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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54화 (54/253)

# 54

제 54장 한중공략漢中攻略-6-2

장로의 동생으로 한중의 모든 군권을 틀어 쥔 장위는 양송을 보자 인상을 찌푸렸다.

"이보시오. 양총제주(양송). 어찌할 거요? 양백이 관문이라도 열면 모든 게 끝이오."

"장장군(장위). 내가 지금 양평관에 다녀오는 길이오. 양백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반드시 원매군을 막겠다고 다짐했소. 헛된 소문 때문에 아까운 장수를 해임하는 것은 옳지 않소."

"아까운 장수? 양백이 무능하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그대만 모르는 것 같구려. 아니면 낮술을 하셨소?"

"뭐요?"

양송은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었지만, 감히 장위에게는 대들지 못했다. 한중에서 양송이 도저히 어쩌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장위였다. 막강한 무력, 장로 동생, 군권 총수. 사실상 한중의 최강실세였다. 양송을 아끼는 장로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만들 하시게. 원매를 막는 게 급선무야. 이보게 양송."

"예. 사군."

"소문이 난 것도 그렇고 좀 찜찜해. 잠시만 양백을 이곳으로 불러들여 예비대 임무를 맡기다가 평온해지면 그때 양평관으로 다시 보내는 것이 어떤가?"

"양백은 죄가 없습니다. 그를 이곳으로 불러들일 명분이 없습니다. 잘 막아낼 터이니 믿어주십시오."

양송은 즉시 바닥에 부복하여 눈물을 쏟았다. 만약 양백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염포가 추천한 깐깐한 인물이 들어서는 날이면 모든게 끝장날 것이 분명했다. 자신과 양백의 비리가 모조리 파헤쳐질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울먹이는 양송을 보자 장로는 마음이 흔들렸다.

"사군(장로). 당장 양백을 소환하셔야 합니다. 지금 그가 죄가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원매군을 격퇴하고, 죄가 없음이 밝혀지면 다시 양평관으로 보내면 될 것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시행하셔야 합니다."

염포의 주장에 장위도 동조를 했다. 장로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누가 좋겠는가?"

"대공자(장로의 장남 장부)를 보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염포가 장부를 추천하자 장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양송의 얼굴은 새까매졌다. 장부는 장로의 뒤를 이어 한중을 다스린다는 생각에 오두미교에 심취한 상태였고, 교리에 관해서는 철두철미했다. 다시 말해 양송과 양백의 비리를 두고 타협할 여지가 없는 인물이었다.

"위험한 곳에 어찌 대공자를 보내십니까? 차라리 양앙을 보내시지요."

"비록 위험한 곳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대공자께서 이곳을 다스리려면 이정도는 경험하셔야 합니다. 또한, 양앙은 양총제주의 친척입니다. 양앙은 안됩니다."

양송의 진언을 염포가 곧바로 반박하며 다시 진언을 올렸다.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각 관문을 단단히 지키도록 비상령을 내려라! 양백을 소환하고, 장부를 양평관으로 보내서 원매군을 격파하라! 염공조(염포)가 양백의 죄를 추궁하라! 양총제주는 더는 말을 말라!"

장로가 명령을 내리자, 양송은 힘없이 물러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정신이 아득했다. 엄청난 비리가 드러나면 모든게 끝날 것이 분명했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몰렸단 말인가?'

양송은 처소에 앉아 한탄을 하다 눈물을 쏟았다.

홍유는 은밀히 소문을 내고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만약 발각이라도 되는 날이면 목숨이 날아갈 일이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중요한 첩보가 입수되었다.

양백이 장로치소가 있는 남정으로 소환되고, 장부가 새로운 양평관문장으로 부임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런 상황이 도독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겠구나. 빨리 알려야겠어.'

홍유가 사곡도를 통해 진군하고 있는 원매에게 발빠른 자를 시켜 상황을 전파했다. 만약을 대비하여 죽간을 만들지 않고, 오로지 기억에 의지하게 했다.

천령산맥을 넘은 원매군은 산악에 기대어 쉬는 도중에 홍유가 보낸 전령을 맞이했다. 강경이 급히 전해 듣고는 원매에게 진언을 올렸다.

