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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51화 (51/253)

# 51

제 51장 하변성전투下辨城戰鬪-2-1

'중원으로 간 순유가 잘하고 있을까? 무사해야 할 텐데.'

1월에 원매는 순유에게 중원의 상황을 파악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에 순유는 직접 중원으로 출행하여 첩보조직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지금이 3월이니 벌써 2달째였다.

"근심이 있으십니까?"

이유의 목소리였다. 원매가 빙글 돌자, 문이 열리며 이유가 들어오고 있었다.

"중원으로 간 순치중(순유)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었소. 무슨 일이시오?"

"서운한데요. 이 늙은이는 언제 걱정해주십니까?"

"하하- 국연을 설득하는 일도 관구흥에게 시켰지 않소이까? 이 정도면 충분히 배려하고 걱정한 것인데."

"흐흐흐흐- 농담입니다. 사실은 무도군에서 일이 터질 것 같아서 이렇게 왔습니다."

"무도군? 그곳은 국연이 있는 곳 아닌가?"

이유는 국연의 전령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소상하게 전달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수는 영특하지만 폭급한 인물이지요. 성공영은 지략이 뛰어난 무장입니다. 사실 한수가 지금까지 힘을 발휘한 것은 그의 공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분명히 성공영이 국연의 상황을 눈치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수가 군대를 이끌고 무도군을 공략할 것입니다."

"아니 그럼 굉장히 급한 상황인데, 어찌 이리 느긋하시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국연이지, 도독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유는 뜻모를 말을 하고는 '아이고. 다리야-'하며 자리에 앉아 다리를 두드렸다. 원매가 상대편 자리에 앉았다.

"좀 더 이야기를 해보시오."

"국연이 한수보다 약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무도군에서 세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한수가 공격한다고 해서 한번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전령에게 좋은 말을 해서 보내십시오. 그러면 다급한 국연이 전령을 다시 보낼 것입니다. 그때 도와주면 됩니다."

원매는 이유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국연과 한수의 관계가 최악으로 틀어졌을 때, 내가 돕는다면 국연이 확실하게 내편이 되겠구려."

"영명하십니다. 한수가 무도군으로 들어가서 바로 전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설득도 하고 협박도 하다가 안되면 전쟁을 치를 것입니다. 피말리는 협상과정과 전쟁의 어려움을 겪을 때, 도독의 군대가 나타나서 한수를 물리친다면 국연은 진심으로 도독을 따를 것입니다."

"그렇군. 한수와는 회복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야 진정한 내 사람이 되겠어."

"그리고 전장군(전예)은 한중군 공략준비에 여념이 없으니 다른 장수를 보냈으면 합니다. 이통과 방덕을 보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한수가 군대를 대거 동원하지 않겠소? 차라리 내가 군대를 이끌고 가서 격파해버리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직은 한수의 힘이 강합니다. 국연이 하변성에서 수성을 하고, 이통이 성밖에서 진을 치고 세를 떨친다면 한수도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 소소한 전투를 벌이다가 물러날 것입니다. 그저 압박을 하시는 것으로 족합니다. 한수는 군량 때문에 속전속결을 원할 것이고, 결국은 소득없이 물러갈 것입니다."

원매는 지금까지 전투에서 직접 교전을 벌여 승리를 했기에, 왠지 이유의 계책이 못 마땅했다. 이유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답답하신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이기는 것입니다. 무도군에서 길을 끊어 놓으면 한수는 군량을 공급받지 못 합니다. 장로, 유장과 거래도 할 수 없지요. 그렇게 힘을 빼놓고 전투를 벌여야 최소한의 병력손실로 승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도독의 목표는 중원이지 서량이 아닙니다."

그제야 원매는 깨달음이 있어 이유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고맙소. 내가 생각이 짧았소. 서량은 그대의 뜻대로 하리다. 그럼 국연지원병력은 이통/노욱 보병 일만 오천, 방덕/문칙 기병 5천 정도면 충분하겠구려."

"그렇습니다. 제가 장수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놓겠습니다."

"부탁하겠소."

