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제 59장 전후처리
원매는 차를 마시면서 순유로부터 중원의 상황을 듣고 있었다.
"상인조직을 이용해서 첩보조직을 만들었고, 영천의 여러 지인들을 통해서 첩보를 얻을 예정입니다. 현재 중원에서 일어나는 일은 늦어도 두달 이내에 알 수 있습니다."
"수고했소. 순치중께는 항상 고마움을 가지고 있소. 그럼 중원의 상황을 설명해 주시오."
"조조는 연주와 예주 일부를 단단히 장악하고, 천자를 모시면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적어도 명분만 본다면 하북의 대장군(원소)못지 않습니다. 병력 또한 강력합니다."
"그래. 아쉽군. 사실 이것을 예견했으면서도 아버님을 설득하지 못했어. 정말 아쉬운 일이야."
"협천자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소. 하지만 부친께서는 거절했소. 나는 그 당시 힘이 없었기에 알면서도 발만 동동굴렀소. 지나간 일이지만 생각할 수록 안타깝소. 서주 상황은 어떻소?"
"원술과 여포가 손을 잡았습니다. 여포가 고순을 보내 유비를 격파했습니다. 조조가 하후돈을 지원보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서주는 혼란의 도가니입니다. 조조가 서주를 치고, 그 다음에 원술을 공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조의 뜻대로 이뤄진다면 엄청난 세력이 탄생할 것입니다."
"그래 봐야 영토만 넓어질 뿐이지. 여남군과 그 일대는 원가의 영역이니까."
"그렇습니다. 조조가 여남군일대를 점령하고, 온전히 자신의 영토로 만들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흠- 그럼 유비는 조조에게 붙었고, 여포나 원술이 조조를 당해낼리 없으니 중원은 결국 조조에게 넘어가겠군. 손책은 어떻소? 강동이라서 알기 어려울 터인데, 정보가 있소?"
"여포와 원술의 패망을 확신하시는군요?"
"그릇의 차이가 크니까. 지금 중원에서 조조를 상대할 자는 대장군(원소)밖에 없소. 그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소. 또한, 뛰어난 맹장과 책사, 강병을 지니고 있으니 어려운 상대요."
"지난번에 원술을 평가할 때도 놀랐지만, 도독의 날카로운 안목은 대단하십니다."
"대단할 것까지야. 강동에 대한 정보는 있소?"
"시간을 좀더 주시면 파악하겠습니다. 그리고 남양군의 장수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남양군이면 가후가 있는 곳인데, 참으로 욕심이 나는 땅이야. 백성도 많고 땅도 비옥하지."
"그렇습니다. 지금 장수는 남양군 전체가 아니라 중앙, 북쪽을 차지하고 있고, 남쪽은 유표의 영역입니다. 한때는 조조를 물리치기도 했지만, 지금 처한 상황이 녹록치가 않습니다. 유표와의 관계도 예전같지 않고, 계속 조조를 적대시하기도 어려우니까요."
"그대로 놓아둔다면 조조를 따를 것이오."
"설마 그리하겠습니까? 장수가 조조의 아들 조앙, 조카 조안민, 장수 전위를 죽였습니다. 좀 무리한 추측아닙니까?"
"장수의 책사인 가후가 아주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으니까 충분히 그런 판단을 하고도 남소. 그건 그렇고 어쩐다? 남양을 통째로 조조에게 줄 수는 없는 일인 데. 솔직히 남양을 내땅으로 만들고 싶소. 가후와 장수를 얻으면 좋겠지만, 그게 안되더라도 남양군만은 반드시 얻어야겠소."
"그것은 제가 이별가와 의논하여 좋은 계책을 진상하겠습니다."
"고맙소. 그리고 이번에 많은 인재들이 들어왔으니, 파악을 해서 보고해 주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원매는 순유를 보낸 후, 등지와 고람을 불러서 공을 세운 장수에 대한 포상계획과 항장들의 부대배치에 대한 계획을 작성하여 보고토록 명령했다. 신속을 요하는 임무였기에 그들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두기를 불러서는 한중에서 가져온 오십만섬의 사용계획과 관중-한중 발전계획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중요한 명령을 내리자, 원매는 다소 한가해졌다. 뛰어난 인재들이 있으니 중요한 사항만 짚어주고, 보고받으면 되는 것이다. 원매가 직접 나서서 일일이 참견한다면 그것이 더 웃긴 일이 될 것이다.
