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64화 (64/253)

# 64

제 64장 마초맹기馬超孟起

원매의 명령을 받은 방덕은 호위기병을 거느리고 마등의 치소가 있는 임경성으로 향했다. 빠르게 달려서 삼일 만에 도착하자, 마초가 소식을 전해 듣고는 놀란 눈으로 뛰어 나왔다.

“맹기공자(마초). 오랜만이오.”

방덕의 말이 짧자, 마초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표정을 바꾸었다. 방덕이 원매의 모든 기병을 지휘하는 기병대장의 지위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방영명(방덕). 오랜만일세. 기병대장에 오른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자네도 이제 높은 위치에 올라갔군.”

“그렇소. 직책도 직책이지만, 식읍이 삼백 호나 됩니다. 예전의 방덕이 아니지요.”

당당한 방덕의 대답에 마초가 부러움과 질투가 일어났다. 자신의 부장에 불과했던 방덕이 이제는 훨씬 높은 지위에 올라있는 것이다.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쳤다. 자신은 마등의 후계자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래도 방덕의 성공이 마냥 기쁘지 만은 않았다.

“자- 들어가세. 아버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네."

방덕은 마초를 따라 치소로 들어서자, 마등이 벌써 나와 있었다.

“방영명. 오랜만이야. 원도독께서는 잘 계시는가?”

“이번에 우장군을 제수 받으셨습니다. 마장군의 염려 덕분에 매우 강녕하십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장군께서 전해드리라는 죽간입니다.”

마등은 방덕으로부터 죽간을 받아 들었다. 내용을 침착하게 읽은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이 죽간의 내용을 알고 있는가?”

“대략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장군께 전해드리면 어떤 조치를 해 주실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10월에 남양군을 공략해야 해서, 기병지원을 요청하고 있네. 그렇다면 유표와 전투를 벌인다는 것인데,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이야.”

“우장군은 절대 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 대공자(마초), 마대와 기병 팔천을 지원해주시면 됩니다.”

“팔천은 너무 많아. 분명 틈이 보이면 한수가 움직일 텐데, 너무 많은 병력을 빼는 것은 부담스럽단 말이야.”

“한수는 하변성의 국연을 넘어서지 못해서 패하고 물러났습니다. 설령 저들이 이곳을 공격하더라도 임경성에서 굳건하게 지킨다면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피해를 입는다면 우장군께서 그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셨으니,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마등은 못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마초, 마대 기병 육천을 지원하도록 하지. 처음부터 기병을 지원해주는 것이 약속이었으니까. 초, 대가 공을 세운다면 포상을 해주시는가?”

“물론입니다. 벼슬도 내릴 것이고, 물질적인 포상도 있을 것입니다. 대공자의 엄청난 용맹이면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벼슬과 포상을 받는다는 말에 마초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차피 마등의 뒤를 이어 이곳을 지휘하게 되겠지만, 이곳은 궁벽한 시골이었다.

“그럼. 먼저 돌아가시게. 내가 준비를 해서 장안으로 보내도록 하지. 며칠이면 될 것이야.”

“감사합니다. 우장군께서는 마장군의 도움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방덕이 예를 표하고 물러나자, 마초가 그를 배웅하고 돌아왔다. 마등은 마초의 얼굴을 살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냐? 미리 약조가 되어 있어서 선뜻 승낙을 했다만, 유표와의 대결이라니 마음이 불편하구나.”

“군대를 보내지 않는다면 화음현에서 군량을 가져오지 못합니다. 굳이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닙니다. 저도 공을 세우면 삼보에 식읍을 받고, 벼슬을 제수 받을 것이니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녀석- 공을 세울 생각에 들뜬 것이냐? 너의 전투실력을 믿는다만, 조심하거라. 다시 말해, 병사들의 피해를 적게 하란 말이다.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마등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초는 마대와 함께 지원 나갈 기병들을 점고하기 시작했다.

방덕과는 별개로 원매의 명을 받은 병사들이 움직였다. 한중에 있던 이서가 4천의 병력을 이끌고 국연의 하변성에 합류했으며, 장안에 주둔하던 장위가 4천의 병력을 이끌고 서량에서 삼보로 들어오는 길목인 농관에 주둔했다.