"도독. 양평관의 양백이 물러났고, 장로의 장자인 장부가 새로 부임했습니다. 또한 전예부대를 주력으로 판단하여 대부분의 부대를 그리로 이동하고, 나머지 각 관문에는 비상령을 하달했습니다."

"흠- 이제 자네가 움직여야 할 때가 된 것 같군."

"다녀오겠습니다. 사곡도의 관문을 열겠습니다."

원매는 강경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강경은 호위병 몇 명을 데리고 빠르게 사곡도 관문으로 향했다. 멀리서 다가오는 강경을 보고 강합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결국은 이렇게 되는가?

"강경이 오면 바로 내 처소로 안내하게. 귀한 손님이야."

"알겠습니다."

강합의 명령을 받은 호위대장이 복명하며 물러났다. 잠시 후 강경이 약간 굳은 얼굴을 하고 들어와 인사를 올렸다.

"앉아. 물 한 잔 마시거라."

"그렇지 않아도 목이 탔습니다."

벌컥 벌컥- 강경은 망설임 없이 물을 들이켰다. 그는 물잔을 내려 놓고는 말 없이 물을 찍어 탁자에 글자를 썼다. 강합은 고개를 끄덕였다. 침묵 속에 글을 써가며 대화를 나눈 강경은 조금 쉰 후에 자리를 떴다.

'새벽에 원도독 군대가 올 것이니 그 안에 처리해야겠구나.'

물러가는 강경을 바라보다가 강합은 결심을 하고는 친위대를 불러 명령을 하달했다. 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문을 표시했지만, 곧바로 복명했다. 오랜 시간 강합을 따랐던 자들이라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이곳 관문은 이천의 병사가 있었고, 강합을 도와 교위 한 명, 사마 두 명이 병력을 지휘하고 있었다. 위급시 후방으로 전령을 보내면 지원병이 오는 쳬계였기에 비교적 적은 이천으로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교위 한형, 사마 두흥, 이영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강합이 중요한 일이라며 부르고는 아무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굳게 닫혀있던 그의 입이 이윽고 열렸다.

"긴말하지 않겠다. 나는 원도독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너희들도 오랫동안 나와 함께 했으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것이다."

강합은 놀라는 그들의 얼굴을 보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장사군이 싫어서도 아니고, 그가 악인이어서도 아니다. 다만, 천하를 안정시켜 백성을 구해야 한다는 원도독의 마음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새벽에 원도독의 군대가 이곳으로 들어 올 것이다. 반대하는 자는 지금 말하라."

"반대를 한다면 죽는 것입니까?"

교위 한형이 용기를 내서 묻자, 강합이 싱긋 웃었다.

"내가 그리 모진 사람으로 보이는가? 잠시 연금되었다가 며칠 후 풀어줄 것이다. 그 다음엔 어디로 가든 상관하지 않겠다."

"어째서입니까? 장사군께 달려가서 이곳의 상황을 발설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후후후후- 원도독군이 이 관문을 통과하여 한녕군(한중군)으로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은 끝이다. 그 다음에는 한녕군의 모두가 알 것인데, 발설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나를 따른다면 포상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목숨을 잃지는 않겠지만,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결정하라!"

망설이던 교위 한형, 사마 두흥은 강합을 따르기로 결정했지만, 사마 이영은 끝까지 반대했다. 평소 오두미교에 심취해 있던 그로서는 도저히 장로를 배신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영은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연금되었다. 저항하는 순간 죽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 후 교위 한형과 사마 두흥이 하급 도백들을 일일이 분류하기 시작했다. 열명의 도백, 군후 중 세 명이 연금되었고, 나머지는 강합을 따랐다.

순식간에 간부들이 분류되자, 병사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일부 신앙심 깊은 병사들이 대(오십명의 대장)를 중심으로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강합이 잔인하게 토벌했다. 초기에 진압된 덕분에 큰 무리 없이 장로 세력을 일소할 수 있었다.

강합은 새벽까지 신경을 곤두세웠다. 다행히 교위, 사마, 군후, 도백등 주요 간부들의 마음을 잡아둔 덕택에 이후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원매군은 열려있는 사곡도 관문으로 끊임없이 밀려들어왔다. 원매는 강합을 발견하고는 달려가 그의 손을 꼭 잡고 격려했다.

"고맙소. 그대의 결단 덕분에 많은 백성들이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될 것이오. 내 그대의 공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오."

"학살이나 약탈은 절대 안됩니다."

