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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57화 (57/253)

# 57

제 57장 한중공략漢中攻略-6-5

낙곡도 관문.

낙곡도 관문을 굳건하게 지키던 이휴는 치소에 칩거한 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원매군이 한중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 벌써 오일 전이다. 기겁을 하여 정찰병을 보내 자세히 알아보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틀 만에 포중성, 성고성이 함락되었고, 사흘 만에 남정성이 포위된 것이다. 또한, 어찌된 일인지 양평관의 병력은 꿈쩍을 하지 않았다.

'어쩐다? 여기 병력이 겨우 사천인데, 기병은 겨우 오십기이다. 이걸로 무엇을 한단 말인가? 남정성에 가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렇다고 사군의 은혜를 저버릴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구나.'

이휴는 장수의 기질을 인정 받아 관문을 지키는 수문장까지 올랐지만, 그게 다였다. 이곳 낙곡도 관문은 여러 관문 중에서 가장 외지였다. 여기까지 오르기 위해 고생한 기억이 떠오르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렇게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다. 사군! 이 못난 이휴를 용서하십시오. 저는 살아야겠습니다.'

이휴가 결심이 서자, 표정이 단호해졌다. 그는 즉시 교위, 사마, 군후, 도백을 모두 불러들였다. 그 후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단호한 이휴의 태도에 그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나를 따르지 않는 자는 죽이지 않고 풀어주겠다. 다만, 병사들을 선동하려고 할 때는 내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하겠느냐?"

군후 한명, 도백 한명이 반대하여 결국 제 갈길을 가도록 보내주었고, 나머지는 모두 이휴를 따랐다. 이휴는 곧바로 병사들을 분류하기 시작했고, 저항하는 세력은 단호하게 처벌했다. 하룻밤 만에 모든 것이 정리되자, 이휴는 삼천 팔백의 병력을 이끌고 곧바로 남정으로 출발했다.

남정성 장로치소.

"사군. 제가 밖으로 나가 원매와 협상을 하겠습니다.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항복을 하자는 소린가?"

"지금 성안의 군량은 부족하며, 이곳으로 지원을 오던 양임은 죽임을 당했습니다. 나중에 항복한다면 저들의 요구가 매우 가혹할 것입니다. 지금 힘이 있을 때 협상을 해야 우리의 요구를 어느정도 관철할 수 있습니다. 부디 영명한 판단을 내려주십시오."

양송은 장로에게 깊숙히 허리를 숙였다. 장로는 살짝 흔들리기는 했지만, 양송의 진언을 거부했다. 아직까지도 원매에게 항복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양송이 사실상 항복론을 꺼내들면서 성안의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장위, 염포도 양송의 진언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제지는 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수성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양송의 진언이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원매는 남정성 인근 원곡촌에서 군량창고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의 병사들을 추궁한 결과 남정성의 군량이 얼마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쾌재를 불렀다. 이후 보병들을 이용한 심리전은 더욱 집요하게 진행되었다.

"군량이 부족한 것을 다 알고 있다. 굶어 죽기 싫으면 항복하라!"

구구절절이 군량으로 물고 늘어졌기에 이제는 병사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먹지 못하고 무엇을 하겠는가?

원매는 느긋한 마음으로 남정성을 지켜보다가 지루한 상황에 깜빡 잠이 들었다.

"도독!"

"음-? 무슨 일인가?"

사마구는 물에 젖은 수건을 건넸다. 원매는 급히 얼굴과 목을 닦아 정신차리고는 사마구를 돌아보았다.

"낙곡도 관문을 지키던 이휴가 항복을 청해왔습니다."

"그래? 이거 기쁜 일이로구나. 이리로 데려오거라."

잠시후. 사마구를 따라 이휴가 들어왔다. 장로로부터 무력을 인정받은 이휴는 사마구 못지 않은 덩치를 자랑했다. 그는 곧바로 원매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휴(31)]

무력:77, 지력:65, 정치력:61, 통솔력:70

지략이 있는 인재로서 이승의 부친이다. 장로가 항복한 후, 조조로부터 관내후, 상당태수, 거록태수를 제수받았다.

"소장 이휴, 원도독을 따르기를 원합니다. 받아주십시오."

