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
제 58장 한중공략漢中攻略-6-6
장위는 입성하자 곧바로 장로를 찾아 독대를 청했다. 장로는 의아했지만, 장위의 굳은 표정을 보고는 다른 사람들을 물리쳤다. 장위가 조심스럽게 하는 말을 들은 장로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아- 결국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가?"
"이 정도면 원도독이 많은 배려를 한 것입니다. 이 곳은 장부, 장성에게 맡기시고 형님은 저와 함께 장안으로 가시지요."
"그래. 충분히 배려를 해주었어. 하지만, 내손으로 어찌 양송을 처벌한단 말인가?"
"그건 제가 하겠습니다. 형님(장로)께서는 모른척하고 계십시오. 원도독의 말이 아니더라도 새 시대와는 맞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비리도 너무 많았고요."
장로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금도 양송을 처벌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더는 보호해 줄 힘이 없었다.
장위는 곧바로 염포, 이서, 장성을 만나서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그들도 장부, 장성이 한중을 통치하고, 장로의 안전이 보장되자 양송을 처리하는 일에 동의했다. 장성의 얼굴은 환해졌다. 둘째인 그로서는 기회가 없다고 여겼는데, 형인 장부와 함께 한중을 다스리게 되었으니 매우 기뻤다.
장위는 치밀했다. 양송의 심복을 먼저 급습하여, 힘을 꺾었놓았다. 그리고 이서와 장성의 군대를 움직여서 양송의 집을 전격적으로 덮쳤다. 심복들이 줄줄이 끌려 나왔다. 양송은 뒤 늦게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장로에게로 달려갔다. 장위가 양송을 막아섰다.
"사군께서 몸이 좋지 않아서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고 하셨소. 물러가시오."
"지금......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시오?"
"알지. 내가 시켰는데, 어찌 모르겠는가? 자네의 비리가 드러났어.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 것이 이치야."
"이.....놈! 어찌 내게 이럴 수 있느냐? 사군이 안다면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이미 허락을 득했으니 잔말 말거라! 여봐라- 당장 죄인 양송을 옥에 가두어라!"
양송은 끌려가면서 계속 장로를 찾았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장로는 치소안에서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지만, 그 뿐이었다. 자식들의 앞날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양송을 쳐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렇다면 양송을 버릴 수 있었다.
며칠에 걸쳐서 일이 마무리가 되자, 장로는 신하들과 함께 성문을 열고 나왔다. 장로가 병부를 들고 앞장섰고, 그 뒤를 장위, 장성, 염포, 이서가 따랐다.
[장로(45)] 지력:72, 정치력:81
[장위(40)] 무력:71, 지력:53, 통솔력:68
[염포(36)] 지력:79, 정치력:81
[이서(33)] 무력:65, 통솔력:63
[장성(23)] 지력:65, 정치력:66. 장로 둘째아들.
"장사군. 어서 오시오."
원매는 달려가 장로의 손을 잡고는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장로와 신하들도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원매는 장로의 손을 잡아 의자로 이끌고는 차를 손수 따라 주었다.
"이곳에 머물면서 장사군이 한중군을 얼마나 잘 다스렸는지를 알 수 있었소. 좋은 제도를 굳이 바꾸고 싶지 않소이다. 하여 최소한으로 통제를 하고, 한중을 둘로 나누어 장부, 장성에게 통치를 맡기고 싶소. 사군은 나와 함께 장안으로 가셔서 편안히 사시면 됩니다. 뒤에 있는 신하들에게도 적절한 벼슬을 내리겠소."
장로는 약조한 내용을 원매가 본인의 입을 통해서 재확인 시켜주자, 매우 안심이 되었다.
"고맙습니다. 그럼 저는 장안으로 가서 무엇을 하면 됩니까?"
"별가를 내릴 터이니, 장안에 거주하면서 한중도 왕래하고, 정치적인 조언도 하면서 편하게 계시면 됩니다."
장로는 원매가 태수 직위를 주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뜻을 따르겠습니다."
원매는 장로의 일을 마무리 하자,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뒤를 돌아보며 바로 명령을 내렸다.
