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63화 (63/253)

# 63

제 63장. 내정 內政

이유가 가후와 협상을 하고 있을 때, 두기와 왕련이 원매의 치소를 찾았다. 왕련이 먼저 보고를 시작했다.

"현재 9개의 철광있는데, 9개 중에서 5개는 작고, 4개는 규모가 큽니다. 이 곳에서 철을 생산하여 자급할 수 있으며, 남는 철은 북쪽의 이민족들에게 수출하여 많은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이민족들에게 철을 수출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소?"

"어쩔 수 없습니다. 저들도 철이 필요한데, 우리가 막는다면 결국 약탈을 하러 올 것입니다. 대신 그들에게는 정제되지 않은 철을 보내고 있습니다. 유화책으로 저들을 달래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알겠소. 철은 쓸 데가 많고 중요하니 철저히 통제를 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또한, 철광에 종사하는 인구가 약 일 만에 못 미치지만, 꽤 많은 인구입니다. 그들의 생활에도 철저히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원매는 죽간에 적힌 철 생산내역과 재무내역을 대략적으로 확인하고는 인장을 찍었다.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었기 때문에 더는 채근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소금입니다. 현재 하동군 안읍현, 피씨현에만 소금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삼보를 모조리 확인했지만, 더는 없었습니다. 한중도 그렇고요. 하지만, 하동군의 생산량이 많아서 관중 / 한중에서 사용하는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소금에 종사하는 인원은 이천입니다."

원매는 역시 죽간에 적힌 대략적인 사항만 확인하고 인장을 찍었다. 왕련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소금과 철을 관리하면서 원매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었고, 이는 전쟁물자를 공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만약 소금과 철 전매를 통해서 많은 이익을 얻지 못했다면, 전쟁비용은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가중되었을 것이다. 그리되었다면 지금처럼 활발하게 병력을 대거 동원하여 전쟁을 치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고생했소. 왕염부(왕련)를 믿겠소. 계속 애써 주시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왕련의 보고가 끝내고 먼저 자리를 떴다. 두기는 수북하게 죽간을 내밀며 보고를 시작했다. 관중, 삼보의 내정현황이었기에 양이 엄청났다.

"첫째로 인구현황입니다. 현재 관내에는 43만호, 210만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관중의 백성들이 많이 헐벗은 상황이었지만, 쌀을 빌려 주어 허기를 면하게 하자, 상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각이 얼마나 지독하게 삼보를 갈취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립니다."

"그래. 관중에만 적어도 300만이 넘어야 하는 데, 한중을 합쳐서 210만이니 참 기가막힌 일이지. 그래도 백성들이 형편이 나아졌다니 다행이군."

"조세와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하는 만큼, 백성들의 건강의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이것에 중점을 두고 여러가지 정책을 시행하겠습니다."

"알겠소. 백성의 수가 곧 국력이니, 최선을 다해주시오."

"네. 그 다음은 농지와 곡물생산량입니다. 관내의 농지는 최대 144,000경으로 추산되나, 백성들이 크게 줄고, 많은 농지가 황폐화 되어서, 지금은 93,000경을 농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1경-0.24 km2)"

"아쉽군. 넓은 농토를 버려두다니."

"지속적으로 개발을 하고, 중원의 유민들을 받아 들이면 농토는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가을에 생산될 쌀의 수확량은 대략 140만섬으로 예측됩니다. 조세로 삼할을 걷을 경우 47만섬이 수입이 됩니다."

"휴- 장별가(장로)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었군. 그곳에서 50만섬을 가져와서 급한 불을 모조리 껐지 않은가?"

"한중이 칠,팔년 동안 매우 평화로웠습니다. 그러니 꾸준히 모아서 가능했던 양이지요. 관중도 계속 발전을 한다면 수확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원매는 두기의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죽간에 인장을 찍었다.

"관중이 이정도니 남양군은 어떻겠는가? 기주나 예주는 어떻고?"

