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60화 (60/253)

# 60

제 60장 원매 vs 방덕

방덕은 위연을 만나서 조언을 듣고 있었다.

"도독은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집니다. 그걸 알고 대처해야 됩니다."

"흠-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진다?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상식을 초월하니 문제지요. 제가 도독을 처음 뵌 것이 겨우 3년 전입니다. 그 때는 십초지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백초지적이 되었고, 이제는 목숨을 걸고 싸워도 과연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리가요? 무력은 타고난 재능과 부단한 노력 그리고 목숨을 건 승부를 통해서 키워지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상식을 초월한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최선을 다하십시오. 재밌는 승부가 될 것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위연이 자리를 뜨자, 방덕은 머릿속이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가 살아온 경험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생각을 정리하고 감녕을 찾았다. 마흔이 넘은 감녕이라면 괜찮은 조언을 듣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하면서.

"글쎄- 내가 조언을 해줄께 있을까 모르겠소. 비록 술을 먹은 상태긴 했지만, 무기를 들고 싸워서 지고, 맨주먹으로 싸워서도 졌소. 도독께는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 있소. 도법도 혼자 터득했고, 거기에 고람장군의 도법과 실전경험이 곁들여지면서 정말 독특한 도법이 탄생했소. 그리고 맨주먹 싸움은........."

감녕은 말을 하다 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원매에게 두드려 맞았던 아픈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휴- 내가 수적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했고, 싸움도 밥먹듯이 했소. 하지만, 죽도록 맞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소. 내가 주먹을 날려도 피하지 않고 맞받아치는데, 무슨 쇠몽둥이에 맞는 줄 알았소. 죽을 각오를 하고 대련에 임하시오. 도독이니까 한수 접어준다 이런 생각을 가진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오. 물론 그랬다가는 지옥을 경험할 것이오. 흐흐흐흐- 잘해 보시오. 곧 좋은 구경거리가 생기겠군."

방덕은 감녕의 조언까지 듣자 더욱 혼란스러웠다. 둘의 말을 종합하면 도독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었다.

'내 방식대로 최선을 다하자. 조언을 듣고나니 오히려 머리가 더 아프구나.'

장안으로 복귀한지 이십일이 되는 날.

연무장에는 수많은 장수, 병사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이층, 삼층 집무실에서는 빼꼼하게 고개를 내밀고 문관들이 흥미진진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도독께서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욕심많은 어린아이 같다고 할까? 모든 것을 가졌는데, 무력마저 손에 넣으려고 하는군요."

"성취욕구가 아주 크지요.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을 열심히 하고요. 그 욕망을 이룰 때까지는 계속 전진하겠지요. 이별가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니까 답답해서 그렇지요. 그 길이 얼마나 힘든 길인데....."

순유와 말하던 이유는 혀를 차며 연무장을 내려보았다. 굳이 힘든 길을 자처하며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원매가 한편으로는 안쓰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쾌락을 잘 모른다. 아니 애초에 추구하는 목표가 아닌 것에는 무관심하니, 잘 모르는게 당연할 것이다.

방덕이 먼저 와서 몸을 푸는 가운데, 원매가 가벼운 무복차림에 반월도를 들고 나타났다.

와아아아아아--

장수와 병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주군인 원매에 대한 예의였고, 장차 벌어질 대련에 대한 기대였다. 원매는 손을 들어 화답한 후, 조심스럽게 온 몸의 근육을 풀었다. 일각(15분)의 몸풀기가 끝나자, 그는 반월도를 들고 입을 열었다.

"내가 오늘은 손꼽아 기다렸네. 최선을 다하게. 그렇지 않다면 정말 실망할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겠습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해. 내 목을 벤다는 생각으로 임하게. 그럼 시작하지."

원매가 반월도를 뽑아 앞으로 비스듬히 내리자, 방덕도 대도를 뽑아들었다. 날카로운 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매가 앞으로 나섰다. 반월도를 내려서 접근하다가 비스듬하게 그으며 방덕을 베어 들어갔다. 방덕은 기다렸다는 듯이 도를 내리쳤다.

