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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56화 (56/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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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장 한중공략漢中攻略-6-4

원매는 병사들의 젖은 옷을 말리느라 면수강변에서 시간을 지체하였다. 해가 중천에 떠서야 다시 부대를 정비하여 남정성으로 진군했다. 급속행군을 하여 저녁 무렵 남정성 근처에 도착했다. 원매는 숙영지 편성을 명령하고는 멀리 보이는 남정성을 차분하게 관찰했다.

'다행히 장안성처럼 견고한 성은 아니다. 하지만 공성전을 벌인다면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공성전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원매가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생각에 잠길 때, 방덕이 급히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표했다. 원매가 걱정되어 위연을 뒤에 두고 먼저 달려온 것이다.

"오- 방덕! 어서 오게. 고생했어. 그런데 위연은 같이 오지 않은 것인가?"

"보병이라 행군속도가 차이가 있습니다. 위장군도 도독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저보고 급히 가라고 조언했습니다."

"사람들 하고는. 내가 그리 허약해 보이는가? 하하하- 자네들의 마음이 고맙군. 주둔지를 편성해서 병사들을 쉬게 하게나."

"명을 따르겠습니다."

든든한 방덕의 뒷모습을 보고는 원매는 미소를 지었다.

'한번 대련을 해야 할 텐데, 한중을 점령하면 시간이 나려나?'

방덕까지 모이자 기병만 오천이 되었고, 이보다 더 든든할 수는 없었다. 하룻밤을 경계를 강화한 상태에서 밤을 지새운 후, 아침이 되자 차분하게 남정성을 살피기 시작했다.

장로도 원매가 왔음을 알아차렸는지 성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밖으로 군사를 보내 정찰을 하지는 않았다. 하루가 더 지나자, 위연, 파재, 감녕이 이끄는 보병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이제 남정성 앞에는 보병 이만 이천, 기병 오천이 집결했다. 원매는 파재, 감녕, 위연에게 남정성에 이르는 주요 길목을 모두 차단하도록 명령했다. 또한, 방덕에게 기병 삼천을 주어 양평관 방면을 경계하게 했다. 혹시라도 장부가 군대를 빼내어 기습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송과는 기병 이천으로 성고성 방면을 경계하도록했다. 상용, 서성 방면의 병사들이 성고성을 우회하여 올 경우를 대비한 조치였다.

방덕과 송과가 기병을 이끌고 이동하자, 원매는 보병들이 길목을 차단하고, 장애물을 설치하는 것을 꼼꼼하게 지켜보았다. 원매는 파재에게 장로를 회유할 것을 명령했지만,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전투가 시작된지 겨우 이틀인데 싸우지도 않고 항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파재가 지속해서 항복을 권유했지만, 장로는 어떤 반응도 내비치지 않았다. 원매는 실망하지 않고, 지속해서 길목을 차단하는 것을 독려했다. 그는 이번 전투를 낙관적으로 내다보았는데, 그 이유는 남정성안에 홍유가 있었고, 장로가 급하게 전투준비를 하느라 군량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홍유는 막강한 재력 덕분에 여러 고위 관리들과 친분이 있었고, 이에 큰 의심을 받지 않고 성안에 버티고 있었다. 성안이 혼란스러워지면 홍유가 움직일 공간이 생길 것이다.

남정성.

홍유는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갔기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그는 아무래도 이대로 있는 것이 불안했던지 양송에게 의탁했다. 양송에게 의탁한 이유는 그가 실력자이고,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면 만사형통이었기 때문이었다. 양송 또한 홍유와의 거래를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었기에 크게 반겨주었다.

남정성의 상황이 양송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도 그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회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늦은 밤. 양송이 장탄식을 터트리며 돌아왔다. 홍유는 그 모습을 보고는 머릿속에 번뜩하고 스치는 것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양총제주. 근심이 있으십니까?"

양송은 홍유를 보더니 희미한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문제가 생기면 의논해서 풀어야 합니다. 혼자 끙끙 앓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제가 염상으로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다른 곳의 재력가, 실력자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가? 오늘은 피곤허이. 쉬시게."