하변성.

“어서 오시게. 미리 연통을 받았네만, 너무 위험하지 않겠는가? 한수가 또다시 공격해 올까 매우 걱정이 되는군.”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곳에서 한수를 막는 것을 돕겠습니다. 농관에 4천이 있고, 문제가 커지면 삼보에서 지원이 있을 것이니 크게 걱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수성전을 대비하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우장군께서는 한수의 침략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다면 보상을 해주신다고 했습니다.”

국연은 이서의 말을 듣고 나서야 얼굴이 환해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원매를 따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든든하군. 힘을 내보세. 하변성이 견고해서 제대로 준비한다면 아무리 한수라도 무너뜨리기 힘들어.”

“명을 내려주십시오. 오늘부터 준비하겠습니다.”

“자네는 지금부터 성을 둘러보고, 계획을 세워보게. 그리고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지.”

이서가 군례를 올리고, 하변성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장안성 원매 치소.

치소 안에는 전예, 이통, 방덕이 앉아서 원매로부터 명령을 듣고 있었다.

“이번에 추수가 끝나는 즉시 남양군으로 출병을 할 것이니, 전예 / 이통 자네는 예비대를 점고해두게. 이번 작전은 신속하게 주요거점을 점령하고, 유표의 본군을 대파하면 끝이 나는 전투야.”

“알겠습니다. 즉시 출병이 가능하도록 준비해놓겠습니다.”

“그래. 전예, 이통군이 유표군과 전투를 벌일 때, 방덕 자네가 마초 / 마대의 기병과 연합하여 유표군의 후방을 급습하면 쉬운 전투가 될 것이야. 유표의 약점은 기병이 부족하다는 것이지. 수군은 강할지 몰라도 기병의 전투력은 우리가 훨씬 우세야.”

“알겠습니다.”

원매는 일어서서 지도를 짚으로 대략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무관을 넘어서 빠르게 진군하여 신야를 점령해야 해. 이곳을 기지로 삼아서 남쪽의 번성을 함락하고, 남동쪽의 장릉까지 함락하면 전투는 끝이 날 것일세.”

“신야는 우리가 기습하니까 바로 점령될 듯하고, 장릉은 산악지대이니 적의 지원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주 전투는 번성전투가 되겠군요.”

전예가 의견을 제시했다.

“정확히 보았어. 번성전투가 제일 험난하고 어려운 전투가 될 거야. 유표의 치소가 있는 양양과 면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적들도 필사적으로 버틸 거야.”

이통이 지도를 자세히 살피더니 의견을 제시했다.

“번성은 면수를 통해서 지원받기 쉽기 때문에 저들이 버틴다면 함락시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설사 함락을 하더라도 많은 피해가 우려되고요.”

“그렇지. 남양군을 점령하는 데 있어서 가장 애로사항이지.”

“일단 전투를 계획대로 밀어붙이다가, 장기전으로 길어질 기미가 보이면 번성 북쪽에 있는 등현성을 보수하여 견제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굳이 많은 병사들을 희생할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생각이야. 자네들도 정찰결과를 토대로 머리를 맞대서 공격계획을 가다듬도록 하게. 방덕 자네도 함께 의논해봐. 좋은 공부가 될 거야.”

“명을 따르겠습니다.”

원매의 명령에 전예, 이통, 방덕이 예를 올리고는 물러났다.

업성.

원매가 남양군 공략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그가 보낸 전령이 업성에 도착했다. 전령은 곧바로 봉기를 찾았다. 봉기는 전령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허- 기다리던 소식이 들어왔군. 암- 당연히 주군께 보고를 드려야지. 얼마나 기뻐 하실꼬.”

봉기는 전령에게 음식을 내주고 잠시 쉬게 한 다음, 바로 원소를 찾았다.

“이런 기쁜 일이 있는가? 드디어 매도 어른이 되었어. 나는 매가 아들을 얻는다면 '이름이 뭐가 좋을까?' 하고 혼자 생각했었지. 흠- 패覇로 하는 것이 어떤가? 지금처럼 혼란한 시기에는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해. 이에 정확히 들어 맞는 이름이라 생각하네.”