이유가 예를 표하고 물러나자, 원매는 잠시 후 밖으로 나왔다. 3월이라 그런지 날씨는 많이 풀려 있었다. 멀리 보이는 천령산맥과 서량지역의 높은 산맥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그곳은 눈이 쌓여 있었다.

'이별가(이유)의 말이 옳다. 지금은 병력을 보존해야 할 때야. 내가 사람을 제대로 얻었구나.'

사곡도 관문.

강합은 강경을 보고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자네가 웬일인가? 이 먼 곳까지 다오고?"

"웬일이라니요? 당숙(아버지 사촌)을 뵈러 오는 데 이유가 있습니까?"

"그런가? 자리에 앉게."

강합은 강경에게 차를 내주며, 가족들의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평범한 주변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살피던 강경은 주위 눈치를 슬쩍 보았다. 강합은 순간 강경이 뭔가 중요한 말을 할 것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밖으로 나갈까?"

강합은 주위를 물리치고, 강경과 함께 걸으며 입을 열었다.

"무엇이야? 왜 이리 뜸을 들여?"

"당숙께 이만이 넘는 요지의 현령을 맡긴다면 어쩌시겠습니까?"

강합은 잠시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 정도 자리라면 외진 곳에서 관문이나 지키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하지만 강합은 속마음을 내비치기 싫어 입을 닫았다. 강경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관중에 계신 원도독께서 당숙을 경조윤 패릉현령에 제수하신다고 하셨습니다."

"나보고 사군(장로)을 배신하라는 말인가? 못 들은 것으로 할 테니 돌아가게."

"그 곳은 장안 근처이고, 인구가 많아 다스리기 좋은 곳입니다. 또한, 장안에서 가까우니 도독과도 가까워질 수 있고, 그러면 높은 관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어찌 생각도 안 해보시고 단칼에 거절하십니까?"

"이익에 밝으면 소인인 법이지. 나를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으로 보는가?"

"설마요. 능력이 되니 현령을 제안한 것입니다. 도독의 인사방침은 오로지 능력입니다."

강합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보다, 굳은 표정으로 거절했다. 강경은 난관에 부딪치자 이를 악물었다.

"이미 늦었습니다."

"뭐가 늦어? 어서 돌아가게."

강합이 돌아서자, 강경이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제가 당숙을 설득하려고 장안에서 온 세작임을 큰 소리로 밝히겠습니다. 당숙이 아무리 이곳을 책임지고 있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결코 덮지 못할 것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그러면 네놈은 죽어. 그걸 알고 하는 소리냐?"

"물론입니다. 제가 당숙을 뵈러 왔다가 죽는다면 종친들이 어찌 나올 것 같습니까?"

"네놈이 이 당숙을 협박하는 것이냐?"

"곧 도독께서 군사를 이끌고 한중으로 들어설 것입니다. 이곳에 당숙이 있으면 필히 죽음을 면치 못 할 것입니다. 제가 이리 하지 않으면 당숙의 목숨을 구할 수 없습니다. 저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십시오."

"요런 교활한 놈!"

강합은 다시 입을 닫았다. 강경의 말이 참으로 교묘했다. 이런 어이 없는 협박을 하다니. 허술해 보이는 이 협박은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휴- 네놈이 나를 신의도 모르는 졸장부로 만드는 구나."

"사군이 백성을 위하는 통치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하를 빨리 통일하여 백성들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저는 그 적임자로 원도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숙께서 도와주신다면 한중을 큰 희생 없이 점령할 수 있습니다. 도독께서는 결코 많은 이들을 해치거나, 백성을 약탈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사군은 어찌할 생각이냐?"

"남은 여생을 편히 살 수 있도록 배려하실 것입니다."

강합은 눈을 흘기며 강경을 쳐다보았다.

"내 언젠가 네 놈이 사고를 칠 줄 알았다. 감히 당숙한테 협박이나 하다니. 이런 괘씸한 놈 같으니라고. 알았으니 돌아가거라."

"도독께서 친필로 작성하신 죽간이 ........ "

"넣어둬. 이 당숙을 믿는다면 돌아가거라."