"잘 생각했소. 나와 함께 천하를 안정시켜 백성을 구합시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심리전을 펼쳐 주겠는가? 하루 빨리 한중군의 상황을 정리하고 싶어. 길어지면 고통받는 것은 백성들 아닌가?"

"명을 따르겠습니다."

이휴는 즉시 물러나와 기병 오십기를 거느리고 남정성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며칠 전까지 주군으로 모셨던 장로를 배신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단단히 결심을 하고는 크게 소리 쳤다.

"나는 이휴다. 오늘부터 원도독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항복하라! 그것 만이 살길이다!"

이휴의 등장은 장로의 마지막 희망의 끈을 끊어 버렸다. 장로는 탄식하며 눈물을 떨구었다.

다음 날 아침, 긴급 회의가 열렸고, 결국 양송의 제안이 받아 들여졌다. 양송은 성문을 열고 나왔다. 자신을 제지하는 위연에게 장로의 사신임을 밝히자, 곧바로 원매에게로 안내를 해주었다. 그는 원매에게 다가가며 흔들리는 마음을 굳게 다 잡았다. 홍유가 말한대로 이것은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양송(45)]

지력:62, 정치력:73

가공인물. 탐욕스러운 인물이다.

원매는 양송이 가까이 왔지만 굳이 일어서지 않았다.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자, 양송은 뜨끔했다.

"저는 총제주를 맡고 있는 양송이라고 합니다."

"원매요. 자- 이리 앉으시오."

고압적인 자세에 양송이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 앉았다. 사신으로 왔는데, 원매의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건을 말해 보시오."

"저희 사군께서 도독을 따르기로 결심한다면 어떤 보상을 해 주실 것입니까?"

"보상이라.......? 그런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양송은 순간 하늘이 노래졌다. 처음부터 원매의 태도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놈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놈들이었다. 양송은 이빨을 악물었다.

"사군은 한녕(한중)을 풍요롭게 만들었고, 백성들을 살뜰하게 보살폈습니다. 충분히 보상을 해주셔야 합니다. 다른 장수들이나 대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중을 다스리려면 그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뭐- 말을 안 듣고 반란을 일으킨다면 한개 현 정도 몰살시켜야지. 그러면 알아 듣겠지."

원매의 말에 양송이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원매가 차갑게 한 마디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어서 항복하라고 전해. 늦으면 모두 죽어."

양송이 기가 차서 말도 못하고 앉아 있을 때, 이휴가 다가 와서 그를 밖으로 끌었다.

"양총제주. 도독께서는 한중군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보상운운하니 이렇게 된 것 아닙니까? 솔직히 도독이 독하게 마음 먹고 두 달을 기다린다면 어쩌겠습니까? 성안에서 굶어죽기 밖에 더합니까?"

"그래도 그렇지....... 사신을 이리 대하는 예가 어디 있는가?"

"못할 것은 어딨습니까? 힘들다고 판단하면 보상을 제시하는 것이고, 별 볼 일 없으면 이런 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이미 사군께서는 더는 어찌 할 방법도 없고, 군량도 부족합니다. 도독께서 양총제주를 죽여버리겠다는 것을 겨우 말려 놓았습니다. 내가 잘 말해 놓을 터이니, 무조건 머리를 조아리시오."

이휴는 파랗게 질린 양송을 달래 놓고는 원매를 찾았다. 이휴를 보자 원매가 벌떡 일어섰다.

"어때? 양송이 겁을 좀 먹었는가?"

"아무 말도 못 하더군요. 제가 잘 말해 놓았으니 마무리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수고했소. 사실 요구를 모두 들어주려면 끝이 없어. 더군다나 탐욕스러운 양송에게 벼슬을 주는 것도 마땅치가 않아. 내가 마무리하지."

"도독 뜻대로 될 것이니 걱정마십시오."

이휴가 예를 표하고 물러나자, 원매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양송이 기다리는 막사로 들어섰다. 양송이 우물쭈물하며 일어섰다가 앉았다. 원매가 거만하게 노려보자, 양송이 머리를 조아렸다.

"방금 전에는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커흠- 양총제주가 그리 나오는 데, 더는 화를 낼 수는 없겠군. 사군께 빠른 시간내에 항복하는 것이 명예를 살릴 방안이라고 전해. 그리고. 자네 부정축재를 참 많이 했더군."

"아니..... 그것이......"

"더 할 이야기 없으니 가봐!"