"걱정마시게. 내가 천하의 백성을 위해 군대를 일으켰는데, 어찌 그런 짓을 하겠는가? 포중성과 성고성을 점령하고 내일 치소가 있는 남정성으로 군대를 이끌고 간다면 될 것 같은데, 좋은 계책이 있겠는가?"

"제 부하들을 보내서 급한 일이라고 하면서 성문을 열어달라고 하면 의심하지 않고 열어줄 것입니다. 그때 군대를 이끌고 들어가서 성을 점령하면 됩니다. 성고성은 창기와 삼천, 포중성은 양앙과 이천이 있습니다. 성고성은 상용방면과 연결되는 요지이므로 이곳부터 점령해야 합니다. 포중성의 양앙은 겁이 많은 자이니, 성을 에워싸고 적당히 회유하면 됩니다."

"고맙소. 그럼 믿을 만한 자를 선발해서 보내시오. 내가 그 뒤를 따라서 부대를 보내겠소."

"알겠습니다."

강합은 사마 두흥과 기병 열명을 성고성으로 보냈다. 원매는 즉시 방덕과 위연을 호출했다. 그들은 계책을 전해듣고는 눈을 반짝이며 복명했다. 곧바로 방덕이 기병 삼천, 위연이 보병 오천을 이끌고 출병했다.

성고성은 한중분지의 동쪽 끝에 위치해 있었으며, 낮은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방덕은 수풀 속에 숨어서 두흥이 성으로 접근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음- 계략을 쓰지 않았다면 점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성고성은 견고한 성이다.'

방덕은 침음성을 흘리고는 날랜 기병 삼백을 선발하여 대기를 시켰다. 두흥이 저들과 뭐라고 신호를 주고 받더니 성문이 열렸다. 일부러 시간을 끄느라 두흥이 성으로 들어서지 않고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들은 제지하지 않았다. 두흥과 안면도 있었고 그동안 전쟁이 없는 평화가 계속되었던 탓이었다.

두두두두두--

방덕이 보낸 삼백의 기병이 빠르게 달려들었고, 방덕과 나머지 기병이 그 뒤를 따랐다.

"죽어라!"

두흥과 열명의 병사들이 갑자기 칼을 뽑아 휘둘렀다. 찰나간에 이루어진 기습에 병사들이 쓰러졌다. 성문이 닫히지 않도록 무기를 틈 사이에 끼워 넣었다. 방덕의 기병들이 성안으로 들이닥치면서 병사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임을 당했다.

둥둥둥둥--

침입을 경고하는 북소리가 울려퍼졌고, 곳곳에서 잠을 자던 병사들이 급히 달려나왔다. 하지만 불쌍하게도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삼천기병 앞에 급히 몰려 나온 보병들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당할 뿐이었다.

뒤늦게 창기가 정예 호위병을 이끌고 나타났다.

"이....... 이 죽일 놈들이 어디서 왔단 말인가?"

방덕의 삼천기병은 이,삼백단위로 쪼개져서 성안을 휘젓고 있었다. 창기를 그들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호위기병 이백을 이끌고 달려들었다. 창기와 정예 호위기병의 위력은 대단했다. 힘으로 방덕기병을 눌러버린 것이다.

삐이이익--

힘에서 밀리자, 곧바로 호각을 꺼내 지원을 요청했고, 가까이에 있던 방덕이 호위기병을 이끌고 왔다. 방덕기병이 창기에게 밀리는 것을 보자 방덕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이노움-- 내 칼을 받아라!"

방덕은 곧바로 창기에게 달려들었다. 창기는 방덕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방심치 않고 창을 부딪쳤다.

캉--

분노한 방덕의 힘은 대단했다. 창기가 힘없이 밀리더니 겨우 이십여합만에 목이 날아갔다.

"대장 창기가 죽었다! 모두 항복하라!"

방덕이 외치는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창기군은 하나둘 무기를 던지고 엎드려 항복했다. 이윽고 방덕기병의 뒤를 따라서 위연의 오천보병까지 성안으로 들어서면서 모든 상황은 깨끗이 정리되었다. 한중군의 요지인 성고성이 점령된 것이다.

방덕, 위연이 성고성을 점령하는 동안, 원매는 파재, 감녕에게 보병 일만 오천을 주어 포중성 공격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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