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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53화 (53/253)

# 53

제 53장 한중공략漢中攻略-6-1(지도첨부)

"이....... 이 죽일 놈들이......."

방덕의 재빠른 후퇴를 생각하지 못했던 한수는 뒤늦게 분노를 터트렸다.

"어서 추격해! 방책을 공격해서 무너뜨려!"

"참으십시오. 지금 기병들이 급히 되돌아와서 방덕기병을 공격하느라 힘을 소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방책을 공격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성공영이 급히 말리자 한수가 괴성을 질러대며 발로 차고 난리를 쳤지만, 결국 추격명령을 철회했다. 폭급하지만 영악한 한수였기에 성공영의 말뜻을 바로 알아 차렸다. 하지만 분통이 터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빌어먹을. 이렇게 어이없이 당하다니."

"일단 병사들에게 휴식을 주십시오. 아무래도 우려했던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다치거나 죽은 병사들을 파악하겠습니다."

성공영은 차마 후퇴라는 표현을 쓰지 못했다. 한수의 폭급한 성정으로 볼 때, 지금은 때가 아닌 것이다.

노욱은 방책을 강하게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수레를 끌어다가 방책을 지지하고, 나무를 이용하여 단단하게 고정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책은 견고해졌다. 이통이 방덕, 문칙의 공을 치하했다.

"방장군, 문장군. 고생했소. 이제는 이곳에서 기다리면 저들 스스로 물러날 것입니다. 기병들에게 휴식을 주고, 다친 병사들은 치료해주시오."

"때를 봐서 야간기습을 해도 괜찮지 않겠소?"

이통은 방덕의 기습제안에 가만히 고개를 흔들고는 입을 열었다.

"방장군. 우리의 목표는 한수를 물러가게 하고, 최대한 병력을 보존하여 돌아가는 일입니다. 물론 기습이 성공하면 전과가 확대되겠지만, 만에 하나 실패하게 되면 손실이 커집니다. 그점을 유념해 주시오."

"알겠소이다. 이거 몸이 근질근해서...."

방덕은 어깨를 돌리며 아쉬운 듯 물러났다. 이통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문칙에게 명령했다.

"문장군. 그대가 방장군을 잘 도와주시오. 이번 기습은 대성공입니다. 수고했소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문칙마저 물러가자, 이통이 크게 소리치며 방책을 세우는 보병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하변성일대의 전투는 이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한수는 공성전을 벌일 수도, 이통군영을 공격하기도 애매한 상황에 몰렸다. 이런 전투방식은 한수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어쩌면 서량출신의 장수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후 십일째나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한수는 술을 입에 대었다.

"빌어먹을-"

쨍그랑- 한수가 집어던진 술병이 그대로 박살났다. 그는 털썩 의자에 앉아 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술기운인지 분함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눈에서는 눈물 한방울이 흘러 떨어졌다.

'서량이 좁다고 호령하던 이 한수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 한 애송이에게 이렇게 당할 줄이야.'

한수의 안타까운 탄식은 성공영이 장수들을 이끌고 들어오면서 사라졌다. 그는 급히 눈물을 닦아내고는 위엄있는 자세를 갖추었다. 성공영과 장수들이 무릎을 꿇고는 진언을 올렸다.

"주군. 분하지만 이제는 후퇴해야 합니다. 벌써 많은 군량을 소모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결코 패배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군량이나 축내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옳은 계책이 아닙니다. 이에 후퇴를 건의드리는 것입니다."

패배하지 않았다는 말에 한수는 조금 위안이 되었다. 그렇다. 지지 않았다. 다만 상황이 불리하니 다음 기회를 노리자는 것이다.

"자네들도 같은 생각이야?"

"그렇습니다. 반드시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장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한수는 짧게 신음성을 터트리고는 생각해보겠다며 그들을 물리쳤다. 며칠 후 결국 한수는 후퇴명령을 내렸다.

한수군이 물러가자, 이통은 노욱에게 방책을 정리하도록 명하고, 방덕과 함께 하변성으로 나아갔다. 국연은 급히 성문을 열고 나와 이들을 반겼다.

"참으로 수고하셨소이다. 덕분에 살았소이다. 허허허-"

"원도독은 약속을 반드시 지키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주시지요. 군대를 이끌고 와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바로 가신단 말이오?"

"일을 해결했으니 물러가야지요."