캉--

엄청난 힘이 격돌하며 둘이 한 발자국씩 밀려났다. 이번에는 방덕이 몸을 날렸다. 조금의 빈틈을 주지않고, 강력한 힘을 이용하여 연속으로 내리쳤지만, 원매는 가볍게 도의 반경에서 빠져나왔다.

일진일퇴를 주고 받으면서 방덕이 우세를 드러냈다. 무력이나 경험에서 앞섰기 때문이었다. 원매도 만만치 않았다. 둘다 무력이 90을 넘는 무장이었기에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는 없었다.

원매가 밀리면서도 악착같이 버티면서 대련은 벌써 팔십초를 넘어가고 있었다. 방덕은 힘으로 원매의 반월도를 밀어 올렸다. 그 순간 원매의 틈이 발생했다.

팡- 방덕의 발차기에 가슴을 정통으로 맞은 원매는 십여 발자국이나 뒤로 밀리더니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는 급히 일어섰다. 목구멍을 통해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삼켰다. 순간적으로 당하기는 했지만, 힘이 남아 있었다. 무력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직감했다.

'상태창!'

원매가 마음속으로 외치자, 상태창이 떠올랐다.

[원매(25)]

무력:93(100), 지력:84(90), 정치력:60(60), 통솔력:72(80)

무력이 2가 올랐다. 정치력과 통솔력이 그전부터 올라 있는 상태였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도 막강한 방덕과의 대련을 통한 체득이 무력으로 올랐을 것이다. 이제 해볼만 하다.

"다시 해보자!"

원매는 반월도를 비스듬히 내리고는 방덕에게 달려들었다. 방덕은 위연이 말한 뜻을 이제야 알아차렸다. 분명히 가슴에 정통으로 맞았는데도 이 정도면 괴물은 괴물이었다.

캉-

휘청- 방덕이 한발짝 밀렸다. 원매의 무력이 2가 오른 상황이었는데, 그것을 알리가 없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결정타가 되었다. 원매가 집요하게 파고들며 도를 휘둘렀고, 백 이십초가 지나가면서 방덕의 대도가 하늘 높이 날아갔다. 원매의 반월도가 방덕의 목에 이르며 대련이 끝이났다.

"우와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울려퍼졌다. 원매와 방덕은 붉어진 얼굴로 가쁜 숨을 내쉬며 말 없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방덕이 급히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가르침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원매는 방덕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내가 할 소리야. 자네 정말 강하군. 이제부터 자네와 대결한 것을 돌이켜보며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겠어."

원매는 방덕의 손을 들어 올리자, 다시 장병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대련이 끝나자 장병들은 흥분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갔다. 원매는 치소로 돌아와 명상을 하며 방덕과의 대련을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그러고보니 정치력 8, 통솔력 7이 올랐구나. 능력치를 신경쓰지 않고 살았어. 정치력은 60이 한계인가? 두고 보면 알겠지.'

명상을 마치고 편안하게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을 때, 순유가 죽간을 들고 들어왔다.

"오늘 대련을 보다가 제 눈이 튀어나올 뻔 했습니다. 도독께서는 참 대단하십니다."

"무력의 끝을 보기로 작정했으니 노력해야지. 근데 어쩐 일이시오?"

"지난 번에 지시하신 관리들의 배치에 대해서 보고를 드릴까 합니다."

원매는 허리를 곧게 펴고 자리에 앉았다. 군대배치 못지 않게 관리의 배치 또한 매우 중요했다.

-중앙행정조직.

사례도독 및 정북장군: 원매

별가(보좌관): 이유(전략), 염포(법률), 장로(정무), 단외(한중/상용관리)

치중(인사): 순유

부조(재물/곡식): 두기, 강선, 양소

염부(소금/철): 왕련, 영합

호군(군인사): 등지

감군(군지휘): 고람

-지방행정조직.

하동군태수: 왕읍

좌풍익태수: 관구흥

우풍익태수: 강경

경조윤: 가규

홍농군 태수: 충고

한중군태수: 장부.

상용군태수: 장성.