"남양군은 39만호, 인구 190만의 풍요로운 곳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황폐화되었습니다. 나중에 그곳을 차지하면 관중처럼 처음부터 다시 확인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남양군의 농지가 워낙 넓어서 관중, 한중을 합친 것보다 많을 것입니다."

"그래. 고생했소. 백성의 수, 농토는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호족들이 자영농을 함부로 약탈하지 않도록 애써 주시오. 조사중 그런 것이 발견된다면 즉시 알려주시오. 결코 가만 두지 않겠소."

"호족들의 힘이 막강합니다. 너무 강하게 나가는 것이 좋지는 않습니다. 저들이 순순히 우장군께 조세도 내고 있고, 병역의무도 지고 있습니다."

"알고 있소. 대장군이 있으니 함부로 나를 경시하지 못 한다는 것을 말이오. 하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영농이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하오. 이런 것을 호족들에게 반드시 전파하고, 자영농을 특별대상으로 관리하시오. 알겠소?"

"명심하겠습니다. 만약, 위반사례가 드러나면 어쩌시겠습니까?"

"어쩌긴 원상태로 돌려 놓아야지. 호족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 않을 테니 걱정 마시게. 내가 강력하게 자꾸 강조해야 자영농이 보호될 수 있어. 그렇지 않다면 관중과 한중도 결국에는 모두 호족들의 세상이 될 거야. 나는 호족들의 눈치나 보면서 살 생각은 추호도 없네."

원매는 인구, 농지현황 및 창고의 재물까지 확인하며 일일이 인장을 찍었다.

"휴- 새삼 그대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실감하네. 어찌 이 많은 것을 처리하고 있는가? 내가 너무 많은 일을 주었다고 원망스럽지 않은가?"

"그럴 리가요? 제가 종사관을 제일 많이 거느리고 있습니다. 또한 병사들을 동원하여 일을 처리하고요. 미리 계획을 하고 일을 시키면 됩니다. 저는 종합만 하면 됩니다."

"그게 어려운 거야. 아무튼 고맙네. 더 신경써 주시게."

원매는 두기를 격려했다. 보고가 끝이 나자, 원매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보고를 받으며 신경을 썼더니, 머리가 아팠다. 밖으로 나오자 뜨거운 바람을 훅-하고 덮쳐왔다.

"분지라 그런지 엄청나게 덥군. 올해 농사가 잘 되야 할 텐데."

두기와 왕련의 보고가 있은 지 열흘 정도 지났을 때, 이유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장안으로 돌아왔다.

"고생하셨소. 어디 아픈 곳은 없소이까?"

원매는 이유를 위로하며 그의 몸을 훑어 보았다. 약간 마르고 피곤에 지쳐보였지만, 힘은 있어 보였다. 다행이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늙은이가 힘든데, 이렇게 세워 두실 것입니까? 우장군의 처사가 너무 야박합니다."

"야박하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그런 말 하지 마시오. 자- 안으로 들어가서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를 들어 봅시다. 이별가가 큰 소리 치는 것을 보니 일이 잘 풀린 것 같구려?"

이유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는 원매와 치소로 향하는 동안 이런 저런 사소한 이야기를 하며, 중요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차가 나오고 원매와 둘이 남게 되자, 이유는 경직된 안색으로 장수와의 협상내용을 보고했다.

원매의 안색도 침중해졌다.

"현 한 개를 영지로 내주는 것이야 문제 될 것은 없소. 유표와 전투를 치뤄야 하는 것이 문제로군. 역시 가후다워."

"이것은 장수와 가후가 우장군을 시험하는 것입니다. 과연 일신을 믿고 맡겨도 될 만한지를 알고 싶은 것이지요. 제가 기꺼이 승낙을 했습니다. 유표가 강하기는 하지만, 그를 꺾는다면 남양군 전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남양군의 경제력은 관중과 한중을 합친 것만큼 대단합니다. 그만큼 우장군의 힘이 강력해지니, 충분히 모험을 걸어볼 만합니다."