이통이 국연과 헤어지고는 곧바로 군영으로 돌아왔다. 방덕과 문칙이 기병을 이끌고 먼저 출발했고, 이통과 노욱이 보병과 수레를 이끌고 그 뒤를 따랐다. 국연은 멀어져가는 이통군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또 한수가 오면 어쩌나? 매일 이렇게 조마조마하면서 살아야 하나?'

장안성 원매치소.

이통과 방덕이 철수를 하고 있을 때, 원매는 전예와 방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양백이 양평관 근처의 땅을 빼앗고, 군수물품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했습니다. 양평관일대를 다스리는 제주祭酒조차도 양송이 두려워 쉬쉬하고 있습니다. 그 근처가 모두 양백에게 넘어갔으니 소문이 퍼지면 상당히 시끄러워질 것입니다."

"제주가 무엇인가?"

"장로가 스스로를 사군이라 칭하고, 오두미교 신도들의 믿음과 능력에 따라 제주-간령-귀졸로 봉했습니다. 제주면 사군 다음으로 굉장히 높은 위치입니다."

"흠- 역시 양송이 대단하군. 그럼 시작을 해보세. 사곡도 관문을 지키는 강합도 설득이 되었어. 한중에서 조심해야 할 자가 있는가?"

"공조를 맡고 있는 염포가 지략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래 내가 염포를 놓치고 있었군. 자네가 한중에 소문을 퍼트리고, 군대를 이끌고 고도를 통해 양평관으로 나간다면 염포가 어찌 나오리라 생각하는가?"

"염포는 한중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으니 반드시 양백을 처벌하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양백의 횡령한 돈의 대부분은 다시 양송에게로 흘러들어가는 만큼 양송이 막아설 것입니다. 혼란은 막지 못합니다."

"양송의 달콤한 간언에 장로가 정신을 못차리는 구나. 좋아. 이제 시작해야지. 곧 이통과 방덕도 돌아올 것이니 그때 공격하기로 하지. 자네는 지금부터 한중 전역에 소문을 퍼트려."

"홍유라는 염상을 통해서 소문을 내겠습니다. 나중에 잘되면 그에게도 포상을 부탁드립니다."

"걱정마시게. 어서 소문을 내라고 하고, 병사들을 출진 준비시키게."

"예. 도독!"

몇 달을 한중공략을 준비해 왔었기에 공격준비는 매우 빨랐다. 방덕과 문칙이 이끄는 기병들이 먼저 도착했고, 사일 후에 이통이 장안으로 입성했다. 원매는 그들을 위로하고는 공이 있는 자들을 포상했다.

한중공략.

-고도방면 : 전예, 양정 보병 칠천, 조독 기병 삼천.

-사곡도방면 : 원매, 강경, 감녕, 위연, 파재, 노욱, 방덕, 송과 보병 이만 오천, 기병 오천.

-장안수비 : 고람, 이통, 문칙 보병 칠천, 기병 이천.

홍유가 상인들을 통해서 한중군에 양백의 비리를 퍼트렸고, 이에 한중군은 발칵 뒤집혔다. 염포가 즉시 상황을 파악하고는 장로에게 달려가 진언을 올렸다.

"사군. 양백의 횡령이 도를 넘었습니다. 제가 확인을 해보니 양평관 부근의 땅을 빼앗고, 백성들을 소작농으로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교리에도 어긋나는 불충한 행동입니다. 어서 불러들이시어 처벌하셔야 합니다."

장로는 염포의 강경한 진언에 뜨뜻미지근한 표정을 지었다. 양백은 양송의 친척이었기에 처벌한다면 양송의 원망을 들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염포가 계속 진언을 올리자, 장로는 알았다는 말을 하고는 염포를 돌려 보냈다.

염포는 밖으로 나서다가 급히 들어오는 양송과 마주쳤다. 마른 체형의 염포와는 달리 뚱뚱한 양송은 헉헉거리며 염포를 막아섰다. 그의 살찐 뺨이 분노로 푸들 푸들 떨렸다.

"염공조(염포). 나랑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러시는가? 양백이 조금 실수를 했으면 바로 잡으면 될 일이야."

"양총제주(양송). 조금 실수라고요? 그 지역 땅이 대부분 양백의 손아귀로 들어갔는 데, 그게 조금 실수입니까? 이는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한녕(한중)은 사군의 영도아래 모두 오두미교를 믿으며 건실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꾸라지 한 마리가 모든 것을 망치려고 하는 데 두고 보라는 말씀입니까?"

