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52화 (52/253)

# 52

제 52장 하변성전투下辨城戰鬪-2-2

"국장군! 여기 안항장군(한수)께서 오셨소. 어찌 나와서 예를 갖추지 않는게요?"

성공영이 우렁찬 목소리로 국연을 질책하자, 국연은 빼꼼히 성벽 밖으로 고개만 내밀었다.

"왜 이리 많은 군사를 끌고 오셨소? 이 국모를 의심하시는 것이외까? 군대를 물리신다면 언제든지 나와서 예를 갖추겠소이다."

"그대가 관중의 원가를 믿고 감히 안항장군께 대항을 하는 것이오?"

"나는 모르는 일이오. 어서 군대를 이끌고 물러가시오. 내가 시간이 되면 찾아 뵙고 경위를 설명하리다."

이때 뒤에 있던 한수가 분을 터트리며 앞으로 나섰다.

"네 이놈! 내가 여기에 왔거늘 어찌 입을 함부로 놀리느냐? 당장 내려와서 연유를 설명해보거라. 그렇지 않으면 하변성의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을 멸족할 것이다."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국연은 이말만 남기고는 자취를 감추었다.

"저런 쳐 죽일 새끼!"

"주군. 어쩌시겠습니까? 일단 시간을 달라고 했으니, 오늘 하루는 시간을 주고 동시에 공성전을 준비시키겠습니다."

"좋아. 어서 준비해! 도저히 용서가 안돼. 이 죽일 놈 같으니라고."

국연은 장병들에게 경계강화를 지시하고는 생각에 잠겼다.

'대충 훑어봐도 한수의 군대가 삼만을 넘는다. 지금 성안에 일만 정도 있으니 죽을 고생을 하겠구나. 이십일은 버텨야 할 텐데. 지금 잘못을 빌어도 한수가 나를 용서할 리가 없다. 젠장. 원매는 쌀이라도 주지. 한수 이놈은 주는 것도 없으면서 왜 나를 괴롭히는 거야? 이 쳐 죽일 놈 같으니라고!'

한수군이 사다리를 만드는 등 차곡차곡 공성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 국연도 수성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십일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국연병사들의 사기는 의외로 높았다.

하루가 지났지만 국연으로부터 어떤 소식도 듣지 못하자, 한수는 불같이 화를 내며 공격을 명령했다. 성공영이 급히 진언을 올렸다.

"날이 지면 그때 공격을 하시지요. 지금 공격하면 피해가 큽니다. 소장이 다시 한번 국연을 설득해보겠습니다."

한수는 마지못해 수긍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성공영이 앞으로 나와 국연과 대화를 나누려고 시도했지만, 국연은 끝내 대화를 거부했다. 결국 전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자, 성공영은 쓴 입맛을 다셨다.

한수가 불같이 화를 내는 바람에 제대로 회유도 못 해본 것이다.

야간이 되자, 한수는 병사들을 총동원하여 하변성 공격을 명령했다. 한수의 군대가 강력한 서량병이었지만, 국연도 만만치 않았다. 화살을 쏘고, 돌을 던지며 지독하게 버티기 시작했다. 한수가 며칠 동안 공세를 퍼부어 일부를 함락했지만, 국연이 정예병을 이끌고 결사적으로 항전하면서 다시 빼앗겼다.

"이런 빌어먹을! 저따위 성 하나를 왜 함락시키지 못하는 것이냐?"

한수가 대노하자, 양추와 후선, 이감이 고개를 처박고 말이 없었다. 그나마 성공영이 입을 열어 진언을 올렸다.

"주군. 하변성이 견고한 성입니다. 쉽게 함락되지는 않습니다. 좀 더 시간을 주시지요."

"시간을 줘? 자네도 국연이 원가놈에게 전령을 보내는 것을 보았잖은가? 그 놈들이 오면 다 끝이야."

"여기에 있는 모든 장병들이 최선을 다하였고, 지쳤습니다. 일단 오늘 하루 휴식을 하고, 밤을 기하여 다시 공격하시지요."

한수는 대답하지 않고, 휑- 하고 돌아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국연이 성에서 버티니 의외로 대책이 서지 않았다.

'저 병신새끼가 내 속을 뒤집어 놓는구나.'

한수는 공성전을 통해 피해만 늘어나자 속이 뒤집혔다.

국연은 한수를 막아내느라 죽을 지경이었다. 원매가 지원군을 보내준다는 믿음이 있어서 악착같이 버티는 것이지 그런 믿음도 없었다면 감히 한수에게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국연이 악착같이 버티는 사이에 원매는 이통/노욱 보병 1만 5천, 방덕/문칙 기병 5천을 급파했다. 서량을 잘 아는 방덕이 앞장섰고, 그 뒤를 이통과 노욱이 따랐으며, 문칙이 후방을 경계했다.