양송은 잠깐 눈을 반짝였지만, 곧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홍유를 지나쳐 실내로 들어갔다. 홍유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이제 미끼를 던져 놓았으니 물기를 기다려야 겠구나. 물지 않으면 물게끔 떡밥을 더 뿌려야지.'

장로치소.

"장위. 저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하는가?"

"장기전을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마도 사군의 약점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것 같습니다."

장로의 물음에 장위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장로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다시 질문했다.

"좀 자세하게 말해봐. 저놈들이 이곳에 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약점을 잡아? 그리고 그 약점이 무엇인가?"

"한중의 군량은 여러군데 나누어서 보관하고 있는데, 남정성의 군량은 원곡촌에 창고가 있습니다. 원매가 공격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급히 군량을 옮겼지만, 삼일만에 많은 군량을 옮길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 성안에는 군량이 오천섬이 있는데, 병사 일만, 백성 이만등 총 삼만이 있습니다. 세달도 버티기 힘듭니다."

"아니? 왜 군량을 그리 먼 곳에 두었는가? 성안에 두지 않고?"

"군량창고가 굉장히 큽니다. 성안에 둘 수는 없습니다. 만약 관문에서 제대로 막았다면 많은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충분히 군량을 옮겼을 것입니다.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뚫리면 대책이 없습니다."

"끄응-"

장로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밖에서 제주들이 원매군을 흔들어 주지 않을까?"

"한녕군이 그간 너무 평화로웠습니다. 그리 되기를 바라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혹여라도 그런 것이 원매를 자극하는 날이면 엄청난 학살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저들은 관중과 서량에서 전투로 다져진 병사들입니다."

"염공조!"

장로는 장위로부터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자, 염포를 찾았다. 염포가 힘없이 대답하며 장로에게 허리를 숙였다.

"사군. 말씀하십시오."

"그대의 생각도 장위와 같은가?"

"그렇습니다. 저들이 적극적인 공성전을 벌인다면 틈을 보아 반격도 하고, 양평관의 병력을 끌어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런 상황이면 쉽지 않습니다. 필시 양평관, 상용 방면의 지원병력이 오는 것까지 차단을 해 놓았을 것입니다."

"에잉-"

장로는 맘에 안 드는지 휙-하고 돌려 앉았다. 치소안은 누구 한 명 입을 열지 않으면서, 고요한 정적만이 가득했다. 장로가 선정을 베풀면서, 최근 칠,팔년 평화가 유지되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원매는 길목을 차단한 파재, 감녕, 위연군영을 돌면서 철저하게 방비를 하고 약탈을 금할 것을 주문했다. 세 군영을 모두 돌아보고 다시 돌아오면서 원매는 생각에 잠겼다. 홍유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사마구에게 의견을 물었다.

"사마구. 너는 홍유가 어찌 움직이리라 생각하느냐?"

"지금은 잘못 움직이면 위험하니 납작 엎드려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군량이 부족해지면서 저들이 흔들린다면 누군가를 회유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누구를 회유할 것 같은가?"

"양송이나 이서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서는 크게 비리가 드러난게 없는 자이니, 양송을 회유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흠- 그렇다면 홍유가 움직일 수 있게 흔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원매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급히 죽간을 작성하여 보병군영으로 보냈다.

그날부터 파재, 감녕, 위연 군영순으로 돌아가면서 밤에 소리를 지르고, 불화살을 쏘아댔다. 일종의 심리전에 전투경험이 부족한 장로군은 크게 흔들렸다. 이들은 밤잠을 설쳤고, 낮에 힘을 내지 못했다.

또한 성밖에 있는 창고를 약탈하지 않는다는 죽간을 화살에 실어 계속 날려 보냈다. 이것은 성안에 있는 부호들의 안심시키기 위한 계략이었다.

결정적으로 장로를 배신한다면 엄청난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죽간까지 날아들었다. 신앙심이 깊은 일반 백성들과 병사들은 장로를 절대적으로 지지했지만, 부호들은 달랐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재산이 제일 중요했던 것이다.