강경은 잠시 망설이다가 예를 올리며 돌아섰다. 강합은 돌아가는 강경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먼산만 바라보았다. 그의 속내는 매우 복잡했다.

'사군. 이 못난 강합을 용서하십시오. 저도 어쩔 수 없는 소인인가 봅니다.'

강합은 짧은 한숨을 토해내고는 천천히 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도군 하변성 국연치소.

"원도독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더냐?"

국연이 전령을 다그치자, 전령은 부르르 떨며 죽간을 바치고 엎드려 소리쳤다.

"원도독은 만나지 못하였고, 이별가가 이것이 원도독의 뜻이라며 전해드리라고 하였습니다."

촤르르르륵-

죽간을 급히 펼친 국연은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학식이 깊지 않았기에 읽는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보통 죽간을 읽으면 모르는 한자가 많아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는 간결하고 쉬운 글자만 써 있었다. 내용을 파악한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수가 공격하면 지원을 해주겠다? 공격이 시작되면 전령이 가는데 최소 오일, 거기서 군대를 조직하여 이곳에 도착하는 데 보름은 걸릴 것이다. 적어도 이십일은 한수와 싸움을 해야겠구나. 원도독이 틀린 말은 한 것은 아닌데. 아- 미치겠구나.'

국연은 죽간을 대충 둘둘 말아 놓고는 입을 열었다.

"네가 볼 때 장안의 상황은 어떻더냐?"

"정예병들이 장안 곳곳에 포진해 있었습니다. 위험해지면 곧 지원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래. 알았다. 수고했어. 물러가!"

"예."

전령이 예를 올리고 물러나자, 국연이 갑갑한 듯 밖으로 나왔다.

'분명히 성공영 이 죽일 놈이 고자질을 했을 것이야. 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그러면 폭급한 한수가 군대를 이끌고 올 것이고. 에휴- 내 팔자야. 잘못하면 군량 오천섬받고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겠구나.'

국연은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치고는 경계를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한수가 공격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그만큼 한수는 요주의 경계대상이었다.

농서군 임조현.

한수는 기병 1만 5천, 보병 2만을 이곳에 집결시키고 정찰나간 양추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안 있어 양추가 급히 말을 몰아 오자, 한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양추는 급히 말에서 내려 부복하며 보고를 올렸다.

"주군. 하변성까지 가는 길 곳곳에 눈이 쌓여 있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보병들을 먼저 보내어 눈을 치우면서 행군하면 큰 문제 없을 것입니다. 또한 하변성 근처에서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성공영이 눈을 반짝이며 진언을 올렸다.

"주군. 당장 보병을 먼저 보내서 눈을 치우고, 기병을 투입하시지요. 원매가 군대라도 지원하면 골치아파집니다."

"국연 이 좀생이 같은 놈이 그 정도로 머리가 돌아갈까?"

"위인이 좀 모자라니 더 위험합니다. 그런 자들은 항상 의심하고, 주변에 기대려고 합니다. 분명히 주군이 무서워서 무슨 불똥이라도 떨어질까봐 원매에게 지원요청을 했을 것입니다. 서두르셔야 합니다."

"좋아. 양추! 보병 3천을 데리고 가서 눈을 치워라! 즉시 시행하라!"

"예! 주군!"

양추가 보병들을 이끌고 눈을 치우면서 한수의 본대는 빠르게 하변성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은 이틀을 행군한 끝에 하변성 근처에 도달했다. 한수군이 나타나자, 하변성에서는 요란하게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전령이 성문을 나와 쏜살같이 장안으로 출발했다.

성공영은 멀리 사라지는 국연의 전령을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너무 멀기에 추격하여 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군. 국연이 지금 전령을 보냈습니다. 원매가 도착하려면 보름에서 이십일은 걸릴 것이니, 그 안에 국연을 항복시켜야 합니다."

"일단 회유를 해봐. 하루, 이틀 회유해 보고 안 되면 공격해서 끝장을 내야지."

"명을 받들겠습니다."

한수의 본대가 서서히 계곡을 나와 하변성을 포위하기 시작했고, 국연은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성공영이 국연을 회유하기 위해 앞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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