원매는 벌떡 일어서더니 축객령을 내렸다. 양송의 얼굴이 썩은 간처럼 변해서 밖으로 나오자, 이휴가 달려왔다.

"잘 되시었소?"

"휴- 살다 살다 이런 모욕은 처음이군.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하고 사군께 항복을 권유해드릴 것 같은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려. 그럼 두달 뒤에 봅시다. 나는 할 말을 다했소. 도독이 성을 점령하고 악랄하게 나와도 나는 책임지지 않겠소."

이휴는 고개를 돌리고는 들으라는 듯이 욕을 해댔다.

"지금 모욕을 찾을 상황인가? 죽고 나서도 그런 소리가 나올지 모르겠군."

"이...... 이보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는가?"

"내가 양총제주라면 부정축재로 모은 재산을 도독께 바치겠소. 그리고 살길을 찾겠소. 솔직히 도독이 한중을 점령한 다음 그대를 죽이고 재산을 몰수하면 어쩌겠소? 생각 좀 하고 사시오."

이휴로부터 질책을 받은 양송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돌아갔다.

양송이 치소로 들어서자, 장로를 비롯하여 모두 모여 있었다. 양송이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빠른 시간내에 항복을 하셔야 명예라도 건진다고 했습니다."

"아니? 겨우 그 따위 말 한 마디 듣고 온 것이오? 다른 말은 없었소?"

염포가 어이 없다는 듯이 쏘아 붙이자, 양송도 이를 갈면서 대답했다.

"도독은 남정성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소. 지금 두달이든 세달이든 버틴다고 했소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시지 않소? 나도 뭔가 밀어 붙일 게 있어야 협상을 하지 않겠소?"

"항복을 하자고 제안한 것은 양총제주 당신이오? 그럼 이 정도도 생각하지 못하고 갔단 말이오?"

"그만-"

장로는 염포와 양송의 말싸움이 길어질 듯 하자, 소리를 질러 멈추게 했다.

"장위. 양송의 말을 어찌 생각하는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원매가 악랄하게 몇 달이고 길을 막고 버틴다면 결국 굶어 죽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들이 길목을 막고 방책을 쳐 놓았기에 교전을 벌이는 것도 힘듭니다."

치소안은 침묵속을 빠져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장로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위는 성문을 나와 원매에게로 향했다. 원매는 장위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아까 양총제주가 왔었는데 너무 거만하여 몇 마디 했더니 휑하니 가버렸소. 그래서 난감했는데, 장위장군께서 와주셨구려. 차 한잔 드시겠소?"

"그런 일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사실 장사군이 한중군을 정말 풍요롭게 만들어 놓았소. 진심으로 감탄했소. 그래서 내가 이곳을 점령하면 장사군의 아들인 장부, 장성에게 다스리게 하고, 장사군은 장안에 터전을 잡게 하고 싶소. 염포도 장안에서 벼슬을 하고, 장위장군도 장군벼슬을 주겠소. 양송은 지나치게 비리가 많아서 죽이지는 않겠지만, 벼슬을 줄 수는 없소이다."

장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원매의 제안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장부, 장성에게 한중군을 맡기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렇소. 다만 내가 보낸 군대가 이곳에 주둔할 것이고, 장안에서 내리는 명령을 따라야 하오. 그리만 한다면 자치권을 보장해 주겠소. 그러니 최대한 빨리 사군을 설득해주시오."

원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위를 격려하며 일어섰다. 장위는 원매에게 예를 표하고 밖으로 나서자, 이휴가 다가왔다.

"장군. 이휴입니다."

"이장군이구려."

"도독께서 만족할 만한 제안을 주셨습니까?"

"그렇소. 이정도면 꽤 배려를 해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안 좋은 것은 정리하고 항복을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양송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그가 오랫동안 한중의 실세였고, 그를 따르는 세력이 꽤 많습니다. 도독께서 한중을 막 점령하셨는데, 양송이 쓰기도 애매하고, 쳐내기도 부담스럽습니다. 마침 도독께서 판을 잘 깔아 주셨으니 모른척하고 처리해 주면 될 듯합니다."

"도독께서는 꽃길만 걷겠다는 말씀이구려."

장위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제야 원매의 뜻을 알아차린 것이다. 한중을 바치는 것도 서러운데, 환부까지 도려내어 깨끗하게 만들어 바쳐야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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