이통은 차분하게 주변을 정찰하면서 진군했다. 이번 전투의 목적은 병력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한수를 물러나게 하면 되는 것이다. 하변성이 단단하니 분명히 버틸 것이라 예상했다.

하변성 근처에 도달했을 때, 방덕이 잠시 기병을 쉬게 하고는 이통에게로 달려왔다.

"이장군. 하루만 더 가면 하변성이오. 아무래도 후방에 있는 문장군(문칙)과 기병을 앞으로 돌려서 적의 기습에 대비하며 움직여야겠소이다."

"알겠소. 철저하게 정찰을 하면서 움직이시오. 병력을 최대한 보존하라는 도독의 명령을 잊지 마시오!"

"물론입니다."

방덕이 앞으로 나가자, 이통이 급히 전령을 후방으로 보냈다. 곧이어 문칙이 이끄는 기병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이통은 기병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하변성일대는 하나의 골짜기다. 다른 길이 없다. 이제는 후방에서 급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군! 적이 나타났습니다."

양추가 큰 소리로 외치며 지휘막사로 뛰어들자, 한수가 벌떡 일어섰다.

"원매군이 벌써 나타났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반나절이면 도착할 거리에서 정찰을 하며 신중하게 진군해 오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한수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한수군의 강점은 야전인데, 국연이 성에서 강력하게 버티니 대책이 좀처럼 서지 않았다. 예상했던 원매군이 나타나자, 그간의 피로감이 확 몰려온 것이다.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대략 이만이 넘는데, 기병은 사,오천쯤 되는 것 같습니다."

한수는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성공영을 바라 보았다. 성공영이 이빨을 지그시 악물며 진언을 올렸다.

"저놈들과 야전을 한번 벌이시지요. 야전이라면 우리가 한수위입니다. 숫적으로도 우세하고요. 다만......"

"다만 뭐야?"

"저들이 야전에 응하지 않고, 방책을 치고 버티면 장기전으로 흘러갑니다."

"아니 이 새끼들이 전투를 하러 왔으면 전투를 해야지 뭔 짓을 하는 거야? 자네 생각은 어때?"

"방책을 치고 버틸 것 같습니다. 원매가 관중을 틀어쥐고는 오로지 군량 하나로 밀어 붙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같을 것입니다. 만약 그리된다면 퇴군을 하는 게 낫습니다."

"뭐? 퇴군? 이번에 국연을 정벌하는 데는 자네도 동의했잖아. 그런데 퇴군이라는 말이 쉽게 나와?"

"제 실책입니다. 용서하십시오. 그전의 국연으로만 생각하고 계책을 냈습니다. 원매를 믿고 저렇게 강력하게 버틴다는 부분까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성공영이 자신의 실책이라고 용서를 빌었지만, 사실 여기에는 한수의 잘못이 더 컸다. 성공영이 국연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벌써 군대출병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양추에게 오천을 주어 하변성의 막게하고, 나머지 군대를 이끌고 가서 저놈들을 박살낸다. 지금 즉시 움직여!"

"명을 따르겠습니다."

한수의 명령에 양추가 오천의 병력으로 성을 에워쌌고, 한수/성공영이 기병 일만 오천을 이끌었고, 후감/이선이 보병 일만을 이끌고 원매군으로 진군했다. 극렬한 하변성 공성전으로 보병 5천이 죽거나 다쳤기에, 일만만 출병가능했다.

삐이이이익--

방덕 정찰병이 멀리서 진군해오는 한수군을 발견하고는 호각을 길게 불었다. 방덕과 문칙은 기병을 이끌고 그대로 뒤로 달아나기 시작했고, 후방에 있던 이통은 그 자리에 끌고 온 수레를 이용해서 장애물을 쌓았다. 그 뒤로 일제히 땅을 파며 목책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수레가 앞을 막고, 그틈을 돌과 나무를 이용하여 폭 넓게 막은 장애물이 형성되자, 이통은 노병, 궁병 이천을 앞으로 전진배치했다.

"준비-"

이통의 명령에 이천의 궁수들이 활을 장전하고는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한수의 일만 오천 기병이 진격해 오자 지축이 흔들렸다.

이통은 오연하게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이통의 손이 가만히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이를 신호로 불화살이 쏘아져 올라갔고, 이천의 궁수들이 일제히 활시위를 놓았다. 일제히 쏘아지는 이천발의 화살은 실로 무서웠다. 새까맣게 덮으며 기병을 덮쳤다.