재물을 관리하는 두조와 염부에 인재를 중점 배치하고, 보좌관을 많이 배치하였다. 우부풍태수인 단외를 강경으로 교체했으며, 단외는 장안과 한중을 교량 역할을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충고는 섬현의 태수였다가 원매를 따른 자였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인사였기에, 원매는 기분 좋게 인장을 찍었다. 순유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보고를 이어갔다.

"현재 도독께서는 7개 군을 다스리고 계시며 인구는 도합 2백 만명에 이릅니다. 이제는 능히 다른 군웅들과도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또한, 남양군에 대해서는 이별가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세작들을 더 파견하여 정보를 취합하고 있습니다. 이번 가을에 계획을 정확하게 작성하여 보고 드리겠습니다."

"한중군을 분리하여 두 개군으로 만들긴 했지만, 도합 7개군이라. 참으로 뿌듯하오. 처음에 상당군 세개 현에서 시작할 때도 자신은 있었지만, 이렇게 이뤄 놓고 보니 내 스스로가 대견스럽소. 순치중 고생하셨소."

"감사합니다. 나이가 들었어도 칭찬은 항상 기쁘군요. 그리고 이것은 업성에서 온 것입니다."

원매는 죽간을 펴고 한눈에 읽어 내려갔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대장군께서 한중을 점령한 것을 치하하고, 의논할게 있으니 업성으로 올라오라는 지시가 내려왔소."

"이제 업성에서도 도독의 공을 알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동안 내 위치가 명확하지 못해서 아무것도 못했지만, 이제는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으니 후계자 싸움에도 참가해야겠소."

"잘 생각하셨습니다. 사공자(원상)께서는 이제 15살입니다. 영명하다고는 하지만, 너무 어리지요. 도독께서 올해 군대를 정비하시어 내년에 남양군을 얻는다면 후계자 구도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고맙소. 내일 당장 업성에 다녀올테니, 이별가와 합심해서 이곳을 잘 관리해주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원매는 내일 일찍 업성으로 출발해야 했기에 조금 일찍 퇴청했다. 처소에 당도하자, 봉영이 제법 부른 배를 매만지며 원매를 반겼다. 황옥은 멀리서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원매는 황옥에게 인사를 한 후, 봉영을 데리고 잠시 화원을 걸었다.

"산달이 팔월이라 합니다. 꼭 아들을 낳고 싶어요."

가문을 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봉영도 아들을 고집했다. 더군다나 이 당시는 전쟁으로 많은 남자들이 죽은 상태였기에, 남아선호도는 훨씬 높았다.

"아들이든 딸이든 괜찮소. 그저 무탈했으면 좋겠소. 두렵소?"

봉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원매의 품을 파고 들었다. 원매는 가만히 그녀를 꼬옥 안았다.

"잘 될 것이오. 내가 부인이 해산을 하는 날에는 반드시 자리를 지키겠소."

봉영은 고개를 들어 원매를 바라보고는 다시 그의 품에 안겼다.

"약속을 지키셔야 해요. 정말 무섭단 말이에요."

원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꼬옥 안았다. 그날 저녁을 먹으면서 내일 일찍 업성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황옥의 얼굴에 걱정이 떠오르자, 원매는 재빨리 안심을 시켰다.

이튿날, 날이 밝자 원매는 사마구와 기병 일백을 거느리고 업성으로 향했다. 경조윤-하동군-업성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는데, 고도현을 지날 때를 빼 놓고는 모두 평지라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급하게 말을 몰아 칠일만에 업성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이었다. 원매는 곧바로 봉기의 처소로 향했다.

"이렇게 빨리 오셨는가? 자- 안으로 들어가세."

원매가 인사를 하자, 봉기는 환하게 웃으며 환영했다. 그는 원매를 방으로 안내하며, 집사를 시켜 사마구를 비롯한 기병들에게 방과 음식을 내주도록 조치했다.

그날 밤 원매는 봉기로부터 업성의 상황을 전해들었고, 맹대, 진림이 원매를 지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처음에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때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이었다.

원매는 하룻밤을 묵은 후, 아침에 봉기와 함께 원소의 치소로 향했다. 치소로 향하는 원매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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