"장위! 자네에게 편장군을 제수할 터이니 장안에서 근무하면서 사군을 보살피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종사관들을 붙여 줄테니, 필요한 물품을 챙겨서 사군과 함께 장안으로 출발하시게."
장로와 장위는 각오는 했지만, 한중을 떠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울컥했다. 눈물은 참았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며칠 내로 장안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원매는 그 둘을 외면하고는 장성을 돌아 보았다.
"자네가 장성이로군. 반갑네."
"반갑습니다. 도독을 처음 뵈었지만, 매우 용맹하신 분 같습니다."
"하하하하- 그런가? 한중군을 둘로 나누어서 장부와 자네가 다스리게 하려고 하네. 이곳 한중과 상용/서성지역으로 나누려고 하지. 자네가 둘째이니 상용/서성지역을 다스리는 것이 어떤가?"
장성은 실망스러웠다. 한중에 비해 상용/서성지역은 영토는 훨씬 컸지만, 평야도 적고 마을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관리하기 힘든 곳이었다. 염포가 장성의 표정을 보고는 재빨리 옆구리를 찔러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제야 장성이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이보게 장성. 장부가 있는데,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은 좋지 않아. 그리고 그곳을 잘 다스리면서 능력을 보여주면 내가 나중에 더 좋은 자리를 주지 않겠는가? 자네도 준비를 해서 서성으로 출발하게. 그곳에 치소를 설치하고 능력을 보여줘. 필요한 것은 요구하고."
"명을 따르겠습니다."
장성이 물러나자, 이서에게는 교위를 제수하여 양평관을 지키도록 명령했다. 이제 염포 차례였다. 원매는 싱긋 웃었다. 한중군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눈앞에 있는 것이다.
"반갑소."
"사군과 공자님을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인은 마소를 관리하는 일을 주시더라도 기꺼이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리한다면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 욕을 먹겠지. 별가를 제수할 터이니 함께 장안으로 가서 일을 처리합시다. 내가 장안에 있으면서 그대의 소문을 들었소. 기대가 크니 열심히 일해야 할거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염별가는 지금부터 내가 한중군을 파악하는 것을 도와주시고, 그리고..... 이서!"
"예. 도독!"
"자네는 양평관으로 달려가서 상황을 전파하고, 장부를 데려오게. 파재 자네가 같이가서 병력을 접수하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파재와 이서가 군대를 이끌고 양평관으로 이동하자, 원매는 염포를 앞세워 남정성으로 들어섰다. 장로, 장위, 장성은 분주하게 짐을 챙겼다. 염포는 한중의 상황에 대해 이것 저것을 조언했다. 그 때 홍유가 급히 달려 나와 예를 표했다. 원매는 홍유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고생했소. 내 그대의 공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오."
"한 일도 별로 없습니다."
"별로라니? 자네는 일등공신이야. 고생했어. 밖으로 나가서 좀 쉬게. 나는 염별가와 성을 둘러보겠네."
"알겠습니다."
홍유가 예를 표하고 물러서자, 염포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질 수 밖에 없었군요. 홍유가 세작일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전쟁이란 그런 것이지."
"참, 양송을 보시겠습니까?"
"그래. 봐야지."
염포가 양송이 갇힌 옥으로 원매를 이끌었다. 양송은 원매를 발견하고는 급히 얼굴을 창살에 기대며 입을 열었다.
"원도독! 살려주시오. 뭐든지 하겠소이다."
"자네 그동안 많이 부드러워졌군. 염별가 이자를 어찌했으면 좋겠는가?"
"재산을 몰수하고 평민으로 강등하면 될 듯합니다."
"염포 이놈- 네놈은 나와 무슨 억하심정이길래 이토록 모질게 나오는 것이냐?"
"사군만 아니었으면 네놈은 내 손에 죽어도 몇 번은 죽었을 것이다."
염포의 단호한 말투와 원매의 냉담한 얼굴을 보고는 양송은 속이 타들어갔다. 양송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원매가 입을 열었다.
"고민을 해봤는데, 자네의 자리는 없네. 재산의 구할을 내놓고 쥐죽은 듯이 살게. 만약 쓸데 없는 짓을 하는 것이 내 귀에 들어온다면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야. 알겠는가?"