원매가 한중군을 점령한 후, 곧바로 원소에게 전령을 보냈다.
업성.
원소의 치소에는 주요 책사들과 장수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주군. 삼공자(원매)께서 이번에 한중을 점령했는데, 병력손실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서량의 마등과 동맹을 맺었기에 그쪽의 걱정도 덜었습니다. 주군께서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병력을 지원하겠다고 전령을 보냈습니다."
"겨우 일년 반만에 관중과 한중을 점령하고, 서량의 근심을 덜었지?"
"그렇습니다. 이것은 청주자사로 있는 대공자(원담)도 이루지 못한 것입니다."
봉기가 원소에게 보고를 하며 우쭐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원담과 비교하자 곽도가 발끈했다.
"대공자께서는 청주를 완전히 장악하셨소. 삼공자께서 관중, 한중을 얻었다고는 하나 대공자의 업적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요."
"그만- 현옹(원매)이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사실이야. 인정할 것은 인정해."
원소가 손을 들어 원매의 편을 들어주자, 곽도는 입을 닫았지만, 봉기를 매섭게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봉기는 그런 곽도의 눈빛을 담담히 받아냈다. 비록 청주자사에 올랐지만, 정치력이 전혀 없는 원담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심배가 불편할 뿐이었다.
심배도 웃고는 있었지만, 속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원매의 기세가 이대로 주욱 이어진다면 후계자가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봉호군(봉기). 현옹을 한번 업성으로 올라오라고 하게. 내가 공을 치하해줘야겠어."
"알겠습니다. 즉각 조치하겠습니다."
"아주 기분이 좋아. 이제 공손찬 이놈만 토벌하면 곧바로 군대를 이끌고 남정을 나서야겠어. 그때 현옹이가 조조의 측면을 공격해준다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이야."
원소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듯 하자 오랫만에 얼굴이 환해졌다. 중원만 점령하면 황제에 오르는 일이 결코 꿈은 아닌 것이다. 감군 저수가 진언을 올렸다.
"주군. 지금 남양을 장수가 점령하고 있는데, 삼공자께 그곳을 점령하라고 하십시오. 그래야 나중에 조조의 측면을 칠 수 있습니다."
"그래. 현옹이가 이곳에 오면 격려를 해주고, 내가 직접 말하지. 그리고, 역경성은 아직인가?"
역경성(공손찬치소)이야기가 나오자, 환하던 책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벌써 몇년째 공손찬에게 발목이 붙잡혀 있는 것이다. 심배가 이 때다 싶어서 진언을 올렸다.
"주군. 땅굴작전을 통해서 거대한 역경성이 많이 무너졌습니다. 내년이면 충분히 점령될 것입니다."
"그래야지. 공손찬이 미친게 틀림없어. 왜 갑자기 성안에 틀어박혔을까? 거참,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어. 저감군. 역경성을 빨리 마무리 지어야해. 알겠는가?"
"예. 주군. 심별가의 말대로 내년 정도면 끝이 날 것입니다."
원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일상적인 부서별 보고를 받고는 회의를 끝냈다. 원매의 힘이 막강해지자, 봉기에게도 관리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전풍은 관리들이 곽도(원담), 심배(원상), 봉기(원매)로 나누어 줄 서는 것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주군께 충성을 다하고, 주군이 물러나시면 나도 물러날 것이다. 무슨 영화를 더 보겠다고 저리한단 말인가?'
봉기치소.
맹대와 진림이 봉기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봉기는 이들에게 원매가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은근슬쩍 다음 후계자는 원매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옳은 말씀이오. 삼공자께서 남양을 점령하고 더 공을 세우신다면 후계자로서 손색이 없지요."
진림이 맞장구를 치자 봉기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분께서도 앞으로 삼공자께 힘을 실어주시오. 잘 선택을 하신 것이오. 삼공자가 오시면 자리를 마련하겠소이다."
맹대와 진림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이야기를 나눈 후, 그들이 나가자 심배가 봉기의 치소로 들어왔다.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지만, 불편한 속내가 조금은 내비치는 눈빛이었다.