“좋습니다. 동의합니다.”

“그래. 괜찮은 이름이야. 자네가 죽간을 작성해서 장안으로 보내도록 하게. 그리고 이번 가을에 남양군을 공략한다고?”

“유표가 차지하고 있는 남양군 남쪽을 차지하면, 장수가 우장군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협상을 마무리 했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나는 협상에 서툴러. 그게 밝았다면 공손찬과의 관계도 이렇게까지 꼬이지는 않았겠지. 매는 나와는 다르게 아주 협상능력이 뛰어나. 참 대단한 놈이야. 그런데, 서량의 한수가 틈을 노리는 것은 아닌가?”

“마등과 국연으로 한수를 막게 하고, 군대를 보내서 그들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군량으로 철저하게 통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이 절묘하게 그들의 목을 옥죄고 있습니다.”

원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천하가 내 품으로 들어오는 구나. 매가 남쪽을 점령하는 동안, 내가 연주 / 서주 / 예주를 차지하면 모든 게 끝이 날 것이다. 그리 되면 황제가 꿈은 아닐 것이다. 제발······. 그때까지는 몸이 버텨줘야 할 텐데.’

봉기는 원소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도 원소의 마음을 대략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장안성.

마초는 마대와 함께 육천의 기병을 거느리고 도착했다. 방덕의 수행을 받으며 원매가 직접 마중 나왔다. 마초와 마대는 원매를 발견하자, 말에서 내려 군례를 올렸다.

[마초(23)] 무력:97, 통솔력:87

[마대(22)] 무력:84, 지력:54, 통솔력:78

마대는 마초의 사촌동생이다.

“소장 마초. 마대와 함께 육천의 기병을 이끌고 왔습니다.”

“서량의 용맹한 장수들이 이 자리에 모두 모이니 내가 뿌듯하군.”

원매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마초와 마대의 합류를 진심으로 반겼다. 그의 말대로 마초와 마대에게서 풍기는 위압감은 엄청났다. 원매가 지금까지 겪어본 장수들 중에서는 방덕의 무력이 가장 강했는데, 이제 보니 순수한 무력으로는 마초가 더 강했다.

“자- 안으로 들어가세. 왔으니 차라도 한잔하고, 나중에 시간을 잡아서 술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지.”

원매가 앞장서고, 방덕, 마초, 마대를 뒤를 따랐다. 마초가 방덕을 툭- 치더니, 원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의문을 표시했다. 방덕은 빙그레 미소를 짓고는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쥐며, 우장군이 확실하다고 대답했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 종사관이 차를 내왔다. 마초는 궁금증을 못 참겠다는 듯 곧바로 입을 열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위압감이 대단합니다. 제 느낌으로는 엄청난 무예를 지니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

“무예의 진수를 깨닫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네.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 하지. 전투가 끝나고 시간이 되면 자네 나와 대련을 해보겠는가?”

마초는 원매의 말뜻을 정확히 몰라 방덕을 바라 보았다. 방덕은 원매의 허락을 얻고는 입을 열어 설명을 했다. 마초는 방덕이 원매에게 졌다는 말을 듣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서량에서 순수한 무력으로 본다면 마초를 빼놓고는 누구도 방덕을 당해낼 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방영명을 이겼습니까?”

마초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원매에게 되물었다.

“운이 좋았네. 그렇지 않은가? 방장군.”

“저도 뭐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장군께서 어느 순간 갑자기 괴력을 뿜어내셨습니다. 그 바람에 패했는데, 그것도 엄연히 실력입니다. 극한상황으로 몰렸을 때, 자신의 모든 힘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은 흉내내기 어려운 능력입니다. 그때 우장군의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원매는 미소를 짓고는 마초를 바라보았다.

“어떤가? 궁금증이 해소 되었는가?”

"물론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우장군의 기대에 부응토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초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자신이 인정했던 방덕을 패배시킨 원매의 능력이 몹시 궁금했고, 또한 가슴 밑바닥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승부욕이 그를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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