"동의하오. 유표를 치려면 마등의 힘을 빌려야 겠고, 한수는 어찌하면 좋겠소? 분명히 내가 군대를 이끌고 나간 것을 알면 뭔 짓을 저지를 것 같은데?"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난번에 하변성에서 국연에게 크게 당했습니다. 출병하기 전에 하변성에 병력을 충원해 주시고, 관중의 입구인 농관에 병력을 배치하여 수비를 강화시키면 됩니다. 그리고 하동군, 홍농군의 수비병력에게 언제든지 관중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면 문제 없을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오. 그렇게 조치하면서 동시에 군량으로 회유를 해보시오."

"알겠습니다. 조금 쉬었다가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한수는 워낙 영악해서 설령 동맹을 맺더라도 틈이 보이면 배신을 할 위인입니다. 참 갑갑한 위인이지요. 믿을 수가 없으니까요."

"이별가도 악당이지만, 나를 따르고 있지 않소?"

원매가 농담 비슷하게 말하자, 이유도 따라 웃었다.

"흐흐흐흐- 사실 저같은 악당은 원하는 것을 챙겨주면 의외로 고분고분해집니다. 한수는 악당이라기 보다는 기회주의자입니다. 지금까지 서량에서 변란이 일어날 때, 한수가 모두 연과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한수는 다른 사람을 앞세웠지요. 실패하면 그를 죽이고, 한수는 유유히 달아났습니다.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참 희한한 놈입니다."

"하변성과 농관의 경계를 강화하고, 성을 보수하면서 한수를 달래봅시다. 남양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니, 어쩔수 없지 않겠소?"

"그리하시지요. 서량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마등에게는 방덕을 보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마초와 마대 기병을 지원해달라고 하십시오. 적어도 오천 이상은 지원 받아야 합니다."

"알겠소. 고생했소이다. 며칠은 푹 쉬시오."

이유는 원매에게 예를 표하고는 자리를 물러났다.

8월.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곡식이 한창 자라고 있어서 푸른색 물감을 뿌려 놓은 것 같았다. 원매는 이런 부분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남양군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 봉영의 출산이 임박했다는 의원의 보고를 듣고는 원매는 일찍 퇴청했다. 아이를 낳는 봉영도, 기다리는 모든 이들에게도 길고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응애- 응애-"

오랜 산통 끝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지자, 원매는 밖에서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원매는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밖에서 봉영을 위로했다.

"이제 너도 아버지가 되었구나."

황옥은 눈물을 글썽이며 원매를 안았다. 원매도 황옥을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모두 건강하지요?"

"그래. 이정도면 순산이야. 며칠은 얼씬도 하지 말거라. 이놈아- 아들인지 딸인지도 묻지 않느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모두 건강하면 됬지요."

"무심한 놈 같으니라고. 대를 이어야 하는데, 어찌 그리 태평한 것이야? 아들이다. 아들. 이놈아-"

황옥은 입으로는 툴툴거렸지만, 얼굴은 환했다. 원매는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들을 낳자 매우 기뻤다. 시대가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매는 멀리서 봉영을 위로하고는 치소로 돌아왔다.

"우장군. 감축드립니다."

그가 치소로 들어서자, 대신들이 모여 있다가 일제히 축하를 건네자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고맙소. 이거 왠지 쑥스럽소이다. 자- 들어가서 일들 합시다."

원매는 이런 상황이 난처한 듯, 서둘러서 대신들을 쫓아 버렸다. 원매가 거듭 말하자 모두 물러갔지만, 이유는 능글맞게 웃으며 자리를 지켰다.

"이름은 지었습니까?"

"고민 중에 있소이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업성으로 인편을 보내서 대장군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하십시오.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그리하겠소."

원매는 이유의 건의를 받아들여 즉각 죽간을 작성한 후, 전령을 업성으로 보냈다. 이유는 원매의 치소까지 따라 와서 자리에 털썩 앉았다.

"할 말이 있으시오?"

"이제 쉬었으니 슬슬 한수에게 다녀올까 합니다."

"항상 이별가에게 미안하고 고맙소. 이번에도 잘 부탁합니다."

"항상 그렇게 나오시니, 대충 일을 처리할 수가 없군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유는 차를 홀짝 마시고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