"뭐? 미꾸라지? 자네가 실성을 했는가? 영특해서 공조가 되더니 감히 내게 덤벼드는 것이야?"

"나는 사군을 빼고는 누구도 두렵지 않소. 옳은 일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소."

염포는 양송을 노려보고는 휑하니 돌아갔다. 양송은 얼굴이 썩은 간처럼 변했다.

"이놈- 어디 두고보자. 감히 공조주제에 총제주인 나에게 덤벼들어? 일단 양백의 일을 처리하면 네놈을 결단을 낼 것이다. 죽일 놈 같으니라고."

양송은 한동안 염포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장로에게 달려갔다. 장로는 양송을 보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양송은 누구보다 장로의 뜻을 잘 알고 헤아렸다.

"사군. 양백을 죽여주십시오! 제가 당장 달려가서 사군의 명성에 먹칠한 그놈의 목을 베어버리겠습니다."

양송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일어서시게. 도대체 얼마나 비리가 있길래 염공조가 난리를 치는 것인가?"

"양민을 괴롭히는 욕심많은 지주를 혼내주고, 그가 빼앗은 땅과 재산을 돌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행정처리가 미숙하여 지주의 재산을 더 많이 회수하여 돌려주는 바람에 그 지주가 억울하다고 소문을 낸 것입니다."

"그리 된 것이로군. 도대체 얼마이길래 이토록 소란스러운가?"

"쌀 삼백섬입니다. 저는 양백 이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실수라지만 이런 일로 사군께 근심을 끼쳐드리지 않았습니까? 당장 참하라는 명을 내려주십시오."

"이사람아. 삼백섬이면 좀 과하기는 하지만, 실수아닌가? 어서 돌려주라고 하게. 그러면 된거야. 자네가 조치하게."

"큰 은혜에 감격할 따름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단단히 조치하겠습니다."

양송은 거짓 눈물까지 흘리며,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잠시후 장로의 치소를 나온 양송은 아픈 이마를 매만지며 눈에서 살기를 뿜어냈다.

'염포. 이놈을 어찌 죽여야 된단 말인가? 내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다.'

양송이 양백의 비리를 말도 안 되게 허위, 축소보고를 한 덕분에 양백의 일은 마무리 되는 듯했다. 하지만 잠잠해지던 한중에 또 다시 양백 관련 소문이 퍼졌다.

-양백이 원매와 내통하여 관문을 열 것이다. 지금 고도를 통해서 원매군이 오고 있다.-

또 다시 고개를 드는 소문에 양송은 기겁을 했다. 원매와 내통하여 관문을 연다면 이것은 반역이었다. 그는 급히 양평관을 달려갔다. 장로치소가 있는 남정과 양평관은 하루거리였다. 양송이 도착하자, 양백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그를 마중했다.

"아이고. 저 좀 살려주십시오."

"이 ...... 이 미친 놈아. 사실대로 말해보거라. 사실이냐?"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제가 미쳤습니까? 원매와 손을 잡게요."

"그럼 고도를 통해서 원매군이 올라오고 있다는 데, 그것은?"

양백이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거리자, 양송이 대노하여 호통을 쳤다. 양백은 바짝 엎드려 빌며 울음을 터트렸다.

"지금 원매군이 몰려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부른 것은 절대 아닙니다. 믿어 주십시오."

아귀가 착착 들어 맞고 있었다. 비리 소문에 이어 원매와 내통한다는 소문, 그리고 실제로 원매군이 고도를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누가봐도 의심할 정황이었다.

"확실한 것이냐? 내통한 것은 아니지?"

"물론입니다. 총제주께서 저를 보살펴 주시는 데 어찌 그런 반역을 저지르겠습니까? 제발 믿어 주십시오."

"알았다. 걱정말고 이곳을 단단히 지키거라. 목숨을 걸고 양평관을 막아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예. 총제주!"

양송은 양백이 못 미더운지 한번 더 흘겨 보고는 곧바로 남정으로 향했다. 밤을 도와 아침에 남정에 도착하자, 곧바로 장로의 치소로 향했다. 치소로 들어선 그의 얼굴을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미 군대를 책임지고 있는 장위와 공조 염포가 장로와 지도를 보며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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