려 주시게.”

“걱정 마시오. 모두가 대공자의 뛰어난 전공을 보았소.”

“하하하하하— 방장군 고맙소. 앞으로도 선봉은 내게 맡겨 주시게.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걸세.”

마초는 기분이 좋은 듯,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방덕이 신야성을 점령하고, 항병을 수습하는 동안 원매가 나머지 기병 오천, 보병 오만을 이끌고 달려오고 있었다. 또한, 신야성에서 도망친 병사들은 전력을 다해 번성으로 도주했다.

번성.

“지금 뭐라고 하였느냐? 신야성이 함락되었어?”

번성성주 유수(유표의 차남)는 당황한 듯 거듭 되물었다. 병사는 급히 엎드려 다시 보고했다.

“엄청난 수의 기병이 들이 닥쳤습니다. 적어도 칠, 팔천으로 추정하는데, 정확한 숫자는 알지 못합니다.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곽독장군이 이끄는 부대가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이런- 이 일을 어쩐다?”

유수는 고민을 거듭하다, 양양성으로 전령을 보내 지원을 요청했다. 또한, 휘하 교위, 사마를 불러서 경계강화를 명령했다. 전투경험이 부족한 유수는 번성을 지킬 뿐, 감히 신야성을 되찾기 위해 군대를 움직일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유수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신야성은 완벽하게 방덕에게 장악되었고, 원매가 이끄는 본군도 속속들이 신야성으로 입성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