"자네 요즘 활기가 도는군 그래."
심배가 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하자, 봉기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요즘 같아서는 하루하루가 즐겁군. 그런데 어쩐 일로 왔는가? 지난번처럼 내게 경고를 하러 왔는가? 그 때와는 상황이 다르네. 이제 삼공자께서는 자네가 어찌하지 못 할 거물로 성장하셨어."
"조금 성공했다고 너무 으시대지 마시게. 겨우 관중의 이각과 한중의 장로를 물리친거야. 아직 제대로 된 강자들과 붙어본 적은 없지 않은가?"
심배의 이죽거림에도 봉기는 담담했다.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전투 한번 제대로 치뤄보지 못 한 사공자(원상)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네. 그렇지 않은가? 일년 반만에 이룬 성과일세. 더 큰 성과를 이뤄낸다면 주군도 생각을 바꾸실 것이야."
"천만에 사공자의 위치는 견고하네. 그리고 그런 말은 성과를 이뤄낸 다음에 해야지. 사람이 조금 주위에 모인다고 우쭐하지 말게. 헛된 꿈은 빨리 깨는 게 상책이야. 이말을 하려고 왔네."
심배는 하고 싶은 말만 하고는 몸을 돌려 나갔다. 봉기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담담하지만 분노가 섞인 말투로 중얼 거렸다.
"죽일 놈이 큰 소리 치는 것은 여전하구나. 두고 봐라. 반드시 삼공자를 후계자로 올릴 것이다. 반드시!"
장안성.
원매가 이곳에 돌아와 여러가지 지시를 내린 지도 열흘이 흘렀다. 순유, 두기, 이유는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야 하니 아직 소식이 없었고, 고람과 등지가 군대 재배치 및 포상에 대한 보고를 시작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등지:호군(군대인사총괄)
-고람:감군(군대지휘)
-파재:한중중랑장(한중방어)-교위 이서. 보병 일만 이천.
-장위:삼보중랑장(삼보방어)-교위 양앙. 보병 칠천.
-손경:하동중랑장(하동방어)-현령 상요, 오록, 엄정 보병 칠천.
-전예:북중랑장(예비대)-절충장군 위연, 교위 강합, 노욱, 양정. 보병 삼만.
-이통:남중랑장(예비대)-절충장군 감녕, 교위 이휴. 보병 이만.
-방덕:기병대장(예비대)-교위 조독, 문칙, 장의, 송과. 기병 일만.
"좋아. 이 정도면 좋은 배치야. 병사들에게 조금 더 휴식을 주고, 훈련을 철저히 시키도록하게. 포상은 어찌 되었는가?"
"곳간을 열어서 쌀과 포목, 황금을 공에 비례하여 나누어 주었습니다. 일반병사들까지 나누어 주느라 많은 곳간이 비었습니다. 다행히 한중에서 오십만섬을 가져와서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특히 공이 큰 장수들에게는 식읍을 줄 것을 건의드립니다."
"식읍이라? 이것은 상속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대대로 공이 큰 장수들에게는 식읍을 내려주었습니다. 공신들은 받은 식읍을 통해서 조세를 걷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전쟁이 계속 일어날거야. 그러니 식읍은 신중하게 작성해야 해."
원매는 이같이 말하며, 죽간을 펼쳤다.
-장로 일천호
-장위 오백호
-방덕, 감녕, 위연 삼백호
-전예, 파재, 이통 이백호
-조독, 강합, 이휴, 이서, 문칙 일백호
원매는 인장을 꾹 찍어 승인했다. 도합 삼천오백. 약 이만에 달하는 백성이다. 전투는 그 뒤처리가 매우 고달프다. 특히 공신들에게 이처럼 식읍을 챙겨주는 일은 나라의 경제를 휘청거리게 한다. 계속 전쟁이 일어난다면 식읍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위나라 공신 만총의 경우 식읍이 무려 구천육백호였다. 그러니 이것은 정말 조족지혈인 것이다. 아직 원매의 세력이 작고,그들이 공이 크지 않았기에 이처럼 처리한 것이다.
원매는 등지와 고람에게 군대관련 업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후 회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