이후로 성안에는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서로 간에 의심이 싹텄다. 만약 뛰어난 장수가 있어서 성을 통제했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남정성은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평화를 구가했다. 당연히 이런 모략이나 심리전에는 취약했다.

원매가 남정성을 둘러싸고 팔일째 심리전을 펼치고 있을 때, 파중을 경계하던 장로군 삼천이 산을 내려오는 것이 정찰병에게 포착되었다. 원매는 보고를 받자마자, 보병들에게 자리를 뜨지 말고, 계속 임무를 수행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방덕기병 일천 오백을 급히 지원받아 직접 지휘하여 진격했다.

파중을 지키던 양임은 보병삼천을 이끌고 급히 파산을 내려와 남정성 인근의 평야지대에 도착했다. 산이 워낙 크고 험했기에 빠르게 행군했지만, 이제야 내려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원매가 이끄는 일천 오백의 기병이었다.

"즉시 항복하라!"

사마구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양임은 생각치 못 한 상황에 당황했다. 급히 내려오느라 오로지 창과 칼이 전부였다. 방패등을 가지고 내려올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공격하라! 사군의 부대는 절대 패하지 않는다!"

양임이 공격명령을 내렸다. 삼천의 보병으로 일천 오백의 정예기병을 공격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하지만 방어를 할 수 있는 무기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양임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돌격하라! 모조리 참하라!"

원매가 반월도를 휘두르며 앞장 섰고, 그 뒤를 사마구와 기병들이 따랐다. 이각을 따르다가 원매에게 항복한 서량기병의 힘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수십기가 무리를 이루어 보병들을 난도질했다. 원매의 반월도에 걸린 병사들은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양임은 도륙당하는 병사들을 보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이노움-!"

양임이 장창을 휘두르며 원매에게 달려들었다. 선공을 펼쳤지만, 오히려 밀려난 쪽은 양임이었다. 원매가 사정을 봐주지 않고 힘껏 휘두른 반월도에 양임은 채 열합을 넘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기병 한명이 급히 양임을 목을 베어 창에 꽂아 올렸다.

"양임이 죽었다! 항복하라!"

그렇지 않아도 밀리던 양임군은 창과 칼을 집어 던지며 엎드렸다. 초반에 양임이 죽으면서 전투는 싱겁게 끝이 났고, 병사들은 학살되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덕분에 죽거나 도주한 병사들을 제외하더라도 이천의 병사들을 얻을 수 있었다.

기병들의 피해는 미미했다. 죽거나 중상을 입은 인원은 겨우 이십여명이었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야전에서 맞붙다보니 보병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양상이었다.

원매는 그들을 이끌고 돌아왔다. 그리고 세 부대로 나누어 보병부대로 편입시켰다. 위연이 양임을 목을 대나무에 꽂아 높이 세워 놓고 소리쳤다.

"파산에서 지원하러 온 양임이 죽었다. 보병 삼천 또한 격파되었다. 항복하라!"

양임마저 죽임을 당하자, 남정성은 침묵속으로 빠져들었다.

홍유는 밤 늦게 퇴청한 양송을 찾았다. 양송은 속이 타는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자네도 술이 고팠나보군. 이리로 앉게."

"안 좋은 일이 있습니까? 표정이 어둡습니다."

홍유가 양송으로부터 술을 받으며 위로를 건네자, 양송은 술을 벌컥 들이키고는 한탄을 쏟아냈다.

"모든 게 쉽지 않네 그려. 지원을 오던 양임이 죽었어. 이제 남정성에는 희망이 없네. 나도 이제 끝이로군."

"그렇지 않습니다. 끝이라니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길이 있지 않습니까?"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신가?"

"염포, 장위, 장성, 이서등은 모두 주전파입니다. 양총제주께서 항복을 주장하시면 됩니다."

"안 될 말이야.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사군이 그것을 받아 들이겠는가? 항복하면 모든 것을 잃을 터인데."

"양총제주께서 협상을 하겠다고 하십시오. 그래서 원도독과 협상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어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설령 협상이 생각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손해볼 일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군량이 부족하면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또한, 양총제주께서는 원도독과의 새로운 관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양송은 말 없이 술을 들이키고는 눈을 반짝였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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