"구할이라뇨? 너무합니다."
"이보게 염별가. 내 처분이 지나친가?"
"지나치지 않습니다. 저였다면 재산을 모조리 몰수하고 쫓아냈을 것입니다. 한중에서 악명이 자자했습니다. 소문이 워낙 크게 돌았는데도, 저놈은 사군의 힘으로 유유히 빠져 나왔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
"그럼. 염별가에게 양송에 대한 처분을 맡기지. 재산은 국고로 환수하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원매가 남정성 성곽에서 주위 풍광을 둘러보는 동안 장안에서 올라온 종사관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업무를 파악했다. 염포는 양송의 숨겨진 재산까지 악착같이 찾아내어 탈탈 털었고, 엄청난 재산이 국고로 환수되었다.
이틀이 지나자 양평관에 머물렀던 장부가 이서를 따라서 급히 들어왔다. 그는 장로, 장성을 만나서 상황을 전해 듣고는 곧바로 원매에게 달려와 부복했다.
[장부(25)] 지력:67, 정치력:68 장로 첫째 아들.
"어서 오게. 자 일어나."
원매는 장부의 손을 잡아 일으키고는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는 소상하게 상황을 다시 설명해주었다.
"동생(장성)에게 서성/상용을 맡겼으니, 자네가 한중을 다스리게. 군권을 제외하고, 자네가 조세만 잘 걷어준다면 장안에서 자네를 크게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이야. 어때. 할 수 있겠는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사실 한중을 도독이 점령하셨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사군이 잘 가꿔 놓은 한중입니다.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이곳에서 한중을 잘 다스리게."
원매는 장부의 어깨를 두드려 격려하고는 업무를 파악하라며 보냈다. 이제 한중에서 중요한 일은 거의 끝냈다.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한 후에 파재를 이곳에 남겨두고 장안으로 돌아갈 작정이었다.
보름을 한중에서 더 머무른 원매는 이서에게 이천을 주어 양평관을 맡기고, 파재를 한중중랑장으로 임명하고, 일만을 주어 성고성에 머무르며 한중을 방어하게 했다.
"파장군! 고생하시게. 한중이 분지이기는 하지만 꽤 번화한 곳이야. 이곳을 잘 방비하게. 가족은 조만간 이곳으로 올려보내겠네."
"명을 따르겠습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재가 어느 덧 43살이나 되었기에 직접 전투에 나서기 보다는 이렇게 한 곳을 맡겨두는 것이었다. 파재도 그런 원매의 마음을 알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간 도적 취급을 받으며 정처없이 떠돌며 고생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원매는 파재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하고는 한중을 출발했다.
처음 한중군을 공략할 때, 보병 삼만 이천, 기병 일만이었는데, 큰 전투가 일어나지 않아서 병력 손실은 극히 미미했다. 또한 항병 이만 팔천이 합류하면서 대부대가 되었다. 양평관에 이천, 성고성에 일만을 두었지만, 그래도 보병 사만 팔천, 기병 일만의 대부대였다.
한중에는 관중의 병사들을 배치했고, 한중의 병사들은 모조리 장안으로 데리고 갔다. 후에 한중이 안정되면 그들 중 노병 위주로 다시 돌려 보낼 계획이었다.
또한 한중에는 창고에 군량이 가득했는데, 필요한 군량을 남겨놓고는 모두 장안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 양이 오십만섬이나 되었고, 길이 험했기에 몇 달을 옮겨야 다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이로서 원매는 당분간 군량에 대한 걱정을 덜고, 관중의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원매가 돌아오자, 초여름이 유월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유를 비롯한 신하들이 나와서 그를 환영했다. 원매도 이들을 격려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오- 순치중. 중원은 잘 다녀오셨는가?"
"염려하신 덕분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한중군을 얻으신 것을 감축드립니다. 이제 군량 걱정을 덜으셔도 될 듯합니다."
"거기까지 생각했군. 역시 순치중이야. 자- 들어가서 중원이 어찌 돌아가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세. 참으로 궁금한게 많아."
원매는 낭랑한 웃음을 터트리며 앞장섰고, 신하들이 밝은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