"으악-"

많은 기병들이 활에 맞았지만, 애초 화살로 기병을 상대하기는 버거웠다. 한수의 기병은 계속 돌진해 왔고, 화살은 계속 쏘아졌다.

쾅- 쾅-

선두의 기병들이 장애물을 넘거나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일부 장애물이 무너졌고, 그것을 뛰어 넘으며 전투가 벌어졌다.

"후퇴하라-"

이통의 명령에 보병들은 일제히 후퇴를 개시했다. 일부가 기병에게 학살을 당하는 가운데, 대부분 이차 저지선인 방책안으로 후퇴를 했다. 어설프게 수레로 만든 장애물에 비해 방책은 훨씬 강했다.

한수는 일차 저지선을 뚫는 데 성공하자 그대로 밀어 붙였다. 방책을 사이에 두고 이통과 노욱은 맹렬하게 버텼다. 처음부터 방책안에서의 싸움을 생각했기에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저놈들이 급하게 목책을 쳤을 텐데, 어찌 무너뜨리지 못한단 말인가?"

"처음부터 이걸 준비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수레로 버티다가 결국 후퇴를 한 것만 봐도 뻔합니다."

성공영은 대답을 하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적들이 준비가 되어 있다면, 분명히 그 다음수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 몰라 걱정이 되었다.

"계속 밀어 붙여!"

한수의 명령에 기병들이 돌격을 하였고, 일부 방책을 무너뜨리며 극렬한 전투까지 벌어졌다. 방책이 무너지자 놀랍게도 또 다른 방책이 드러났다. 급하게 만들어서 어설프긴 했지만, 수레-방책-방책으로 이어지는 장애물 때문에 기병들의 돌격속도는 훨씬 떨어졌고, 궁수들이 조준사격으로 한명씩 쏘아서 떨어뜨렸다.

장애물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는 기병들은 더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상황을 살피던 성공영이 급히 진언을 올렸다.

"기병을 물리고, 보병을 투입해서 장애물을 치워야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기병들의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보병은 늦어! 장애물을 치우는 사이에 저놈들이 굳건하게 방책을 칠거란 말일세. 손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어. 밀어 붙여!"

성공영은 입을 닫았다. 한수의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원매군이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했다. 보병을 밀어 넣고, 기병을 뒤로 물려 체력을 회복시킨다면 설령 원매군이 반격을 하더라도 대처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반격한다면......

성공영은 급히 다시 진언을 올렸다.

"저들의 5천기병이 반격한다면 막지 못합니다. 수적으로 주군이 훨씬 우세하지만 체력이 떨어져 있습니다. 보병을 투입하시고, 기병을 뒤로 물려야 합니다."

그제야 한수도 아차- 했다. 하지만 이통이 한수 빨랐다.

슈우우우욱--

불화살이 높이 연달이 솟아 올랐다. 그걸 신호로 일부 구간의 방책이 치워졌고, 방덕이 앞장서서 기병 오천을 이끌고 반격을 개시했다. 방덕이 기병을 이끌고 나가며 한수기병의 압박이 약해지자, 이통과 노욱은 즉시 방책을 보수하기 시작했다.

방덕은 힘이 빠진 한수기병을 밀어 붙이면서 한수에게로 곧장 말을 몰아갔다. 방덕이 휘두르는 도는 무시무시했다. 마치 사신이 재림한 것처럼 그의 앞을 막아서는 기병들은 두쪽이 나야 했다.

사방으로 흩어져 이통군영을 압박하던 한수기병은 일점돌파를 시도하는 방덕기병 앞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그대로 일점돌파를 해오는 방덕기병을 보고는 한수와 성공영은 즉시 말 위에 올랐다.

"나를 따르라!"

한수가 앞장서자, 성공영이 예비 오천의 기병을 이끌고 방덕의 오천기병과 그대로 맞붙었다. 방덕의 무력과 기습의 성공으로 한수와 성공영마저 밀리는 상황이 속출했다.

이통은 수레와 쌀을 쌓아 높게 만든 후, 그 위에 올라 기병전투를 꼼꼼하게 살폈다. 방덕기병이 현재는 우세하지만, 한수의 흩어졌던 기병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불리했다.

삐이이이이익--

귀를 찢을 듯한 호각소리가 연이이 울렸다. 호각소리를 신호로 방덕이 후방을 막아서며 기병은 조직적으로 썰물이 빠지듯 후퇴했다. 갑작스런 후퇴에 한수가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서 방덕기병은 무사히 방책안으로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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